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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판사, 명재판

    이영진 부장판사(서울중앙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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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씨 성을 가진 배석판사와 함께 근무한 적이 있다. 그는 항상 '명판사'로 불렸고, 그가 하는 판결은 모두 '명판결'이었다. 나도 '명판사님'으로 불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재판을 잘하는 명판사가 되고 싶은 소망은 나만의 바람이 아닐 것이다. 어떻게 하는 재판이 명재판이고 어떤 판사가 명판사일까?

    우선 옳고 그름을 잘 가려 주는 판사가 명판사라고 생각한다. 의사의 오진으로 환자가 생명을 잃는다면, 그 의사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마찬가지로 판사가 당사자들 주장의 옳고 그름을 잘 가리지 못한다면 그 판사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의사가 더욱 정확한 진단을 위해 문진을 하듯 판사도 당사자의 주장을 경청하여야 한다. 조선시대에는 재판을 청송(聽訟)이라 하였는데, 다산(茶山)은 청송의 근본은 성의(誠意)에 있다고 하였다. 당사자의 주장을 정성껏 들어 진상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처방을 하여야 한다. 당사자가 하는 말에 조리가 없어 답답해도 참을 줄 알아야 한다. 주장이 심하게 대립될 때에는 더욱 기록을 꼼꼼히 살피자. 관련 판례나 자료 조사는 기본이고, 필요하면 현장에도 가보자. 내가 내린 결론이 당사자의 공감은 물론이고 사회통념에도 부합하는지도 생각하자. 경우에 따라서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감동적인 수필 같은 판결을 쓰기도 하자.

    다음으로 명판사는 공정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 옳은 결론 못지않게 공정한 과정도 중요하다. 판사는 승패가 있는 경기의 심판과 마찬가지로 공정하게 재판을 진행하여야 한다. 유능한 심판은 룰(rule)을 잘 알고, 공평하게 룰을 적용한다. 선수들에게도 공정하여야겠지만, 관중이 보기에도 공정하여야 한다. 야구경기에서는 비디오 판독을 통하여 판정 시비를 가릴 수 있을 것이나 재판에서는 오로지 판결만 있을 뿐이므로 더욱 공정하게 판정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또한 명판사는 당사자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판사는 평생 재판을 하지만, 당사자는 평생 한 번 법정에 오기가 어렵다. 어쩌다 한 번 송사에 휘말려 법정에 오는 사람이 법을 모르는 것은 당연하고, 그 절박한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승패를 떠나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법원에 온 모든 사람의 고충을 헤아리자.

    판관은 국민들로부터 많은 존중과 신망을 받는 자리이다. 이제 명판사가 되어 명재판으로서 보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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