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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의 실패와 법원의 역할: 집권여당의 'n차 가처분'에 관한 Q&A

    정치의 실패와 법원의 역할: 집권여당의 'n차 가처분'에 관한 Q&A

          얼마 전 이준석 국민의힘 전 당 대표가 제기한 비상대책위원장 직무 집행정지 가처분이 서울남부지법에서 인용되어 정치권에 큰 파장이 일었다. 그런데 그 가처분 결정을 받아든 국민의힘은 당헌의 불비를 보완했다며 또 다른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고, 거기에 이 전 대표가 이른바 'n차 가처분'으로 맞서며 공방은 끝나지 않고 있다. 현재진행중인 정치 사안에 관한 언급은 최대한 자제하여야 하나 '정치의 사법화(Judicialization of Politics)'와 관련하여 사법부와 그 구성원인 판사들에 대한 그릇된 공세가 이어지는 모습이 보여 부득이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읽기 편하도록 Q&A의 형식을 취해보았다.Q 선행 가처분을 한 서울남부지법 51민사부를 못 믿겠

    차기현 판사 (광주고등법원)
    레벨업을 위한 방법(3) - 노동 분야 최신 교과서 읽기-

    레벨업을 위한 방법(3) - 노동 분야 최신 교과서 읽기-

          2019년도 초임부장 시절 사건이다. 피고인이 모 상장사 간부였는데 여러 차례 음주운전으로 형사처벌 받은 전력이 있고 당해 사안도 그리 가볍지 아니한 음주운전이었다. 변호인은 취업규칙 등을 제시하면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만 받더라도 당연 퇴직되므로 가족관계, 회사에서의 피고인의 필요성 등을 고려하여 벌금형으로 선처해달라고 호소했다. 2005년경부터 시행된 취업규칙에는 직무와 상관없이 징역형의 집행유예 이상의 판결을 받게 되면 당연 퇴직하도록 규정되어 있었는데 재미난 것은 위 피고인이 2009년경에 이미 음주운전 등으로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는데도 계속해서 정상적으로 근무하였던 것이었다. 이에 대하여 변호인에게 석명을 구하였는데 의미 있는 답변이 없었다. 그

    권순건 부장판사 (창원지방법원)
     ‘젊은 판사’들이 ‘워라밸’만 추구한다고요?

    ‘젊은 판사’들이 ‘워라밸’만 추구한다고요?

      재판장 아닌 주심으로 일하고 있는 판사 셋이 같이 저녁을 먹었다. 아내와 자녀가 있는 40대 남자들이다. 뭐 얼마나 살가운 사이라고 이렇게 밥상 앞에 둘러앉아 있나 싶다. 얼른 집에 가서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낼모레 선고할 사건의 판결서를 완성해야 해서 어쩔 수 없다.나이만 들으면 ‘부장판사’쯤 될 것 같아도, 법원에 오기 전 사회경력이나 변호사경력이 있어서 그럴 뿐, 법원 내 연차는 셋 다 낮은 편이다. 요즘 저(低)년차 판사는 옛날처럼 ‘부장님’ 밑에서 도제식으로 배우면서 일하는 이른바 ‘배석판사’의 역할에 그칠 수 없다. 상당한 경력을 가진 법조인을 판사로 임용한다는 이른바 ‘법조일원화’ 취지에 맞게 ‘완성형 판사’이고자 하고, 그래서 자기 사건을 장악하고서 진행에 관한 의견

    차기현 판사 (광주고등법원)
    10년 뒤에 깨어나 묻는다면!!!

    10년 뒤에 깨어나 묻는다면!!!

      메디컬론 관련 대법원 판결(2018다295103) 사안이다. 저축은행이 2014년에 의료인에게 1억 원을 연이율 12%, 만기 2년, 매달 원리금 균등 방식의 상환으로 대출하되, 그 의료인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가지는 장래 요양 급여채권 30억 원을 담보목적으로 저축은행에 양도하고, 저축은행은 매달 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를 수령하여 약정 원리금에 우선 충당하고 나머지 금액 전부를 의료인 계좌로 입금시켜주기로 약정했다. 저축은행은 약 2년간 공단으로부터 6억3000만 원 가량을 수령하여 그중 1억2000만 원 가량을 약정원리금에 충당하고 나머지 5억1000만 원 가량을 의료인 계좌로 입금했다. 그런데 문제는 대출 당시 의료인이 채무초과 상태였다는 것이었다(어찌 보면 당연한데, 2014년은 기준금

    권순건 부장판사 (창원지방법원)
    하나님은 누구 편이실까

    하나님은 누구 편이실까

      “주여~”법정으로 들어서는데 방청석 쪽에서 저런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법대에 앉아보니 방청석이 반쯤 차 있다. 딱 봐도 두 무리로 나뉘어 있다. 그들은 각각 경쟁하듯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 채 뭐라고 웅얼웅얼거린다. 앞서 얼핏 들은 것 같은 ‘주여~’ 소리를 생각해보면 하나님께 기도를 올리고 있는 게 분명하다. 과연 하나님은 어느 쪽의 기도를 들어주셨을까. 이걸 사실은 재판부만 알고 있다는 게 어쩐지 불경스럽게 느껴진다.교단에서 개별 교회의 담임목사를 해임하는 처분이 내려지고, 당사자인 목사가 법원에 그 효력을 다투는 소송을 제기하게 되면 그 교회를 다니는 분들은 대개 두 무리로 나뉘게 된다. 쫓겨난 목사님을 응원하는 쪽과 새로 온 목사님을 지지하는 쪽. 아마도 각각

    차기현 판사 (광주고등법원)
     최고의 증거방법 현장검증

    최고의 증거방법 현장검증

      최근에 도로를 새로이 설치·포장하면서 기존 도로를 사실상 폐쇄하여 자신의 집에 원활하게 출입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갑이 공사를 하는 이웃 을을 상대로 제기한 도로 통행 방해금지청구 가처분사건을 심리하였다. 심문기일에 갑의 대리인에게 현장검증이 필요할 것 같다는 취지로 말하자, 갑의 대리인이 빠른 시일 내에 공사현장 주변을 촬영하여 제출하겠다고 답변하였다. 재판장으로서 나는 그러지 말고 현장검증을 신청하라 했고, 그 때서야 갑의 대리인은 현장검증을 신청했다. 그 후 주심판사와 현장검증기일 현장에서 갑과 을, 그리고 각 그 대리인을 만났고 사건과 관련된 각자의 입장, 그리고 그 논거들을 들었다. 재미난 것은 당사자들 상호 간 희망하는 내용이 서로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다. 갑은 을이 공사를 빠른

    권순건 부장판사 (창원지방법원)
    모자 속 토끼를 꺼내는 마법

    모자 속 토끼를 꺼내는 마법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최근 TV 연속극으로는 보기 드물게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 중이라 한다. SNS에서 하도 이야기를 많이 들어 그런지, 보기 전인데도 반쯤은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는 어떨까 궁금하던 차에 휴정기를 맞아 몇 개의 에피소드를 시청했다. 안 그래도 머리 아파 죽겠는데 쉬면서까지 법정드라마를 봐야 하나 싶었지만, 일단 TV 앞에 앉고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자연스레 소파에 몸을 깊숙이 파묻게 만드는 ‘명불허전’의 작품이었다.‘우영우’라는 캐릭터 자체가 주는 매력에 더해 그 바탕에 깔린 법정 공방도 법조인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우영우가 천재적인 기억력을 발휘해 결정적인 증거의 쪽수를 바로 지목해 상대방을 할 말 없게 만드는 장면, 폭행을 당하였음을 이유로

    차기현 판사 (광주고등법원)
    두 마리 토끼 잡기 - 국립전자법원(National Electronic Court of Korea)

    두 마리 토끼 잡기 - 국립전자법원(National Electronic Court of Korea)

      (문제1) 한국사회의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1위이고, 10대에서 30대까지 사망원인 1위, 40대 사망원인 2위가 자살이라는 사실은 공지의 사실이다. 법원 역시 위와 같은 통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두 달에 한번 가량 본인상(本人喪) 소식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진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자살에는 스트레스요인, 보호요인, 그리고 위기 대처 간의 줄다리기가 작용한다고 한다. 주변의 판사들을 보면 업무와 가족 뒤치다꺼리에 소진된 분들이 흔하다. 심지어는 건강을 크게 잃으신 분들도 많다. 그래서 건강상 이유로 휴직하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업무강도가 높은 업무를 가급적 피하기도 한다(물론 법률신문의 ‘사법부의 오늘’ 보도처럼 휴직을 전가의 보도처럼 기회주의적으로 악용하는 사례들도

    권순건 부장판사 (창원지방법원)
     28년째 헛도는 항소심 개선 방안

    28년째 헛도는 항소심 개선 방안

    “여기 결정적인 증거가 있습니다.”재판연구원 임기를 마치고 고용변호사로 일할 때다. 민사소송 제1심을 맡긴 의뢰인이 사진 한 장을 내밀었다. 승소로 가는 ‘치트키’까지는 아니었지만, 이만하면 꽤 ‘똘똘한’ 간접사실 하나를 드러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고무된 마음을 애써 감추며 “얼른 제출하시죠”라고 했다. 당시 초짜(?) 변호사였던 나보다 훨씬 오랜 세월 법원 주변을 맴돌았던 그는, “변호사님이 뭘 모르시네”라고 핀잔을 줬다. 항소심에 대비해 속된 말로 “꼬불쳐놓아야 한다”라고 했다. 적시제출주의(민사소송법 제146조)가 떠올랐지만, ‘두 번째 판’인 항소심에서 온힘을 쏟아야지 상대방의 반격 기회를 봉쇄할 수 있다고 믿는 그에게는 별로 통할 것 같지 않았다.예

    차기현 판사 (광주고등법원)
    뭣이 중한디?

    뭣이 중한디?

      올해 초, 사소한 추돌사고를 당하였다. 대물사고로 상대방 택시 기사가 책임을 인정했다. 문제는 차량수리를 맡기고 렌트카를 빌리면서 생겼다. 간단한 차량손상이었는데도 5000원 가량의 부품 하나를 2주일 내에 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공제조합은 약관상 3일이면 수리가 가능하므로 위 기간만 렌트비를 보증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나의 항의에도 공제조합은 꿋꿋하게 약관상 보험개발원이 공표한 수리기간 3일만 책임질 것이고, 억울하면 소송하라고 했다. 그 사이에 렌트카 회사는 대금을 못 받을까봐 전전긍긍하여 나를 더욱 힘들게 했다. 다행히도 대법원은 작년에 ‘보험개발원 산정의 수리기간이 비용 산정의 원칙적인 기준이 되나, 실제 작업상황 등을 고려해서 정해진 것이 아니므로 위 기간 내에 수리를

    권순건 부장판사 (창원지방법원)
    달갑지 않은 재회

    달갑지 않은 재회

      “Can't go away. 난 아직 이곳에. 시린 마음 그 안에.”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의 OST ‘재회(再會)’의 한 소절이다. 극중 타인의 몸에 손을 가져다 대면 그 사람의 과거와 기억을 읽을 수 있는 능력(판사로서 부럽기 그지없는 능력!)을 가진 ‘카운터’ 도하나를 연기한 배우 김세정(글로벌 인기 케이팝 그룹 아이오아이와 구구단을 거친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하다)이 불렀다. 노랫말이 주는 미묘한 느낌(경계에 선 존재의 감성?)을 잘 살린 것 같아 여러 번 반복해 듣는다.   재회라고 하면 보통 이렇게 애틋하고 가슴 찡한 느낌을 준다. 각자 마음에 담아둔 누군가를 생각하며 잠깐 설레기도 할 것이다. 그렇지만 법정에서 같은 이를 여러 번 당사자로 재회하는 건 결코

    차기현 판사 (광주고등법원)
    포토라인 재개장에 반대한다

    포토라인 재개장에 반대한다

          최근 법무부가 우려스러운 제도변경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바로 2019년 12월 1일 법무부훈령 제1256호로 시행되어 두 차례 개정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다. 이 규정은 전문공보관이 공보 업무를 담당하고 공개심의위원회 의결 없이 수사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다. 이 규정 전에는 헌법상 무죄추정을 받는 피의자가 한 달에 2~3번씩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설치된 포토라인에 얼마간 서서 수십, 수백명의 기자나 일반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진촬영 세례를 받으며 멘붕 상황에서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을 받았다(그 상황을 레드카펫으로 여겨 소신발표를 하는 강심장도 간혹 있긴 했다). 이 포토라인의 사진과 답변내용은 실시간으로 신문이나 언론 등

    권순건 부장판사 (창원지방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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