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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자이야기] 피고(被告)

    김경수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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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고(被告)는 민사 소송에서 제소를 당한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글자 그대로는 소제기를 당하다라는 뜻입니다. 피(被)는 당하다이고 고(告)는 알리다라는 뜻으로 쓰인 경우입니다. 피(被)는 옷 의(衣)와 가죽 피(皮)가 합해진 글자입니다. 그러므로 살갗에 옷이 닿은 모양이 피(被)입니다. 옷도 윗저고리가 의(衣)이고 아랫도리는 상(裳)이니 적삼이 몸에 닿은 것이 피(被)입니다. 적삼 쪽에 가슴이 있으니 피(被)는 중요 부위를 가리는 옷입니다. 고(告)는 소 우(牛)와 입 구(口)가 합해진 것으로 소를 잡아 제사를 지내며 하늘에 알린다고 해서 알린다라는 뜻이 나왔다고 합니다. 다른 해석으로는 입 구(口)의 口는 짐승을 잡기 위한 함정이고 牛는 함정이 있음을 알리기 위해 꽂아 놓은 표지라는 설이 있습니다. 이것이 알리다라는 뜻으로 되었다고 합니다. 어쨌든 피고(被告)는 이런 뜻을 지닌 피(被)와 고(告)가 모여 이루어진 어휘입니다.

    몇 해 전입니다. 민사조정을 할 때, 아들이 아버지를 피고(被告)로 하여 재판을 청구한 사건을 다룬 적이 있습니다. 부자는 천륜의 관계로 서로가 버릴래야 버릴 수 없는 처지인데 송사까지 이어졌으니 참으로 안타까왔습니다.

    아들 이름으로 된 건물의 관리를 아버지가 하면서, 수입금을 제대로 주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이를 유흥비로 날리고 있다는 것이 아들의 주장이었습니다. 반면에 아버지는 내가 벌어서 차명으로 해 준 재산인데 내가 멋대로 쓰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 때 우리 조정팀은 부자를 분리하여 심리하면서 아버지를 크게 꾸짖었습니다. 자식 교육을 어찌시켰기에 이지경이 되도록 방치했느냐고 말입니다 심하게 책망하자 고개를 떨구고 순순히 조정에 응했습니다. 아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아버지를 피고로 해서 제소하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호통을 쳤지요. 설령 함께 돈 번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셨다고 하더라도 자식이 아버지를 욕되게 하는 법은 없다고 했지요. 아들도 순순히 잘못을 시인하고 이 사건은 종결되었습니다.

    논리나 법조문보다 인성(人性)의 가치가 살아 있음을 보여 준 판결의 하나였습니다. 색다른 피고(被告)라 아직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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