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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주말

    '차 한잔의 여유' 강민구 부장판사

    茶香에 끌려 茶道에 들어서니 ‘火’는 저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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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마다 5월이면 보성, 하동, 제주 지역에서는 녹차축제가 한창이고 찻잎의 물결이 그림처럼 출렁거린다.

    2000년 경 대구지법 초임부장 시절 딸 친구 부친인 목남 선생님을 만난 인연으로 차와 다도라는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팔공산 만선다원, 청도 인근 찻집 등에서 다도의 깊이를 어깨너머로 보면서 상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법조인의 덕목 중 하나가 다도를 통해 '수승화강'을 생활화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이미 우리네 선조는 고려, 조선 시대 내내 차와 가까이하였다. 조선 시대 사헌부에서는 아침 조회, 퇴청 종례시 '다시'라 하여 반드시 차 한 사발을 함께 나누는 것을 내부 규정으로 정해 실시하였다는 실록 기록도 보인다.

    해마다 재판부 판사들과 함께 남도순례를 떠나는 서울고법 강민구(55·사법연수원 14기·왼쪽 두번째) 부장판사가 2011년 5월 전남 화순의 최수일 미래산업기술연구원장 부부의 차밭을 방문해 이현수(가운데) 판사, 허경호(오른쪽 두번째)판사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2004년 무렵 '법원사람들' 잡지에 당시 서울고법 M 부장판사님 재판부가 서해안을 따라 해남까지 제다여행을 간 기행문이 실린 것을 보고 필자도 시도해 보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느꼈다.

    이에 올해까지 9년에 걸쳐 하동 악양에 있는 모 영농법인에 제다실습을 하면서 인근 다원들과 보성지역 등을 둘러보는 남도 다향순례를 연례행사처럼 가져 보았다. 이를 통해 재판부원 사이의 강력한 동료의식을 고취하고, 평생 가는 취미로 다도 입문의 계기를 부여한다.

    난생 처음 해 보는 제다실습(차 만들기)은 황홀경 그 자체였고 멋모르고 따라간 재판부원들의 만족도는 상상을 넘어섰다.

    1kg 생찻잎이 가마솥의 제다 과정을 거치면 0.2kg으로 무게가 줄어든다. 수분과 냉한 성질의 유기물질이 다 증발되어 무게가 주는 것이다. 녹색의 찻잎이 열에 의해 건조되고 내부 화학변화를 일으켜 차가 되는 과정 그 자체가 과학인 동시에 신비로움 그 자체이다.

    일본에서는 찻잎에 수분과 질소가 많은 '야부기다' 변종이 주종이라 수증기로 쪄서 발효 효소 기능을 정지시키는 '증제차' 제법이고, 우리 전통차는 '부초차' 내지 '덖음차'라 해서 가마솥 가열이나 그것을 자동화한 기계가열식 덖음 방식이며 일부 대량사업자가 증제차나 티백을 생산하고 있다.

    티백을 고급화하지 않고 식당에서 후식용으로 내는 싸구려에 치중하다 보니 역설적으로 전통 작설차 소비시장이 다 죽는 현상이 생겼다.

    현지 다원 직거래, 직접 제다 등 여러 방법을 사용하면 다도의 생활화에 드는 비용부담도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점도 꼭 이야기하고 싶다. 더구나 정체불명의 가짜 보이차가 판치는 요즈음 국내에도 다양한 발효차(황차, 떡차, 돈차, 단차 등으로 불림)가 생산되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 농약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수년 전 농약 티백녹차 파동(그것도 원료가 대부분 중국산이었음)이후 농약을 사용하는 농가는 모두 사라졌다. 상당수 농가는 유기농 방식으로 재배하고 있다.

    이러한 다도 취미가 단순히 개인적 호사로만 머물지 않는다. 가끔은 판사실에서 조정기일 재판을 진행하면서 재판 당사자들과 대리인들에게 직접 만든 차를 권하여 차분하게 마음의 평정을 찾도록 이끌기도 한다.재판장이 직접 만들고 우린 귀한 차 한 잔을 앞에 받아 든 당사자는 이를 통해 재판장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된다. 판사실에 들어서면서 상대편 이야기나 재판장의 어떤 말도 듣지 않으려는 `빗장수비` 마음이 차를 함께 나누는 여유를 통해 상대방 입장이나 이야기에 대해 마음이 서서히 열리는 상태로 변한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적절한 조정안을 제시해 대법원까지 갈 뻔한 송사를 단번에 끝내도록 한다. 결과적으로 당사자 모두가 이익을 얻게 된다.

    요즈음 커피와 탄산음료 등에 밀려 차 재배 농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수년 전 농약 파동에 이어 경기침체와 커피광풍에 따라 녹차 재배 농가들이 판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2009년 통계를 보면 국민 1인당 연간 잎차 소비량이 한국 0.1kg, 중국 0.8kg, 일본 1kg, 영국 1.9kg 이라는데, 아무리 물 맑은 금수강산이라 하지만 동양 삼국만 비교해도 우리나라가 턱없이 적게 소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년 전 Time지에서 '10대 건강식품'으로 선정된 녹차임에도 앞서 본 이유 외에도 비싼 생산비, 엄격한 다도 형식, 효용에 대한 인식 부족 등으로 판매가 점점 막막해지고 있다.

    법조계 주위 모든 분께 이 좋은 차향의 세계에 푹 빠져 보기를, 그리하여 심신의 건강도 도모하고 쌓이는 스트레스도 풀기를 먼저 경험한 인연으로 간절히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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