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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헌법판례열람] 성차별과 제대군인 우대제도

    임지봉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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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연방대법원은 일찍이 평등심사의 기준으로 가장 엄격한 ‘엄격심사’, 덜 엄격한 ‘중간수준심사’, 가장 완화된 ‘단순합리성심사’의 세 기준을 발전시켜왔다. 인종이나 국적을 사유로 한 차별에 적용되는 엄격심사는 ‘위헌의 의심이 가는 차별’로 취급되어 ‘그 차별이 긴절한(compelling) 정부이익을 촉진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임을 정부가 입증하기 못하는 한 위헌결정을 피해갈 수 없었다. 웬만하면 위헌이었던 것이다. 이에 비해 과세 등 각종 경제적 사회적 규제입법상의 차별심사에 적용되는 단순합리성심사는 ‘그 차별이 법률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합리성도 갖추지 못했음’을 위헌을 주장하는 국민이 입증해내야만 위헌이고 대개의 경우 합헌의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심사였다. 웬만하면 합헌이었던 것이다. 맨 나중에 형성된 기준인 중간수준심사는 ‘반쯤 위헌의 의심이 가는 차별’로 다루어졌는데 ‘그 차별이 중요한 정부목적에 실질적으로 연관되는 경우에만’ 합헌결정을 받을 수 있는 중간난이도의 심사기준이었다.

    미국 헌정사의 오랜 기간 동안 연방대법원은 수정헌법 제14조의 평등조항이 성차별을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하지 않았다. 즉, 미국에서 성(性)에 따른 차별은 애초에 부당한 차별이 아니고 ‘합리적’ 차별이라 여겨지던 때도 있었던 것이다. 1948년의 Goesaert v. Cleary판결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이 허가받은 주점 소유자의 처나 딸이 아니면 여자는 바텐더를 할 수 없다는 미시간 주 주법(州法)을 합리적 차별이라는 이유로 합헌 결정한 것이 그 예이다. 즉, 평등심사에서 가장 낮은 기준인 단순합리성심사의 기준을 적용했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동산관리자로 같은 자격의 여성보다 남성을 더 우대하는 주법을 위헌 판결한 1971년의 Reed v. Reed판결에서부터는 성차별에 좀 더 높은 심사기준인 중간수준심사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 후 1973년의 Frontiero v. Richardson판결에서처럼 대법원이 성차별에 엄격심사의 기준을 적용하려는 시도를 한 적도 간혹 있었지만, 결국 성차별은 거듭되는 미국 연방대법원 판례를 통해 혼인 외 출생자냐 아니냐에 따른 차별과 함께 중간수준심사의 적용을 받는 차별의 사유로 굳어졌다.

    1979년의 Personal Administrator of Massachusetts v. Feeney(442 US 256)판결은 제대군인에 대한 공직채용특혜가 성차별에 해당하는가를 다룬 판결로 유명하다. 매사추세츠주법에 의하면, 제대군인은 비슷한 자격조건을 가진 비제대군인에 비해 공무원직 채용에 있어 우선적 고려의 대상이었다. 여성인 Feeney는 주공무원(州公務員) 공개채용시험에 여러 번 응시해 최고점을 받는 등 고득점을 하였지만, 최소 합격점이라 할 수 있는 일정 점수 이상을 받은 자 중에서 제대군인을 주공무원으로 우선 뽑고 여석을 비제대군인 중에서 선발하기로 한 주법(州法)에 의해 자기보다 점수가 낮은 제대군인에게 밀려 매번 불합격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그 당시 매사추세츠 주 주민의 4분의 1이상이 제대군인이었고 제대군인의 98% 이상이 남자였으며 여자는 겨우 2%에 불과했다. 이에 Feeney는 주공무원직 채용시 제대군인에 대한 우선적 처우가 여성에 비해 남성을 우대하는 것이고 따라서 헌법상의 평등조항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하급심법원을 거쳐 Feeney는 이 사건을 연방대법원으로 가지고 갔다.

    Stewart대법관에 의해 쓰인 다수의견은, 성에 따른 차별의 목적을 입증하지 못하면 주로 남성들로 구성된 집단에게 공무원직 채용의 특혜를 주는 법률은 헌법상의 평등조항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합헌결정을 내렸다. 다음은 그 추론요지이다.

    그러한 특혜는 제대군인들에게 군 봉사를 통한 희생에 대한 보상으로 고안된 조치라는 점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 대부분의 제대군인이 남성이라는 사실은 제대군인에 대한 특혜가 여성에 대해 불이익으로 작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법은 문면상(文面上)으로는 ‘성중립적(gender-neutral)’이다. 이 법에 대한 공격은 매사추세츠 주가 소수의 여성이 제대군인이 되는 것을 막으려는 차별적 연방 법률을 고의적으로 주법으로 구체화 시켰다는 주장에 집중되었다. 이 법의 영향은 이 법 제정의 자연스럽고 예견가능한 결과이다. 이 법을 만든 사람들이 이 법의 차별적 영향을 예견했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평등조항에 위배되기 위해서는 차별적 결과를 단순히 예견하는 것을 넘어서는 더 많은 차별적 의도가 요구된다. 따라서 성에 따른 차별의 목적을 입증하지 못하면 주로 남성들로 구성된 집단에게 공무원직 채용의 특혜를 주는 법률은 헌법상의 평등조항에 위배되지 않는다. Feeney는 그러한 목적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

    성차별에 있어 차별효과는 차별목적의 한 증거가 될 수는 있지만, 차별효과의 존재만으로 성차별로 인정되어 중간수준심사가 행해지지는 않는다. 성에 따라 차별하려는 정부의 고의 내지 목적이 존재해야지만 단순합리성심사가 아닌 중간수준심사가 이루어진다. 이 Feeney판결(1979)의 경우가 그 좋은 예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제대군인에 대한 공직채용특혜를 규정한 주법(州法)이 사실상 여성을 차별하는 효과는 가지지만, 이 차별의 목적은 제대군인의 군 생활을 통한 봉사에 대한 ‘보상(compensation)’에 있지 여성에 대한 차별에 있지는 않다고 보았다. 따라서 이 주법에 대한 위헌심사는 중간수준심사가 적용되는 성차별이 아니기 때문에 단순합리성심사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합리성심사의 결과 이 차별은 제대군인에 대한 보상이라는 목적에 합리적으로 연관되어 있었으므로 합헌판결을 받았다.

    이 판결은 우리 헌법재판소의 제대군인가산점제 위헌결정(헌재 1999. 12. 23, 98헌마363)과 사실관계가 매우 유사하다. 그러나 결론은 정반대다. 우리는 과목당 만점의 3%내지 5%의 범위 내에서 제대군인에게 가산점을 주는 제도가 성별에 따른 부당한 차별로 평등권을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게 제한한다는 등의 이유로 위헌결정을 내렸지만, 미국 연방대법원은 제대군인의 공무원 우선채용제도가 성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합헌결정을 내렸다. 그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미국에서는 중간수준심사가 적용되는 성차별이 되기 위해서는 결과적으로 여성 공무원 합격자수가 적다는 ‘차별 결과’가 아니라 여성을 차별하겠다는 입법부의 ‘차별 목적’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본 반면에, 우리는 “여성의 합격자수가 극히 적고 심한 경우 만점을 받고도 불합격 할 수 있다”는 사실상의 차별 결과만으로도 이를 성차별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으며 우리 헌법 제11조가 ‘사회적 신분’ ‘종교’와 함께 ‘성별’을 차별금지사유로 규정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 사안에서 엄격심사를 적용하여 평등권 침해의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유사 사안을 놓고도 이렇게 헌법적 판단이 다를 수 있다. 헌법재판은 재판관들의 인생관과 세계관이 녹아들어간 논리와 설득력의 싸움이지 정답이 정해져있는 객관식 문항이 아니라는 점을 여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시대와 사회에 따라 같은 평등조항도 얼마든지 달리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거기에 비교헌법학의 참된 묘미가 존재한다.

    서강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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