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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法臺에서

    法臺에서 리스트

    마음을 얻기 위한 여정

    마음을 얻기 위한 여정

    어려운 법원 안팎의 사정, 급격한 사회 변화, 국민의 신뢰 회복…. 법원 내외 각종 공식적인 행사에서 빠지지 않는 단어들이다.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말들일 수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나 역시 대다수의 판사처럼 옆으로 눈길 한 번 안주고 오로지 재판에만 전념해 온 것 같은데 오히려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 예고 없이 애인으로부터 버림받은 것처럼 섭섭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렇지만 힘들고 각박한 세상에 법원조차 기대고 믿을 구석이 되어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더 크다.    밖에서 보면 법원은 아직도 여전히 모자라고 별다른 변화가 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법원 내부에 있는 사람으로서는 지난 몇 년 간 크고 작은 변화들을 체감하고 있다. 경력 15년 이상의 부장

    최다은 판사 (사법연수원)
    2020년 회생법원

    2020년 회생법원

    기업이나 개인의 도산은 자본주의 경쟁사회의 한 속성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실패한 이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산업계, 경제계의 모습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도산 상태에 빠지면 일반적으로 대규모 채무조정이 발생한다. 채무조정 과정에서 금융기관, 종업원, 거래처, 납품업체 등 각기 다른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공정한 처리가 필요하다.    기업 경영 환경은 매일 변동하기 때문에 관련 절차를 얼마나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진행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회생 여부와 피해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공정하고 신속한 도산절차가 담보되어 있는지 여부는 평상시의 경영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측가능성이 확보되고 거래비용이 줄어든다면 보다 건실한 경제활동이 가능해진다. 개인의 경

    전대규 부장판사 (서울회생법원)
    멋진 나이 듦

    멋진 나이 듦

    몇 년 전에 맡았던 사건이다. 재산이 제법 있던 역술인이었는데, 생전에 자식들과 교류가 없었고, 피고가 그와 한 집에서 살며 비서 역할을 하였다. 법률적으로는 아무런 관계가 아니었지만 피고는 역술인이 죽을 때까지 그의 일을 보조하는 정도를 넘어서 건강을 돌보고 재산을 관리하였다. 역술인이 죽자 자식들이 나타나 고인의 재산을 상속하는 과정에서 생전에 피고 앞으로 이전된 금전 등에 대하여 부당이득을 주장하며 피고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였다. 고인과 피고 사이의 관계에 비추어 증거가 분명하지는 않았지만 피고의 주장이 허위인 것 같지는 않았다. 변호사들만 출석한 상황에서 변론기일이 몇 차례 속행된 후 조정기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상속 관련 분쟁인데다가 피고가 고령의 여성인 점을 고려하면 조정이 성립할 것 같지는

    최다은 판사 (사법연수원)
    도산사건 트렌드

    도산사건 트렌드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는 매년 10월쯤이면 다음 해에 유행할 10대 소비 트렌드를 선정해 분석하는 시리즈물을 13년째 내고 있다. 올해도 변함없이 2020년 트렌드 코리아를 MIGHTY MICE라는 부제를 달아 출판하였다. 가급적 매년 트렌드 코리아라는 시리즈물을 구입해서 읽어 본다. 운이 좋은 해에는 지인들로부터 선물을 받기도 한다. 올해는 운이 좋은 해다.   소비에도 매년 다른 트렌드가 있는데, 도산사건에도 트렌드가 있는 것일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처음 도산사건을 맡은 2003년에는 지금의 회생이나 개인회생이 없었기 때문에 법인의 경우 회사정리보다 화의를 선호했다. 개인파산의 경우 면책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당시에는 카드의 무분별한 사용이 문제여서 낭비에 해당하는지

    전대규 부장판사 (서울회생법원)
    법관연수의 의미와 역할

    법관연수의 의미와 역할

    ‘연수’란 인격과 기술, 학문 등을 닦아서 단련한다는 의미이다. 법관이 스스로를 갈고 닦는 것은 개인의 발전을 넘어 공정한 재판을 진행하고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특히 요즘 같은 무한경쟁사회에서 전문지식 습득과 자기개발은 평생 따라다니는 숙제 같은 것이다. 수시로 제·개정되는 법제나 판례의 변화를 잘 알고 있어야 함은 기본이고, 사람과 사회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도 끊임없이 키워 나가야 한다. 79개 국가의 129개 사법연수기관으로 이루어진 국제사법연수기구와 유럽 연합의 28개 회원국으로 이루어진 유럽 법관연수네트워크가 ‘법관연수는 법관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과중한 재판 업무에도 불구하고 많은 법관들이 다양한 분야의 법관연수

    최다은 판사 (사법연수원)
    채무자 친화적인 법

    채무자 친화적인 법

    일반적으로 민법을 비롯한 실체법은 채권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또한 문명사회에서는 자력구제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실체법이 보장하는 채권자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하여 민사소송법과 같은 절차법이 만들어졌다. 결국 대부분의 실체법이나 절차법은 채권자가 권리행사를 하기 위한 도구라고 할 수 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은 어떠한가. 채무자회생법도 채권자의 이익을 위하여 존재하는 측면도 있다. 그렇지만 이 법의 주된 목적은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하여 파탄에 직면해 있는 채무자를 효율적으로 회생시키거나 면책을 통하여 채무자가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있다. 이러한 점에서 채무자회생법은 상대적으로 채무자를 위한 법이라고 할

    전대규 부장판사 (서울회생법원)
    형사재판의 매력

    형사재판의 매력

    많은 판사들이 형사재판보다는 민사재판을 선호한다. 민사재판의 기일운영이 형사재판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형사보다는 민사 법리가 좀 더 어렵고 정교하다 보니 연구할 맛이 나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사람의 인신 구속 여부를 결정하고 형을 선고하는 것이 힘들고 고통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의 내 사무분담을 돌아보면, 민사와 형사가 거의 절반씩 차지한다. 다른 판사들보다 형사재판을 상대적으로 많이 한 셈이다. 형사재판을 지원한 적도 몇 번 있었다. 민사재판에 대한 자신이 없어서는 아니었을까, 유무죄 판단이 타인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한 것은 아닐까, 스스로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선고는 다 어렵지만, 특히 형사재판에서의 선고는 부담감이 상당

    최다은 판사 (사법연수원)
    측은지심

    측은지심

    2019년 2분기 기준으로 가계부채가 1556조 원에 이르고 있다. 역사적으로 채무자는 어떠한 이유에서건 빚을 갚지 못한다. 빚을 갚지 못한 채무자는 어떻게 처리하여야 하는가.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아주 오래 전에는 노예가 되기도 했고 감옥에 보내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법원을 통하여 합법적이고 신속하게 빚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그것이 개인파산과 개인회생이다.   개인파산은 개인이 소비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생긴 채무를 본인의 힘으로는 도저히 갚을 수 없을 때 법원이 채무자가 가진 총재산을 채권자에게 공평하게 나누어 갚아주고 나머지 채무를 모두 면책시켜주는 절차다. 반면 개인회생은 정기적으로 생계비 이상의 수입을 얻을 가능성이 있는 급여소득자나 영업소득자가 원칙적으로 3년 간 일정 금

    전대규 부장판사 (서울회생법원)
    팀, 팀워크

    팀, 팀워크

    법관 생활의 첫 단추는 합의부 소속 배석 판사에서 시작한다. 같은 부 구성원들, 특히 재판장인 부장판사와 함께 근무하면서 재판 진행과 사건 관리 등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때가 이 기간이다. 운이 좋아 7년 동안 훌륭한 선배 및 동료 법관들과 일할 수 있었다. 햇병아리 판사 시절 함께 근무한 부장님은 그 중에서도 가장 모범이 되는 분이셨다. 재판장의 역할과 자세, 법정에서의 언행 등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면서 여러 번 감탄을 했다. 규모가 큰 형사 사건이 종결되어 판결문을 쓰느라 애를 먹고 있을 때 부장님이 먼저 나서서 도와주시면서 했던 말씀이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우리는 한 팀이기 때문에 나와 남의 일의 구분이 따로 없다는 것이었다. 재판 진행은 재판장의 몫이고, 배석 판사인 나는 판결문만 잘

    최다은 판사 (사법연수원)
    중국의 파산법 굴기

    중국의 파산법 굴기

    2019년 10월 16일. 중국 심천시 중급인민법원(우리나라의 지방법원으로 보면 된다) 초청으로 심천에서 개최된 국제도산세미나에 다녀왔다. 중국 칭화대학에서 1년 유학을 하던 시절 대부분의 중국은 가보았지만, 심천은 공교롭게도 한 번도 간 적이 없다. 오랜만에 중국행이라 기대도 되고 설렘도 있었다. 이전에 갈 때보다 비자며 입국절차 등이 많이 까다로워졌음을 느꼈다. 물어보니 사드사태 이후에 절차가 번거롭게 되었다고 한다.   중국이 이번 국제도산세미나를 개최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개인도산제도를 도입하는 것이고, 둘은 홍콩 등과의 관계에서 국제도산사건이 증가함에 따라 그에 대한 제도를 갖추기 위함이었다. 중국은 법인도산제도만 있을 뿐 개인도산제도는 없다. 현재 중국은

    전대규 부장판사 (서울회생법원)
    치유의 법정

    치유의 법정

    사회가 어려워지면서 법정에 오는 많은 사람들이 억울함과 분노를 품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거듭된 실패와 갈등 속에서 지칠 대로 지친 사람들은 판사에게 화를 내고, 눈물로 하소연을 한다. 절차대로 진행하고 판결을 선고하는 것이 사건 진행 면에서는 빠를 수 있다. 하지만 마음의 문을 닫은 사람들이 판결에 진심으로 승복할 리 만무하다. 여러 차례 조정 기일을 진행하고 이야기를 듣는다. 판결문을 쓰는 것보다 품이 훨씬 많이 들고, 조정이 성립되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법정에서 미처 몰랐던 사정을 듣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경험과 지혜가 쌓인 조정위원이나 상임 전문심리위원들의 한 마디가 판사의 법률전문지식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형사 법정에서도 형을 선고하는 것 외에 달리 무엇을 할

    최다은 판사 (사법연수원)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

    미국에서는 내년에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의 민주당 후보가 누가 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최근 실시된 여론 조사에서 메사추세츠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인 엘리자베스 워런이 1위에 올랐다. 워런이 2020년 트럼프 대항마로 입지를 굳혀가는 분위기다. 미국 강남좌파(limousine liberal)의 아이콘 워런은 “무너진 중산층을 재건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부자과세, 페이스북·구글 등 IT공룡의 해체 등 강한 진보성향 공약을 내걸었다. 또한 주립대 등록금 면제 및 학자금 대출 탕감, 전 국민 건강보험 등 좌파 포퓰리즘 정책도 쏟아냈다.    워런은 휴스턴대에서 언어병리학을 공부하였고,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가 되었다.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교수로 도산법을 강의한 경험이

    전대규 부장판사 (서울회생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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