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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정(Ⅷ)-법정언어

    강신섭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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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8년 봄경에 서초동에서 변호사 업무를 시작하였다. 벌써 16년이 지나가고 있으니, 세월이 참 덧없다. 당시 존경하는 선배들을 모시고 그 분들에게 의지하며 업무를 시작할 수 있어, 변호사 업무가 낯설었지만 재미도 있었다. 준비서면을 통하여 상대방과 법리논쟁을 벌이고 상대방 증인에 대한 반대신문을 통하여 진실을 밝혀내는 것은, 신참내기 변호사에게는 당시 PC통신의 게임처럼 흥미로웠다. 외국 법률서적을 뒤적여 새로운 이론을 찾아내고 외국 판례를 검색하여 우리의 주장에 대한 설득력을 보강하는 것은, 새로운 논문을 준비하는 대학원생이 미지의 학문의 세계를 답사하는 것처럼 흥분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당시 선배 변호사들로부터 두 가지 따가운 충고를 들었다. 그리고 그 충고는 지금도 생생하여 평생 가르침으로 삼고 있다. 첫째는 준비서면 등의 서면에 품위 있는 문장을 사용하고 상대방이나 상대방 대리인을 과도하게 인신공격하는 내용을 담지 말라는 것과, 둘째는 법정에서 상대방 대리인과 공방을 할 때도 품위 있는 언어를 사용하고 상대방을 자극하는 언어를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당시 혈기왕성하고 일에 대한 의욕이 앞섰던 내가 법정에서 상대방 대리인에게 실수를 하고 있는 모습을 눈에 선하게 보는 듯하다. 당시에는 느끼지 못하고 있었으나, 옆에서 지켜보던 선배님들의 눈에는 내 미숙한 변론의 모습이 민망하였을 것이다.

    법조인 양성과정에서 법정에서 사용이 권장되는 언어와 함부로 사용되어서는 안 될 언어에 대해 배웠으면 좋겠다. 지금 사법연수원이나 로스쿨에서는 그런 과정이 개설되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러한 체계적인 공부 없이 바로 개업 현장에 나왔던 나는 많은 실수를 하였다. 선배들이나 동료들로부터 지적을 받고 일부 고쳐나가기도 하였지만, 아마 지금도 많은 잘못된 습관이 남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요즘 후배들과 일하게 되면서, 후배들의 변론 모습을 보고 후배들이 과거의 내 잘못을 반복하고 있는 모습을 가끔 보곤 한다. 그래서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제 우리 법조사회에서도 그러한 잘못된 관행은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차제에 내 경험을 몇 가지만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째, 구술의 요지를 미리 철저하게 메모를 하여 와서 그 메모를 중심으로 구술 변론을 하면 말로 인한 실수를 줄일 수 있다. 구술 준비가 부족하면 변론 과정에 적절하지 못한 언어가 사용될 수 있고 그것이 상대방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 둘째, 상대방 대리인이 설혹 자극적인 언어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이에 즉물적으로 반응하지 말라는 것이다. 일단 참아야 한다. 법원은 이미 흥분되어 가는 법정 분위기를 알고 있다. 그리고 누가 참는지도 알고 있다. 참는 자에게 복이 온다. 셋째, 자주 연출되는 상황에 대하여는 나름대로의 대응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연습하여 두라고 권하고 싶다. 상대방이 사실상 근거 없는 주장을 한다고 느낄 경우, 상대방이 우리의 주장을 오해하거나 근거 없이 폄하한다고 느낄 경우, 상대방이 우리 측 증인을 반대신문과정에 과도하게 인신공격을 한다고 느낄 경우가 있다. 그러한 경우에 대비하여, 나름대로의 적절한 서너 문장의 시나리오(변론내용)를 미리 준비하여 두면 바로 법정에서 대응할 수 있다. 물론 그 시나리오에는 법정을 흥분시키지 않고 합리적으로 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 적절한 내용을 담겨야 한다. 이것이 법정 변호사에게 필요한 심리 훈련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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