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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장이 잘 찍혀 있는지

    도장이 잘 찍혀 있는지

    법무사는 문서에 도장이 잘 찍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사람이라는 말도 있다. 필자는 2005년부터 만 11년간 법무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거의 매일 인감도장을 찍고 날인된 인영이 인감증명서와 일치하는지를 확인하였던 것 같다. 육안으로 판단하기 힘들면 실수를 줄이기 위해 투명 비닐 종이에 도장을 찍은 후 인감증명서에 있는 인영과 겹쳐 확인해 보는 경우도 자주 있다. 그러나 그것이 본질적인 일은 아니다. 얼마 전 한 여성 의뢰인이 아버지 명의로 된 아파트를 동생에게 증여하려 한다면서 비용부담이 제일 적게 드는 방법을 물었다. 아파트에 대출이 있고 아버지가 1세대 1주택자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부담부증여를 할 경우 취득세와 증여세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그녀는 다음날 남동생과 같이 방문했는

    이상훈 법무사 (경기중앙회)
    변호사의 사명과 정의

    변호사의 사명과 정의

    "내가 어제 말이야, 내 친구인 제3석 판사에게 갔는데, 서서히 자네 문제로 대화를 이끌어나갔지. 그 친구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고 싶은가?" "예, 제발 들려주세요." 의뢰인이 애걸했다. (프란츠 카프카, '소송'中) 소설 '소송'에는 법정과 관련된 온갖 부조리와 힘의 역학관계가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조금이라도 유리한 정보를 달라고 변호사에게 애원하는 의뢰인과, 수임을 취소하겠다는 사람에게는 반대로 애걸하는 변호사의 모습을 보면 무척 착잡해진다. '브로커'에 해당되는 인물들도 등장한다. 이들은 권력은 '판검사와 잘 아는 관계'에서 발생하며 시종일관 "내가 '법'을 잘 안다. 나만 믿으라"는 태도를 취한다. 이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금전이 오간다. 요즘 신문을 연일 장식하는 사건들의 풍경과 닮았다.

    황용환 변호사 (대한변협 사무총장)
    어머니 이야기

    어머니 이야기

    #. 이야기 하나 어머니는 초등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했다. 가난한 집의 딸로 태어나 학교 같은 곳은 감히 쳐다보기도 어려웠다. 8남매를 먹여 살리려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농사일에 매달려야 했다. 더구나 어머니는 마을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소작료가 제일 싼 곳까지 농사일을 다녀야 했으므로 남들보다 더 빨리 일어나 더 늦게까지 일을 해야 했다. 어머니는 평소 자동차 운전을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한글도 잘 모르는데 운전면허를 따기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웠다. 일흔 둘이 되던 해 어머니는 결심했다. 운전면허를 따서 멋지게 운전을 해 보기로. 어머니는 밤낮으로 공부해 결국 합격증을 거머쥐었다. 어머니가 운전면허를 따던 날 아버지는 읍내에 나가 자동차를 계약했다. 아버지도 어머니의 소원 하나쯤은 들어

    양중진 부장검사(법무부 법질서 선진화과장)
    균형감각

    균형감각

    "만일 연방대법관을 그렇게 싸게 매수할 수 있다면 이미 미국은 큰 문제에 봉착한 것이다." 지난 2월 작고한 미 연방대법원의 스칼리아 대법관은 2004년 사건당사자로 볼 여지가 있는 딕 체니 부통령과 함께 한 사냥여행을 이유로 제기된 기피신청을 스스로 기각하면서 이와 같은 이유를 들었다. 남아공의 알비 삭스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인종차별정책 하에서 테러로 한쪽 팔과 시력을 잃었음에도, '자백하는 테러 등 범죄자의 민·형사책임 면제'에 관한 법조항의 합헌을 선언하였다. 법관은 담당사건과 관련이 없는 한 유사한 개인적 경험만을 이유로 사건을 회피할 수 없다. 우리 헌법이 재판의 기준으로 삼은 법관의 양심은 개인적 경험, 가치관 등에 영향을 받지 않는 객관적인 것이라고 한다. 전문적 훈련을 받은 직업법관들에

    신숙희 고법판사 (서울고법)
    나의 승부수

    나의 승부수

    작년 말, 저커버그 부부가 딸의 출산을 기념하며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페이스북 주식의 99%를 기부했다. 그들이 기부한 돈이 50조원도 넘는다고 하니 그 통이 큼에 놀랐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라니, 그 생각의 통이 큼에 더욱 놀랐다. 참 멋있게 보였고, 그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었다. 한편으로 내가 너무 작고 초라해 보였다. 아무리 후하게 보태더라도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만큼 밖에 남지 않았을 터인데…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승부수가 필요한 법. 무의미하지 않게, 초라하지 않게 살기 위해서는 승부수가 필요하다. 고민하던 중에 가난한 과부 이야기가 떠올랐다. 가난한 과부가 헌금한 동전 두 닢이 부자의 많은 헌금보다 귀할 수 있다는 이야기. 돈의 많

    최현진 법무사 (서울남부회)
    1인 시위

    1인 시위

    거의 10년 전의 일로 기억한다. 미국 서부지역에 있는 로스쿨 학생들이 방학기간을 이용하여 서울법원청사를 방문하였고, 견학일정 가운데 하나인 '판사와의 대화' 시간을 필자가 맡게 되었다. 법학을 전공하는 학생들답게 법원에 대하여 궁금한 점들을 잔뜩 물어왔다. 질문 중에는 법원청사 입구에 1인 시위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무슨 내용으로 시위를 하는 것인지, 왜 법원 바로 앞에서 시위를 하도록 놔두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것도 있었다. 필자는 법원청사 주변의 시위가 금지되고 있지만 1인 시위는 허용된다는 점을 열심히 설명하려 했지만 학생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 나라에서는 그런 일이 없다는 것이고, 아무리 1인 시위라 하더라도 적절하게 제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배현태 변호사 (김앤장)
    아동 인권의 봄

    아동 인권의 봄

    모처럼 내린 봄비로 하늘이 산뜻해지고 벚꽃이 활짝 핀 날, 관악산 골짜기를 타고 내려온 시원한 봄바람에 이끌려 보광사에 잠깐 들렀다. 108배를 하고 나니 겨우내 움츠렸던 마음이 반듯하게 펴지는 것 같다. 지난 겨울, 잇달아 발견된 끔찍한 아동학대사건으로 우리는 혹독한 겨울나기를 했다. 차마 입에 담기조차 힘든 잔혹한 학대를 받다가 저 세상으로 떠난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미안하고 또 미안했고, 그 아이들을 까맣게 모르고 살았던 무심한 우리들이 기막힐 정도로 한심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문제는 일부 가정이 아이들의 따뜻한 울타리가 되지 못하고 학대의 현장이 되어 가는데 우리가 그 현실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 대한민국이 쉼 없이 경제성장을 위해 달려오는 사이 우리의 이상 속의 가정은 점점

    고경순 부장검사(법무부 여성아동인권과장)
    우물쭈물하다가

    우물쭈물하다가

    인터넷을 찾아보면 유명 인사들의 묘비명을 소개해 놓은 글이 제법 있는데, 가장 재미 있어서 기억에 남는 것은 버나드 쇼의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가 아닐까 싶다. '우물쭈물' 대신 '갈팡질팡'으로 번역하기도 한다. 우물쭈물은 우유부단이나 좌고우면, 좋게 말해야 심사숙고에 가까운 느낌이고, 갈팡질팡은 좌충우돌이나 시행착오 정도에 대응하는 느낌인데, 정확한 맥락은 모르지만 웃음이 나오는 것을 보면 묘비명에서 보통 기대하는 감동이나 엄숙성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그건 그렇고, 일반인들이 법관이나 법률가에게 기대하는 덕목이 전문지식, 지혜와 경륜, 명쾌함, 결단력 등이라는 것은 필자도 안다.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의한다. 한 나라의 사법제도를 운영하는 법관이나 검사, 대가를 지급받고 전

    황진구 부장판사(서울중앙지법)
    늘 깨어있어야 한다

    늘 깨어있어야 한다

    며칠 전 새벽 2시가 넘은 시간, 내가 탄 택시가 강변북로에서 갑자기 차로 3개를 넘었다. 깜짝 놀랐다. 졸음운전이었다. 죄송하다며 조심하겠노라고 말하는 택시기사의 말투와 표정에서는 여전히 피곤함이 가득했다. 너무 불안하였다. 강변북로 한 복판에서 내릴 수도 없고… 도착할 때 까지 30여분 내내 가슴을 졸였다. 그 어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 그 택시기사가 그렇게 피곤한 상황에서 운전을 하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손님을 태웠다면 손님을 불안하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것이 무능이든 실수이든. 개업하고 한 달 남짓 되었을 무렵, 답변서를 작성해 준 의뢰인이 있었다. 그는 매우 점잖았고 내게 호의적이었기에 나도 그가 마음에 들었다. 소송에서 이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정성껏 답변서를 작성해 주

    최현진 법무사 (서울남부회)
    판결문 검색

    판결문 검색

    컴퓨터가 널리 보급되기 전인 1990년 초반까지만 해도 판사들은 각자 작성한 판결초고 중 참고할 만한 것들을 따로 묶어서 보관해 두었다. 나중에 유사 사건의 판결을 써야 할 경우도 있고, 기존 판결의 형식을 다른 사건에서 참고할 필요도 있으므로 이런 판결초고묶음들이 여간 요긴한 게 아니었다. 사법부 전산망이 갖추어지기 시작하면서 이런 수고들이 점점 줄어들었다. 특히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들을 중심으로 내부전산망에 others'라는 폴더를 만들어 각자 작성한 판결문 파일을 공유하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는 굳이 옆방 판사실을 기웃거리며 판결초고를 얻으러 다닐 필요 없이 others 폴더에 있는 파일들을 플로피디스크에 다운 받아두면 됐던 것이다. 이제는 판사실에서 검색어만 입력하면 수백, 수천 개의 판결문을

    배현태 변호사 (김앤장)
    최고의 투자

    최고의 투자

    아마존 중류에 있는 마나우스라는 도시는 백 년 전까지만 해도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였다. 아마존에서 나는 생고무를 독점한 마나우스는 오늘날의 두바이를 능가할 정도로 번성해 사치와 향락을 즐겼다. 대체불가능한 생고무는 마나우스에 영원한 부를 줄 것으로 보였다. 고무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바퀴 값이 자동차 값에 육박하자 이를 견디지 못한 포드가 아마존에 고무농장을 지으려고 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20세기 초 말레이반도에서 고무나무 양식이 성공하면서 마나우스의 부는 거품 꺼지듯 사라졌다. 마나우스뿐만이 아니라 한때 절대 우위의 상품들로 세상을 지배했던 많은 도시들도 같은 운명을 겪었다.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의 70%를 차지했던 디트로이트는 이제 가난과 저항의 상징인 래퍼 에미넘의 고향으로 알려져 있다.

    김웅 대외연수과장 (법무연수원)
    우리 삶의 진정한 리더

    우리 삶의 진정한 리더

    3월 새 학기의 시작, 저는 제 아들의 선생님께서 내주신 숙제를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께 들려드리는 제 아이에 관한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아들의 장래 희망, 방과 후 생활, 강점과 약점, 건강상의 문제나 갈등 경험, 주말 가족 활동, 가족관계와 경제적 형편 등을 열심히 작성하고 있지요. 그 분이 솔직하고 정성스럽게 작성해서 보내주신 '짝사랑 얘기까지 포함된 인생의 5대 사건과 교육에 대한 비전'으로 제 마음이 활짝 열린 덕분입니다. 저는 편지글 마지막에 "올해 자유학기제 동안 훌륭하신 담임선생님 지도아래 세민이가 진짜 꿈을 찾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라고 썼습니다. 직접 뵌 적은 없지만, 그 분의 진실함과 열정이 고스란히 깊은 신뢰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실은 제 아들처럼 제게도 그런 귀한 선

    고경순 부장검사(법무부 여성아동인권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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