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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포럼 리스트

    씻을 수 없는 것은 없다

    씻을 수 없는 것은 없다

    언어는 사고를 담는 그릇이라 했던가. 언어는 사고를 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를 형성하고 규정하며 고착시키기도 하는 것 같다. 판결문에 관용구처럼 쓰여지는 표현들은 해당 사안에 대한 법관과 사건당사자들, 더 나아가 국민들의 사고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  성희롱, 성폭력 사건 판결문에서 유독 부적절한 표현이 발견된다. 대표적인 것이 “피해자는 이 범행으로 평생 씻을 수 없는(또는 지울 수 없는) 충격과 고통을 받았다”는 것이다. “씻을 수 없다”, “지울 수 없다”는 것은 대개 ‘오점’, ‘과오’, ‘불결함’과 함께 사용된다. 여기에는 성범죄로 인하여 피해자가 아무리 씻어도 씻을 수 없이 더럽혀졌다는 과거의 정조관념이 뿌리깊게 박혀있는 것 같다. 성범죄

    이숙연 고법판사 (서울고등법원)
    ‘비동의 간음죄’ 신설보다 시급한 일

    ‘비동의 간음죄’ 신설보다 시급한 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업무상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죄’(형법 제303조) 1심 무죄판결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비동의 간음죄 신설논란이 뜨겁다. 야권의 여성의원들이 토론회를 열고 No Means No Rule을 적용한 ‘비동의 간음죄’도입을 주장했다. 상대방의 분명한 거부의사에 반하여 성관계를 갖는 행위를 처벌하여 현행 성폭력 관련 입법의 빈틈을 메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별도로 ‘업무상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죄’의 법정형을 최대 징역 7년형으로 강화한 법률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16일 공포된다. 또 원포인트 법 개정이다. 성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늘 그래왔다. 아동이나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범죄가 터질 때마다, 그리고 판결이 선고될 때마다 낮은 형량에 분노한 국민들의 요구에 밀

    하태훈 교수 (고려대 로스쿨)
    행복한 변호사

    행복한 변호사

    한국고용정보원이 2016년 우리나라 621개 직업종사자 1만912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판사는 직업만족도 합산점수에서 40점 만점에 33.16점을 받아 1위를 차지했고, 검사는 37위, 변호사는 74위에 랭크되었다<법률신문 2017. 3. 27.자 기사 참고>. 직업만족도는 ‘발전가능성, 급여만족도, 직업지속성, 근무조건, 사회적 평판, 수행직무 만족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재 몸담고 있는 직업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지”를 해당 직업종사자들이 주관적으로 평가한 개념이라고 한다. 도선사 2위, 세무사 10위, 변리사 15위, 노무사 30위 등이었는데, 변호사가 74위라니 좀 놀랐다. 판사나 검사와 달리, 변호사는 대형로펌부터 개인법률사무소, 사내변호사, 정부나 공공기관,

    조정욱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로스쿨시대의 법학교과서

    로스쿨시대의 법학교과서

    대학에 있다 보니 새 학기가 시작되면 출판사나 저자로부터 신간서적을 가끔씩 받게 되고 또 직접 사서 보기도 한다.  로스쿨시대의 법학교과서를 생각하면 참 우울하다. 어떻게 하면 생존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25개 대학에만 로스쿨이 생기고 남은 법학과들은 학과변경과 학생정원 감축 등으로 이제 대학에서 법학도를 찾기 힘들 정도이다. 그러니 교과서를 읽을 독자층이 엄청나게 줄어들었다. 그리고 매년 수많은 판례가 쏟아지고 법령의 개정도 잦아서 교과서는 출간한 지 1년이 지나면 독자들이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은 짧은 기간에 시험에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의 요약된 책을 선호하는 바람에 수험서와의 경쟁에서 버텨내기가 힘겹다. 더구나 교수들은 연구업적의 부담이 커서 훨씬 시간

    이창현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첨단 시스템 가동의 전제조건들

    첨단 시스템 가동의 전제조건들

    국민 자산의 75~80%가 부동산이라고 한다. 그만큼 부동산 관련 시장이 주는 경제적 영향도 지대하고, 그간의 역대 정부는 모두 이 부동산 시장관련 정책에 대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 대법원 역시 그동안 수년간 국민들의 세금으로 많은 돈을 들이고 오랫동안 노력을 거쳐,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한 각종 최첨단 전자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러한 첨단 시스템들은 점점 발전을 계속할 것으로 보이며, 대법원에서는 최근 통합전자등기시스템이 가동에 들어가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전자시스템을 이용한 전자등기 신청은 여러 부작용을 막기 위하여 법적으로는 전문자격사만이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부동산 등기관련 전문자격사들의 시장 역시 제

    이천교 법무사 (경기북부회)
    공익과 사익의 조화, 사회적경제를 위해 일하는 법률가들

    공익과 사익의 조화, 사회적경제를 위해 일하는 법률가들

    양동수 변호사는 ‘사회주택’이라는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남양주 별내와 고양시 지축에서 500가구 규모의 임대주택을 짓고 있다. 이 아파트에 사회주택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영리를 앞세우지 않는 사회적기업이 짓고, 입주민 스스로 설립한 협동조합이 소유하기 때문이다. 이웃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기존 아파트와 달리 이 주택은 마을공동체를 지향한다. 도서관, 카페, 공방 같은 공간뿐 아니라, 공동육아, 의료생협, 소비자협동조합을 통해 공동체를 만들어 나간다.  김지선 변호사는 ‘Social Impact Bond’(사회성과보상채권, 이하 ‘SIB’) 운영을 돕고 있다. SIB는 민간이 투자하여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업을 하고, 성과를 거두면 정부가 보상하는 것이다. 그녀는 한국 최초의 SIB

    임성택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Fast and Furious

    Fast and Furious

    국제 형사재판에 대한 비판 중 하나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이곳 재판소 역시 설립 준비 당시 3년 정도면 마무리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으나 현재까지 12년 동안 피고인 3명에 대한 재판을 마쳤을 뿐이고, 피고인 2명은 재판 도중 사망하였다.  부임 초기 빙하의 속도(glacial pace)로 움직이는 이곳의 업무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특히 직전까지 우리나라 법원에서 많은 사건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부담 아래 근무하다가 정반대의 환경에 처하게 되니, 마치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 같았고 죄책감마저 느껴졌다. 어느덧 이제는 근무시간이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 반까지임에도 오후 6시까지 초과 근무한 직원을 격려하는 일이나, 긴급 업무를 담당한 동료가 인터넷이 없

    백강진 재판관(크메르루즈 특별재판소)
    행정소송법 개정 제대로 해야

    행정소송법 개정 제대로 해야

    지난 7일 서울행정법원(원장 김용석)은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서울행정법원 개원 20주년'을 기념하는 학술행사를 개최하였다. 이 자리에서 김정중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는 '사회보장 분야 권리구제 실효성 제고-의무이행 소송, 반쪽 구제에서 온전한 구제를 향한 출발'을 주제로 발표를 하면서 의무이행소송의 도입 필요성을 주장하였다. 의무이행소송이 가지는 분쟁의 발본적 해결 기능과 법원의 행정재판 전문성 강화 등을 고려할 때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의무이행소송 도입 등에 관한 행정소송법 개정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성중탁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공공갈등 분야 분쟁해결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과제'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공공갈등을 유발하는 각종 행정계획에 대한 근본적인 통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삼 세 번의 미로

    삼 세 번의 미로

    #사례 1. 정리해고를 당한 근로자 A는 회사를 상대로 해고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였다. 유능한 변호사를 선임한 회사와 1년 넘는 법정다툼 끝에 승소하였으나, 회사는 항소하였고 항소가 기각되자 상고하였다. 업무감각을 유지하고자 잠시 유사 업체에서 일하고도 싶었지만 소송에 불리하게 작용할까봐 포기하였다. 호구지책으로 임시직을 전전하며 3~4년을 보내다 보니 승소판결이 확정되어 복직하더라도 적응할 수 있을지 두렵기만 하다. 한창 일할 나이에 허송한 세월은 그간의 임금 수령만으로는 돌이킬 수 없을 것 같다.  패소가 불가피함을 알지만, 상소비용을 지출하더라도 패소판결의 확정을 지연시키는 것이 더 이득인 당사자도 있을 것이다. 자력마저 풍부하다면 3심제를 최대한 활용하려 할

    이숙연 고법판사 (서울고등법원)
    술은 관대하더라도 음주운전은 무관용

    술은 관대하더라도 음주운전은 무관용

    술을 왜 마실까. 있으니 그저 마실 뿐이라는 사람도 있고 무엇인가를 잊고 위로받기 위해 마신다는 사람도 있다. 어느 소설가는 사회가 술을 권한다고 표현했다. 사회생활을 잘하려면 술 좀 마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술자리가 업무의 연장이다. 업무상 정보가 오가고 때로는 중요한 일이 결정되기도 한다. 술을 매개로 비공식으로 소통도 하고 관계가 맺어지기도 한다. 팀워크를 다지기 위해 폭탄주도 돌린다. 과음을 영업과 접대의 최상으로 여긴다. 입사지원서에 주량을 적고 음주면접도 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술에 의존하는 우리의 조직문화가 이렇다. 이처럼 우리사회는 술 마시기 좋아하고 타인의 음주행위에 관대하다. 일그러진 술 문화가 가져온 사회적 병폐가 만만치 않다. 적당한 음주도 건강에 해롭다는 보

    하태훈 교수 (고려대 로스쿨)
    구술변론과 법정변론연구반

    구술변론과 법정변론연구반

    몇 년 전 구술변론의 정착을 위한 노력의 하나로서 대법원, 법원행정처, 사법연수원, 지방법원의 판사, 대형로펌, 중소형로펌, 개인법률사무소의 변호사, 국선전담변호사 등은 '법정변론연구반'을 구성하여 구술변론의 효과적인 운용방안에 관한 연구를 하였고, 그 연구 성과를 모아 ‘변론의 기술 - 구술변론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책을 낸 적이 있다. 연구라고 하지만 딱딱한 이론보다는 생생한 송무경험을 바탕으로 한 ‘설득력 있는 변론을 위한 화법, 법정에 비치된 전자장비 및 시각화 자료의 활용, 쟁점정리 및 석명에 대한 대응, 증인신문기법, 전자소송’ 등 상당히 실무적인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실제 법정에서는 어떻게 변론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연구하였기 때문에 새내기 변호사뿐만 아니라 기존 변호사에게도 매

    조정욱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구속해야 성공한 수사인가

    구속해야 성공한 수사인가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특검이 지난달 말에 끝났는데, 여론이 ‘실패한 특검’으로 평가하는 것 같다. 아마도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어 더 이상의 수사진전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특검은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핵심 참모였던 김경수씨가 드루킹과 8840만건의 댓글 여론조작을 공모하였다는 사실을 인지하여 기소하였으니 만일 유죄가 된다면 큰 성과를 거둔 수사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오히려 초기 경찰과 검찰의 부실수사에 대해 제대로 파헤쳐 보지 않고 수사기간 연장신청 자체를 포기한 것이 못내 아쉽다. 특검은 기존의 수사기관이 하지 않았거나 잘못한 부분을 밝혀내는 데에 더 큰 존재 의미가 있는 것이다. 피의자를 꼭 구속해야만 성공한 수사인가? 필자가 검사생활을 시작한

    이창현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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