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insight
  • Legaledu
  • 법률신문 오피니언

    서초포럼

    서초포럼 리스트

    삶의 마지막 순간

    삶의 마지막 순간

    사람은 모두 죽는다는 것만큼 분명한 진리도 없다. 죽음의 그림자는 낯설지만 그로부터 영원히 도망칠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누구나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 의사로부터 시한을 선고받는 소수의 사람과 끝을 알지 못한 채 시한을 사는 다수의 사람으로 나뉠 뿐. 종래 우리나라에서는 죽음에 관하여 이야기하는 것이 금기시되어 왔다. 그러다보니 죽음(엄밀하게는 마지막 생)에 대한 이해와 준비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목숨을 끝까지 붙잡아놓는 기술만 배웠을 뿐, 삶의 끝자락을 고결하게 이끌 지혜와 방법을 배우지 못하였다. 살려고 찾아가는 병원은 많지만, 존귀한 삶의 마무리를 위하여 준비된 장소는 많지 않다.차가운 중환자실에서 온갖 연명장치를 주렁주렁 단 채 임종하는 일은 이제 흔하다. 인

    홍기태 원장 (사법정책연구원)
    블라인드와 공정 사이

    블라인드와 공정 사이

    충분한 정보에 기반한 결정이 좋을까, 제한된 정보에 기반한 결정이 좋을까? 편견을 배제한 결정이 좋을까, 편견을 지닌 결정이 좋을까? 답은 어렵지 않다. 충분한 정보에 터잡은 결정은 좋고, 충분한 정보 없이 하는 결정은 나쁘다. 편견 없는 결정은 공정하고, 편견 있는 결정은 불공정하다. 그런데 실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다양한 정보 중에는 편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보도 섞여 있다. 그렇다고 편견의 여지가 있는 정보를 죄다 배제하다 보면, 별로 아는 것 없이 결정하게 될 위험도 있다. 공정한 결정에 대한 집착이 충분한 정보에 기한 결정을 방해할 수도 있는 것이다.그동안 어떤 의사결정에서 편견을 우려하여 특정 정보의 활용 자체를 아예 금지하는 예는 드물었다. 그러나 최근 채용과 입시에서 그런 예가 늘어나고

    천경훈 교수 (서울대)
    The Grey Area

    The Grey Area

    프놈펜의 중심부에 위치한 프랑스 대사관 정원에는 녹슨 철제 문이 전시되어 있다. 평범한 모습의 문이지만, 프랑수아 비조(Francois Bizot)의 'The Gate'라는 책을 통하여 유명세를 타게 되어 철거 후 전시품으로 보존되고 있는 것이다. 인류학자로서 크메르 루즈 감옥에서 극적으로 생환한 비조는 크메르어와 프랑스어에 모두 능통하였기에 1975년 4월 크메르 루즈가 프랑스 대사관을 포위한 채 대사관 안에 있는 캄보디아 국적자들의 인도를 요구할 당시 중간 역할을 맡았다. 영화 킬링필드 초반부에서 미국인 기자 셴버그와 동행취재를 하던 캄보디아 기자 프란이 프랑스 대사관으로 함께 도피한 후 여권을 급히 위조하여 영국 국적자로 행세하려 하지만 결국 조악한 사진 탓에 발각되어 크메르 루즈에

    백강진 재판관 (크메르루즈 특별재판소(ECCC))
    새로운 세상을 보는 눈

    새로운 세상을 보는 눈

    최근 미국 과학자가 자신이 개발한 인공지능 'DABUS(Device for the Autonomous Bootstrapping of Unified Sentience)'가 '식품 용기 및 개선된 주의를 끌기 위한 장치'를 스스로 발명하였다고 하면서 DABUS를 발명자로 하여 각국에 특허출원을 하였는데, 이에 대해 미국과 유럽연합 특허청은 "사람(자연인)이 아닌 인공지능은 발명자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특허출원을 거절한 반면, 호주 법원은 "발명자가 반드시 사람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이유로 인공지능도 발명자가 될 수 있다고 하면서 호주 특허청의 특허출원 거절결정이 부당하다는 판결하였다. 호주 법원의 판결이 있기 전까지 이에 관한 논란이 다소 있기는 했지만 별다른 논의의 필요성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조정욱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법학 교과서와 수험서

    법학 교과서와 수험서

    대학 교수들은 매학기 2개월이 넘는 방학이 있어서 참 좋겠다고 하지만 신학기의 강의교재 출간을 준비하는 분들은 논문을 작성하는 외에 출간 업무로 바쁘다. 변호사시험 등의 출제와 채점, 특강 등의 일이 생기기도 하고 최소한 강의안 수정작업이라도 하게 된다. 필자도 여름방학에는 '형사소송법' 교과서를, 겨울방학에는 '사례형사소송법' 수험서의 개정작업으로 힘들게 보내면서 오히려 방학이 빨리 끝나 강의에만 전념할 수 있는 개학을 기다리는 형편이다. 2011년 늦게 교수가 되어 당시 최고로 인기가 높았던 교수님의 교과서로 강의를 시작하였고 다른 교과서까지 참고하면서 정말 열심히 하였다. 그러다가 점점 부족하거나 빠진 부분이 눈에 들어오고 실제 변호사시험 등에서 그 부분을 지적하는 문제가 출제되기도 하였다. 적지

    이창현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자, 이제 노래해 봐."

    "자, 이제 노래해 봐."

    최근에 책 제목이 멋있어서 읽은 책이 있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라는 책으로 '불확실한 삶을 돌파하는 50가지 생각 도구'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저자는 철학을 배워서 얻는 가장 큰 소득은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깊이 있게 통찰하고 해석하는 데 필요한 열쇠를 얻게 해 준다는 점이라고 한다. 한 때 나는 법률 지식이 삶의 무기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법을 알면 어떤 사건 사고를 당하더라도 이를 헤쳐 나갈 방법을 보다 수월하게 찾을 수 있으므로 매우 유용하고 도움이 되는 도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법률 지식이 '생활'의 무기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법의 해석자 또는 판단자로서 자신의 철학이 없다면 '삶'의 무기까지는 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악기

    정소민 교수 (한양대 로스쿨)
    준법의 부담

    준법의 부담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라며 독배를 들고 죽음을 맞이했다는 이야기가 역사적 사실일까? 소크라테스의 이야기는 일본 법학자인 오다카 도모오가 1937년 '법철학'에서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신 건 악법도 법이기에 이를 준수한 것이라고 한 데서 와전된 것이라고 한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이나 '크리톤'에는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라는 말을 한 것이 없음을 보면 소크라테스가 그와 같은 말을 한 것이 아님은 분명한 듯하다. 그럼에도 스크라테스의 독배 이야기는 철저한 준법정신 함양을 요구하는 훌륭한 교육자료로서 여전히 사용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고대 로마의 법률 격언에 "법은 엄하지만 그래도 법(dura lex, sed lex)"이라는 말이 있다. 불합리한 법이라 하더라도 법체계를 지켜야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전자소송 10년, 그리고 미래

    전자소송 10년, 그리고 미래

    2011년 민사전자소송이 시행될 즈음, 새로운 기술에 대한 걱정과 거부감이 적지 않았다. 그 이후 불과 10년, 민사재판에서 종이로 송달하고 종이서류를 복사하는 일은 거의 사라지고 있다. 이제 전자기록을 출력하여 종이로 기록을 보고 있노라면 구세대로 취급받기 십상이다. 이렇게 80%가 넘는 민사사건이 전자소송으로 처리되는 성과를 거두었지만, 아직도 해결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형사전자소송의 도입이 늦어짐에 따른 손실이 알게 모르게 상당하다. 불편함을 넘어서 충실한 심리에 직접 지장을 주고 있음에도, 형사전자소송의 제도화는 더디기만 하다. 기록을 일일이 복사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사건당사자들은 시대에 뒤떨어진 사법시스템에 기막혀 한다. 기록복사가 늦어져 재판이 공전되고 심리에 쏟아야 할

    홍기태 원장 (사법정책연구원)
    그래도 가석방이 답이다

    그래도 가석방이 답이다

    지난 6월 9일 법무부 교정개혁위원회는 법무부에 교정시설 과밀 수용 해소를 위한 종합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가석방 확대를 위해 심사 제외 대상 최소화, 의무적 심사 도입 및 가석방심사위원회 전문성 제고 등을 주문했다. 그 권고를 받아들였는지 알 수는 없지만, 법무부는 가석방 기준을 형기의 80%에서 60%로 낮추었고, 그 혜택을 누리게 된 첫 재벌총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낙점되었다. 또 다른 기업 총수도 끼어 있어 논란이 뜨거웠다. 가석방이 결정되자 시민사회단체의 비판은 거세졌고, 여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들렸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약속했던 표어는 '기회는 불평등하고 과정은 불공정하며 결과도 정의롭지 못한 재벌총수에 대한 특혜 결정'이라는 조롱으로 변조되어 부메랑처럼 되돌아왔다.

    하태훈 교수 (고려대 로스쿨)
    Detachment

    Detachment

    재판관의 중립성(impartiality)을 다투는 기피신청 관련 국제형사재판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선례는 ICTY의 'Furundzija' 사건(IT-95-17/1, Appeal Judgment, 21 July 2000) 이다. 현재는 필자와 같이 ECCC에서 근무하고 있는 Florence Mumba 재판관에 대한 기피 사유는 그녀가 ICTY 재판관이 되기 전에 유엔 여성지위위원회(UNCSW)의 회원으로 활동하였다는 점이었다. 당시 그 위원회의 목표 활동 중 하나는 강간(rape)을 명시적으로 국제형사범죄로 편입하는 것이었고, 이에 따라 위원회는 구 유고슬라비아 내전 중에 벌어진 대규모의 강간 범죄가 반드시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되어야 한다는 결의를 하기도 하였다. 기피 신청인은, 강간이 국제형사범죄에

    백강진 재판관 (크메르루즈 특별재판소(ECCC))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세워라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세워라

    예전 법과대학 입구에 '정의의 종'이 있었는데(지금은 건물 내부로 이전), 법대 건물을 드나들 때마다 정의 종 아래 새겨진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세워라"는 법언을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초년 법학도라면 누구나 그럴 수 있듯이 '법을 통해 사회 정의를 구현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법대를 지원했기 때문에 이 법언은 처음부터 뇌리에 박혔다.   그런데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세워라는 말은 정의를 지키고자 하는 굳건한 결의를 가지라는 명령임에도, 정작 학교에서는 하늘이 무너져도 세워야 할 '정의'는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철학과 교양수업을 듣고 다양한 책을 보고 사색도 해보았지만 사회생활도 해본 적 없는 학생 신분에서 그 정답을 찾기란 쉽지

    조정욱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판사들의 불법불감증

    판사들의 불법불감증

    판사들은 당연히 법을 잘 지키고 있을까. 최근 선고된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사건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인터넷 댓글여론조작 사건을 통해 살펴보자. 채널A 기자는 구속기소가 되고 몇차례 공판이 진행된 후에 보석청구가 되었지만 재판부는 미루기만 하다가 6개월 구속만기를 하루 앞두고 구속취소를 해야 할 상황에서 보석결정을 하고 곧 인사이동이 되었다. 강요미수라는 생소한 범죄라서 과연 구속영장이 발부될지 조차 의문이 많았으며, 1심에서 결국 무죄가 선고되었다. 공판이 몇차례 진행되면 무죄 가능성이 상당히 엿보였을 것임이 분명한데도 재판부는 과연 무슨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 보석청구를 받은 날로부터 7일이라는 보석결정기한을 위반하고 4개월이나 지나 구속만기에 어쩔 수 없이 허가를 할 수밖에 없었는가. 불법이

    이창현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1. 1
    2. 2
    3. 3
    4. 4
    5. 5
    6. 6
    7. 7
    8. 8
    9. 9
    10. 10
  •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