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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회장 판결 양형유감

    조국 교수 (서울대 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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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전 비자금을 조성해 900억 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에게 항소심에서 집행유예와 함께 사회봉사명령이 선고됐다. 이 판결에 대하여 시민사회단체는 법원의 재벌 봐주기가 반복되었다고 강력 비판했고, 검찰은 상고했다.

    학계와 시민사회는 블루칼라 범죄에 비하여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 법원의 양형이 너무 관대하다는 점을 오래 동안 지적해왔다. 동일한 횡령사건의 경우에도 횡령액수가 정몽구 회장의 횡령액에는 도무지 비할 수 없이 미약함에도 실형이 내려진 사건의 예는 매우 많다.

    2006년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음식값 77만원을 가로채 생활비로 쓴 중국집 배달원은 징역 10월의 실형을 받았고, 카메라 폰 등 60만원어치를 빼돌려 생활비로 쓴 비디오방 종업원도 8개월의 징역을 살았다. 모든 법논리를 떠나 이러한 피고인들에게 법원은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이번 판결은 법리적으로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준법경영 강연과 기고, 향후 5년간 매년 1,200억원의 사회공헌기금 출연이라는 사회봉사명령의 이행을 사실상 ‘조건’으로 하여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선의로 해석하자면, 집행유예 사안인데 사회봉사명령을 추가하여 중하게 벌하고 사회봉사명령을 다양화하려는 것이 재판부의 의도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준법경영 강연과 기고 및 사회공헌기금 출연이 형법 제62조의2가 상정하는 사회봉사에 포함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현재 대법원 예규는 자연보호, 복지시설 및 단체 봉사, 공공시설 봉사, 대민 지원, 지역사회에 유익한 공공활동 등을 사회봉사명령으로 규정하고 있는 바, 그 취지는 집행유예를 받은 피고인이 ‘몸’으로 고생을 하고 ‘땀’을 흘리며 자신의 행위를 반성하도록 만드는데 있다.

    이 점에 비추어 볼 때 준법경영 강연과 기고는 사회봉사에 부합하지 않는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이러한 사회봉사명령은 피고인의 양심에 반하는 행위를 강제하는 것으로 위헌의 소지가 있다. 위헌결정이 난 ‘사과광고’의 강제, 지금은 폐지되었으나 과거 사상범의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했던 ‘전향서’ 또는 ‘준법서약서’의 강요 등을 생각해보라. 그리고 사회공헌기금의 출연을 사회봉사의 일환으로 포섭하는 것은 국가가 피고인이 ‘돈’을 통하여 자유를 사는 것을 용인·권장하는 것을 뜻하며, 이는 ‘유전무죄 무전유죄’ 현상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다. 정 회장의 사재출연 의사를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사실로 고려하여 집행유예를 내리기로 결정한다고 하더라도, 정 회장의 범죄로 인해 발생한 불법소득을 계산하여 이를 추징하고 사회봉사명령으로는 ‘육체노동’을 부과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허용되는 사회봉사명령의 요건과 범위에 대한 향후 대법원의 판결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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