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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대면 시대의 등기 제도

    비대면 시대의 등기 제도

    '소비자의 편의'라는 이유로 금융권에서는 비대면 금융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는데, 우리 사회는 최근 예금명의인의 의사에 반한 불법 결제, 불법 대출 등 비대면 금융 서비스의 허점을 이용한 금융 사고를 경험한 바 있다.   이렇듯 비대면이라는 시대의 흐름에서 어느 제도의 이용 편의성이 증대될수록 보안의 취약성이 커지고, 당사자의 진의가 왜곡될 수 있음을 심심치 않게 경험하고 있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오늘날의 현실이다.   사기업이 제공하는 금융 서비스 사고는 대부분 예금명의인의 금전 손실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에 물론 소송 등 쉽지 않은 과정이 있겠으나 종국적으로 금전 배상을 통해 예금명의인의 피해가 회복될 수 있겠으나 비대면 등기 사고를 생각하면 분명 금융 사고와는 다른 문제가 발

    유종희 부회장 (서울중앙지방법무사회)
    무응답 혹은 침묵의 의미

    무응답 혹은 침묵의 의미

    강의 준비를 위해 저작권법 교과서 중 음악저작물 부분을 오랜만에 들춰보다가 '舞音저작물'에 대한 오래 전 사례를 다시 접하게 되었다. 음악가 존케이지가 연주회장에서 우연히 들리는 관중들의 작은 소음, 대기 속 잡음 등을 녹음하여 '4분 33초'라는 제목의 곡을 발표하였는데 이후 영국의 한 그룹이 1분 동안 연주하지 않는 신곡을 발표하자 존케이지의 유산을 관리하던 재단이 저작권 침해를 주장했던 사안이다.   그런데 '4분 33초'와 같이 상대적으로 긴 시간 동안 인위적으로 아무런 소리도 추가하지 않은 작품은 물론이고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는 짧은 순간 혹은 잠깐 동안의 침묵은 경우에 따라서는 엄청난 의미를 가지므로 그 순간에 대하여 항상 주의를 기울이고 그 의미를 곱씹어 보아야 하며, 이는 소

    이용민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꾸준함에 대한 단상

    꾸준함에 대한 단상

    지난주 블랙홀에 관한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68세의 독일 물리학자 라인하르트 겐첼이 "과학자가 노벨상을 받는 데 필요한 자질은 장수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라며 수상의 기쁨을 밝혔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가벼운 농담이라는 해석도 있었지만, 연구에 대한 열정과 이를 뒷받침해 준 건강 덕분에 지난 수십 년 동안 꾸준하게 연구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기에 오늘의 영광에 이를 수 있었다는 의미도 있었다.   우리는 대개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들을 이루고 싶어 하지만, 우리의 희망과는 달리 대부분의 성취는 긴 호흡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한 노력을 기울였을 때 비로소 이루어지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주상용 인권감독관(서울중앙지검)
    보편적 사고

    보편적 사고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불륜에 빠진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이 아내 면전에서 내뱉은 말이다. 필부필부(匹夫匹婦)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남자 주인공의 사고방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대사가 아닐 수 없다. 이런 파격적인 언동 덕분이었을까 그 드라마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였다. 상식을 벗어나는 말이나 행동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는 있다.    그러나 법정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의 진위를 가리는 경우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원고가 계약서에는 적혀 있지 않지만 분양업자가 투자원금의 보장을 약속하였다고 주장한다. 피고인이 처음 보는 사람의 부탁을 받고 현금을 대신 받아주었을 뿐이지 보이스피싱 범죄를 도와 준 것은 아니라고 변론한다. 법정에서 당사자들이 이러한 주장을

    최종원 부장판사(전주지방법원)
    21세기 봉이 김선달

    21세기 봉이 김선달

    암보험 등 우리는 대부분 최소한 보험 하나 정도에 가입하여 장래 불측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이렇듯 보험은 미래의 불확실성을 대비하는 범위 내에서 우리 삶에 안정성을 제공하는 유익한 제도라 하겠으나 불확실성 범위의 정도, 사고 발생 가능성 등에 근거한 가치 평가는 현명한 소비를 위한 우리에게 필수 조건이라 하겠다.   손해보험 상품 중 부동산권리(권원)보험이란 것이 있는데, 이는 부동산 권리 취득시 위조 등 부동산 권리의 하자로 인해 부동산 권리자가 입게 되는 손해를 보전해 주는 보험으로서 여기에는 소유권용, 저당권용 등이 있다. 미국에서 부동산 공시방법으로 레코딩 시스템(Recording system)을 채택하고 있는 주에서 활성화된 상품으로 우리나라에는 미국 권원보험 전문사

    유종희 부회장 (서울중앙지방법무사회)
    '불멍' 예찬

    '불멍' 예찬

    '불멍'이라는 단어가 언제부턴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등장하더니 이제는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불멍' 화로도 온라인 쇼핑몰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불멍이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 설명 드리면 불, 정확히는 불이 타오르는 것을 바라보며 '멍 때리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멍 때리다'는 국립국어원에서 운영하는 우리말샘이라는 사이트에 따르면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있다'라는 의미다. 결국 타는 장작을 바라보며 무념무상에 잠기는 것이 바로 불멍인 것이다.   오롯이 본인이 가진 고민만으로도 머리 속을 가득 채울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사람인데, 여러 의뢰인의 문제에 대하여 의뢰인들과 함께 고민을 하고, 의뢰인이 더 이상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도와

    이용민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천화원(天和園)

    천화원(天和園)

    거제도 장승포항에는 천화원(天和園)이라는 오래된 중국집이 있다. 싱싱한 해산물이 가득 담긴 시원한 국물의 짬뽕과 바삭바삭한 탕수육으로 일대에서는 상당히 유명한 음식점인데, 출입문 위에 있는 간판에 '1951년 10월 개업'이라고 쓰여 있다. 6·25 전쟁 당시 함경남도 흥남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던 화교 가족이 흥남철수 때 거제도로 내려와 중국집을 다시 연 이후 70년 동안 삼대째 가업을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인 거제도는 6·25 전쟁 때 전선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외딴 섬이었지만, 70년 전 벌어졌던 민족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1950년 12월 흥남철수 당시 군수물자 수송을 위해 투입되었던 화물선 메러디스 빅토리호가 화물

    주상용 인권감독관 (서울중앙지검)
    맥락을 덮고 있는 베일을 벗기다

    맥락을 덮고 있는 베일을 벗기다

    아이 하나가 떠들면서 지하철 안을 헤집고 다녔다. 한낮의 여유를 즐기고 있던 승객들은 점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 아이의 아빠가 창밖을 응시할 뿐 전혀 제지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승객들이 수군수군하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아이의 아빠는 그저 창밖의 풍경에만 시선을 두고 있었다. 참다못한 한 승객이 아이 아빠에게 제지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제서야 지하철 안으로 시선을 옮긴 아이 아빠는 연신 죄송하다면서 머리를 조아렸다. 이어진 그의 말에 승객들 중 어느 누구도 아이 아빠를 탓하지 않게 되었다. "얼마 전에 아이 엄마가 죽었어요. 죄송합니다."   어느 에세이의 한 토막이다. 타인의 행동을 이해하려면 맥락과 상황이 중요하다. 법정에서 만나는 사건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상간

    최종원 부장판사 (전주지방법원)
    편의(便宜)와 이익(利益) 사이

    편의(便宜)와 이익(利益) 사이

    현재 법원은 차세대 전자등기시스템 개발에 착수하였고, 국토교통부는 2024년까지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거래 플랫폼을 구축하여 이를 대법원 전자등기시스템과 연계시켜 계약에서 등기까지 한 번에 처리 가능한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전자화는 분명 우리에게 많은 수고를 덜게 해주는 편의적 기능을 제공하고 있지만 편의(便宜)가 곧 이익(利益)으로 귀결되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이익과 직결되는 부동산등기에서는 특히 그러한데, 국토교통부는 전자계약 체결 단계만 잘 관리하면 부동산등기 단계는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으며 이를 곧 비대면 등기로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우리나라에 수입된 이후 국내 실정과 맞지 않아 우리 국민에

    유종희 부회장(서울중앙지방법무사회)
    신속한 쟁점 도출 능력

    신속한 쟁점 도출 능력

    사법시험 2차 시험에 과목당 2시간만 배정하는 것은 악필이거나 필기속도가 느린 수험생의 공무담임권,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수험생 중 한 명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사건이 있었다. 비록 심판청구가 부적법한 것으로 판단되어 각하되기는 하였으나 본안에 관하여 법무부에서 냈던 아래 의견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사법시험은 판사·검사·변호사 등의 법률실무가로 종사하기 위한 실무적인 학식과 능력을 갖춘 자를 선발하는 시험이며, 이러한 실무가로서의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법률적 쟁점이 많은 문제를 제한된 시간 내에 작성토록 함으로써 출제된 문제를 파악하여 문제되는 법률적 쟁점을 신속하게 도출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므로 시험시간의 제한은 필요하다."  

    이용민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내가 흐려지고 지치지 않을 때까지

    내가 흐려지고 지치지 않을 때까지

    몇 달 전 어느 신문에 게재된 '코로나19와 함께 온 현대'라는 칼럼을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다. 한 소설가가 IT기업에서 일하는 친구와 나눈 대화를 정리한 글이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의 장점에 대해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으니 사람보다 그 사람의 말에, 내놓는 결과물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어울리고 회식하다 보면 친한 사람, 안 친한 사람 생길 수밖에 없는데 지금은 일과 결과로만 평가받을 수 있다"고 했다. 성과만큼 공정하게 평가받고 '그 이상을 받거나 그 이하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내 시간과 감정까지 갈아 넣지 않아도 되는' 일과 생활의 분리, 균형은 회사원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변화라고도 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의 끊임없는 관계 속에서 비로소

    주상용 지청장 (창원지검 통영지청)
    심비(心碑)

    심비(心碑)

    이천 몇 년도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개그우먼 김미화 씨가 어느 라디오방송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당신은 죽으면 비석에 딱 두 단어를 쓰고 싶다고 했다. "웃기고", "자빠졌네." 연이은 그의 해설에 잠시 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한 평생 다른 사람에게 웃음을 주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왔는데, 자기는 죽어서도 성묘를 온 누군가가 자신의 묘비를 보면서 한 번 웃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노라고. 역사책에나 있을 법한 이런 사명감을 적어도 현실에서는 일찍이 보지 못한 듯하다.    나는 왜 법조인이 되고자 하였을까. 사법시험에 합격하였을 때 마음 한켠에 사회정의, 약자보호, 거악척결과 같은 거창한 단어들이 없지는 않았다. 그때 이후로 어느새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

    최종원 부장판사 (전주지방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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