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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재해: 호주, 뉴질랜드 그리고 일본의 사례

    임종선 변호사(뉴질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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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글의 목적은 한국의 법조인들로 하여금 한국이 자연재해에 어느 정도 법적·제도적 준비가 되어 있는지 생각해 보고, 필요하다면 건설적인 토론이 진행되도록 토론의 단초를 제공하고자 하는 데 있다. 자연재해란 지진, 산사태, 해일, 태풍, 이상 기후로 인한 대규모 피해, 그리고 전쟁까지 포함하는 의미이다. 이를 위해 최근 주변국가 사례 세 가지를 비교할 것이다. 뉴질랜드의 지진, 호주 퀸즈랜드의 수해, 그리고 일본의 지진, 쓰나미,핵 연료 누출 사고 등이 비교 대상이다.

    비교는 여러 측면에서 가능하나 필자는 법적·제도적 접근방법을 이용하고자 한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우선 호주, 일본 그리고 뉴질랜드의 자연재해를 간단히 요약·정리한다. 이들 각 나라에서 진행되는 복구 과정을 살펴보자. 각기 다른 모습으로 진행되는 것을 확인할 것이다. 끝으로, 필자는 "누구를 위한 복구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해 보고자 한다.

    지난해 4월 7일 일본 후쿠시마 지역에 규모 8.9의 강진이 발생하였다. 이는 이어서 쓰나미로 발전하였다. 높이 40.5m에 이르는 규모의 쓰나미가 주위 마을을 순식간에 휩쓸고 지나가 버렸다. 일본 경찰의 집계에 의하면 1만5839명이 희생되었고 5950명이 다쳤으며 3642명이 실종되었다. 12만5000여 채의 주택 및 건축물이 파괴되었다. 440만명이 전기 없이 지내야 했고 150만명이 물이 없어 피난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보험 기준으로 피해 규모는 145억 달러에서 346억 달러에 이르는 피해를 기록하였다. 일본의 지진 역사에 기록되는 대규모의 피해였다.

    피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후쿠시마 핵 발전소가 피해를 입어 핵연료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발표에 의하면 지수 7에 이르는 피해가 발생하였다.

    지난 2010년 12월에 호주의 퀸즈랜드주에서 엄청난 양의 비가 내렸다. 주 전체의 4분의 3이 자연재해 구역으로 발표될 정도로 대규모의 수해였다. 주 경찰 발표에 의하면 35명이 목숨을 잃었고 9명이 실종되었다. 보험회사의 피해규모를 인용하면 300억 달러에 이른다.

    뉴질랜드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가? 2010년 9월 4일 뉴질랜드의 제2도시인 크라이스트처치에 지진계 7.1에 이르는 지진이 발생하였다.

    2011년 2월 22일 다시 한 번 6.4의 지진이 발생하였다. 이로 인해 많은 인명 및 재물의 피해가 있었다. 진원지가 도심에서 30km 외곽이고 지하 5km밖에 되지 않는 가까운 곳에서 발생하였다. 경찰의 집계에 의하면 181명이 사망했고, 수십 명이 실종되었다. 학교가 무너지고, 방송국 건물이 무너져 4층에서 일하던 일하던 직원들이 "정신 차리고 보니 창 너머에 도로가 보이더라"고 방송에서 인터뷰 하는 것을 보니 (건물이 무너져 4층 건물이 힘없이 바닥으로 내려앉은 듯) 그 파괴력이 가공할 만 하다. 한국의 유학생 자매가 희생된 곳이 바로 이 사건이다.

    이들 정부에서 이런 자연재해에 대처하는 방법을 비교 검토해 보자.

    뉴질랜드 정부는 지진으로 피해를 본 거주용 주택 중에서 지반이 약하다고 판단되는, 그래서 주택이 거주하기에 안전하지 못하다고 판단되는 주택 1만여 채를 구매해 주기로 결정하였다. 옵션이 있기는 하지만, 본인이 원하면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을 함께 정부에 매매하는 셈이다. 이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보험법의 중요한 원칙중 하나인 '대위의 법칙' (rules of subrogation)을 정부가 준용한 셈이다.

    오직 거주용 주택이 정부가 후원하는 EQC-insurance의 혜택을 본다. 이 때에 조건이 있다. 보험이 없으면 모든 형태의 보상이 없다. 상업용 건물은 어떤가? EQC의 관할범위 밖이다.

    뉴질랜드의 보험 EQC에 대해서 살펴보자. 개개인 주택 소유자가 보험을 가입하면 보험회사는 한편으로는 보험금의 일부를 정부에, 즉 EQC에 납입한다. Earthquake Commission의 약자이다.

    EQC는 그 역사가 오래된 법적 제도이다. 1948년 뉴질랜드 국회는 War&Damages Act라는 법을 통과시켰다. 자연재해 및 전쟁 등으로 인한 인명·재물의 피해에 대비해 국가는 펀드를 마련해 오고 있었다.

    1988년에 이 법은 그 명칭을 Earthquake Commission Act로 바꾸어 새 출발 하였다. 1988년 기준으로 그 기금이 1억5000만 달러에 이르렀다. 이 기금은 소득세가 면제되는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 2011년 기준으로 1988년 금액의 3배 이상의 기금이 모아졌을 것이라고 국민들은 분석하고 있다.

    EQC는 피해복구 매뉴얼을 미리 준비하고 있어, 재해 발생시에는 그대로 집행한다. 그때그때 방송에서 보여지는, 혹은 시민들의 의견에 따라, 흔히 감상적일 수 있는 인터뷰에, 이리저리 흔들리지 않는다. 무정하리만큼 각본에 따라 움직인다. 전체 복구 과정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 Recovery Authority가 설립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이번 캔터베리 경우에는 CERA (Canterbury Earthquake Recovery Authority) 가 설립되어 재해복구 과정을 진두지휘 하고 있다.

    보험회사가 보험금의 일부를 EQC에 납부하면 EQC는 보험 가입자에게 어떤 보상을 해 주는가? 보험회사와 EQC가 공히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은 EQC가 초기 $10만불 범위 내에서 먼저 책임을 지고, 그 이상의 금액만을 보험회사가 책임진다. 가령, 어느 주택이 15만불의 피해를 입었으면, 그리고 그 집이 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면, EQC가 초기 10만불 범위의 피해를 보상하고 그 이후 나머지는 보험회사가 $5만불을 책임지고 보상하는 셈이다. 피해를 두 곳에서 나누어 보상하는 셈이다.

    2011년 6월 (복구 작업이 시작된 지 4개월 이후)에 뉴질랜드 고등법원은 EQC Act의 일부 조항을 해석해 달라는 case stated appeal을 접수하였다. 그 질문인즉, 위에서 언급했듯이 EQC가 '초기'보상을 먼저 하는가 ? 다시 말해, 9만불의 피해가 있다면 이는 EQC가 보상하고 보험회사는 보상 책임이 없다는 의미인가라는 것이었다. 고등법원은 이에 대해 '그렇다'고 신속히 답을 함으로서 복구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혼선과 지연을 미연에 방지하는 현명함을 보였다.

    두 가지 교훈을 뉴질랜드의 경우에서 새겨보자. 첫째, 관 주도로 신속하다는 것이다. 두번째 '어려움을 정부와 보험회사가 나눈다'는 것이다.

    호주 퀸즈랜드의 복구 과정은 어떤가? 지난 2003년도에 퀸즈랜드 주정부는 Disaster Management Act라는 법을 통과시켰다. 자연재해에 대비하여, 펀드를 설립하고 이를 운용한다. 법에서 정한 의미의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Disaster Management Group(DMG)이 지역차원에서 그리고 주정부 차원에서 구성된다. 동시에 State Emergency Services (SES) 가 활동을 개시하고, 준비해 둔 펀드를 이용하여 주민들의 재건을 돕는다.

    주정부는 별도의 세금을 거두어 들인다. 2011년부터 '홍수세'를 징수하고 있다. DMG 혹은 SES는 뉴질랜드에서 보듯이, Management plan을 준비하도록 법은 규정한다. 이른바 비상 계획을 미리 준비하라는 의미이다. 사고가 발생한 이후 우왕좌왕하지 말고 미리 준비하라는 뜻이다. 뉴질랜드의 피해복구 매뉴얼과 마찬가지이다.

    미리 준비한 만큼 피해 지역을 복구하고 재건하는 데 이용되는 자금 여력이 생기기 마련이다. 10년 준비한 금액보다는 20년 준비한 금액이 클 것이고, 20년 준비한 금액 보다는 30년 준비한 금액이 클 것이다.

    퀸즈랜드의 법제는, 뉴질랜드와 비교할 때 대동소이하다. 거주용 주택이 개인 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면, 보상 범위에 포함된다. 상업용 건물은 이에서 제외된다. 다시한번 2중 보상의 현명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뉴질랜드의 두 가지 교훈을 모두 엿볼 수 있는 사례이다.

    일본의 경우는 어떤가? 뉴질랜드와 호주와는 달리 정부 보험 계획(government insurance scheme)이 존재치 않는다. 피해자 개개인이 보험을 가입하였으면, 그래서 약관에 의하여 보상되면 자연재해로부터 보상을 받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안타깝지만, 노력해서 모은 재산은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경우가 많다. National Recovery Administration은 피해지역을 신속히 '정돈'하는 역할을 맡는다. 한국의 '군대'처럼 신속히 치우고 깨끗이 정리한다. 최소한 보통 사람의 눈에 보기에는 신속한 재건이 이루어진다.

    과연 그럴까? 이들은 무엇을 재건하고 있는가? 일본 중앙은행은 복구를 위하여 1830억 달러를 피해 지역에 긴급투자 했다는 보도가 있다. 이 복구 자금은 어디로 흘러 들어갔을까? 건물을 복구하는 데? 도시를 재건하는 데? 주민의 삶을 복구하는 데 그 복구 자금이 직접적으로 쓰인다는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 본인이 보험을 가입하였으면, 그 보험 가입에 따른 약관이 정하는 대로 보상을 받는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으면 '개개인의 불운'으로 결론이 나고 만다. 일본정부가 망가진 주민들의 삶을 재건한다는 노력은 보여지지 않는다, 최소한 독자에게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대위의 법칙에 따라 보험 시시비비를 해결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고, 어려움을 나누기는 하나 그 혜택이 주민에게 주어지는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

    뉴질랜드의 경우처럼 지방정부가 개입하여 보험 시비를 가리는 것이 무슨 차이가 있는가? 보험법의 근본적 원칙 중 하나인 '대위의 원칙'을 보험회사가 아닌 정부가 이용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개개인이 보험회사를 상대해야 하고 이는 1∼2년에 해결되지 않는 문제로 남는다. 아래에서도 이야기하겠지만, 보험회사가 부도나거나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야 해결되는, 그래서 아무 쓸모 없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농후한 그런 시시비비를 정부가 신속히 해결할 수 있다면, 법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이를 예측하고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두번째, 2중 보상 계획이 가져다 주는 부수적인 이점이 있다. 필자의 경험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론상으로 보자면, 호주·뉴질랜드의 경우처럼, 보험 가입이 되어 있는 주거용 주택은 자연재해가 발생하게 되면, EQC-개인 보험으로 이어지는 2중 보상제도가 법·제도적으로 준비되어 있다. 현실은 어떠한가? 안타깝지만, 크라이스트처치 정도의 피해가 발생하면 적지 않은 보험회사가 부도 위험에 처하게 되고 결국은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살아 있다. 바로 이 대목에서 EQC-개인 보험으로 이어지는 2중 보상 (double buffering)제도가 그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어려움을 정부와 보험회사가 나눔으로써 피해 입은 주민들에게 계획한 대로 보상을 해 주게 되는 것이다. 이런 식의 2중 3중의 안전장치가 없다면? 보험회사가 계획된 보상을 못하게 되는 순간, 주민이 그 도시를 떠나고, 비즈니스가 그 도시를 떠나고, 학교가 문을 닫고, 사람들이 이어서 도시를 떠나고 그래서 결국은 도시가 죽어가고.

    정리해 보자. 재해 복구의 관건은 신속성이고 어려움을 나눌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호주 정부는 이 중에서 최소한 두번째 교훈을 지켜내고 있는 듯하다. 뉴질랜드의 경우 두 가지를 모두 지켜내고 있는 듯하다. 일본의 경우, 안타깝게도, 눈에 보이기는 신속히 재건하는 듯 보여도, 사실은, 핵심이 빠진 듯하다. 무엇이 핵심인가?

    자연재해-재해복구는 그 도시의 주체인 그곳 주민들의 삶을 재건하겠다는 인도주의적 원칙이 전제되지 않으면 안된다. 이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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