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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록체인과 빅데이터 사이

    블록체인과 빅데이터 사이

    인류의 발전은 고립사회에서 연결사회로 가는 과정이다. 인간 간의 연결을 넘어 사물인터넷을 통한 사물 간의 연결도 가능해졌다. 연결사회가 고도화될수록 빅데이터가 더욱 많이 축적된다. 빅데이터가 특정인에 집중되면 빅브라더가 등장한다. 현재 빅브라더 후보자는 빅데이터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자일 것이다. 하루를 살면서 내 정보가 수집되지 않는 시간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내 폰은 아침에 알람을 울려주며 빛 감지 기능을 통해 수면시간이 얼마였는지부터 수집한다. 출근길은? 차를 타면 블랙박스, 도로 위의 각종 정보수집 카메라, 대중교통은 정류장과 교통수단 내의 CCTV가 모두 나의 정보를 수집한다. 핸드폰의 위치 기능까지 켜 있으면 데이터 수집 업체로는 금상첨화다. 사진을 찍으면 사진을 찍은 시

    김욱준 부장검사 (대전지검)
    모른다고 말 할 수 있는 용기

    모른다고 말 할 수 있는 용기

    업무를 하다보면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 사례 조사에 대한 의뢰를 종종 받는다. 그런 의뢰를 받을 때 마다 "무엇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있다"고 말하는 것에 비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무엇이 있다"는 말은 소수의 사례만 찾아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없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살펴본 영역과 그 사례나 법을 찾기 위해 기울인 노력을 일일이 열거하여 이러이러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아직 발견하지 못하였다고 제한적으로 말 할 수 밖에 없다. 전문가에게 일반인이 그 전문가의 분야에 대한 질문을 하였을 때 무지를 인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권위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염려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전지적인 존재가 아닌 우리가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김용상 외국법자문사 (오멜버니 서울사무소 대표)
    첫날의 약속

    첫날의 약속

    가끔 법원을 견학하러 온 학생들과 대화하는 경우가 있다. 그중 어느 대학생이 던졌던 질문 하나가 기억에 남는다. “처음 판사라는 직업을 시작하실 때 어떤 마음이셨나요?” 그 질문은 마치 내게 어떠한 소명의식을 가지고 판사라는 직업을 시작했는지, 아직도 그것을 잘 지켜가고 있는지 묻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가볍게 대답할 수가 없었다. 알랭 드 보통의 말처럼 우리의 직업 생활은 ‘밥벌이’와 ‘소명’ 사이 어디쯤엔가 놓여 있다. 대개 직업을 시작할 때의 마음은 ‘소명’ 쪽에 가까워서 미래를 향해 여러 가지 다짐과 약속을 하기 마련이다. 그 후로 오랫동안 그 다짐과 약속을 꿋꿋이 지켜가는 예도 있겠지만, 부지불식중에 ‘소명’과 멀찌감치 떨어져 ‘밥벌이’ 근처에 머물러 있는 상황을 발견하기도 한다

    김봉원 고법판사 (서울고법)
    생명의 가치

    생명의 가치

    한국여성변호사회의 생명가족윤리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생명·가족·윤리, 이 모든 것은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다. 삶은 곧 생명의 문제이자 죽음의 문제이다. 세상 사람들이 요즘에는 죽음에도 관심이 많아지고 이른바 웰다잉법이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중국인보다 중국을 더 사랑했다는 ‘대지’의 작가 펄 벅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생명의 가치에 대하여 깊이 고민한 작가이다. 그녀는 생후 3개월만에 선교사인 부모를 따라 중국에 갔다. 농경제학자인 남편과 사이에 자라지 않는 아이가 있었다. 사람이란 존재는 무언가에 쓸모가 있어야만 할까. 그렇지 못한 삶은 가치가 없는 것일까. 이 문제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자신의 고통, 절망과 방황을 ‘자라지 않는 아이(The CHILD who neve

    전현정 변호사 (법무법인 KCL)
    주지상표와 저명상표 사이

    주지상표와 저명상표 사이

    소비자들은 상품을 고를 때 상표를 본다. 상표에 따라 비슷한 상품도 몇 배씩 더 비싼 값을 지불하기도 한다. 유명상표일수록 보통 상품가격이 더 비싸다. 그럼 유명상표란 무엇인가? 대충은 주지저명한 상표다. 상표법은 '수요자들에게 현저하게 인식되어 있는 상표'로 표현한다. 부정경쟁방지법은 '국내에 널리 인식된 상표'로 표현한다. 하지만, 지식재산 관련 법률종사자들은 모두 주지상표와 저명상표를 구별한다. 즉 유명상표도 급을 나누어 보호한다. '주지상표'는 국내 전역 또는 일정한 지역 범위 안에서 '수요자들 사이'에 알려지게 된 상표다. 주지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품·시설·활동에만 효력을 발한다. 상표법은 이를 동일·유사한 상품에서만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는 상표로 규정한다. 부정경쟁방지법은 주지

    김욱준 부장검사 (대전지검)
    아랫사람에 대한 예의

    아랫사람에 대한 예의

    미국에서 경쟁법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기업결합전 신고인 HSR filing이나 민사집단소송을 수행할 때 의뢰인의 태도와 미 법무부의 형사조사 건에서의 의뢰인의 태도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을 느꼈다. 변호사에 대한 의존 및 협력의 정도가 확연히 달랐다. 인신구속 등 형사처벌의 가능성이 그러한 차이를 만들지 않았나 추측한다. 미국에서만 직장생활을 한 탓에 갑을 문화를 경험해 보지 못했는데, 그 경험을 통해 누가 더 간절한지 여부에 따라 갑을이 바뀌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정도의 차이가 전혀 없지는 않겠으나 미국에서는 나이 혹은 지위에 따라 사람을 대하는 기준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 이 방식을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적용하면 동료나 아랫 사람들에게서는 배려 많고 사려 깊은 사람으

    김용상 외국법자문사 (오멜버니 서울사무소 대표)
    봄밤

    봄밤

    권여선의 단편소설 ‘봄밤’의 주인공이 톨스토이의 '부활'을 읽던 중 ‘노보드보로프라는 혁명가는 남보다 이지력(그의 분자)은 뛰어나지만 자만심(그의 분모) 또한 강해서 결국 별 쓸모없는 인간이다’라는 대목에서 문득 떠오른 생각을 말한다. “이 비유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시킬 수 있을 것 같아. 분자에 그 사람의 좋은 점을 놓고 분모에 그 사람의 나쁜 점을 놓으면 그 사람의 값이 나오는 식이지.” 실제로도 우리가 다른 사람을 평가해온 방식이 이런 식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분자에 그 사람이 남보다 우월하게 가진 것들, 이를테면 사회적 지위와 능력, 경제적 부, 권력, 학벌 등을 놓고, 분모에 그 사람의 인격적 결함을 놓아 그 사람의 값을 매긴다. 이때 1보다 큰 값이 되면 좋은 사람이라

    김봉원 고법판사 (서울고법)
    광화문 거리

    광화문 거리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거리가 있겠지만, 내게는 광화문 거리가 최고다. 추억이 있기 때문에, 전통에 대한 향수가 있기 때문에,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우리 역사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기 때문에, 우리 앞날에 대한 희망이 있기 때문에. 광화문이라는 말을 들으면, 그냥 광화문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고 경복궁으로 기억하거나 광장으로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거리에 대해 말하고 싶다. 그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 그 거리가 좋다고 찾아오는 사람들, 그 거리에서 뛰어놀았다던 사람들. 근처에는 고궁과 아기자기한 옛터가 즐비하다. 위로 쑥쑥 솟은 빌딩에서는 점심시간이면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전통과 현대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전통 속에 묻힌 거리가 아

    전현정 변호사 (법무법인 KCL)
    아부와 직언 사이

    아부와 직언 사이

    아부(阿附)는 '남의 비위를 맞추어 알랑거림'을 뜻한다. 일본어로는 追従이 같은 뜻인데 발음 따라 아부 또는 추종이란 뜻으로 쓰인다. 중국어로는 拍马屁인데, '말궁둥이를 때린다'에서 유래한다. 영어로는 Flatter인데 구어적 표현이 suck up, butter up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직언(直言)은 '옳고 그른 것에 대하여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기탄없이 말함'을 뜻한다. 일본어도 같고 중국어도 같다. 다만, 한국어와 일본어는 苦言, 중국어는 危言이라는 동의어가 있다. 그만큼 직언은 고통스럽거나 위험하다는 함의가 있다. 이러한 단어의 유래 때문일까? 아부는 나쁘고, 직언은 좋다는 일도양분적인 가치관이 자리 잡았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상사는 대체로 아부를 좋아하고, 직언을 싫어한다. 직언만 자주

    김욱준 부장검사 (대전지검)
     미국 연방법원 판사가 종신직인 이유

    미국 연방법원 판사가 종신직인 이유

    미국의 제16대 연방 대법원장인 윌리엄 렌퀴스트(William Rehnquist)는 1971년 닉슨 대통령에 의해 연방 대법관으로, 15년 후인 1986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연방 대법원장으로 임명되었다. 그 후 2005년 9월에 사망하기까지 만 34년이 넘게 연방 대법원에 재직하였다. 미국법조인 입장에서 볼 때 렌퀴스트 대법원장의 마지막 몇 달의 행적에는 큰 아쉬움이 남는다. 이미 갑상선암으로 투병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005년 7월 중순 렌퀴스트 대법원장은 본인이 연방 대법원을 이끌기에 충분히 건강하다며 은퇴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하였다. 그로부터 채 두 달이 지나지 않아 렌퀴스트 대법원장은 사망했다. 그의 나이 만 80세 11개월이었다. 그의 사망으로 1955년부터 2005년

    김용상 외국법자문사 (오멜버니 서울사무소 대표)
     인공지능과 갈라테이아

    인공지능과 갈라테이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키프로스의 조각가 피그말리온은 이상적인 여성을 조각하여 ‘갈라테이아’라고 불렀다. 조각상과 사랑에 빠진 피그말리온의 간절한 기도에 아프로디테는 조각상을 진짜 여성으로 만들어 주었다.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는 피그말리온이 인간 여성의 수많은 약점이 싫어서 결점이 모두 제거된 갈라테이아를 조각하였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조각상이 인간 여성을 대체한 셈이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인공지능(AI)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지금, 인간의 피조물이 인간과 같은 존재로 변신하는 것은 더 이상 신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얼마 전 타계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처럼 인공지능이 인류의 멸망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인공지능이 인류의 미래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김봉원 고법판사 (서울고법)
    공감의 폭

    공감의 폭

    어쩌다가 한 번 있을까말까 하는 일들이 우리 사회에서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일들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이 갖고 있는 공감 능력에 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같은 것을 보더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것이 다르다.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도 모든 것에 똑같이 공감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이쪽에 공감을 잘하는 사람이 있고 저쪽에 공감을 잘하는 사람도 있다. 경험과 인식이 다르고 감정의 폭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은 스스로 경험하지 않은 아픔에도 공감하는 능력이 있다. 좌절이나 시련을 겪고 나면 그 범위를 확장시켜 다른 이의 아픔을 상상하고 함께 느끼며 위로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확장이란 것이 때론 자기중심적이고 좁은 세계에 머무를 수 있다. 인간의

    전현정 변호사 (법무법인 KC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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