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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주말

    "나는야 주말 요리사" 서영득 변호사

    반찬투정 하다 김치찌개부터 시작… 의외의 재미에 '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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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의 날씨, 등산, 주말농장, 여행, 학원주말반, 주말드라마, 휴일, 쇼핑, 목욕, 골프, 주말특선, 주말의 명화, 주말놀이, 주말운동, 주말예매권, 주말부부, 독서, 잠...... 주말이라고 하면 으레 떠오르는 것들이다.

    남들은 주말이면 빠져드는 새로운 세계를 갖고 각자의 발전을 꾀하고 있는 것 같으나 나에게는 특별함이 없다. 앞에서 열거한 것들 중 어느 것이 가장 관심사항일까. 날씨 좋으면 골프하러 가고, 등산모임 있으면 어쩌다 가고, 이도 저도 없으면 늘어지게 잠자고, 마누라한테 미안할 때쯤 되면 영화 한편 보러가고, 결혼식 안가도 되는 행운이 있으면 밀린 책 읽고 그래그래 보낸다. 누구는 색소폰을 불고 오카리나를 배우고, 누구는 사진 찍으러 단체로 떠나고, 전국으로 인문학 여행을 떠나는 등의 고상한 여유가 나에게는 없다. 지친 일상의 찌꺼기를 정화하는 필터로 사용하기에도 시간이 급급하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하니 주말의 일상은 없다손 치더라도 나에게도 내세울 수 있는 주말의 이벤트가 있다. 주말이면 기다려지는 새로움에 대한 설레임을 갖게 하는 무엇이 있는 것이다.

    서영득 (54·한국항공대학교 초빙 교수) 변호사가 지난 5일 서울 삼성동 자택의 부엌에서 앞치마를 하고 요리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백성현기자>

    언제부터인가 주말이면 음식을 하나씩 만들어 보기 시작하였다. 쉽게 시도할 수 있는 김치찌개가 일번이었다. 나의 요리의 시작은 늘 가사 일에 힘들어 하는 아내를 위해서가 아니라 늘 같은 것을 먹어야 하는데서 오는 반찬투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내 음식을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 아이들은 색달라서 좋아하고 아내는 힘들이지 않고 앉아 먹을 수 있어 좋아하고 나는 이런 좋아하는 것 때문에 기분 좋아 지고. 해 볼 만한 일이었다.

    특히 비가 와서 주말 운동을 못하는 날에는 더 없이 실력발휘를 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좀 더 다양하게 시도해 보게 되었다. 삼겹살 김밥, 제육볶음, 스테이크, 감자탕, 생선찌개, 된장찌개, 순두부찌개, 김치전, 미역국, 계란부침개, 게찜, 카레밥 등등. 그런데 내가 하는 요리는 다양한 재료를 섞어 퓨전식으로 하다 보니 음식 명칭은 앞서와 같이 사용할 수 있으나 결과물은 거의 다른 것들이다.

    거창한 레스토랑에서 볼 수 있는 서양식 요리는 아닐지라도 지금까지 외식하면서 눈여겨 보아온 음식들을 시도해 보며 또 완성된 음식을 큰 쟁반에 요리조리 나누어 담아 나름 멋도 부려본다. 누구는 늘그막에 아내로부터 구박받지 않으려면 요리를 배워야 한다고 하지만 요리 그 자체의 즐거움이 쏠쏠하다. 다음번에는 무엇으로 '서프라이즈'를 외쳐볼까, 즐거움 속에서 구상해 본다. 점점 난이도가 높아져 남몰래 인터넷을 뒤져 레시피를 연구해야 할 때도 올 것 같다. 나의 주말은 멋대가리 없어 보이는 이런 기다림이 있어 행복하다. 아직은 날씨가 좋으면 골프를 가는 것이 솔직히 더 낫지만 요리 실력도 늘고 감평 할 수 있는 식구들이 늘어난다면 이쪽으로 투자하는 것이 우선이 될지 누가 알 수 있는가.

    이참에 요리에 대해 집중 공부해 보고 싶은 욕망도 꿈틀댄다. 기침이나 알레르기에 좋은 음식, 체질에 맞는 음식처럼 요리와 건강에 대한 분야로 외연을 넓힐 수도 있지 않을까. 아무래도 너무 많이 나간 것 같지만 히포크라테스마저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약으로도 고칠 수 없다고 했으므로 음식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리라.

    이번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아직은 내가 엄두를 낼 수 없는 송어회를 먹으러 떠나보려고 한다. 혀끝에 사르르 녹는 감칠맛을 슈베르트의 송어 노래와 함께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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