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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요일언) 사실인정론

    朴鍾衍 변호사(진주) - 2000년8월31일, 제29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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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소 실무를 해보면 우리 법률가를 가장 고민 당혹케 하는 부분이 법을 적용할 전제인 사실관계, 즉 “이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가”를 확정하는 문제이다. 사실관계를 잘못 인정한 경우에는 그이후 법절차의 모든 것이 어그러지고 만다. 검찰은 생사람에게 누명을 씌우고, 법원은 이겨야 할 사람을 지게 만든다. 법조인으로 경력이 늘어갈수록 가장 두렵고 자신없어지는 부분이 바로 사실관계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아무도 가르쳐 주는 이도 없고 혼자서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터득해 갈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법조현실이기 때문이다. 당사자는 수사나 재판에서 사실인정이 잘못됐을때 가장 큰 좌절감과 불신을 갖게 된다. 또 잘못된 사실인정은 잘못된 법률적용보다 바로잡기가 훨씬 어렵다. 잘못 인정된 사실관계에다 법을 적용하는 것은 마치 모래성을 단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증인의 증언내용의 앞뒤가 경험칙에 잘 맞는다고 하여 전부 진실은 아닌 경우도 있더라는 것과, 자기가 폭행당한 상황을 순박한 표정으로 울먹이며 세세한 부분까지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진술하는 맞고소인인 피해자의 진술이 모두 진실은 아니더라는 것을 발견할 때마다 진실에 대하여 두려움까지 느끼게 된다. 그런 경우를 겪을 때마다 진실에 대하여는 가장 조심스럽게, 가장 겸손한 자세로 접근해야 하고, 또 내가 보는 진실이 틀릴 수도 있고, 상대방의 진실에 언제든지 양보할 마음의 준비자세를 갖추고 있는 것만이 진실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는 요령이라는 것도 깨닫게 된다. 진실은 숨어 있는 것을 어렵게 찾아내는 것이지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에 아무런 사회경험도 없이 약관에 시작했던 판사시절에는 적어도 내가 판결에서 인정한 사실관계는 그 누구가 그 사건을 처리하더라도 나와 같은 결론을 내리라는 점을 별로 의심하지 않았었는데, 변호사로 종사하다보니 사실관계를 보는 관점이 판사마다, 검사마다(상대방 변호사는 당연히 ‘물론(?)’이겠지만) 그렇게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가끔 발견할 때마다 다시 한번 더 놀라고 자신의 방만했던 과거에 부끄러움을 갖게 한다. 또 방대한 법지식과 판례는 열심히 외면 되지만, 진실을 찾아내는 요령은 책에서가 아니라 연륜과 직간접의 경험에서 얻어진다는 것도 점차 깨닫게 된다. 우리 법률업무 중 현실적으로 그중 90%는 사실인정에 관한 것임에도 법이론이나 판례의 연구에는 대부분의 노력을 투자하면서도 사건에서 진실을 찾아내는 방법에 관하여는 그 백분지 일이나 투자를 할까. 사법연수원이나 법관연수과정에서도 사실인정기법에 관한 연마과정은 전혀이다시피 배제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법관연수과정에서라도 법관들의 경험담을 서로 공유하는 방법으로라도 진실탐지기법에 관한 투자를 시작해 봄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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