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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法臺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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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

    추억

    기억은 잊혀지기도 불쑥불쑥 떠오르기도 한다. ‘그 여름, 동물원’에서 극 중 창기는 느닷없이 떠오르는 광석과의 추억이 불편하다 말한다. 아마도 친구의 아픔을 함께하지 못한, 친구의 선택을 막지 못한 자책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그의 생각은 친구가 떠난 후 발표한 노래에도 배어 있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처음 동물원을 만난 건 중학교 시절이었다.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편안함을 느꼈고 그 편안함은 그들이 가수라기보다 노래를 좋아하는 친구들의 모임, 아마추어라는 인상 때문이었다. 그렇게 만난 음악과 함께 나이가 들었다. 좋아하는 사람과 감정을 나누고, 노래방 문화가 시작되던 시절 희귀음반을 찾듯 노래책을 뒤져 기어이 그들의 노래를 찾아냈다. 유명 가수를 동경한 기억은 없지만

    이광우 판사(서울가정법원)
    자백

    자백

    필자는 뇌물, 배임수재 등 형사 부패사건을 전담하고 있다. 부인(否認)하는 사건의 비율이 높은 편이어서 한 기일에 여러 명의 증인을 소환하여 늦게까지 신문을 진행하기 일쑤다. 구속기간의 제한 때문에 기일을 여유 있게 잡을 수도 없다. 얼마 전 사석에서 이러한 고충을 토로하였더니, 주위에 있던 법률가 몇 분이 "부인하는 사건은 개전의 정상이 없는 것으로 보아 적극적으로 양형에 반영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이구동성으로 말씀하셨다.  피고인이 자백을 하면 형사절차가 간명하고 신속하게 진행된다. 피해자는 법정에 출석해 피고인의 면전에서 증언을 해야 하는 부담이 줄어들고, 합의나 피해변제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피고인의 자백에다가 보강증거까지 더해지면 사안의 진상이

    서동칠 부장판사 (창원지법)
    성년후견지원신탁

    성년후견지원신탁

    성년후견제도는 작년 한 해 가정법원 업무와 관련하여 언론과 대중의 주목을 받은 주제 중 하나였다. 대기업 총수의 성년후견개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며 2013년 시행 이후 이름조차 생소하던 제도가 많은 국민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3.2%에 이르고, 우리 사회가 곧 고령시대에 진입할 것임을 생각하면 그 관심은 늦은 면이 있다. 성년후견제도는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한 피후견인의 복리를 위하여 법원이 후견인을 선임하여 피후견인의 신상과 재산을 보호하는 제도이다. 치매에 걸린 고령의 자산가가 사기 범죄에 노출되어 재산을 탕진하고 서울의 한 오피스텔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안타까운 사건도 성년후견제도가 활용되었더라면 사전에 방지할

    이광우 판사(서울가정법원)
    뇌물죄 단상Ⅱ

    뇌물죄 단상Ⅱ

    상당수의 뇌물죄 피고인들은 자신과 상대방과의 관계는 사람들이 색안경을 끼고 보듯이 무슨 청탁이나 특혜를 전제로 한 검은 거래관계가 아니라 인간적인 신뢰와 호의에 바탕을 둔 친분관계라고 믿고 싶어 한다. 남들은 어떨지 몰라도 자기들이 주고받은 것만큼은 뇌물이 아니라 선물로 보아달라는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 금품의 성격이나 상호 인적관계 등을 고려하여 직무 관련성이 부정되는 경우도 있지만, 객관적으로 뇌물성이 명백한데도 하다못해 정상참작 사유로라도 이 같은 주장을 하는 피고인들을 흔히 본다. 겉으로 드러내놓고 표현하지는 않지만, 그동안 관행처럼 금품을 받아온 사람들이 주변에 수두룩한데 하필 자신이 운이 없어서 걸렸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꽤 있는 것 같다. 피고인이 맡았던 직책이 임기 동안 아

    서동칠 부장판사 (창원지법)
    탄원서

    탄원서

    형사재판을 담당하던 어느 해 일이다. 변론을 마치고 판결선고를 앞둔 사건의 피해자가 탄원서를 제출하였다. 6건의 사기 사건을 병합하여 진행하였는데 불구속 상태에서 1년여 동안 공판에 출석하던 피고인이 선고기일에 도주하였다. 피해자는 여러 차례 기일에 출석하고, 피고인이 도주한 후에도 기일마다 법정에 나와 재판장으로서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절차에 관한 안내를 해주었기에 안면이 있었다. 탄원서 내용은 판사가 피고인으로부터 돈을 받고 판결선고를 미룬다는 것이었다. 당시 피고인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지명수배를 의뢰한 단계였고 소촉법상 요건은 갖추기 전이었으므로 법적으로 피고인의 출석 없이 판결을 선고할 수 없는 사건이었다. 충격과 함께 서운함이 밀려왔다. 오매불망 판결선고를 기

    이광우 판사(서울가정법원)
    뇌물죄 단상Ⅰ

    뇌물죄 단상Ⅰ

    약 3600년 전 은나라를 세운 탕왕은 왕위에 오른 이후 7년 동안 계속해서 흉년이 들자 6가지 점검 항목을 적은 반성문을 벽에 걸어놓고 하늘에 기도했다고 한다. 그중 다섯 번째 항목이 ‘뇌물이 성행하지 않았는가?’였다. 조선시대 여러 왕들은 국정이 난관에 봉착할 때면 이를 타개할 수단으로 탕왕의 반성문에 몇 가지 항목을 더하거나 빼서 비슷한 방법으로 사용하였는데, 어떤 경우에도 뇌물과 관련된 항목은 빠지는 법이 없었다. 임용한 등이 지은 ‘뇌물의 역사'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뇌물이 나라를 망칠 수도 있는 심각한 병폐라는 경계심이 인류 문명이 태동할 무렵부터 줄곧 이어져왔음을 알 수 있다. 우리 국민들의 인식도 별반 다르지 않았는지, 2007년 출범한 양형위원회가 살인, 성범죄 등과

    서동칠 부장판사 (창원지법)
    새해 소망

    새해 소망

    새해를 맞이하며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손글씨로 정성스레 담은 연하장을 받았다. 어린 시절 이맘때면 성탄을 축하하고 새해 덕담을 나누는 카드를 만들어 친구들과 주고받았다. 더 많은 카드를 받았다고 서로 자랑하던 일, 늘 색색 빛의 가루를 사용하여 카드를 만들던 친구 얼굴, 더 예쁘고 기발한 카드를 만들겠다고 경쟁하던 아이들과 한창 서예를 배우며 먹을 갈아 謹賀新年이라 적어 나누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한동안 12월이면 어김없이 서점과 문구점에 긴 줄로 늘어선 카드 앞에 서성이던 것이 마지막인가 보다. 시간이 흐르며 게으르고 무감해져 이메일과 SNS, 휴대전화 메시지의 편리함 속에 새해를 맞이하는 지금의 모습이 문득 부끄럽다. 새해다. 희망찬 꿈을 꾸어야 할 시기지만 새해를 맞이하

    이광우 판사(서울가정법원)
    다시 법관윤리를 돌아보며

    다시 법관윤리를 돌아보며

    대법원은 며칠 전 '법관윤리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방안'의 시행을 발표하였다. 지난 9월 개최된 법원장회의에서 사법신뢰를 회복·증진하기 위한 대책으로 제시하였던 10가지 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추진계획인 셈이다. 발표된 계획에 따르면 비위 법관에 대한 징계부가금 부과제도 도입, 법조윤리신고센터 신설, 법관윤리심의위원회 구성, 법관 윤리교육 강화 등은 즉시 추진하고, 그 밖의 대책은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추가 검토를 거쳐 추진 시기와 추진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아 사실관계가 전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대책 추진의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던 부장판사의 금품수수 사건은 국민들과 법관 모두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을 안겨주었다. 국민들은 해당 법관

    서동칠 부장판사 (창원지법)
    가정문제정보센터

    가정문제정보센터

    얼마 전 일본의 최고재판소와 여러 가정재판소를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가사사건에서 완전한 조정전치주의를 실현하고 재판을 지원하기에 충분한 인적 기반을 가지고 있는 일본의 사정이 부럽기도 하였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들도 협의이혼 단계부터 후견기능을 다하고 가족의 관계 회복과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적극적이고 다양한 노력을 펼치는 우리 가정법원의 모습에 관심을 기울이며 변화하고 있음을 확인하니 뿌듯함도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일본 방문 전부터 많은 관심이 간 곳은 퇴직한 가정재판소 재판관과 조사관이 모여 설립한 가정문제정보센터였다. 센터는 1987년 동경에서 가정과 자녀 문제로 고민하는 당사자를 지원하기 위한 상담실로 시작하여 1993년 사단법인 조직을 갖추며 오사카, 후쿠오카 등지로 사업을 확대

    이광우 판사(서울가정법원)
    치료명령제도의 시행에 부쳐

    치료명령제도의 시행에 부쳐

    지난 12월 2일 형사재판에서 치료명령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개정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었다. 치료명령제도는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지은 심신장애인이나 알코올중독자가 통원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고 다시 죄를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될 때 법원이 피고인에 대하여 보호관찰을 받을 것을 조건으로 형의 선고나 집행을 유예하면서 일정기간을 두고 치료를 받을 것을 명하는 제도이다. 치료명령을 받은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치료에 응하지 않는 등 준수사항을 위반할 경우 법원은 유예한 형을 선고하거나 집행유예의 선고를 취소할 수도 있다. 기존 법률에서도 중한 범죄를 저지른 심신장애인 등에 대해서는 이들을 사회로부터 격리된 감호소에 수용하여 치료하는 치료감호제도가 마련되어 있었다.

    서동칠 부장판사 (창원지법)
    "소년법 개정안 재고를"

    "소년법 개정안 재고를"

    소년사법과 소년보호재판을 강의할 기회가 있으면 보호처분은 형벌이 아니며 가장 중한 소년원 송치 처분을 받더라도 범죄전력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현재 소년원은 초·중등교육법에 의한 일반 학교로서 운영되고 있으며 학업이 중단된 소년을 위한 다양한 직업훈련과정도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범죄전력이 되지 않는다고 현실에서 다가오는 보호처분의 경중을 무시할 순 없다. 처분을 받는 소년과 가족이 느끼는 무게가 다르고, 소년에 대한 주위 사람의 시선이 다르다. 지난달 10일 소년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제안이유는 중간처우시설인 6호 기관의 운영기준이 미흡하고 관리·감독할 전담기관이 없어 이를 법무부가 관리하며 통일적이고 체계적인 집행을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10개의 보호처분을 11개로 늘려 6

    이광우 판사(서울가정법원)
    다른 사람이 되어 본다는 것

    다른 사람이 되어 본다는 것

    조금 용기를 내어 고백하자면, 내 아내는 요리 실력이 썩 훌륭한 편은 아니다. 솜씨를 발휘해보겠다고 한참을 분주하게 준비한 음식을 맛보고 당황스러움을 느끼게 될 때도 있다. 나는 딸과 아들이 하나씩 있는데, 이 녀석들은 자기들 엄마가 해주는 음식이 최고인 줄 안다. 밖에서 신나게 놀다가도 식사 때가 되어 뭘 사줄까 물어보면 빨리 집에 돌아가서 엄마가 끓여주는 야채스프가 먹고 싶다고 말하곤 한다. 내게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국물이 내 아이들에게는 속이 풀리고 기운이 나게 해주는 소울푸드인 셈이다. 겉모습은 나랑 똑 닮은 내 자식들이지만, 어릴 때 무얼 먹고 자랐느냐에 따라 입맛이 이렇게 다른 걸 보면 신기하기까지 하다. 상습절도죄로 기소된 피고인이 써 낸 탄원서에 이런 대목이 있었다. 자기도 판사님

    서동칠 부장판사 (창원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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