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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폭탄법규

    김종길 변호사(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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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년 9월 1일부터 시행된 상무부의 한 규정은 중국투자, 중국기업 해외IPO등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2000년 이래로 10여년간 "역사의 타협"이라 불리는 계약통제(協議控除, VIE)에 대하여 중국정부가 드디어 칼을 뽑아들었다고 받아들일만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규정의 제목은 <외국투자자경내기업인수합병안전심사제도를 실시하는 규정>이며, 관련조문은 제9조로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외국투자자가 경내기업을 인수합병하는데 대하여, 거래의 실질내용과 실제영향으로 인수합병거래가 인수합병안전심사의 범위에 속하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외국투자자는 여하한 방식으로든 실질적으로 인수합병안전심사를 회피할 수 없으며, 여기에는 지분대리보유, 신탁, 다단계재투자, 임대, 대출, 계약통제, 경외거래등 방식을 포함하나 이에 한정되지 아니한다."

    얼마 전에 중국 알리바바의 창업자인 마윈이 알리바바의 핵심자회사이며 중국내 온라인지급분야에서 독보적인 1위업체인 알리페이(支付寶)의 지분을 알리바바에서 분리하여 자신이 별도로 만든 내자기업으로 임의로 이전시켜 제3자지급업무라이센스를 취득하였는데, 문제는 지분이전에 대하여 알리바바의 대주주로 각각 30%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야후와 소프트뱅크의 동의를 받지 않았던 것이다. 마윈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중국인민은행에서 제3자지급업무의 라이센스를 신규발급하면서 계약통제모델은 안된다고 하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윈의 이 말은 메가톤급 폭탄이었다. 그후 야후의 주가는 물론이고, 미국에 상장된 계약통제방식의 중국개념주도 폭락하게 된다. 그후, 인민은행의 관리들이 '계약통제가 안된다는 것은 아니다', '외자가 들어온다면 관련규정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는 입장을 여러 경로를 통해 밝히면서 어느 정도 진정되었다.

    이런, 배경하에서 상무부가 다시 계약통제모델에 대하여 '안전심사'를 진행하겠다는 규정을 내놓으니, 중국정부가 계약통제모델에 대하여 손을 대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이라고 이해하기 충분한 상황이었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이어지는 추측보도였다. 증감회의 <투더우왕(土豆網)등 인터넷기업해외상장에 관한 상황보고>라는 제목의 정체불명의 내부보고서 문건이 떠돌았는데, 그 내용은 중국내 주요인터넷기업들이 모두 해외상장되어 있어 인터넷국가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으며, 이들이 계약통제모델을 채택하여 국내관리감독을 회피하고, 또한 남용되는 추세에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결론적으로 계약통제모델에 대하여 규제를 함으로써, 하이테크인터넷기업의 국내상장을 유도하고, 해외상장된 기업은 국내로 돌아오도록 점차 유도해야 한다고 하였다.

    계약통제는 지금까지 회색지대였다. 만일 중국정부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입장을 정하고 이를 집행한다면 그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중국에 진출한 온라인게임분야, 홈쇼핑사업분야, 인터넷관련분야, 부가통신사업분야, 교육분야등은 기본적으로 모두 계약통제모델이다. 그리고, 이 분야의 수많은 중국기업이 계약통제방식으로 해외상장을 이미 했거나 해외상장을 준비하고 있으며, 외자도 PE등의 형태로 많이 참여하고 있어, 외국투자자 및 해외상장하려는 중국기업 모두에게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중국정부가 이런 폭탄성 법규를 내놓은 것이 한두번은 아니다.

    우선, 2009년 9월 28일자로 신문출판총서, 국가판권국의 <국무원 '삼정규정' 및 중앙편판의 관련해석을 관철집행함에 있어서, 온라인게임의 사전심사 및 수입온라인게임의 심사관리를 추가로 강화하는데 관한 통지>가 나왔을 때도 온라인게임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제4조에서 "외국투자자가 독자, 합자, 합작등 방식으로 중국경내에서 온라인게임운영서비스에 종사하는 것을 금지한다. 여하한 외국투자자도 다른 합자회사를 설립하거나, 관련계약을 체결하거나 혹은 기술지원을 제공하는 등 간접적인 방식으로 실질적으로 경내기업의 온라인게임운영서비스를 통제하거나 참여하여서는 아니된다. 또한 유저등록, 계좌관리, 포인트카드소비등을 통하여 외국투자자가 실질적으로 통제하거나 소유권을 가진 게임네트워크, 대전플랫폼등에 직접 접속하는 방식으로 우회적으로 온라인게임운영업무를 통제, 참여할 수 없다."고 규정하였던 것이다.

    이 통지는 아래와 같은 배경하에서 나왔기 때문에 더욱 온라인게임회사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블리자드는 중국내에서 가장 인기있는 해외온라인게임인 WoW의 중국내 배급권을 가진 파트너를 바꾸어 버렸다. 그 동안의 사업파트너였던 The Nine(九城)과의 계약기간이 만료되자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Netease(網易)를 새로운 파트너로 선택하였고, The Nine은 이에 반발하여 블리자드를 제소하면서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중국정부는 블리자드와 Netease간의 계약통제모델에 따른 사업내용에 대하여 조사를 진행하였고, 그 후에 이 통지가 나온 것이다.

    통지의 문언대로 집행한다면, 외국투자자는 중국내의 온라인게임사업에 발붙이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통지가 나온 이후에도 중국정부는 온라인게임사업분야의 계약통제방식에 관하여 종전에 비하여 특별히 까다롭게 규제하지는 않고 있다.

    그리고, 2009년 12월 10일,홈쇼핑사업에도 관계자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법규가 나왔었다. 광전총국이 내놓은 <TV홈쇼핑채널건설과 관리에 관한 의견>이 그것이다. 이 규정에는 여러가지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만, 그 중 "전국에 방송되는 홈쇼핑채널의 자체개시자금(自體啓動資金)은 1억위안(한화 약180억원)이상이어야 하며, 성급행정구역내에서 방송되는 경우에는 5000만(한화 약90억원)위안이상이어야 하며, 시급행정구역내에서 방송되는 경우는 3000만위안(한화 약54억원)이상이어야 한다."(제6조), "방송기구는 엄격하게 홈쇼핑채널의 소유권과 프로그램편성, 심사, 방송권을 장악하는 전제하에서, 홈쇼핑채널의 상품개발, 프로그램제작, 정보관리, 정보관리, 콜센터, 물류배송, 애프터서비스등 경영성업무를 분리하여, 요건에 부합하는 국유, 민영기구와의 사이에 방송기구가 지배지분을 가지는 홈쇼핑경영기업을 설립할 수 있다. 그 중 콜센터, 물류배송, 애프터서비스등은 계약방식으로 전문기구에 위탁하여 경영할 수 있다."(제10조). "방송기구는 사회합작과정에서, 홈쇼핑채널자원을 현물출자 혹은 합작조건으로 할 수 없으며, 프로그램심사비, 방송비 및 채널점용료를 수취하는 등의 방식으로 홈쇼핑채널을 우회적으로 임대, 양도할 수 없다."(제14조)는 내용들이 있었다.

     이 규정도 전국의 지방방송국들이 홈쇼핑사업분야에 속속 진출하는데, 일부는 외국기업과 합작을 통하여, 일부는 자체적으로 혹은 국내합작으로 진출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이 과정에서 채널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고, 광전총국으로서도 홈쇼핑사업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를 고민한 결과로 나온 것이다. 만일, 이 규정을 엄격하게 집행한다면, 외국자본이 계약통제모델로 홈쇼핑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었다. 특히, 내자기업의 최소개시자금을 자본금에 관한 규정으로 집행한다면 이를 준수하는 것이 계약통제모델로는 쉽지 않으며, 제10조는 홈쇼핑회사의 51%이상지분을 방송국이 보유해야 하고, 요건에 맞는 국유, 민영의 참여는 가능한데, 외자도 참여가능한지가 명확하지 않았다. 다만, 이 규정이 나온 이후에도 아직까지 계약통제모델의 홈쇼핑회사들에 대하여 자본금요건을 집행하지도 않고 있고, 외자의 계약통제모델에 의한 홈쇼핑사업참여에 대하여 직접 칼을 대지도 않고 있다.

    앞에서 언급했던, 계약통제모델에 관한 상무부의 규정도 지금 당장 집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얘기되고 있다. 다만, 정부의 각 부서가 계약통제모델에 대하여 어떤 입장을 취할지에 대하여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현재로서는 전면적으로 금지시키거나 제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예상이다.

     중국의 신규법규를 보면, 이처럼 폭탄성 법규가 나온 후, 관련자, 여론, 심지어 다른 정부부서가 반발을 하는 경우, 당해 법규를 실질적으로 집행하지 않고 그냥 묻어두는 경우가 종종 있다. 법제가 완비된 선진국에서는 잘 발생하지 않을 일이지만, 중국에서는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그 이유를 따져보면 아마도 다음과 같은 몇 가지가 아닐까 생각된다.

     첫째, 중국은 아직 법치주의가 완비되지 않았다. '국민의 권리의무에 관련되는 것은 반드시 법률로 정해야 한다'는 것이 법치주의, 그리고 삼권분립의 대원칙인데, 중국에서는 이것이 관철되고 있지 않다. 물론, 중국은 헌법상 삼권분립이 아닌 민주집중제를 채택하고 있어서 자본주의국가의 이런 법원칙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어쨌든 '국민의 권리의무에 관련된 사항'이라고 하여 반드시 '법률'로 정하지 않고 있다. 국무원규정(우리나라의 대통령령) 혹은 부위규장(우리나라의 부령)에서 규정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국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이 조금은 졸속으로 제정되는 경우도 생기는 것이다.

    둘째, 중국의 정부부서는 우리보다 독립성이 강하다. 우리나라는 '국가'가 하나의 '법인'이지만, 중국은 국가의 각 기관이 하나의 '단위' 즉 '법인'이 된다. 예전 모주석시대는 "대이전, 소이전(大而全, 小而全)," "참새는 비록 작아도 오장육부는 다 있다(麻雀雖小, 五臟俱全)"는 시대였다. 즉, 각 기관은 독립적으로 생존가능하도록  안에 학교, 병원, 택시회사 등등을 모두 갖추었었다. 그러다보니, 각 기관의 독립성이 비교적 강한 편이다. 새로 법규를 만들어야 할 상황이 생기면, 각 기관은 서로 협력해서 하나의 법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각 기관이 따로 법규를 만들고, 그 법규들간에 서로 충돌이 생기면 국무원등이 주도하여 여러 기관을 모아서 논의한 후, 여러 기관이 공동명의로 법규를 반포하여 입장을 통일시켜 해결하곤 해왔다.

    셋째, 중국은 법규를 제정하면서 기존법규와의 충돌문제에 대하여 충분히 검토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보니, 공포되는 법규에 우리나라의 법규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경과규정'이 거의 없다. 새로 만든 법률법규들과 충돌되는 기존규정은 나중에 모아서 수십, 수백건을 한꺼번에 폐지, 실효시키는 규정을 반포해서 정리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아마도 중국의 법률법규가 아직은 '건설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은 각자 기둥을 세우고, 서까래를 놓고, 벽을 만들고, 문과 창문도 달고 하다보니, 아직은 문이 좀 크거나 창문이 좀 작거나 하여 딱 들어맞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국의 법률법규를 대할 때에는 법치와 제도가 완비된 나라의 법률법규를 대할 때와는 다른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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