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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화문 거리

    광화문 거리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거리가 있겠지만, 내게는 광화문 거리가 최고다. 추억이 있기 때문에, 전통에 대한 향수가 있기 때문에,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우리 역사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기 때문에, 우리 앞날에 대한 희망이 있기 때문에. 광화문이라는 말을 들으면, 그냥 광화문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고 경복궁으로 기억하거나 광장으로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거리에 대해 말하고 싶다. 그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 그 거리가 좋다고 찾아오는 사람들, 그 거리에서 뛰어놀았다던 사람들. 근처에는 고궁과 아기자기한 옛터가 즐비하다. 위로 쑥쑥 솟은 빌딩에서는 점심시간이면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전통과 현대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전통 속에 묻힌 거리가 아

    전현정 변호사 (법무법인 KCL)
    아부와 직언 사이

    아부와 직언 사이

    아부(阿附)는 '남의 비위를 맞추어 알랑거림'을 뜻한다. 일본어로는 追従이 같은 뜻인데 발음 따라 아부 또는 추종이란 뜻으로 쓰인다. 중국어로는 拍马屁인데, '말궁둥이를 때린다'에서 유래한다. 영어로는 Flatter인데 구어적 표현이 suck up, butter up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직언(直言)은 '옳고 그른 것에 대하여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기탄없이 말함'을 뜻한다. 일본어도 같고 중국어도 같다. 다만, 한국어와 일본어는 苦言, 중국어는 危言이라는 동의어가 있다. 그만큼 직언은 고통스럽거나 위험하다는 함의가 있다. 이러한 단어의 유래 때문일까? 아부는 나쁘고, 직언은 좋다는 일도양분적인 가치관이 자리 잡았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상사는 대체로 아부를 좋아하고, 직언을 싫어한다. 직언만 자주

    김욱준 부장검사 (대전지검)
     미국 연방법원 판사가 종신직인 이유

    미국 연방법원 판사가 종신직인 이유

    미국의 제16대 연방 대법원장인 윌리엄 렌퀴스트(William Rehnquist)는 1971년 닉슨 대통령에 의해 연방 대법관으로, 15년 후인 1986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연방 대법원장으로 임명되었다. 그 후 2005년 9월에 사망하기까지 만 34년이 넘게 연방 대법원에 재직하였다. 미국법조인 입장에서 볼 때 렌퀴스트 대법원장의 마지막 몇 달의 행적에는 큰 아쉬움이 남는다. 이미 갑상선암으로 투병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005년 7월 중순 렌퀴스트 대법원장은 본인이 연방 대법원을 이끌기에 충분히 건강하다며 은퇴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하였다. 그로부터 채 두 달이 지나지 않아 렌퀴스트 대법원장은 사망했다. 그의 나이 만 80세 11개월이었다. 그의 사망으로 1955년부터 2005년

    김용상 외국법자문사 (오멜버니 서울사무소 대표)
     인공지능과 갈라테이아

    인공지능과 갈라테이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키프로스의 조각가 피그말리온은 이상적인 여성을 조각하여 ‘갈라테이아’라고 불렀다. 조각상과 사랑에 빠진 피그말리온의 간절한 기도에 아프로디테는 조각상을 진짜 여성으로 만들어 주었다.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는 피그말리온이 인간 여성의 수많은 약점이 싫어서 결점이 모두 제거된 갈라테이아를 조각하였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조각상이 인간 여성을 대체한 셈이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인공지능(AI)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지금, 인간의 피조물이 인간과 같은 존재로 변신하는 것은 더 이상 신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얼마 전 타계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처럼 인공지능이 인류의 멸망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인공지능이 인류의 미래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김봉원 고법판사 (서울고법)
    공감의 폭

    공감의 폭

    어쩌다가 한 번 있을까말까 하는 일들이 우리 사회에서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일들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이 갖고 있는 공감 능력에 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같은 것을 보더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것이 다르다.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도 모든 것에 똑같이 공감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이쪽에 공감을 잘하는 사람이 있고 저쪽에 공감을 잘하는 사람도 있다. 경험과 인식이 다르고 감정의 폭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은 스스로 경험하지 않은 아픔에도 공감하는 능력이 있다. 좌절이나 시련을 겪고 나면 그 범위를 확장시켜 다른 이의 아픔을 상상하고 함께 느끼며 위로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확장이란 것이 때론 자기중심적이고 좁은 세계에 머무를 수 있다. 인간의

    전현정 변호사 (법무법인 KCL)
    가상화폐와 가짜화폐 사이

    가상화폐와 가짜화폐 사이

    가상화폐(Virtual Money)는 ‘특정한 가상 커뮤니티에서만 쓰이는 디지털 결제 수단’을 말한다. 각종 디지털 페이(Pay)나 인터넷상 포인트(Point)도 일종의 가상화폐다. 암호화폐(Cryptocurrency)는 ‘가상화폐 중에 암호화 기술을 사용한 것’이다. 중앙통제기구가 없는 가상화폐는 신뢰성 확보와 화폐 기능의 구현을 위해 블록체인과 같은 암호기술이 필요하다. 비트코인은 암호화 기술을 사용한 가상화폐의 일종이다. 가상(假想)은 '사실이 아니거나 사실 여부가 분명하지 않은 것을 사실이라고 가정하여 생각함'을 뜻하고, 가짜는 '거짓을 참인 것처럼 꾸민 것'이다. 거기에 '화폐'를 붙인다면, 화폐가 아닌데 화폐인 것처럼 가정하여 생각하는 것이 '가상화폐'이고, 화폐가 아닌 것을

    김욱준 부장검사 (대전지검)
    장점과 단점

    장점과 단점

    우리나라 최초의 메이저리그 타자였던 최희섭 선수가 워싱턴 DC로 원정을 와 지역 홈팀인 Nationals 팀과의 경기에 출전한 일이 있다. 당시 워싱턴 DC에 있는 로펌에 근무하던 나는 같은 사무실의 멘토(mentor)와 함께 최 선수의 닉네임이었던 Big Choi(빅 쵸이)를 힘껏 외쳤다. 맹활약을 펼치는 최 선수를 보며 감탄을 연발하자 내 멘토(mentor)는 "Big Choi가 대단한 타자이지만 법률 서면은 너만큼 쓰지 못하잖아"라며 껄껄 웃었던 기억이 난다.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 모두는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다.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는 것이 삶이겠지만 어느 것에 집중하느냐가 우리의 성공과 행복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우리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은 대체로 우리의 장점을 활

    김용상 외국법자문사 (오멜버니 서울사무소 대표)
    사실의 힘

    사실의 힘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중 성추문과 관련하여 탄핵 위기까지 갔을 때였다. 특검팀이 의혹을 규명하기 위하여 르윈스키의 속옷에 묻어있던 정액 몇 방울이 대통령의 것인지 확인하겠다고 하자 나라의 위상을 떨어뜨리고 국익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미국 내 여론이 만만찮았다. 그러나 결국 클린턴은 일정 도중 화장실에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다른 방에서 혈액샘플 채취에 응해야 했고,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자 백악관 연설을 통해 ‘깊은 후회’를 표명했다. 이후 미국은 밝혀진 사실에 기초하여 사태를 수습했고, 상원이 탄핵안을 부결시킴으로써 클린턴은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의 권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를 두고 소설가 김훈은 이 정액 몇 방울의 ‘사실’이 미국을 오히려 치욕의 수렁에서 건져주었다고 평가했다. 또

    김봉원 고법판사 (서울고법)
    직업으로서의 법률가

    직업으로서의 법률가

    독일어로 베루프(Beruf)라는 단어는 ‘직업’을 뜻하기도 하고 ‘소명’을 뜻하기도 한다. 1919년, 막스 베버는 뮌헨 대학에서 학생단체의 요청으로 강연을 한다. 그 강연을 책으로 엮은 것이 '직업으로서의 정치(Politik als Beruf)'이다.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하고 정치적으로 큰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었다. 학생들은 독일의 정치상황에 뛰어들겠다는 열망이 있었고 베버가 그 열망을 충족시켜 줄 답변을 해주리라 기대했다. 베버는 ‘학생들의 요청으로 강의를 하게 되었지만, 이 강의가 틀림없이 학생들을 실망시킬 것이다’라며 강연을 시작한다. 스스로 학자이면서도 정치가가 될 수 있는지를 가늠했다는 그는, 열정만으로 정치가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정치가가 갖추어야 할 세 가

    전현정 변호사 (법무법인 KCL)
    특허와 영업비밀 사이

    특허와 영업비밀 사이

    “특허와 영업비밀” 두 단어는 닮지 않았지만 닮았다. 발명가들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나의 발명을 영업비밀로 숨길 것인가, 아니면 특허를 받아 대놓고 보호받을 것인가. “특허발명”은 특허를 받은 발명이다. 특허를 받으려면 새로워야 한다. 선행기술로부터 쉽게 생각할 수 없어야 한다. 산업상 이용 가능해야 한다. 반면, "영업비밀"은 숨겨져 있어야 한다.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져야 한다. ‘합리적’인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되어야 한다. 나의 발명을 “영업비밀”로 간직하면 천년, 만년 영원하다. 하지만 똑같은 발명을 하는 것을 막지 못한다. “영업비밀”을 직접적으로 빼오면 처벌받는다. 독자 개발해야 한다. 코카콜라의 제조법인 Merchandise 7X는 100년간 비밀이 유지되고 있다.

    김욱준 부장검사 (대전지검)
    Cut Corners(절차생략, 원칙무시)

    Cut Corners(절차생략, 원칙무시)

    영어표현에 cut corners 라는 말이 있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코너를 제대로 돌지 않고 가로질러 도는 것에서 나온 말로 대체로 편의를 위해 원칙 또는 절차를 무시하는 것, 혹은 일을 서둘러 마무리 지으려고 꼭 거쳐야 할 과정을 건너뛰는 경우를 말한다. 지난 한 해 인명피해를 유발한 사고들 중 우리가 cut corners하지 않았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들이 참 많았다. 비상구가 목욕 용품을 넣어 놓는 창고로 불법 전용되어 화재 시 본래 역할을 할 수 없었던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 지반 강도에 대한 확인 절차를 생략하고 대형 크레인을 설치하기 힘든 연약한 지반에서 공사를 강행하다 인명피해를 유발한 강서구 철거 현장. Cut corners의 예를 찾기 위해 멀리 볼 것도 없다.

    김용상 외국법자문사 (오멜버니 서울사무소 대표)
    ‘신과 함께’ 그리고 변론

    ‘신과 함께’ 그리고 변론

    인기 웹툰을 각색한 영화 ‘신과 함께’가 화제다. 망자가 사후 세계에서 저승시왕에게 49일 동안 7번의 재판을 받는다는 이야기다. 인상 깊은 것은 전지전능한 신이 주재하는 저승의 재판에서도 일종의 소송당사자인 망자를 위하여 변호인이 적극적인 변론을 펼친다는 사실이다. 특히 원작인 웹툰에서 변호인 ‘진기한’의 활약상은 눈부시다(영화에서는 저승차사가 변호를 맡았다). 변호인은 재판을 위한 대응전략을 짜고 필요한 사실과 증거를 수집한 후 망자의 유리한 정황을 내세워 정당한 심판을 구한다. 저승시왕은 핵심을 찌르는 변호인의 날카로운 변론에 설득된다. 일선에서 법관들은 좋은 변론이 좋은 재판을 만든다는 말을 하곤 한다. 우리 사회가 복잡화·전문화되면서 법원에서 심리하는 사건들은 사실관계가 복잡하

    김봉원 고법판사 (서울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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