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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주말

    '탁구의 추억' 조순열 변호사

    합판 잘라 라켓 만들고 마루에 금그어 탁구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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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전 탁구 이야기를 담은 영화 '코리아'를 관람하였다. 남북한단일팀을 구성하여 당시 '넘을 수 없는 만리장성'으로 일컬어지던 중국탁구를 격파하는 짜릿함, 그 과정에서 느끼는 남북한의 동족애와 분단의 아픔을 동시에 그려내는 감동적인 영화였다.

    나의 탁구 역사는 1970년대 후반 초등학교 시절, 버스가 닿는 아랫마을까지 10리나 되는 전라도 곡성의 한 산골마을에서 시작되었다. 형(경희대 강동병원 교수)과 나는 어렵게 탁구공을 하나 마련하고, 탁구라켓은 버려진 합판을 잘라 만들고, 탁구대는 나무마루에 금을 그어 원시적인 모습의 탁구를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4개의 나무토막을 같은 높이로 잘라 마당에 세우고, 그 위에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던 제판을 올려 한층 업그레이드된 탁구대를 만들었다. 판자를 붙여 만든 것이라 접합면에 공이 잘못맞아 불규칙바운드가 자주 생기지만 그 또한 운이고 실력이었다.

    동네 아이들은 탁구를 치기 위해 우리집으로 몰려들었고, 개인전인 단식은 물론이고, 친한 사람끼리 복식팀을 만들고 시합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진팀은 이긴팀에게 대신 소몰이 해주기, 땔감 한 지게 해주기, 도랑에서 멱 감을 때 이긴 팀보다 나중에 들어가기(깨끗한 물에 먼저 들어가서 물장구를 치는 것은 상당한 특혜였다.)등 상당한 손실을 감내해야 되기 때문에 그야말로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했었다.

    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 고향을 떠나 광주로 유학을 갔는데 김택수 선수(남자탁구 국가대표 감독)를 배출한 학교로 배정이 됐고, 다른 학교에 비해 학교 앞에 탁구장이 많았고, 학생들도 탁구에 관심이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아프리카 산골마을에서나 볼 수 있는 원시 탁구를 넘어 진정한 탁구의 맛을 보게 된 영광스런 기회였다. 더욱더 놀라웠던 것은 라켓바닥이 평소 보던 라켓에 비해 넓고 양면을 쓸 수 있는 독특한 모양의 라켓이 있었고, 평소 사람들이 찾지 않는 라켓이어서 시골에서 유학한 외로운 내 마음과 같아 친구처럼 나의 라켓이 되었는데 그 것이 쉐이크핸드라켓이었다. 쉐이크핸드(양면 라켓)는 팬홀더(단면 라켓)에 비해 무거워 속도가 느린 반면 상대방 공격스피드를 흡수하는 능력이 뛰어나고,뒷면을 이용할 경우 상대방이 예측하지 못하는 공격을 감행할 수 있어 상당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 라켓이다. 쉐이크핸드의 최대 장점은 수비형에 적합하여 조금만 연습을 하면 같이 치는 상대방이 마음껏 칠 수 있도록 배려를 해 줄 수 있고,복식을 칠 때 팬홀더를 이용하는 같은 팀 사람과 절묘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당시 쉐이크핸드는 한국선수에게는 적합하지 않았고,유럽선수들이 많이 이용하였다. 영화 코리아에서는 리분희 선수가 이용하는 라켓이다).

    조순열(40·사법연수원 33기) 변호사가 1일 서울 서초동의 한 탁구장에서 자신의 쉐이크핸드라켓으로 공을 넘기고 있다. 대한변협 청년부협회장이기도 한 조 변호사는 초등학교때부터 30여년 넘게 탁구를 쳐 온 '탁구 마니아'다.

    법조인들 중에는 탁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 공부에 집중을 하다보면 피가 머리로 쏠려 얼마지나지 않아 능률이 현저히 떨어지게 되는데 탁구는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적합한 운동이다. 발은 공을 따라 계속해서 움직여야 되고, 팔은 끊임없이 공격과 수비를 반복해야 되고, 허리는 공의 스피드를 극대화하기 위해 칠 때마다 움추렸다 펴주어야 하고, 눈은 빛의 속도로 움직여 주어야 엄청난 속도의 순간스피드를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탁구는 그야말로 전신운동의 대가라고 불릴만 하다.

    신림동 고시공부 시절 탁구에 미친 친구들 10여명이 있었다. 복식팀으로 5팀정도 되었는데 점심을 먹고 시합을 하여 최하위팀은 맥주를 사고, 4위팀은 저녁을 사고, 3위팀은 탁구장비용을 내고, 2위팀은 음료수나 아이스크림을 사고, 1위는 무상으로 즐기는 시상식을 하였다. 일주일에 평균 2회정도는 반복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사촌누이(김숙희 변호사, 39기)와 한편을 먹었는데 우리팀이 가장 많은 1위를 하였다. 우리팀은 영화 코리아의 남북한단일팀보다 호흡이 잘맞았고 실력에 비해 시합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

    탁구의 복식은 같은 팀 선수의 구질, 각도, 스피드 등을 잘 읽고 있어야 같은 팀 선수가 공을 친 후, 상대방에서 돌아오는 공에 대비가 가능하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격려는 복식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남북한단일팀이 당시 넘기 어려운 만리장성을 넘어 우승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같은 팀 선수에 대한 무한신뢰와 격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변호사들이 주중에 운동시간을 갖기란 참으로 어렵다. 주말에 단 한시간이라도 시간을 내어 운동을 해야 활기찬 주중생활이 가능할 것이다. 서초동에 살다가 종로쪽으로 이사를 한지 4년이 되어 쉐이크핸드라켓의 앞뒷면 이질라바를 다시 구입하였다. 구청 탁구동호회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여 가입을 준비하고 있다. 잊혀진 탁구의 추억이 되살아 나 한다발 소송기록을 들고 법정에 들어가는 것보다 마음이 설레인다.
    마세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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