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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끼리 왜 이래

    가족끼리 왜 이래

    판결문 읽기가 취미인 박민제 기자로부터 그가 쓴 책을 선물 받았다. 엊그제 발간된 책 제목이 ‘가족끼리 왜 이래’이다. 자식들을 위해 헌신한 홀아비가 시한부 선고를 받고나서 자신의 삶만 소중히 여기는 자녀들을 상대로 불효소송을 제기한다는 줄거리의 수년 전 방영된 드라마 제목과 같다. 그 드라마 속 아버지 차순봉은 가족을 위해 온갖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았는데 자식들은 제 살길만 챙기고 아버지의 험난한 삶을 보듬지 않았다. 가족끼리 그러면 안 되는데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방대한 양의 판결문에 등장하는 가족의 해체 과정을 통계와 법리를 곁들여 가며 치밀하게 분석했다. 자신의 책에서 가족이 파국에 이르지 않을 조그만 단서라도 얻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모든 사례들이 실화인 까닭에 현실감이 있고, 10년을 훌쩍

    김대현 고법판사 (서울고법)
    외국어 공부에 관하여

    외국어 공부에 관하여

    마침 독일 주식회사법 책을 다 읽었다. 3월부터 수요일마다 지도교수님 연구실에 모여 두시간 반씩 강독을 한 것인데, 300쪽 남짓 되는 간략한 수험서이긴 해도 독일어 ABC를 배우기 시작한 지 2년 반 만에야 전공서적 한 권을 뗀 미련함을 이렇게 알린다.  역사학자 토니 주트는 두 번의 이혼 끝에 찾아온 중년의 위기를 극복하려고 그 어렵다는 체코어를 배웠다더니 (‘기억의 집’) 동·서유럽사를 아우르는 ‘포스트워’를 남긴 위대한 역사가가 되었다. 내 경우는 그저 박사논문을 쓴 직후의 일시적 허전함, 리트 가사를 아는 척하려는 허영심, 영어나 불어를 지렛대 삼아 쉽게 마스터 하리라는 오판, 어학공부의 루틴이 안겨줄 안도감에 홀려서 발을 들였다. 지도교수님은 법학연구자로서 당연한 기본기를 갖추도

    김정연 교수 (인천대)
    관계 인지 감수성

    관계 인지 감수성

    얼마 전 대법원에서 하급심이 무죄를 선고한 성범죄 사건을 '성 인지 감수성'이 부족하였다는 이유로 파기 환송하여, 한동안 성 인지 감수성이라는 말이 인구에 회자된 일이 있다. 성 인지 감수성은 성별 간의 차이로 인한 일상생활 속에서의 차별과 유·불리함 또는 불균형을 인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 들여지는데, 어찌된 일인지 이 판결에 대한 상당수의 술 자리 의견은 남자로 살기 힘들어졌다는 것이니 성 인지 감수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긴 한 것 같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인지 감수성이 성별의 다름에만 필요한 것일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사회라는 틀 안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는데, 완벽하게 수평적이고 평등한 관계는 사회 속에 존재하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불평등한

    김상곤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모든 걸 거꾸로 생각해 봐”

    “모든 걸 거꾸로 생각해 봐”

    올해 여름 역대 최초로 ‘쌍천만 관객 영화’라는 타이틀을 기록한 ‘신과 함께’라는 영화를 보았다. 작년 첫 번째 영화가 개봉했을 때에는 돌이켜 보면 영화 한 편 볼 시간이 없는 것은 아니었을 텐데, 바쁘고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요즘 영화관은 영화를 왜 이리 빨리 내리는지'라는 푸념 섞인 생각을 하면서 당시 많이 회자되던 그 영화가 어떤지 궁금하여 TV로 화면 크기, 음향 등을 아쉬워하며 보았었다. ‘신과 함께’ 영화는 웹툰을 바탕으로 제작되어서인지 내용이 참신한 면이 있었고, 이제 우리나라도 이 정도 수준으로 CG를 사용해서 화려한 환타지 세계를 보여주는 영화 제작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이 영화가 천만 관객을 영화관으로 불러 모은 것은 단순히 CG가 화려해서만은 아니고

    박성민 지청장 (속초지청)
    애정남의 애정회복법

    애정남의 애정회복법

    모처럼 오랜만에 법원을 찾아 온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판사와의 대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멀리 경남에서 온 계창 초등학교 학생들이었다. “평소에 판사에게 궁금했던 게 무언가요?”라는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한 아이가 번쩍 손을 들고 “판사가 하는 역할은 뭐에요?”라는 질문을 던진다. "음, 그래요. 판사가 하는 일은 사회의 갈등과 분쟁을 해결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재판을 하는 거랍니다." 설명이 쉽게 와 닿지 않은지 여기저기서 아리송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하는 수 없이 6년 전 의정부지법에서 견학프로그램을 도맡아 진행할 때 즐겨했던 레퍼토리를 써먹기로 했다. "여러분, 혹시 애정남이라고 아세요?" 철 지난 유행어인데도 고맙게 아이들이 기억해주며 "개콘!, 개콘!" 하고 외친다

    김대현 고법판사 (서울고법)
    또 봅시다, BIFF! 

    또 봅시다, BIFF!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다녀왔다. 부산은 내가 말과 걸음을 배운 곳이고, 1992년 이후 야구를 끊겠다는 결심을 백번도 더 하게 한 롯데자이언츠의 홈그라운드이자, ‘암수살인’과 ‘허스토리’의 배경이 아니던가. 매년 영화제 소식에 엉덩이가 들썩거리긴 해도 실제로 찾은 것은 세 번째이다. 12년 전 외무고시 동기들과 문화적 소양에 넘치는 외교관이 되겠다는 핑계로, 내심은 밤새 해운대를 헤매다가 정우성도 이정재도 마주치고 말리라는 배포를 안고 여관방하나 잡지 않고 내려갔던 것이 마지막이었다. 올해는 정상화 원년이라 하였고, 나와 나의 고향과 함께 나이 들어가는 BIFF가 궁금했다. 시대가 다르고 풍경이 다르니 마음의 자리 또한 다르다는 섭리를 굳이 영화제까지 쫓아가서 확인하여야 하는 일인지는

    김정연 교수 (인천대)
    인연, 만남 그리고 책임

    인연, 만남 그리고 책임

    군대에 간 아들은 면회를 가면 볼 수 있지만, 휴가를 나오면 볼 수가 없다. 이번 휴가에서도 집에 온 지 삼일째 되는 날 아침에야 간신히 얼굴을 본 아들에게 “아들, 좀 너무 하는 것 아냐?” 했더니 “아빠, 바빠. 아빠는 면회나 많이 와줘. 흐흐”라는 답변이 돌아 온다. 살짝 서운한 마음이 드는 한편에 어찌 보면 아들 답변에 인생사 만남에 관한 법칙이 녹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꼭 이해타산은 아니고 사랑, 존경, 그리움 등 감성적인 요소가 더 많다고 하여도 만남이라는 것은 만나는 사람 상호간의 수요 곡선이 교차하거나 접점이 있어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에서 선생님은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인연의 소중함을 다음과 같은 대사로 설명한다. “이 지구상 어느 한 곳에 요만한 바늘

    김상곤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형 집행에 있어 효율성과 형평성

    형 집행에 있어 효율성과 형평성

    형사절차에서 피고인에게 형이 선고되고, 그 판결이 확정되는 경우 검사가 형을 집행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검찰청의 형 집행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데, 징역과 같은 자유형은 공소제기 전에 피고인이 구속되거나 선고를 받으면서 법정에서 구속되는 경우가 많고, 상대적으로 실형이 선고되는 사건 수가 적어서, 실질적으로는 벌금과 같은 재산형을 집행하는 업무가 중점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사회가 발달하고 전문화됨에 따라 피고인의 재산을 찾는 것이 더 어려워지는 등의 사정으로, 재산형을 집행하는데 과거보다 많은 인력과 시간이 필요해지고 있고, 또한 그 분야의 전문성을 제고하는 것도 필요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하여 9년 전 프랑스에서 연수하던 시절, 한국에서 해외 사법제도

    박성민 지청장 (속초지청)
    단지의 아픈 기억

    단지의 아픈 기억

    이른 아침 일어나 미리 얼려 둔 다진 마늘을 자르다 새로 산 식칼에 순식간에 손가락을 베였다. 서투른 칼질 탓이지만 딱딱하게 언 마늘을 힘으로 억지로 자르려 한 게 화근이었다. 조금만 기다렸다가 언 마늘이 녹은 다음 잘랐더라면 아무 일 없었을 텐데 말이다. 잘린 손가락을 부여잡고 펑펑 우는 만삭의 아내를 달래가며 겨우 택시에 올라탔다. 집 근처 대학병원에 도착해서 한숨 돌렸지만 그로써 안심할 게 아니었다. 명색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다는 대학병원을 찾아갔는데도 정작 수술할 줄 아는 의사는 컨퍼런스에 갔다고 다른 병원을 찾아 가랜다. 가는 날이 장날이다. 별 수 없이 난생 처음 앰뷸런스에 몸을 싣고 간이침대에 누웠다. 가뜩이나 아픈 것도 견디기 힘든데 '삐뽀삐뽀' 울리는 요란한 소리에 만감이 교차한다. 손

    김대현 고법판사 (서울고법)
    나쁜 피

    나쁜 피

    '나쁜 피'라니 레오 까락스 감독의 영화를 떠올릴지 모르겠다. 데이빗 보위의 ‘모던러브’가 흐르는 중에 어둑한 파리를 춤추며 달리는 드니 라방의 이미지만 생각날 뿐, 누벨이마주의 거친 편집도 에스에프를 넘나드는 구성도 낯설고 불편한 그런 영화였다.  이번 세기의 나쁜 피는 훨씬 선명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존 캐리루가 쓴 ‘배드 블러드(bad blood)’ 말이다. 스탠포드를 중퇴한 84년생 엘리자베스 홈즈는 ‘테라노스’의 창업자로서, 간단한 키트 ‘에디슨’을 사용하여 손끝에서 채혈한 몇 방울을 전송하면 200여 가지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는 신기술 개발을 선전했다. 한 컵씩 뽑아내는 정맥 채혈의 공포도, 진단 비용의 걱정도 사라질 예정이라 했다. 기업 가치는 90억 달러로, 홈즈의 지분

    김정연 교수(인천대)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여름이 지나고 어느덧 가을이 찾아왔다. 맑고 투명한 가을 햇살을 보니 문득 국어시간에 배운 안톤쉬낙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라는 산문 속의 '초추(初秋)의 양광(陽光)'이라는 표현이 생각난다. 술자리에서 이 산문을 얘기했더니 요즘 교과과정에서는 없어졌다는 후배의 말이 나를 슬프게 했던 기억도 난다. 초추의 양광 속에 잠시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에 빠져본다. 울음 우는 아이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정원 한 구석에서 발견된 작은 새의 시체 위에 초추의 양광이 떨어질 때… 대체로 가을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래서 가을날 비는 처량하게 내리고, 친구들과 마신 술로도 모자라 밤 늦게 홀로 찾은 텅 빈 해장국 집, 그 어둑한 한쪽에서 숙제하는 아이의 모습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김상곤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고소·고발사건에 대한 단상

    고소·고발사건에 대한 단상

    우리나라 국민은 범죄로 피해를 입거나 범죄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 형사소송법에 따라 누구든지 수사기관에 고소·고발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하여 유독 형사 고소·고발을 제기하는 경우가 월등하게 많다.  고소·고발 사건은 고소·고발인이 피해를 입었거나 범죄가 발생하였다고 호소하는 사건이므로 당연히 잘 수사하여 처리해야 한다. 그렇지만, 오랫동안 형사 사건들을 처리하면서 마음 한곳에 남아 있는 해소되지 않은 의문점 중에 하나는 민사적인 성격이 짙은 사건들의 상당수가 형사 사건화되고 있는데, 이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하는 점이다. 예를 들어, 사기로 고소되는 많은 사건들이 금원을 빌려주고 받지 못한 경우인데,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편취 의사, 즉 처음부터 ‘돈을 갚을

    박성민 지청장 (속초지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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