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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포럼

    서초포럼 리스트

    좋은 재판을 위해서는 좋은 입법이 먼저다

    좋은 재판을 위해서는 좋은 입법이 먼저다

    좋은 재판은 어떤 것일까? 당사자의 주장을 충분히 경청하여 주고, 사실관계를 명확히 규명하여 정확한 법률적용을 거쳐 나오는 판결이 좋은 판결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아무리 정치한 법이론을 끌어들이고 문장 하나 하나에 심혈을 기울인다 하더라도 모두를 만족시키는 판결을 하기는 어렵다. 누군가는 만족하지만 누군가는 불만이고, 모두가 불만인 경우도 많다.   중국 드라마 포청천을 보면 포증이 마지막에 "승복하느냐?"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물론 승복한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는 작두이지만, 당사자가 승복하는 재판은 그 내용을 떠나 좋은 재판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재판 실무에서는 분명히 과거보다 당사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많이 부여되고, 수동적으로 재판을 받는다는 것에 머물지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정인이법

    정인이법

    정인이, 이름만 떠올려도 가슴 저릿하고 먹먹하다. 약하디 약한 어린 생명이 얼마나 아프고 두려웠을까. 부모를 강하게 처벌하라는 청원이 넘치고, 당장 관계자들의 책임을 물으라는 요청이 빗발친다. 국민적 공분을 업고 초스피드 입법과 대책이 쏟아져 나왔다. 국회는 며칠 사이에 아동학대처벌특례법 개정안 등을 통과시켰다. 이렇게 뚝딱 만들 수 있는 법안으로 정인이를 구할 수 있었다면 진작 했어야 할 일을.    민식이법 때도, 김용균법 때도 그랬다. 국민적 관심을 끄는 커다란 사건이 터지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분노를 표출하고 책임추궁에 나섰다. 국회와 담당부처에서는 놀랄 만큼 빠른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엄중한 책임추궁이 뒤따랐다. 계속적 분노는 건강에 나쁘니 이 정도 약 드시고

    홍기태 원장 (사법정책연구원)
    '좋은 재판'의 출발은 반성·성찰과 청산

    '좋은 재판'의 출발은 반성·성찰과 청산

    정경심 징역 4년이 합당한지 재판 결과에 대한 여론조사가 있었다. 재판부를 탄핵하라는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윤석열 징계 집행정지 재판부에 대해서는 '일개 판사', '법적 쿠데타'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맹비난한 유명 방송인도 있었다. 여론조사의 대상이 된 재판 결과, 법관 개개인이 공격의 대상이 된 사법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날로 격화되는 사회적 갈등과 대립이 법원으로 홍수처럼 밀려들면서, 특히 정치의 사법화가 심화하면서 생긴 부작용이다. 그 중에서도 여론조사는 최악이다. 민심의 향배를 알아보려는 것이지만, 사법부 판단의 옳고 그름을 여론조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판결 자체가 정당성을 인정받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니 여론으로 정당성을 확인하려는 것이다. &nbs

    하태훈 교수 (고려대 로스쿨)
    Silver Linings Playbook

    Silver Linings Playbook

    코로나 바이러스 팬더믹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크리스마스와 신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상당수의 재판부 구성원들이 각자 본국으로 휴가를 떠났다가 복귀하는 과정에서 자가격리를 하게 되어 최근에는 팀원들이 모두 다른 도시에 머물면서 업무를 함께 처리하는 상황도 낯설지 않다.   여러 사람의 업무 결과물을 종합하여야 하는 필자의 입장에서 24시간 내내 세계 여러 곳에서 수시로 도착하는 이메일들을 검토하는 일은 새로운 부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재택 근무를 경험한 직원들로부터는 프놈펜의 열악한 도로 사정과 교통 체증 속에 출퇴근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업무 효율의 향상이 있으므로, 이 기회에 재택 근무시간을 더 늘려 달라는 설득력 있는 요청을 받는다.   팬더믹으로 인해 많은 사람

    백강진 재판관 (크메르루즈 특별재판소(ECCC))
    우리의 이웃은 누구인가?

    우리의 이웃은 누구인가?

    작년 초 뉴욕타임즈에 미국에서 불법체류자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고 영국 로즈(Rhodes)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옥스퍼드대학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받게 된 재미한인 학생의 기고문('A Dreamer and a Rhodes scholar')이 게재되었는데, CNN 등 국내외 주요 언론으로부터 깊은 관심을 받았다. 그 부모는 아들의 교육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으나 사기를 당해 불법체류자 신세가 된 이후부터 식당이나 피부미용실 등에서 장시간 고된 일을 해야 했다. 불법체류자였기 때문에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을 수 없었고 의료보험 혜택도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세금납부는 누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학생은 2012년 오바마 대통령이 불법이민자 자녀를 위해 만든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 제도(DAC

    조정욱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천사를 우리 곁에

    천사를 우리 곁에

    코로나19의 심각한 확산세로 올 연말 구세군 자선냄비 봉사자가 시내 곳곳에서 울리는 모금 종소리는 더욱더 절실해졌다. 한편으론 또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이 많아 기부활동이 줄어들고 있다는 우울한 소식이 전해진다.   그런데 12월 16일 어느 일간신문에서 "6·25둥이, 1억 기부하겠다 문의… 보훈처·국방부·외교부 서로 떠넘겼다"는 다소 의아스런 기사 제목을 발견하였다. 내용은 6·25전쟁이 한창일 때 태어난 '전쟁둥이'가 해외에 있는 유엔군 참전 용사들에게 기부하기 위하여 여러 정부기관에 도움을 요청하였으나 소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여 3개월 동안 노력 끝에 민간단체를 통해 뜻을 이뤘다는 것이었다. 10여년 전부터 지역 종합사회복지관의 자문위원으로 봉사 중인 필자가

    서정우 법무사 (대한법무사협회 전문위원)
    휴지가 될 피의자신문조서

    휴지가 될 피의자신문조서

    논란이 계속 되고 있는 공수처법의 개정과 함께 검경수사권조정에 따른 형사소송법의 개정 내용이 새해가 되면 본격적으로 시행되어 형사사법체계의 큰 변화가 예상된다. 그 중에서 여론의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해서도 피고인이 법정에서 인정하지 않으면 증거능력이 부정되게 된다.    물론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해 피고인이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1항의 개정 내용은 2022년 1월부터 시행되지만 영상녹화물 등 객관적인 방법으로 성립의 진정을 증명할 수 있다는 제312조 2항이 곧 삭제되므로 피고인이 검찰에서 자신이 진술한 대로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 증거능력을 인정할 다른 방법이

    이창현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소비자신용에 관한 법률' 입법 예고를 보며

    '소비자신용에 관한 법률' 입법 예고를 보며

    A씨는 2000년대 초 은행으로부터 가게 운영자금으로 1000만 원을 신용대출 받았으나 장사가 잘 되지 않아 대출금을 연체하였다. 이후 A씨는 이혼, 여러 차례의 이사 등으로 은행이 발송한 채무상환독촉장, 채권양도통지서 등을 받지 못해 채무가 있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그런데 2015년께 채권추심업체로부터 "지금 당장 10만 원만 지정한 계좌로 송금하면, 대출금 보다 많은 연체이자 1500만 원을 전액 면제해 주고, 원금도 절반으로 깎아주겠다"는 말을 듣고 A씨는 곧장 10만 원을 송금하고, 그 후 3개월 내에 500만 원을 상환하겠다는 내용으로 채무이행각서도 함께 작성해 주었다.    사실 A씨가 "위 대출채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으므로 갚지 않겠다"고 말했다면 대출채무

    정소민 교수 (한양대 로스쿨)
    '법치'라는 이름의 무력감

    '법치'라는 이름의 무력감

    법률가에게 '법치주의'란 무엇인가? 법정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해 달라"는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를 '법치주의'의 이름으로 변론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법치주의는 인치(人治)가 아닌 법치(法治), 곧 사람이 아닌 법이 지배하는 국가원리이다. 법에 의해 국가권력을 통제하고 자의적인 지배를 배격한다. Martin Luther King 목사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히틀러의 만행이 당시에는 명백히 합법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의회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법을 제정하기만 하면 그 법의 목적이나 내용의 실질적 정당성 여부는 문제가 되지 않는 형식적 법치주의는 독재권력을 정당화하여 주며 권력자의 통치권을 강화시켜 주는 수단이 될 뿐이다. 그러기에 우리가 말하는 법치주의는 형식적 법치주의가 아니라 실질적 법치주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법관의 침묵

    법관의 침묵

    3년 전 사법부 내부에서의 법관 독립성 침해가 이슈화되면서 주목받았던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다시 한 번 뉴스의 중심에 섰다. 이번에는 검찰의 판사에 대한 정보수집이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것인지, 이에 대한 의견표명을 할 것인지 이목을 집중시킨 것이다.   법관대표회의에서 관련된 원안과 수정안은 표결 결과 모두 상당 수 표차로 부결되었다고 한다. 법관의 독립성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는 일체의 시도를 반대한다는 의안,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한다는 의안은 물론 재판의 대상이라 의견표명을 하지 않는다는 의안조차 부결되었다. 결과적으로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으니 '법관의 침묵'이란 말이 틀린 것도 아니다. 그러나 침묵할지 안 할지 치열하게 논의한 끝에 나온 침묵은 적극적인 의견표명 이상의 의미와 무게를

    홍기태 원장 (사법정책연구원)
    수상한 대검찰청

    수상한 대검찰청

    코로나19 팬데믹에 중요한 현안이 산적해 있건만 대한민국은 법무부와 대검찰청뿐이다. 양 기관 수장 간의 대치가 수많은 절박한 민생이슈를 잠식하고 있다.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고 민생은 도탄에 빠져 힘들다고 아우성치지만 첨예한 정치적 갈등으로 하루가 지나간다. 누구의 책임인지 가늠하기 쉽지 않지만,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검찰청이 논란의 중심인 건 분명하다. 검찰총장 징계 청구 사유인 '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의 적법성 여부가 핵심이다.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의견을 내지 않았지만, 검찰의 법관 정보수집이 불법하지 않다는 판단은 아니었다.   검찰청 사무기구 규정에 따르면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현 수사정보담당관실)의 업무는 '사건 및 수사 관련 정보수집'이다. 판

    하태훈 교수 (고려대 로스쿨)
    Inside Out

    Inside Out

    ECCC에 부임해 처음 참여한 재판부 합의는 인상적이었다. 당시 캄보디아 재판관들은 격앙된 목소리로 앞으로는 재판부의 판결을 공개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변하였다. 직전에 선고한 그들의 판결 이유에 대해 많은 비판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사건은 구속영장의 집행정지를 구하는 신청이었다. 국제 재판관들은 법률 해석에 따라 신청기각 의견을 낸 데 반해, 캄보디아 재판관들은 신청인용 의견을 내면서 "캄보디아 사회에서 구속되는 것은 큰 창피이고, 명예와 위신 등에도 나쁜 영향을 끼친다"라는 이유를 들었다. 위 판결이 공개되자 이유에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비판과 더불어 캄보디아 재판관들의 자질에 의문을 표시하는 견해까지 있었다.    올해 11월 6일자

    백강진 재판관 (크메르루즈 특별재판소(EC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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