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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정(Ⅹ)-생명

    강신섭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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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잔인한 사월이었다. 생때같은 젊은 생명들이 창졸간에 유명을 달리하였다. 그 억울한 넋을 어찌 달래 줄 수 있으랴. 유족들의 비통함을 어찌 위로하여 줄 수 있으랴. 이 시대에 이 땅에서 생을 부지하고 있는 사람으로 참담함을 느낀다. 자식들에게, 후배들에게 무엇이 우리가 목숨 걸고 지켜야할 가치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전쟁 후 소위 베이비부머 세대로 태어나 여태까지 이 사회에서 부대끼며 살아왔다. 국민학교(그 때는 초등학교를 그렇게 불렀다) 때에는 책상이 없어 마룻바닥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배웠다. 중·고등학교, 대학교를 모두 시험을 보고 학우들과 경쟁하여 어렵게 입학하였다. 사회생활도 그렇게 경쟁을 하며 시작하였고, 자식 낳아 키우며 그들에게도 경쟁 속에서 살아남는 수단과 방법을 우선 가르쳤다.

    지금 세상 사람들이 선장을 욕하고 선주에게 돌팔매를 던진다. 그러나 한편 돌이켜 보건대, 나 스스로도 자주 내 삶의 현장에서 과적을 일삼으며 위험한 경로를 과속으로 아슬아슬하게 비켜가며 살아 왔다. 무리한 목표를 세우고 스스로를 가혹하게 자책하여 왔다. 내 스스로 내 인격을 존중하지 못하였으니, 남의 인격인들 제대로 존중할 수 있었을까. 내 속에 그 선장이 숨 쉬고 있고, 내 삶을 그 선주가 이끌고 있는 것이다.

    국가와 사회를 개조하자고 외치기 전에 내 스스로를 개조하여 보고 싶다. 내 안의 생명을 다시 들여다보고 그 참 가치를 깨닫고 싶다. 내 생명의 가치를 진정으로 인정하고, 이웃의 생명의 가치를 존중하고 받들고 싶다.

    요즘 갑자기 철이 들어 생명을 가진 이 세상의 모든 분들에게 경외를 표하고 내가 가진 가장 귀중한 존중을 바치고 싶어진다. 내 어리석음으로 가장 처절한 고통과 비극을 겪고 나서야 진정으로 참된 삶의 가치가 무엇인가를 깨닫고자 고뇌한다. 내 자신을 책망하고, 가족과 동료와 이웃에게 무심하였던 스스로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다.

    평생의 일터인 법정으로 돌아와 본다. 일과 에너지를 주는 의뢰인에게 감사한다. 세상과 나를 이어주는 인연의 끈이다. 진실을 밝히고자 어려움을 무릅쓰고 증언을 하는 증인에게 감사한다. 비록 그들의 말이 어눌하고 조리 없고 사투리로 점철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뒤에 존재하고 있는 그 분의 영혼에 경외를 보내고 싶다. 이해관계가 달라 다른 입장에 있는 상대방과 그 대리인에게도 존경을 보내고자 한다. 주고받는 말과 눈빛은 서로 다르지만, 그 삶의 근저에 깔려 있는 그 분의 영혼은 한없이 존귀하고 아름다운 것이리라. 그리고 법관들에게도 존경과 감사를 보낸다. 내 인식의 범위 내에서는, 인간을 심판할 수 있는 것은 신의 영역이기에 법정에서 인간을 심판하고 있는 순간 법관은 신의 대리인이다. 그 분들이 신의 완전함과 지존함을 갖추기 위하여 노력하기 바라며 가장 귀중한 존경을 드리고 싶다.

    진정으로 이 땅에서 존귀한 생명이 가장 존중되고 이를 지키는 일이 우선되기를 바란다. 유명을 달리한 젊은 영혼들의 명복을 빌고, 유족들에게 가장 깊은 위로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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