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이라는 말
이누이트어에는 얼음을 뜻하는 단어가 100개가 넘는다고 한다. 다도가 발달한 일본에서는 비슷해 보이는 찻잔을 모양, 빛깔, 질감에 따라 수십 개로 구별해서 부른다. 영어에는 짠맛을 표현하는 단어가 따로 없이 소금의 형용사형으로 'salty'라고만 하지만, 우리말에는 짜다, 짭짤하다, 짭조름하다, 찝찔하다, 건건하다 등 미묘한 단어가 풍부하다.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 다양한 단어가 발달했다는 것은 그것을 구별할 수 있고 구별할 필요를 느낄 정도로 언중(言衆)의 인식이 섬세하다는 의미일 것이다.법률가들이 법률용어에 대해 가지는 예민한 태도도 대부분 그런 섬세한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 비법률가들에게는 쓸데없는 집착이나 잘난 체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용어를 섬세하게 정의하고 구별해서 씀으로써
천경훈 교수(서울대 로스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