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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털이범, 2014년 미항소법원 로클럭으로

    김민조 변호사(김앤장 사회공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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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렌티노가 말했다. "최고의 질감과 재단으로 만들어진 옷을 입어본 사람만이 최고의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 하루키도 비슷한 말을 했다. "좋은 소파는 좋은 소파에 앉아본 사람만이 고를 수 있다." 비싼 옷, 비싼 소파는 누구나 돈이 있으면 살 수 있다. 하지만 과연 그 '좋은', '우아한', '세련된', 그리하여 '내게 어울리는' 것들을 알아보는 심미안. 그것은 오랜 시간에 걸친 경륜과 그에 따른 개인적인 취향, 그리고 철학이 반영되는 까닭에,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글에 관한한, 법조인이라면 누구나 저마다의 일가견이 있다. 게다가 그 글이 법률과 관련된 것이라면, 그 취향은 보다 선명해 진다. 여기, 미국식 리걸 라이팅에 관한한, 소위 그 스펙만으로도 최고 수준의 심미안이 담보되는 Waxman 전 송무차관 (Solicitor General: 대법원에 대하여 미연방정부를 대리하는 직위로, 11번째 대법관이라 불리기도 함. Waxman은 41대 SG로 1997년-2001년 재임함)으로부터 "단언컨대, 내가 본 최고의 상고신청서 중 하나다."라는 극찬을 받은 은행털이범이 있다. 대가의 부름을 받은 어느 재소자의 인생역전 스토리, 한여름 맥주만큼이나 시원한 통쾌함이 있다.

    Shon Hopwood(이하 '숀', 38세)는 1997년, 네브라스카 지역에서 5차례의 은행 강도를 저지른 이유로 12년여의 실형을 받았다. 재소 중, 2000년부터는 감옥 내 도서관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는데, 숀은 당시를 떠올리며 "기본권이라는 단어도 몰랐던 내가 법서에 완전히 반했다. 감옥 도서관에서만 약 4000건의 판례 평석 등을 읽었던 것 같다"라고 회상했다. 그리고 2002년, 같은 감옥의 재소자였던 존 펠러로부터, 인생의 돛을 바꾸는 부탁을 받게 된다. 연방대법원에 제출할 상고신청서를 대신 써달라는 부탁이었다.

    참고로, 미연방대법원으로부터 사법심사를 받고자 하는 당사자는 사법심사를 요구하는 신청서(petition for certiorari)를 제출하고 대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연간 약 7-8천 건 정도에 달하는 신청서 중 대법원이 선별하여 정식 판결을 내리는 비율은 1% 내외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연방 수정헌법 제6조,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관련하여 숀이 쓴 신청서는 그해 대법원의 정식 심리를 받게 되었고, 해당 사연과 상고신청서의 주요 내용은 주요 일간지에 그대로 인용되었다. 기사를 흥미롭게 본 Mr. Waxman은 프로보노의 일환으로 존 펠로의 대리인이 되어 주겠다고 제안하면서, 하나의 조건을 내걸었는데, 바로 완벽한 상고신청서를 써준 숀과 함께 사건을 진행한다는 것이었다. "단언컨대, 내가 본 최고의 상고신청서 중 하나였다. Just terrific!". Mr. Waxman이 추후 뉴욕타임즈에서 밝힌 코멘트다. Mr. Waxman은 전 송무차관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연방대법원에서 변론한 사건만 50여건에 달하는 최고의 법조인으로, 그가 위 사건을 재소자인 숀의 의견을 들어가며 프로보노로 대리한다는 것은 세간의 엄청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Mr. Waxman과 숀은 함께 사건의 변론 방향에 대하여 함께 전략을 짜고, 구두변론 예상 질문과 답변을 철저히 준비한 끝에 대법관 전원의 만장일치 승소판결을 받아냈다(Fellers v. United States). 위 대법원 판결 덕에 존 펠러는 석방되었고, 숀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감형을 받았다. 이후, 숀이 다른 재소자를 위해 써 준 두 번째 상고신청서 역시 연방대법원에 받아들이면서 그는 재소자들의 희망이 된다. 별명은 jail house lawyer.

    2008년 숀이 출감하자, 그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던 두 명의 인사는 그에게 잊을 수 없는 선물을 주었다. 중고차 딜러로 자리를 잡은 존 펠러는 중고 메르세데스 벤츠를, Mr. Waxman은 진심 어린 추천서를. Mr. Waxman의 추천서와 유명세 덕에 숀은 대법원 복사담당원이라는 직업을 갖게 되었고, 당시 "대법원을 드나드는 법조인들의 문서를 복사하고, 분쇄할 수 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라며 행복해 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도 전설의 jailhouse lawyer 답게 상고신청서 작성 지원은 계속되었고, 이후 출간한 'LAW MAN'은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마침내 워싱턴대 로스쿨 입학까지 그의 드라마틱한 인생 역전은 계속 되었다. 그리고 올해 8월, ABA 저널을 통해 또다시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숀이 제니스 브라운 항소법원 판사의 2014년 로클럭으로 정식 임명된다는 기사다.

    숀 호프우드를 검색하면 빠지지 않는 연관검색어, 오바마 대통령도 최근 자주 언급하는 키워드인 "Second Chance". 주고받을 타이밍과 대상을 바로 보는 안목, 그 심미안이 감동의 "Second Change"를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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