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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법조

    중국기업으로부터 투자유치 하려면

    함대영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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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신문의 국제경제면을 읽다 보면 유럽의 재정위기를 틈타 중국기업의 유럽기업 인수합병이 급증하고 있다는 기사를 심심찮게 읽게 된다. 사실 지난 몇 년간 중국기업의 해외투자 규모는 놀라운 규모로 이루어졌다. 중국은 2001년 12월 국제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중국기업의 해외투자를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소위 "주출거(走出去,Going out)" 정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였고, 2011년 한 해에만 해외투자액이 한화로 50조원을 돌파하였다. 그러나 정작 중국기업이 한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왜일까?

    그 이유에 관하여, 중국기업이 몇 번의 실패를 경험한 후 한국투자에 대한 매력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이전의 한국 투자는 180여개 국가와 지역에 행해졌던 수많은 투자들 중 하나였을 뿐이고, 그 투자금액도 2011년 말 기준 해외투자 누적금액인 미화 약 3,000억달러에 비하면 극히 미미하다. 특히 중국기업의 지난 몇 년간 사례들을 보면 한국에서 겪은 것보다 더 쓰라린 투자 실패 경험들이 적지 않다. 필자는 올해 초 북경에서 중국 상무부가 후원하는 중국 기업의 해외투자를 위한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었는데, 한국에서는 듣기에도 생소한 '내란 리스크', '국유화 리스크'라는 말을 세미나 도중 수차례 들을 수 있었다(중국의 석유업종 관련 최대투자국은 지금도 내란이 끊이지 않는 아프리카의 한 국가이고, 중남미의 한 국가는 갑자기 석유법을 개정하여 자국 내 모든 외국인투자 석유기업에게 이윤의 50%를 정부에 납부하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하는 바람에 중국 기업도 큰 손해를 보았다고 한다. 최근 사례로는 리비아에서의 투자손실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그 동안 중국기업의 한국투자가 저조했던 주된 이유는 중국 투자자의 감정이 아닌 이성, 다시 말하면 사업적인 관점에서 찾는 것이 적절할 듯하다. 즉 중국기업이 필요로 하는 사업을 하면서 국제적인 경쟁력도 갖춘 한국기업이 매물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실제로 올해 들어 한국기업 인수에 관심을 표명하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중국기업들이 조금씩 출현하고 있는데, 대상 한국기업이 영위하는 업종을 보면 당해 중국기업으로서는 충분히 사업상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들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중국기업의 한국기업 인수에 관해 득실을 따질 경우, 어떠한 관점을 가지느냐에 따라서 다양한 견해가 존재할 수 있으리라 본다. 다만 여기에서는 종래 우리가 익숙하게 대해 온 미국이나 서유럽의 투자자(기업 내지는 펀드)와 비교할 때 중국기업이 인수자로 나설 경우 매도인인 한국기업(혹은 그 주주)이 법률적인 관점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몇 가지 사항들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무엇보다도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협상이 신속하게 종료되어 본계약을 단기간 내에 체결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중국법상 제약으로 인하여 인수대금을 곧바로 받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중국은 해외투자 과정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유형의 실패를 맛보았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모니터링의 일환으로 중국기업의 해외투자에 대하여 여러 정부기관의 중첩된 심사허가, 등록, 등기 등의 절차를 밟도록 하고 있다. 비록 그 규제가 지속적으로 완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그리고 상당히 복잡하다. 우선 중앙기업(국무원 산하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의 관리감독을 받는 국유기업)은 매년 초 자신이 계획하는 해외투자에 관하여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에 등록부터 하여야 한다. 단, 해당 투자업종이 당해 중앙기업의 주력업종이 아니면 등록이 아니라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현재 동 위원회는 원칙적으로 허가를 내어 주지 않고 있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나아가 모든 중국기업은 미화 1억불 이상의 해외인수합병 거래를 하기 전에 국무원 산하 '국가발전과개혁위원회'에 보고를 하고 확인서(confirmation letter)를 발급받아야 한다. 그 후 중국기업은 다시 투자금액, 투자대상업종, 투자대상국가를 기준으로 국가발전과개혁위원회가 세분화한 기준에 따라서 성, 직할시, 자치구를 관할하는 발전과개혁위원회나 국가발전과개혁위원회 혹은 국무원의 심사허가를 받거나, 또는 국가발전과개혁위원회에 등록을 하여야 한다. 그 후에는 다시 투자금액, 투자대상업종, 투자대상국가를 기준으로 중앙정부 상무부가 국가발개위와는 별도로 세분화한 기준에 따라서 성, 직할시, 자치구 단위 상무부서나 중앙정부 상무부로부터 심사허가를 받게 된다. 이 모든 절차를 마치고 난 후에는, 인수대금을 해외로 송금하기 위해 다시 관할 외환관리부서에 외환등기를 경료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결국 인수대금을 한국으로 송금하기 위해 여러 정부기관들을 돌아 다니면서 각종 허가 내지 등록, 등기를 하여야 하는데, 이에는 최소 몇 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는 곧 한국기업이 신속한 대금 수령을 원할 경우 중국기업을 매수인으로 삼기가 상당히 부담스러움을 의미한다.

    또한 중국기업이 장래 이러한 각종 인허가를 완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100% 장담하기가 힘들다. 이와 관련하여 영국의 한 로펌에서는 최근 3년간 중국 기업이 이러한 인허가 획득에 실패한 비율이 약 8%라는 통계를 낸 적도 있다. 따라서 한국기업으로서는 협상 시작단계에서부터 중국기업으로 하여금 중국 정부기관과 충분히 사전접촉을 하고 비공식적으로라도 긍정적인 내락을 받도록 촉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당해 중국기업이 국유기업일 경우 전면에 나서지 않는 또 하나의 상대방과 협상을 하여야 함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는 당해 국유기업을 관리·감독하는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이다. 중국 관련 업무를 해 본 사람은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이 보이지 않는 상대방은 협상 과정에 자주 나서지는 않지만 한 번 나서면 설득하기가 지극히 어렵다.

    따라서 중국기업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고자 하는 한국기업은 한국법 보다는 오히려 중국법의 측면에서 걸림돌이 많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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