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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사의 비밀유지권

    변호사의 비밀유지권

    "누군가 요제프 K.를 무고했음에 틀림없다. 그는 아무런 나쁜 짓도 하지 않았는데도 어느 날 아침 체포되었기 때문이다." 카프카의 소설 '소송'은 이렇게 시작된다. 주인공은 자신의 무죄를 밝혀내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너무나 평범했던 일상이 지옥으로 변하고 결국에는 처형당하게 된다. 그의 삼촌은 "그런 소송에 걸려 있다는 것은 이미 패소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걸세"라는 말로 국가 권력에 의한 재판 절차 진행이 얼마나 피할 수 없는 절대 권력의 행사인지를 표현한다. 카프카의 '소송'은 '적법절차'만을 내세워 '실체적 진실과 무관하게' 한 사람의 인생이 처참하게 짓밟힐 수 있다는 것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런데 최근 그 반대로 국가권력이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내세워 '적법절차의 준수'를 처참히

    황용환 변호사 (대한변협 사무총장)
    지혜가 필요한 이유

    지혜가 필요한 이유

    "슈퍼컴퓨터에 더 많은 데이터를 입력했는데도 기상이변으로 인한 변동성이 워낙 크다보니 예측에 실패한 것 같다." 얼마 전 장마철 잇단 비 예보에 실패한 후 기상청이 내놓은 답변이다. 예보의 실패로 인해 국민들은 많은 불편을 겪었다. 어떤 사람은 약속을 취소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여행 계획을 취소하기도 했다. 슈퍼컴퓨터가 없던 시절 농부는 비가 올 것인지 여부를 단순히 먹구름이 몰려오는 것만으로 예측하지 않았다. 바람은 어느 방향에서 부는지, 습도는 어느 정도인지, 개미나 새떼들은 어떻게 움직이는지, 심지어는 팔과 다리가 얼마나 쑤시는지까지 참고해서 날씨를 예측했다. 그래서인지 기상청의 답변이 필자에게는 조금 다른 관점의 이야기로 들렸다. '슈퍼컴퓨터에 아무리 많은 데이터를 입력한다고 해도 실제

    양중진 부장검사(법무부 법질서 선진화과장)
    모든 아이는 모두의 아이

    모든 아이는 모두의 아이

    필자의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대학입시나 사법시험 때가 아니라 주말부부로 연년생 아기들을 키우던 초임판사 시절이다. 재판날 아침 아기가 갑자기 아파 발을 동동 구르던 기억이 선명하다. 당시는 출산휴가 두 달도 감사하던 때였다. 아이들은 인생의 가장 큰 선물이지만 그리 힘들 줄 미리 알았다면 자녀계획을 고민했을 것이다. 현재의 젊은 세대도 여전히 같은 고민에 빠져있는 듯하다. 2015년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24명으로 15년째 '초저출산'상태이다. 현재 출산율로는 2021년부터 인구가 감소되어 2200년 총인구가 322만 명이 된다. 정부는 지난 10년간 저출산대책으로 수십조 원을 썼고, 기업들도 각종 일·가정양립대책을 내놓았다. 법원도 스마트워크, 육아기단축근무를 도입하였다. 그러나 아직 가시

    신숙희 고법판사 (서울고법)
    이제 대법원이 화답할 때다

    이제 대법원이 화답할 때다

    대한법무사협회는 2016년 6월 29일 대의원총회를 열고, 회칙에 '법무사가 권리에 관한 부동산 등기신청의 위임을 받은 경우에는 위임인이 본인 또는 그 대리인임과 등기신청의 원인된 내용 및 등기의사를 직접 확인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해 법무사의 본인확인의무를 명백히 하였다. 등기신청을 대리하는 변호사나 법무사(이하 '자격자대리인'이라 한다)는 당연히 위임인의 동일성 및 등기의사를 확인할 의무가 있지만, 자격자대리인의 지휘·감독을 받는 소속 직원이 본인확인 등의 사무를 무분별하게 대행하다보니, 등기사건에 관한 법률사무를 취급하는 법률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급기야 명의대여나 등기브로커를 양산하고 윤리의식이 높은 법무사가 등기시장으로부터 구축(驅逐)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법률시

    이상훈 법무사 (경기중앙회)
    위기의 변호사

    위기의 변호사

    세대와 분야를 불문하고, 각자도생(各自圖生)이 우리 사회에서 공공연한 모토가 되었다. 사회적 안정성이 감소하고, 그 구성원들이 최소한의 생계보장 없이 무책임 속에 내몰리고 있는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 사람이 평생을 살며 최소 대여섯 직군을 횡단하게 되리라는 예측은 이미 현실이 되었다. 변호사 직군 또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일찍이 양질의 값싼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다양한 직역의 진출이라는 취지로 변호사 배출 수를 대폭 증가시켰을 때부터 예견된 현상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이를 진지하게 재고할 필요가 있다. 첫째, 양질의 값싼 법률서비스라는 시장의 논리는 한국 법률시장이 돌아가는 양상을 간과한 허구에 가깝다. 그로 인해 정작 수많은 변호사들이 고통 받는 현실은 외면되고 있다. 둘째,

    황용환 변호사 (대한변협 사무총장)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지난 달 22일 경기도 의왕에 있는 고봉중고등학교에서 특별한 행사가 있었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에서 농구 코트를 만들어 학교에 기증한 것이다. 고봉중고등학교는 '서울소년원'의 다른 이름이다. 이 날은 코트 기증뿐만 아니라 서울소년원 농구팀인 '푸르미농구단'의 창단식도 있었다. 행사에는 김현웅 법무부 장관, 김영기 KBL 총재, 허재·추승균 감독과 양동근·김선형·조성민 선수를 비롯해 각 구단을 대표하는 유명 선수들이 참석했다. 창단식에 이어 선수들과 학생들이 팀을 이루어 슛 경연대회도 벌였다. 학생들은 TV에서만 보던 선수들과 직접 시합을 하는 것이 신기한지 연신 웃음을 지어보였다. 선수들도 처음에는 어색해 하더니 금세 학생들의 형이 되어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이어 학생들이 직접 만든 쿠키와 커피

    양중진 부장검사(법무부 법질서 선진화과장)
    작은 목소리

    작은 목소리

    영화 '스포트라이트'를 두 번 보았다. 영화가 끝난 뒤에 남은 울림 때문이었다. 가톨릭 사제들의 장기간에 걸친 광범위한 아동성추행 범죄와 지역교단 수뇌부의 조직적 은폐, 종교적 믿음을 지키려는 주민들의 외면 속에서 기자들이 진실을 위해 싸운다. 성직자 한 명의 개인적 일탈이란 가십거리가 아닌 구조적 모순의 뿌리까지 캐내려는 직업적 근성, 같은 종류의 제보를 10년 전에 가벼운 일회성 기사로 처리했던 잘못에 대한 반성이 바탕이 되어 마침내 피해자들의 작은 목소리가 세상에 울려 퍼진다. 필자는 얼마 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제13회 세계여성법관회의에 참가했다. 82개국 900명의 여성법관들이 모여 '여성법관과 법의 지배(Women Judges and the Rule of Law)'를 주제로 발표를

    신숙희 고법판사 (서울고법)
    행정력의 낭비 없는 사전공시제도

    행정력의 낭비 없는 사전공시제도

    우리나라의 부동산 거래 관행상 매수인은 매매대금의 상당부분을 선이행하고도 부동산에 대한 아무런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취약한 지위에 놓여 있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전공시제도나 에스크로 제도를 도입하자는 논의가 있다. 사전공시제도는 사전공시를 위한 가등기(1안)와 순위확보형 사전공시등록부(2안), 정보제공형 사전공시등록부(3안)가 주로 논의되고 있다. 1안은 기존의 가등기가 활성화되지 못한 점에 착안하여 일정한 조건하에 매수인의 단독신청을 허용하고, 가등기에 관련된 비용을 낮추고,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존속기간을 단기로 제한하자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2안은 등기의무자의 거부감을 해소하고, 등기부의 복잡성을 시정하고자 등기부와는 별도로 사전공시등록부를 두자는 것으로, 그 효력은 대체

    이상훈 법무사 (경기중앙회)
    전관의 역할

    전관의 역할

    추락한 정의의 여신을 우리는 어떻게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을 것인가? '전관범죄'에 가까운 전관예우는 그 무엇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젊은 법조인들의 활발한 사회진출과 성장, 발전에 근본적인 장애가 된다는 점에서도, 이는 반드시 사라져야 할 병리적 현상이다. 그간 벌어진 사태들의 진상과 원인을 철저히 밝히는 것은 물론,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처벌-금지의 차원보다는, 법조계 전체적인 발전과 순환을 도모하는 관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가령 전관들이 몸담았던 조직을 떠나야 할 때 이들이 느낄 소외와 허망함에 관해서, 이를 적절하게 존중하고 새로운 역할을 준비할 방식에 관해서 지금껏 우리 법조계에서는 제대로 논의된 적이 있었던가?

    황용환 변호사 (대한변협 사무총장)
    나이 듦에 대한 자기 반성

    나이 듦에 대한 자기 반성

    언제부턴가 TV에서 무섭거나 민망한 장면이 나오는 것이 싫어졌다. 드라마를 보다가 극중 인물에게 무서운 일이 닥칠 것으로 예상되거나 민망한 장면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 채널을 재빨리 돌렸다가 얼마쯤 시간이 지난 후에야 다시 되돌리게 되었다. 다음 장면으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으니 굳이 과정까지 보아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변명하면서. 영화를 고르는 취향도 달라졌다. 폭력이 난무하는 19금 영화나 무서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호러 영화는 고르지 않게 되었다. 대신 자극적이지 않고 좀 더 잔잔하면서 재미있고 가벼운 영화를 고르게 되었다. 드라마나 영화만 그런 것이 아니다. 스포츠를 보다가도 응원하는 팀이 크게 지고 있어 더 이상 역전의 가능성이 없으면 역시 채널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되었다. 예전에는 진 경

    양중진 부장검사(법무부 법질서 선진화과장)
    안전이별

    안전이별

    '이별의 부산정거장'부터 '이별공식', '이별택시'에 이르기까지,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별은 세대를 뛰어넘는 대중가요의 단골소재였다. 그러나 성폭력전담재판부에 근무하는 필자는 결코 아름답지 않은 '안전이별' 범죄를 너무 많이 접하고 있다. '안전이별'이란, 스토킹이나 폭행, 감금당하지 않고, 사진이나 동영상 유출협박을 받지 않으며, 자신의 안위와 자존감을 보존하는 이별을 뜻하는 신조어이다. 현재 SNS에서 언급되는 안전이별 대책으로는 불치병에 걸렸다거나 거액의 빚을 대신 갚아달라는 거짓말 등이 있는데, 가볍게 웃어넘길 사회현상이 아니다. 최근 5년간 이별과정에서 성폭력, 감금, 촬영, 협박 및 폭력 등 다양한 범죄가 매년 약 7000건씩 발생하였다. 살인도 예외는 아니어서 2005년부터 10년

    신숙희 고법판사 (서울고법)
    도장이 잘 찍혀 있는지

    도장이 잘 찍혀 있는지

    법무사는 문서에 도장이 잘 찍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사람이라는 말도 있다. 필자는 2005년부터 만 11년간 법무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거의 매일 인감도장을 찍고 날인된 인영이 인감증명서와 일치하는지를 확인하였던 것 같다. 육안으로 판단하기 힘들면 실수를 줄이기 위해 투명 비닐 종이에 도장을 찍은 후 인감증명서에 있는 인영과 겹쳐 확인해 보는 경우도 자주 있다. 그러나 그것이 본질적인 일은 아니다. 얼마 전 한 여성 의뢰인이 아버지 명의로 된 아파트를 동생에게 증여하려 한다면서 비용부담이 제일 적게 드는 방법을 물었다. 아파트에 대출이 있고 아버지가 1세대 1주택자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부담부증여를 할 경우 취득세와 증여세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그녀는 다음날 남동생과 같이 방문했는

    이상훈 법무사 (경기중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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