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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요일언

    목요일언 리스트

    내가 흐려지고 지치지 않을 때까지

    내가 흐려지고 지치지 않을 때까지

    몇 달 전 어느 신문에 게재된 '코로나19와 함께 온 현대'라는 칼럼을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다. 한 소설가가 IT기업에서 일하는 친구와 나눈 대화를 정리한 글이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의 장점에 대해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으니 사람보다 그 사람의 말에, 내놓는 결과물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어울리고 회식하다 보면 친한 사람, 안 친한 사람 생길 수밖에 없는데 지금은 일과 결과로만 평가받을 수 있다"고 했다. 성과만큼 공정하게 평가받고 '그 이상을 받거나 그 이하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내 시간과 감정까지 갈아 넣지 않아도 되는' 일과 생활의 분리, 균형은 회사원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변화라고도 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의 끊임없는 관계 속에서 비로소

    주상용 지청장 (창원지검 통영지청)
    심비(心碑)

    심비(心碑)

    이천 몇 년도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개그우먼 김미화 씨가 어느 라디오방송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당신은 죽으면 비석에 딱 두 단어를 쓰고 싶다고 했다. "웃기고", "자빠졌네." 연이은 그의 해설에 잠시 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한 평생 다른 사람에게 웃음을 주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왔는데, 자기는 죽어서도 성묘를 온 누군가가 자신의 묘비를 보면서 한 번 웃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노라고. 역사책에나 있을 법한 이런 사명감을 적어도 현실에서는 일찍이 보지 못한 듯하다.    나는 왜 법조인이 되고자 하였을까. 사법시험에 합격하였을 때 마음 한켠에 사회정의, 약자보호, 거악척결과 같은 거창한 단어들이 없지는 않았다. 그때 이후로 어느새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

    최종원 부장판사 (전주지방법원)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이제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 존재들이다. 과거에는 없던 존재들이 너무 흔한 요즈음, 법의 영역이라 하여 예외는 아니다. 최초의 인공지능 변호사로 알려져 있는 로스(ROSS) 개발 이래 법률 분야에서의 인공지능 활용이 날로 늘어가는 추세이다. 중국에서는 이미 인공지능 로봇이 재판의 서기 역할을 하고 있고, 추후 배석판사의 역할까지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영역을 전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이와 같은 시대의 흐름에서 진부한 주제인가, 아니면 여전히 유효한 주제인가?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객관적일 것이라는 믿음에 열광하며 인공지능에 데이터라는 식사를 제공하고, 얼마되지 않

    유종희 법무사 (서울중앙회)
    타인의 행복

    타인의 행복

    영화 '나는 전설이다'의 한 장면이다. 괴이한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온 인류가 멸망한 가운데 뉴욕시에 사는 과학자 로버트 네빌(윌 스미스 분)은 날마다 생존자와 치료제를 찾으러 다닌다. 로버트는 아침마다 동네 슈퍼에 들러 슈퍼 곳곳에 세워둔 마네킹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상대는 아무런 말이 없다. 그런데도 로버트는 그들에게 밝은 얼굴로 인사를 한다. 잠시 스치는 장면이건만, 무거운 메시지로 읽혔다. 로버트는 뉴욕시에 속한 모든 것들을 사용하고 가질 수 있다. 어떤 면에서 로버트는 뉴욕시의 주인이 된 셈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다른 그 무엇보다 아침인사를 나눌 그 누군가가 필요했다.    나만 잘 되면 된다는 생각을 노골적으로 공표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타인의 행복보다

    최종원 부장판사 (전주지방법원)
    연화도(蓮花島)

    연화도(蓮花島)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숨결이 살아 있는 통영은 섬의 고장이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수려한 자연환경을 보유하고 있는 통영시에는 571개의 섬이 있고, 임진왜란 당시 삼도수군통제영이 설치되어 있었던 한산도를 비롯하여 사람들이 살고 있는 유인도만 44개에 이른다.    그 중에 '바다에 핀 연꽃'이라는 뜻을 가진 연화도(蓮花島)라는 섬이 있다. 조선시대 연산군의 불교 억제정책을 피해 한 승려가 이 섬으로 들어가 토굴에서 수행을 하다가 깨달음을 얻어 도인이 되었는데, 도인의 유언대로 사후 바다에 수장을 하자 도인의 몸이 연꽃으로 피어나 승화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는 섬이다.    지난 주말 서울로 올라가는 것을 한 주 뒤로 미루고 연화도로 향했다. 코로나19로

    주상용 지청장 (창원지검 통영지청)
    현실과 이상의 간극, 표현된 이상에 대한 책임

    현실과 이상의 간극, 표현된 이상에 대한 책임

    '일하는 국회'는 아마도 2020년 4월 15일 치뤄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문구 중 하나였을 것이다. 하지만 당선된 국회의원들은 아직 국회의원 선서도 하지 못하였고, 그 와중에 어느 국회의원은 국회 회의를 무단으로 결석하는 국회의원들의 수당을 삭감하는 국회법 등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하였다. 각자가 가진 복잡하고 다양한 이유들 때문에 국회를 개원할 수 없는 현실과 선거기간 동안 약속한 대로 국민들에게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이상, 그러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책임의식이 모두 드러나는 장면이 아닌가 싶다.    의뢰인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최상의 결과를 얻어내야 하는 변호사의 입장에서도 현실과 이상 사이에는 괴리가 있고,

    이용민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법은 누구의 꿈인가

    법은 누구의 꿈인가

    목요일언 첫 칼럼으로 '법은 곧 꿈이고 그것을 실현하는 것이 법률가의 임무'라고 썼었다. 그런데 그 꿈은 누구의 꿈인가.   기본적으로 그것은 권력자의 꿈임을 부인할 수 없다. 정치현상으로서 어떠한 세력이 권력을 갖게 되었다는 것은, 단순히 그들이 어떠한 이익을 취했다는 것을 넘어, 그 사회에서 권리와 의무를 나누는 원칙을 스스로 설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소 비관적으로 보자면, 법은 과거에 이 사회를 지배했던 권력자들이 켜켜이 쌓아둔 꿈들의 집합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죄형법정주의라는 형법원리와 사적자치라는 계약법원리는 시민혁명으로 권력을 잡은 상인계층의 이익에 가장 잘 봉사한다. 우리는 여전히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토지조사부에 누가 사정명의인으로 등재되었는

    박광서 고법판사 (수원고법)
    스타링크와 환경법제

    스타링크와 환경법제

    테슬라의 창시자인 엘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페이스X는 최초 민간 유인우주선인 '크루 드래곤'의 성공적인 발사에 이어 지난 3일 스타링크 위성 60개를 성공적으로 쏘아 올렸다. 스페이스X는 2027년까지 1만 2000대의 위성을 통해 전 세계에서 접속이 가능한 우주 인터넷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아마존과 같은 기업 또한 수 천대의 위성 발사를 준비 중이라고 하니, 바야흐로 사막이나 대양 한가운데서도 초고속 인터넷을 누릴 수 있는 새로운 정보통신의 시대가 머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주 인터넷망의 구축이 환경에 끼치는 악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국제천문연맹(IAU)에서는 수 천대의 위성에서 발생하는 인공 빛이 별빛보다 밝아 천문학 자체를 위협하는 소위 '빛공

    김동현 수석 미국변호사 (DLA Piper)
    변호사-클라이언트 관계

    변호사-클라이언트 관계

    '클라이언트'라는 말은 고대 로마 시대의 클리엔테스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시오노 나나미의 역작 '로마인 이야기'에는 고대 로마시대의 파트로네스와 클리엔테스의 관계에 관한 설명이 여러 번 등장한다. 귀족층인 파트로네스는 평민층인 클리엔테스에게 여러 가지 사회적 편의를 제공해 주고 클리엔테스로부터 정치·경제적 지지를 받는 방법으로 서로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관계였다는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그러면서 "양자 사이에 개재하는 것들 가운데 가장 중시된 것은 신의(피데스)였다"고 설명한다.    현대에 있어서 변호사와 클라이언트의 관계는 어떨까? 클라이언트에게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클라이언트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는다는 것만으로 변호사-클라이언트 관계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까? 25년

    임진석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린)
    로마의 추억

    로마의 추억

    20여년 전 어느 밤에, 나는 생애 최초의 해외여행 중에 로마에서 팍스로마나 시절의 고대유적지 앞에 혼자 앉아 있었다. 유적은 조명을 받아 화려하게 빛을 냈지만, 그걸 지켜보는 기분은 왠지 우울했다. 역사에 쌓아 올린 인류의 탐욕을 목격하고 있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이마에서 턱까지 길게 칼자욱이 새겨진 험상궂은 남자에게 쫓기기까지 했기에 더욱 어두운 기억으로 남아 있는지도 모른다. 다행히 별다른 일은 없었지만 그때의 이미지가 강렬했던지, 이후로는 사람들의 욕망을 마주할 때마다 조명 위로 번들거리던 고대유적지가 문득문득 떠오르곤 한다.    몇 년 전 일이다. 어느 아저씨의 휴대폰에 "밤이 외로운 싸모님들에게 서비스 제공 알바, 1회 80만원+α 보장" 운운

    정유미 부장검사 (대전지검)
    피고인의 복장과 공정한 재판

    피고인의 복장과 공정한 재판

    민사재판에서 당사자들은 대개 정장과 같이 단정한 복장으로 법정에 출석하는 경우가 많다.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 정도는 아니더라도 법정에서 분위기를 해치거나 튀는 복장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형사재판의 경우는 다르다. 구속 피고인들은 법정에 출석할 때 대부분 수용자복을 입고 나오고 불구속 피고인도 정장을 입고 법정에 서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왜 이런 차이가 있을까 궁금해서 친분이 있는 변호사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첫째, 형사재판을 받는 피고인은 복장에 신경 쓸 정신적 겨를이 없다. 피고인은 형사재판을 받는다는 현실 그 자체로 이른바 멘탈 붕괴 직전이라는 것이다.    둘째, 최대한 판사에게 애처롭게 보여야 한다. 자칫 말

    박광서 고법판사(수원고법)
    코로나19와 개인정보 보호

    코로나19와 개인정보 보호

    코로나19가 시작된 지 벌써 5개월, 전 세계는 확산 방지 및 백신 개발에 분주하다. 특히 전파력이 강한 코로나19는 확진자가 발생하였을 경우 신속히 접촉자를 파악하고, 이들에 대한 전수검사를 통해 추가확산을 차단하는 것이 필수이다. 우리 정부는 신속한 전수조사를 위해 기지국 접속기록, 카드 결제기록 및 CCTV 등을 통해 역학조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사가 과도한 개인정보의 수집 및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런 우려는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미국의 경우 민감한 개인정보의 수집을 최소화하며 실시간으로 접촉자 동선도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을 애플과 구글에서 공동개발하겠다고 밝혀 큰 화제가 되었다. 단거리 무선 통신 규격인 블루투스를 활용하

    김동현 수석 미국변호사/FLC (DLA Pi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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