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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주말

    영화 '건축학 개론'을 보고

    조대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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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싱그럽고 화려한 봄의 향연은 새 생명이 움트는 잔인한 사월을 거쳐 신록의 계절 오월에 이르러 그 절정을 이루는 것 같다. 눈부시게 맑은 오월의 햇살과 뽀얀 안개비에 이슬을 잔뜩 머금은 사월의 벚꽃 잎들의 흩날리는 모습은 흩뿌리며 대지를 하얗게 적시는 십이월 한겨울의 눈과 같이 첫사랑의 느낌을 간직한 듯하다. 스토리를 단시간에 생생히 시공을 초월해 스크린에 옮겨놓을 수 있는 영화는 뮤지컬이나 오페라의 무대공연 못지 않은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최근 이런 첫사랑의 감성과 영화의 또 다른 재미로 스크린을 두 번이나 찾게 한 멜로영화 '건축학개론'은 그 흥행기록 못지않게 남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한겨울 눈처럼 포근하고 가슴 저린 아름다운 첫사랑의 이야기를 담아 욘사마열풍을 일으키며 남이섬, 외도 등을 한류팬들의 관광명소로 만들고, 한류문화의 주역이 된 드라마 '겨울연가'나 1970년대 순수했던 정서를 봄비와 우산으로 한폭의 수채화 같은 영상에 담은 요즘 드라마 '사랑비' (윤석호 연출, 오수연 극본)처럼, 첫사랑의 추억은 현재에서 바라보는 그 때 그 시절의 처음 느낀 애틋함인지 모른다.

    삼십대 건축가 승민(엄태웅, 이제훈 분) 앞에 십년이 훌쩍 지나 나타난 첫사랑 서연(한가인, 수지 분)이 자신의 제주도 집의 설계를 부탁하면서, 그들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1990년대 대학시절 풋풋하고 애틋한 모습들을 그려낸 건축학개론 또한 그런 첫사랑의 추억을 담고 있다. 숫기 없던 스무살 청년 건축학도 승민은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처음 만난 음대학생 서연과 교수가 내준 과제를 함께 하면서 호감을 느끼지만, 끝내 그 마음을 고백하지 못하고, 보다 성숙해져 중년을 바라보는 나이에 다시 만나 그 때 그 시절의 아련한 첫사랑의 추억으로 둘만의 은밀한 설레임을 느낀다. 칙칙한 대학가 자취방, 평생을 써도 다 못쓸 것 같은 1GB용량 컴퓨터, 요란스레 울려대는 삐삐, 온라인 채팅의 신세계를 이끌었던 PC통신, 휴대용 CD플레이어, 필름카메라, 등 당시를 추억할 수 있는 다양한 소재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그 시절의 느낌에 흠뻑 젖게 했다. 사랑을 알아가는 젊은이들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공감할 수 있는 승민의 친구 납뜩이의 감칠 맛나는 대사들과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 등 노래들이 어쩌면 아날로그 세대의 마지막일지도 모를 그 시절 젊은이들의 사랑과 고뇌, 낭만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었다.

    새로 이사와 낯설기만 했던 동네어귀가 정든 고향처럼 느껴질 만큼의 시간이 흘러 서연은 승민에게 다가갔지만, 두 사람의 첫사랑이 교감을 이루기도 전에 끝나버린다. 웅장하거나 스팩터클한 블랙버스터가 아니라 평범한 우리들 모두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인물들의 정서적 공감을 이끌어내는 세밀한 스토리전개는 또 다른 매력인 것 같다. 사랑을 결혼, 이혼, 가족관계 등 현실의 법으로 그 이론적 법률관계를 구성할 수 있을진 모르지만, 사랑이 주는 느낌과 감동만은 문자화된 법으론 도저히 그려낼 수 없을 것이다. 사랑을 하는 법은 그 시대와 사람에 따라 다양한 색깔로 나타낼 수 있을지라도,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공감, 배려의 마음만은 법률로는 규정할 수 없는 진정으로 사랑을 이끌어갈 수 있는 변하지 않는 인간 본연의 모습이자 자연의 법칙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세월의 흐름 속에도 가끔씩 생각나는 가슴 저민 첫사랑은 사랑을 하면서도 경험이 없어 하염없이 힘들게만 느껴져 때론 괴로워하고 답답함에 가슴 아파하며,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용기조차 가질 수 없게 만들곤 한다. 온갖 꽃들이 가득한 이 푸르른 계절에, 젊은 시절 수줍고 순수한 사랑이 점점 물질적, 계산적으로 변해간다고 느낀다면, 화사한 봄볕이 가득한 버스창가에서 서연과 함께 하며 가슴 벅찻고, 서연의 조그만 행동 하나에도 가슴 설레던 승민의 첫사랑의 감정 그대로, 남몰래 가슴 속에 묻어 두고 간직했던 애틋한 첫사랑의 소중한 기억들을 꺼내어 추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세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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