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지수
로펌에서 변호사로 근무하던 때다. 갑자기 어떤 지방법원의 형사사건을 맡아 달라는 전화가 심심찮게 오기 시작했다. 공정거래, M&A 등 기업자문을 하던 나로서는 뜻밖의 일이었다. 알고 보니 그 법원의 형사단독 판사 한 분과 내가 사법연수원 기수, 출신학교, 나이 등이 비슷해서 변호사 소개 사이트의 '인맥지수'가 99점이나 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친한 분이기도 했다. 형사는 전문분야가 아닌 데다가 로펌에 소속된 몸이라 수임이 어렵다고 일일이 거절했지만, 꼭 맡아 달라는 부탁 너머에서 인맥지수 99점 변호사에 대한 비릿한 기대가 느껴졌다.
같은 지역에서 자라거나 같은 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직접적으로든 한 다리 건너서든 다양한 인연을 맺게 된다. 서로 어울려 놀고 다투고 공부하면서, 함께 추억을 쌓기
천경훈 교수 (서울대 로스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