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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머지' 인간은 '누구'일까?

    이건리 변호사(법무법인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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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음식점에서 세 사람은 짜장면을, 일곱 사람은 짬뽕을 주문할 때 일행 중 한 사람이 종업원에게 말한다. "세 사람은 짜장면이고, 나머지는 짬뽕이요." 그럴 때 고쳐 주문한다. "세 사람은 짜장면이고, 일곱 사람은 짬뽕입니다."

    인사발령에 따라 업무분장을 다시할 때, '6급 이하 인사이동에 따른 업무분장 계획(안)' 을 결재받으러 오면, '6급부터 9급까지 인사이동에 따른 업무분장 계획(안)'으로 표현을 고쳐 준다.

    상급기관장이 하급기관의 전체 구성원을 표현할 때나 직장 내 구성원을 직급에 따라 구별하여 호칭할 때 "○○○기관장 '이하' 전 직원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는 "○급 '이하' 직원들은 모두 ○시까지 대회의실에 집합하십시오"라는 표현을 쓴다.

    사법부의 판결문에서도 다수 당사자들 중 일부를 지칭할 때, '나머지 원고(피고)들'이라는 표현을 볼 수 있다.

    이처럼 구성원들을 구별해 먼저 한 그룹을 지칭하고 나서, 그 그룹에 포함되지 않는 구성원들을 지칭하면서 '나머지'라는 표현을 거리낌없이 사용한다. '이하'나 '기타' 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심지어 10명 중에서 2명이 A를 선택하고 8명은 B를 선택했을 때, "2명은 A이고, 나머지는 B"라고 표현하여, 인원의 많고 적음도 고려하지 않고, 나중에 일컫는 그룹을 무조건 '나머지'란다.

    전체주의나 군주주의 시대라면 개인은 전체에 소속된 일부나 1인의 지배자 외 피지배자로서의 가치 밖에 인정되지 않았으므로, 그 구성원들에게 '나머지'나 '이하', '기타'라는 표현을 썼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오늘날에 그런 표현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사람은 누구나 존엄한 천부의 인권과 가치를 가진다. 헌법 제10조에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 헌법 제11조에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말은 생각에서 나오고 그 말은 다시 그 생각을 통제한다. 물론 언행이 불일치하여 성인군자나 현인처럼 말하지만 결국 일시적인 사술이나 곡학아세, 임기응변적인 정치적 멘트나 헛된 약속을 남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 사람이 진정 어떤 사람인지 알려면 그 사람이 평소에 어떤 말을 자주 하는지 보면 알 수 있다. '나머지'라는 표현은 숫자나 물건을 나누고 빼고 할 때 쓰는 표현이 아닌가? 자신이 존귀한 존재라고 스스로 인식하면서 사는 사람은 결코 '다른' 사람을 '나머지', '이하', '기타'로 부르지 않을 것이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을 드러낸다. 모든 사람은 누구나 존중받아야 한다. 앞으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나머지'나 '이하', '기타'로 불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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