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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명제 유감

    이건리 변호사(법무법인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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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장에 가서 이름을 적는 것을 보면 천태만상이다. 예명, 가명 또는 아들 이름을 적는 사람, 즉석에서 작명하는 사람 등, 가지각색이다. 자기 이름을 적지 못하는 사람을 보면 안타깝다. 특히 공직에 있는 분들이 자기 이름을 떳떳이 드러내지 못하는 사연이 무엇일까? 자기 이름을 부끄러워하는 사람이 어찌 공직을 수행할 수 있을까? 골프장에서 자기 이름을 적지 못하는 분들을 보면 평소의 존경심이 어느새 사라져 버린다. 자기 이름으로, 자기 계산으로 골프를 하는데 무슨 부정이 개입될 여지가 있겠는가?

    사무실에 출근하면 복도나 세면장에서 일하시는 분을 뵙게 된다. "○○○ 씨 안녕하세요?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 씨 덕분에 저희들이 깨끗한 환경에서 상쾌하게 일합니다. 저희 법인에 오시는 분들도 기분 좋게 다녀가실 것입니다"하고 말씀드리면 힘든 일을 하시면서도 무척 반가워하시고 고마워하신다.

    이름은 개인이나 집단의 정체성을 표상한다. 직원들을 부를 때 성이나 이름 또는 직책만을 부르지 않고 부모님으로부터 귀하게 붙여진 이름 석 자와 직책을 소중하게 부른다. 이름은 죽은 후에도 역사에 남겨진다. 어떤 사회에서는 가문의 이름을 떨어뜨렸다고 사적인 처벌을 가하거나 목숨을 빼앗기도 한다. 현대의 익명사회에서는 자기 이름 대신 집단이나 익명의 숲에서 생활하는 경우도 많다. 정당의 이름을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게 탈바꿈하기도 한다. 그만큼 이름이 주는 영향은 참으로 크다.

    일은 누가 살펴보아도 수긍할 수 있도록 공평무사하고 투명하게 처리해야 한다. 일 처리에 관여한 사람들의 이름만 보고도 그 결론을 알 수 있기도 하고, 그 결과가 석연치 않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서명이 분명하지 않아 누가 작성자인지 알아볼 수 없는 경우도 더러 있다.

    부동산실명제에 따라 명의신탁하면 처벌되는 사례가 있다. 한우도 태어나서 자란 내역이 기록된다. 농수축산물 등 식품에도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보다 훨씬 귀한 존재인 사람에 대해 실명제는 얼마나 귀하겠는가?

    위인과 성현들의 후손들은 그 선조들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에 반해 을사오적이나 친일반민족행위자의 후손은 그러한 선조의 후손임을 드러내놓고 자랑스럽게 얘기하지 못한다. 호사유피요 인사유명이라고 했다. 사람은 당대에는 물론이고 후세에도 역사를 통해 기록되고 반추되고 회자된다. 이름 자체에 그 사람의 인격과 품격이 오래도록 살아 숨쉰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무엇보다도 스스로에게 당당해야 한다. 동시대 사람들이나 후손들이 그 이름을 자랑스럽게 부를 것인가? 아니면 불명예스러워 입에 담는 것도 꺼리는 그런 사람으로 남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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