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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통죄 폐지론

    김정범 변호사 (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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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서울지역의 한 판사가 “간통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가장 강력한 기본권 제약 수단인 형법으로 개인의 자유권을 침해해선 안 된다”면서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함으로써 간통죄의 위헌성 여부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005년에도 일부 국회의원들이 정기국회 폐막을 앞두고 간통죄 폐지안을 상정하여 현재 국회에 계류 중에 있는 상태다. 그 당시에 언론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며 보도했었고 국회에서도 공청회가 열리는 등 활발한 토론이 진행됐었다. 간통죄란 배우자 있는 자가 간통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 우리 형법 제241조에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간통죄가 우리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 헌법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행복 추구권(헌법 제10조)을 보장하고 있고, 이러한 헌법상의 권리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성행위를 할 것인가의 여부와 그 상대방을 누구로 할 것인가의 자유로운 결정권)을 도출해 낼 수 있는데 이는 형법상의 간통죄 규정과 충돌하게 된다. 간통죄의 존폐론과 연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헌법재판소는 1990(89헌마82), 1993(90헌가70), 2001(2000헌바60) 세 번에 걸쳐서 간통죄에 대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다만 1990년 합헌결정을 함에 있어서도 간통죄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 제241조의 규정은 간통죄를 형사처벌하는 것 자체가 합헌성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간통죄의 규정이 징역형 이외의 다른 선택형(벌금형 등)의 여지가 전혀 없도록 되어 있는 부분에 대해 이는 필요한 정도를 넘어선 과도한 처벌로서 기본권의 최소침해원칙에 반하는 것이고, 간통죄를 통하여 보호하려는 공공의 이익과 제한되는 기본권 사이에 적절한 균형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에서 위헌의견을 개진하는 경우도 있었고, 간통죄는 사생활 은폐권(사생활의 비밀유지)이라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거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어 원칙적으로 헌법에 위배된다는 위헌의견도 있었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2001년 간통죄에 대한 합헌결정을 내리면서도 간통죄가 기본적으로 개인간의 윤리적 문제에 속하는 것이며 세계적으로 폐지추세에 있고, 개인의 사생활 영역에 속하는 내밀한 성적문제에 법이 개입함은 부적절하며 협박이나 위자료를 받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고,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대부분 고소 취소되어 국가형벌로서의 처단기능이 약화되었으며 형사정책적으로 보더라도 형벌의 억지효과나 재사회화의 효과는 거의 없고, 가정이나 여성보호를 위한 실효성도 의문이라는 점 등을 들면서 우리의 법의식의 흐름과 면밀한 검토를 통하여 앞으로 간통죄의 폐지여부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입법자에게 요구된다고 판시하였다.

    결국 헌법재판소는 합헌결정을 내리면서도 내부적으로 간통죄의 위헌성을 지지하는 의견이 상당하였던 것이고, 현재 상태에서 곧바로 위헌결정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장래 국민들의 법의식 변화나 사회환경의 변화로 인해서 언젠가는 폐지될 것을 잠재적으로 상정하고 있었다고 생각된다. 본래 간통죄는 혼인의 순결 등 혼인제도를 보호(사회적 법익의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오늘날에 와서는 간통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쉽게 행사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거나, 아니면 간통자에 대한 보복적 성격을 갖는 것으로 활용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 형법이 간통죄 규정하면서 의도하였던 본래의 법익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 간통죄는 남자에 의해서 이루어졌고 그 상대방인 여성은 사회적 약자이므로 이를 보호하려는 의미도 담고 있었다(물론 간통죄가 연혁적으로는 남녀사이의 혼인을 남자는 여자의 생존을 책임지고 부양하며 여자는 남자를 위하여 혈통을 계승한다는 일종의 계약관계로 보고 여자의 간통은 남자의 혈통계승을 위태롭게 한다는 이유에서 여성간통자를 처벌하는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함).

    그러나 오늘날에 있어서는 여성간통자의 경우도 많이 발생하고 부부의 이혼 시에 위자료를 통한 손해배상청구권이 현실화 되고 있으며, 재산분할을 통해서 이혼 후의 생활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고, 양육비의 청구 등으로 자녀의 양육이 가능하므로 여성보호의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되었다고 보인다.

    오히려 여성에게는 간통으로 인해서 복수적인 측면에 얽매일 경우 과거를 벗어나 새로운 생활을 만들어 가는데 장애요소가 될 수도 있으며, 오히려 여성간통자의 경우 상대남으로부터 협박이나 공갈의 수단으로 악용당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어 왔다. 간통에 대한 국민들의 법의식은 수많은 간통사건에 대하여 극히 일부만이 처벌받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 자신의 잘못을 탓하지 않고 재수가 없어서 처벌받게 되었다거나 배우자에게 지나치게 복수심이 남아 있는 경우에만 처벌받거나, 경제적인 능력이 없어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만 처벌받는다는 생각을 갖도록 하여 오히려 국민들의 준법정신을 약화시키는 경우도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간통죄는 법에서 예정하고 있었던 본래의 법익을 보호하지도 못하고 있으며, 본래 도덕이나 윤리문제에 해당하였던 문제에 대하여 법이 개입함으로써 잘못 운용되는 경우도 있고, 세계적으로도 간통죄를 폐지해 가는 추세에 있는 점 등에 비추어서 형법에서 이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간통죄를 폐지할 경우 성도덕이 문란해지거나 간통으로 인한 이혼이 더욱 빈발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하나 이미 1947년에 간통죄를 폐지한 일본이나 서구 여러 나라에서 간통죄의 폐지 이전보다 성도덕이 문란되었다고 보고된 바는 없다. 또한 간통죄가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이혼이 급격히 증가했던 경험도 가지고 있다. 또한 간통죄로 처벌받을 경우 앞으로의 사회생활에 있어서 낙인이 찍혀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하고,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간통죄를 고소할 경우 이혼소송을 먼저 제기하도록 되어 있어 간통죄의 처벌로 가정질서를 파괴하는 형태가 되어 있으므로 간통의 처벌을 통해서 가정질서를 유지하려는 본래의 목적을 전혀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요즈음 간통죄를 존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논거의 대부분은 간통남의 배우자인 여성을 보호하자는 취지에 모아진다. 간통남에 대하여 간통죄로 형사고소를 할 경우 형사처벌을 면하기 위하여 합의가 필요한 것이고 이를 통해서 재산분할이나 위자료를 지급받음에 있어서 합의를 조건으로 유리한 지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도 간단히 살펴보았듯이 이는 간통죄를 규정하고 있는 본래의 입법취지를 벗어난 것임은 물론 간통남에 대한 형사처벌을 엄히 함으로써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지만 최근 형사실무의 예에서 보듯이 간통남에 대한 형사처벌이 구속을 전제로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처벌수위도 상당히 약화되어 있는 실정이어서 간통남의 여성배우자가 형사처벌을 수단으로 그다지 유리한 지위를 점하지도 못하는 상태다. 그리고 여성간통자의 경우도 증가추세에 있으므로 간통죄의 규정이 그나마 여성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도 더 이상 그 설 땅을 상실해 가고 있는 셈이다.

    간통죄를 폐지하자는 주장이 간통을 옹호하거나 부추기자는 것은 물론 아니다. 간통을 한 경우 어떤 이유에서든 잘못된 것이고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형사처벌로 응징하여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논의에 불과하다. 간통을 저질렀을 경우 당연히 이혼사유가 되어 위자료를 지급하여야 하는 것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지탄받고 매장당하기도 한다. 다만 우리 현실에 있어서 위자료의 지급액이 소액이서 얼마만큼 그 실효성을 거둘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도 많다. 이를 위해서는 위자료의 현실화와 집행의 실효성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된다.

    결론적으로 형법상의 간통죄 규정은 일부일처주의 혼인제도를 유지하고 부부간의 성적성실의무를 보호한다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음은 물론 여성을 보호한다는 부수적인 효과마저 기대할 수 없는 것이므로 마땅히 폐지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고, 법이 남의 집 담장을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격언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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