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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法臺에서

    法臺에서 리스트

    대법원장후보추천위원회

    대법원장후보추천위원회

    현재 삼권분립의 국가틀에서 핵심적인 대통령과 헌법재판소장의 자리가 비어 있고, 현 대법원장의 임기도 9월 말 만료된다. 국민들은 5월 9일까지 후보들을 면밀히 따져 새 대통령을 결정할 것이다. 그런데 새 헌법재판소장과 후임 대법원장의 선정에 국민들은 물론 헌법재판소나 사법부 구성원들이 참여하지 못한다. 헌법상 헌법재판소장과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만으로 임명하기 때문이다. 5월 선출되는 대통령이 새 헌법재판소장과 대법원장의 후임을 정하는 데 사전에 거쳐야 하는 공식 절차가 없다. 오직 ‘제왕적 대통령’ 1인의 의중에 달려 있어, 특정 정치세력이나 비선을 통해 내정할 가능성도 상당하다. 이후 거치는 국회의 동의도, 국민의 투표 지지와 의석 수의 비례성에 문제가 있는 국회의원 선거제도와

    최기상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그녀의 진심

    그녀의 진심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니까요! 상담도, 교육도 필요 없어요.” 텅 빈 동공의 그녀가 말했다.  그녀의 남편은, 살다보면 뺨 한 대 때릴 수도 있지, 이제 다 잊고 잘 살고 있는데, 국가가 집안 문제에 개입해서 이혼시키려고 하느냐 불만을 토로했다.  그녀는 남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요즘은 너무 잘해준다면서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남편을 법정 밖으로 내보내고,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마이크까지 꺼버렸지만, 그녀는 여전히 같은 대답을 했다.  이번이 처음인 것도 아니었다. 이전에도 그녀의 남편은 가정폭력으로 법정에 섰고, 상담위탁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몇 개월 후, 그는 다시 그녀의 목을 조르고 뺨을 때렸다. 

    권양희 부장판사 (서울가정법원)
    사는 만큼

    사는 만큼

    2월 큰 규모의 법관 인사이동이 있었다. 작년 봄부터 연잇던 법조비리에 대한 1심 재판이 일단락되고 국정농단과 탄핵심판 국면에서 법조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는 와중이라선지, 법정 안팎에서 내가 사는 실상을 살피는 계기가 된다. 신임 법관을 축하하면서 지금 판사의 일은 문병일지 모르니 사건으로 다가오는 마음을 더듬어 환대하기를 응원하고, 사직한 동료가 안타깝지만 헌법기관으로서 공적으로 형성된 존재이니 법정 밖에서도 먼 이웃들의 고통을 덜어주도록 축복한다. 광장을 통하여 ‘모두에 의한-모두를 위한 나라’ 민주공화국을 대의제 틀에서 벗어나 ‘시민(Demos)의 힘(Cracy) 자체’로도 보게 되자, 우리 재판부의 법정에서 민주주의가 구현되고 있는지, 새 헌법재판소장과 9월 임기 만료인 대법원장

    최기상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학대의 기준

    학대의 기준

    “막말로, 애가 죽은 것도 아니고, 병원에 입원한 것도 아닌데, 학대라니요!” “고작 뺨 한 대를 가지고 학대라고 하면, 애를 도대체 어떻게 가르치라는 말입니까!” 학대라는 단어의 어감 때문인지, 아동보호법정에 선 행위자들 대부분은 격한 불만을 토로한다. 아동복지시설에 피해아동을 보호 위탁이라도 한 경우엔, 국가가 아이를 납치했다며 소란을 피우기도 한다. 법률상 용어인 ‘행위자’라는 표현에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훈육이 목적이었을 뿐, 절대 학대는 아니라 강조한다. 얼마 전 뉴스에, 어느 어린이집 교사가 먹던 음식을 뱉었다는 이유로 아이의 뺨을 때리는 CCTV 영상이 방영되었다. 모두가 분개했다. 어느 누구도 학대가 아니라 말하지 않았다. ‘고작

    권양희 부장판사 (서울가정법원)
    작별

    작별

    너무 많이 회자되어 다소 진부하게 들릴 때도 있지만, '판사는 판결로만 말한다'는 격언이 있다. 모름지기 판사는 자기가 맡은 사건에 대해 자족적이고 설득력 있는 판결을 통하여 재판의 결론과 그에 이른 과정의 정당성을 스스로 증명해 보일 수 있도록 하여야 하고, 그 외의 일체의 설명이나 부연은 대개 불필요한 군더더기일 뿐이라는 뜻으로 이해된다. 때로는 이 말이 판사는 판결을 잘하면 그뿐이고 그 밖의 세상사에는 거리를 두고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인용되기도 한다. 과거에는 판사들이 평범한 사람들에 비해 대체로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높은 수준의 지식을 갖고 있다는 이유에서 판결의 권위가 어느 정도 확보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이 전반적인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소수 전

    서동칠 부장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추억

    추억

    기억은 잊혀지기도 불쑥불쑥 떠오르기도 한다. ‘그 여름, 동물원’에서 극 중 창기는 느닷없이 떠오르는 광석과의 추억이 불편하다 말한다. 아마도 친구의 아픔을 함께하지 못한, 친구의 선택을 막지 못한 자책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그의 생각은 친구가 떠난 후 발표한 노래에도 배어 있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처음 동물원을 만난 건 중학교 시절이었다.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편안함을 느꼈고 그 편안함은 그들이 가수라기보다 노래를 좋아하는 친구들의 모임, 아마추어라는 인상 때문이었다. 그렇게 만난 음악과 함께 나이가 들었다. 좋아하는 사람과 감정을 나누고, 노래방 문화가 시작되던 시절 희귀음반을 찾듯 노래책을 뒤져 기어이 그들의 노래를 찾아냈다. 유명 가수를 동경한 기억은 없지만

    이광우 판사(서울가정법원)
    자백

    자백

    필자는 뇌물, 배임수재 등 형사 부패사건을 전담하고 있다. 부인(否認)하는 사건의 비율이 높은 편이어서 한 기일에 여러 명의 증인을 소환하여 늦게까지 신문을 진행하기 일쑤다. 구속기간의 제한 때문에 기일을 여유 있게 잡을 수도 없다. 얼마 전 사석에서 이러한 고충을 토로하였더니, 주위에 있던 법률가 몇 분이 "부인하는 사건은 개전의 정상이 없는 것으로 보아 적극적으로 양형에 반영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이구동성으로 말씀하셨다.  피고인이 자백을 하면 형사절차가 간명하고 신속하게 진행된다. 피해자는 법정에 출석해 피고인의 면전에서 증언을 해야 하는 부담이 줄어들고, 합의나 피해변제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피고인의 자백에다가 보강증거까지 더해지면 사안의 진상이

    서동칠 부장판사 (창원지법)
    성년후견지원신탁

    성년후견지원신탁

    성년후견제도는 작년 한 해 가정법원 업무와 관련하여 언론과 대중의 주목을 받은 주제 중 하나였다. 대기업 총수의 성년후견개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며 2013년 시행 이후 이름조차 생소하던 제도가 많은 국민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3.2%에 이르고, 우리 사회가 곧 고령시대에 진입할 것임을 생각하면 그 관심은 늦은 면이 있다. 성년후견제도는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한 피후견인의 복리를 위하여 법원이 후견인을 선임하여 피후견인의 신상과 재산을 보호하는 제도이다. 치매에 걸린 고령의 자산가가 사기 범죄에 노출되어 재산을 탕진하고 서울의 한 오피스텔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안타까운 사건도 성년후견제도가 활용되었더라면 사전에 방지할

    이광우 판사(서울가정법원)
    뇌물죄 단상Ⅱ

    뇌물죄 단상Ⅱ

    상당수의 뇌물죄 피고인들은 자신과 상대방과의 관계는 사람들이 색안경을 끼고 보듯이 무슨 청탁이나 특혜를 전제로 한 검은 거래관계가 아니라 인간적인 신뢰와 호의에 바탕을 둔 친분관계라고 믿고 싶어 한다. 남들은 어떨지 몰라도 자기들이 주고받은 것만큼은 뇌물이 아니라 선물로 보아달라는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 금품의 성격이나 상호 인적관계 등을 고려하여 직무 관련성이 부정되는 경우도 있지만, 객관적으로 뇌물성이 명백한데도 하다못해 정상참작 사유로라도 이 같은 주장을 하는 피고인들을 흔히 본다. 겉으로 드러내놓고 표현하지는 않지만, 그동안 관행처럼 금품을 받아온 사람들이 주변에 수두룩한데 하필 자신이 운이 없어서 걸렸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꽤 있는 것 같다. 피고인이 맡았던 직책이 임기 동안 아

    서동칠 부장판사 (창원지법)
    탄원서

    탄원서

    형사재판을 담당하던 어느 해 일이다. 변론을 마치고 판결선고를 앞둔 사건의 피해자가 탄원서를 제출하였다. 6건의 사기 사건을 병합하여 진행하였는데 불구속 상태에서 1년여 동안 공판에 출석하던 피고인이 선고기일에 도주하였다. 피해자는 여러 차례 기일에 출석하고, 피고인이 도주한 후에도 기일마다 법정에 나와 재판장으로서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절차에 관한 안내를 해주었기에 안면이 있었다. 탄원서 내용은 판사가 피고인으로부터 돈을 받고 판결선고를 미룬다는 것이었다. 당시 피고인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지명수배를 의뢰한 단계였고 소촉법상 요건은 갖추기 전이었으므로 법적으로 피고인의 출석 없이 판결을 선고할 수 없는 사건이었다. 충격과 함께 서운함이 밀려왔다. 오매불망 판결선고를 기

    이광우 판사(서울가정법원)
    뇌물죄 단상Ⅰ

    뇌물죄 단상Ⅰ

    약 3600년 전 은나라를 세운 탕왕은 왕위에 오른 이후 7년 동안 계속해서 흉년이 들자 6가지 점검 항목을 적은 반성문을 벽에 걸어놓고 하늘에 기도했다고 한다. 그중 다섯 번째 항목이 ‘뇌물이 성행하지 않았는가?’였다. 조선시대 여러 왕들은 국정이 난관에 봉착할 때면 이를 타개할 수단으로 탕왕의 반성문에 몇 가지 항목을 더하거나 빼서 비슷한 방법으로 사용하였는데, 어떤 경우에도 뇌물과 관련된 항목은 빠지는 법이 없었다. 임용한 등이 지은 ‘뇌물의 역사'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뇌물이 나라를 망칠 수도 있는 심각한 병폐라는 경계심이 인류 문명이 태동할 무렵부터 줄곧 이어져왔음을 알 수 있다. 우리 국민들의 인식도 별반 다르지 않았는지, 2007년 출범한 양형위원회가 살인, 성범죄 등과

    서동칠 부장판사 (창원지법)
    새해 소망

    새해 소망

    새해를 맞이하며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손글씨로 정성스레 담은 연하장을 받았다. 어린 시절 이맘때면 성탄을 축하하고 새해 덕담을 나누는 카드를 만들어 친구들과 주고받았다. 더 많은 카드를 받았다고 서로 자랑하던 일, 늘 색색 빛의 가루를 사용하여 카드를 만들던 친구 얼굴, 더 예쁘고 기발한 카드를 만들겠다고 경쟁하던 아이들과 한창 서예를 배우며 먹을 갈아 謹賀新年이라 적어 나누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한동안 12월이면 어김없이 서점과 문구점에 긴 줄로 늘어선 카드 앞에 서성이던 것이 마지막인가 보다. 시간이 흐르며 게으르고 무감해져 이메일과 SNS, 휴대전화 메시지의 편리함 속에 새해를 맞이하는 지금의 모습이 문득 부끄럽다. 새해다. 희망찬 꿈을 꾸어야 할 시기지만 새해를 맞이하

    이광우 판사(서울가정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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