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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포럼

    서초포럼 리스트

    내 배에 총을 쏴라

    내 배에 총을 쏴라

    원고는 차력사였다. 고 김대중 대통령의 야인 시절 경호원이었다고 했다. 60대 중반인 그는 1980년 5월 보안사에 끌려갔다가 엉뚱하게 서울역 광장에서 고성방가했다는 누명으로 구류 10일의 즉결심판을 받았고 그로 인해 15억원의 손해를 입었다면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소장은 비장했지만 증거는 차력도감과 즉결심판서뿐이었다. 예비판사 임관 첫해인 1998년의 일이다.    청구원인도 손해액도 다 이상한데다 이미 18년 전의 일이라 원고가 이기기는 영 어려워 보였다. 신건합의 때 그런 의견을 냈는데, 재판장은 원고가 이제 와서 인지대 들여가며 소를 제기한 걸 보면 뭔가 억울한 것 같으니 일단 충분히 변론할 기회를 주는 게 옳다고 했다.   원고는 증

    한애라 교수 (성균관대 로스쿨)
    # 테스 형

    # 테스 형

    추석 연휴, 최고의 핫 이슈는 단연 KBS2 TV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단독 콘서트였다. 코로나 여파로 직접 관중을 앞에 두지 않은 채 콘서트를 가지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시청률 29%를 기록하였다고 하고, 정치적 의도 여부를 떠나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본 적이 없다"는, 역사적으로 타당하다고 보이는 그의 말 한 마디에 여야 정치인들 간에 아전인수식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으니, 가히 가황(歌皇)이라 불릴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노래를 통하여 오늘 우리 앞에 '테스 형'으로 소환된 소크라테스. 2500년의 시간을 건너 뛰어 오늘의 우리에게 소크라테스는 어떤 의미를 갖는 사람인가? 펠로폰네소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집회의 자유와 제한

    집회의 자유와 제한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마스크 쓰기와 더불어 사회적 거리두기는 생명을 지키는 가장 간편하고도 효과적인 방법임이 분명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대척점에 있는 사회적 모이기, 즉 집회는 공동체의 삶을 누리는 인간으로서의 자연스러운 욕구인데, 하루아침에 집단적 모임 자체가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게 되었다. 그동안 폭력, 손괴 등 위험이 명백한 경우가 아니라면 집회의 자유는 폭넓게 인정되어 왔고, 집회에 따른 불편함을 수용할 만큼 민주시민의 자긍심은 커져왔다. 집회 자체를 불온시하는 사고는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독재시대의 징표라고 믿었다.   그러나 전인류가 생존의 불안을 경험하게 된 2020년, 집회의 자유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종래 집회의 자유는 폭력이나 손괴와 같은 직접

    홍기태 원장 (사법정책연구원)
    '입법' 테러방지법이라도 제정해야 할 판

    '입법' 테러방지법이라도 제정해야 할 판

    코로나19로부터의 안전과 예방이라면 뭘 해도 정당화되나. 국민의 불안을 잠재울 수만 있다면 아무 법이나 발의해도 될까. 세계 최장기록인 192시간의 필리버스터로 저항했던 테러방지법(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이 소환되어 재활용될 참이다. '고의로 감염병에 대한 검사와 치료 등을 거부하는 행위'를 테러방지법의 테러로 보자는 개정안이 발의된 것이다. 그것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주축이다. 폐기해도 모자랄 판에 악법의 확대재생산에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선배 의원들과 시민사회가 인권침해와 권력남용의 위험성 때문에 악법으로 낙인찍은 법을 다시 꺼내 들었다. 이것이야말로 박근혜 정부의 테러방지법을 극렬하게 반대했던 촛불 시민을 폄훼하는 작태이자 피눈물 쏟은 선배 의원들에 대한 모독이다. 국

    하태훈 교수 (고려대 로스쿨)
    The Social Network

    The Social Network

    얼마 전 싱가포르의 대학에서 주관하는 아시아 지역 국제형사재판소 모의재판대회(International Criminal Court Moot Court Competition)에 초청받아 모의재판을 진행한 일이 있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원격화상방식으로 진행되어 과거와 같은 현장의 열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는 없었지만, 참가자들을 좀 더 가까운 거리에서 보면서 주장을 듣고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그들이 경연 중의 화면을 캡처하여 나중에 자신들의 소셜네트워크 계정에 올린 후 필자를 태그하기도 하는 등 나름대로 재미와 특색이 있었다.   모의재판의 사안 또한 흥미 있는 것이었다. 핵심 쟁점은 소셜네트워크에 올린 소수민족에 대한 혐오 메시지를 담은 게시물이 제노사이드의 선동행위에 해당하는지, 그 소셜

    백강진 재판관 (크메르루즈 특별재판소(ECCC))
    항소 없는 재판

    항소 없는 재판

    '공정한 재판'이라는 것이 당사자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는데다가, 법원이 공정하게 재판을 진행하더라도 패소를 하면 그 판결에 불만을 가지고 불복하는 것이 보통이다. 특히 형사소송에서 무죄를 주장하는 피고인이 유죄판결을 받고도 순순히 수긍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경우를 경험한 적이 있다. 웹하드사업자로서 저작권법위반 및 음란물유포의 각 방조죄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은 불법콘텐츠를 차단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이유로 무죄를 주장하였다. 뻔한 변명인가 했지만 속사정을 살펴보니, 법을 준수하고 권리자와 상생하는 '선한 웹하드 사업자'가 되겠다고 하면서 불법콘텐츠를 차단하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하였고, 실제 무죄판결 및 불기소처분을 받은 전력도

    조정욱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회생채권자의 한숨

    회생채권자의 한숨

    장기적인 경기침체에 이어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쳐 최근 개인과 법인의 도산 신청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법원행정처 통계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인회생 신청이 9만2587건, 개인파산 신청이 4만5652건으로 모두 13만8229건에 이른다. 올해 상반기 전체 신청건수가 7만1571건임을 감안하면 평소 개인회생 및 파산사건(이하 개인회생 등)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으며 꾸준한 지속세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개인회생 등 제도는 채무자와 채권자 양측의 이익을 균형감 있게 적정수준으로 조정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고 설명된다. 하지만 제도 탄생의 배경과 성격상 채무자에 치우친 운용현실은 어쩔 수 없어 보이는데, 최근 시민사회단체가 코로나19 개

    서정우 법무사 (대한법무사협회 전문위원)
    차별금지법, 냉정과 열정 사이

    차별금지법, 냉정과 열정 사이

    지난 6월 29일 정의당 장혜영 의원 대표발의로 차별금지법안이 발의되었다. 21대 국회 회기 시작으로부터 두 달도 안 되어 발의된 이 법안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향한 진보의 염원과 열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번 법안은 그동안 논의된 차별금지법안의 종합판이라고 할 만하다. 금지되는 차별의 사유로는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국적,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및 가구의 형태와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학력, 고용형태, 병력 또는 건강상태, 사회적 신분 등 총 23개를 적시하고 있다. 이는 외국의 법이나 국제협약에 적시된 모든 차별사유를

    한애라 교수 (성균관대 로스쿨)
    증언거부권 행사의 재해석

    증언거부권 행사의 재해석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아내 정경심 교수의 재판에서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데 이어 정 교수와 그 아들도 최강욱 국회의원의 재판에서 증언거부권을 행사하였다고 한다. 조 전 장관이 증언거부에 앞서서 "형사법학자로서 진술거부권의 역사적 의의와 중요성을 역설해 왔다. 우리 사회에 이런 권리행사에 대한 편견이 있지만 법정에선 작동하지 않기를 소망한다"고 말한 것을 보면 자신의 강의를 들었던 학생들뿐만 아니라 증인으로 출석할 아내와 아들에게도 같은 말을 한 것으로 보인다.   형사소송법상 증인은 법정에 출석하여 선서하고 신문에 따라 증언을 할 의무가 있다. 사건내용을 체험하여 알고 있는 사람은 누구라도 실체적 진실을 밝히려는 재판에 참여하는 것이 민주시민의 당연한 도리이며, 이를 통해 법치주의가 실현되고

    이창현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명예훼손 법체계' 다시 생각해 보아야

    '명예훼손 법체계' 다시 생각해 보아야

    고소·고발사건이 2019년 한 해에만 77만여 건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일본과 비교하여 과거 30배라고 하였는데, 지금은 50배에 이른다고 하니, '고소·고발 공화국'이라는 말이 무색하지는 않다. 게다가 2019년의 경우 구약식을 포함하여 기소된 사건은 77만여 건 중 14만 여건 정도라고 하니, 효율성과 수익성(?) 측면에서는 고소·고발은 접수 자체를 거부해야 할 사건이 아닌가 한다.    고소·고발사건이 많은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그 중 하나는 민사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채권채무관계의 해결을 위해서라고 한다. 채권의 만족을 얻기 위하여 필요한 증거자료를 확보하거나 채무자의 소재를 찾는 데 국가 수사기관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때로는 채무자에 대한 훌륭한 심리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지연된 정의

    지연된 정의

    2020년 상반기 법원의 민사본안 합의사건 처리율은 68.5%로, 10년 전 92%에 비하여 23.5%나 떨어졌다고 한다(법률신문 2020. 8. 17.자). 코로나19 대유행이 재판에 심각한 지장을 가져온 탓도 있겠지만, 민사사건을 비롯한 법원의 사건 처리율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급격히 추락하고 있었다.    그동안 우리나라 사법은 신속성이라는 측면에서 어느 나라보다 앞서 왔고, 불철주야 재판업무에 매달린 법관과 법원구성원의 노력에 힘입은 바 크다. 특정 사건에서 재판지연에 대한 불만은 있었을지언정 재판지연이 사법불신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히지는 않았다. 소제기 후 5개월 내 판결선고를 하라는 민사소송법 제199조의 훈시는 너무나 비현실적이기는 하지만, 소제기 후 5개월이 지

    홍기태 원장 (사법정책연구원)
    무한정 누릴 자유란 없다

    무한정 누릴 자유란 없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집합금지명령을 거스르는 집회·시위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었다. 감염병 전국적 재확산의 숙주가 된 광복절 집회와 그 집회를 허가한 판사에 대한 격한 비난이 쏟아지던 때 독일 베를린에서도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베를린 경찰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코로나정책 반대집회를 금지했지만, 법원이 이를 허용하면서 집회가 열릴 수 있었다. 독일의 반마스크 시위대는 '마스크 반대, 거리두기 반대', '개인 자유는 불가침', '자유여 영원하여라' 등의 주장을 적은 팻말을 들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거나 구멍 뚫린 마스크로 당국의 방역 정책을 비웃고 조롱했다. 독일에 이어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등 반정부 집회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일부 교회 신도가 참석한 광복절 집회는 극우파를 포

    하태훈 교수 (고려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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