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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法臺에서

    法臺에서 리스트

    준비서면과 라스트마일(Last mile)

    준비서면과 라스트마일(Last mile)

    라스트마일(Last mile)이란 원래 사형수가 집행장까지 걸어가는 마지막 거리를 뜻하나, 산업계에서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소비자와 만나는 최종 접점을 의미한다. 소비자와 공급자 사이의 접점은 라스트마일에 있으므로, 라스트마일을 장악한 업체가 시장을 지배하게 된다. 그런데 라스트마일의 성패는 그 수요자인 소비자의 만족도에 달렸다. 통상 사용되는 새벽배송회사들이나 SNS서비스인 카카오톡과 같은 것들이 바로 이러한 라스트마일에서 소비자 만족도의 혁신을 가져와 관련 산업을 장악한 업체라 말할 수 있다. 송무업계에서는 변호사들이 법원에 제출하는 서면이 바로 라스트마일이다. 준비서면을 작성할 때, 그 소비자인 판사가 어떻게 자신의 제품에 대하여 만족할지에 대하여 검토과정에서 한 번만 더 고려하여 다듬으면 어떨까?

    권순건 부장판사 (창원지방법원)
    국회의 권위와 팔짱

    국회의 권위와 팔짱

    "팔짱 푸세요."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온 김경율 회계사에게 박광온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이렇게 요구했다. 김 회계사가 물러서지 않고, "이런 자세가 안 됩니까?"라고 반문해서 위원장과 같은 당 소속 위원들 여러 명이 증인의 태도를 꾸짖느라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국회에서 벌어진 '팔짱' 논란을 보면서 나는 지난해 가을쯤 한 일간지에 게재됐던 '법정의 존엄과 팔짱?'이라는 글이 생각났다. 요는 이렇다. 글쓴이인 임재성 변호사가 어느 법정 방청석에서 팔짱을 끼고 앉아 판결 선고에 집중하고 있었다. 법원 보안관리대원이 다가와 팔짱을 풀라는 요구를 하였는데, 임 변호사는 그 요구가 법령상 아무런 근거가 없는 부당한 것이라고 확신하여 법원 당국에 문제제기를 했다. 그런데 오히

    차기현 판사 (광주고등법원)
    무죄판결 해 줄 판사 만나는 방법3

    무죄판결 해 줄 판사 만나는 방법3

    DNA 분석결과 다른 사람과 우연히 일치할 확률은 1조분의 1이 안 된다고 한다. 상습절도죄 등으로 여러 차례 실형을 복역한 48세 피고인이 미리 소지하고 있던 칼을 피해자인 택시기사의 목에 들이대어 제압하고, 미리 준비한 검정색 비닐테이프로 택시기사의 손과 발을 묶고 피해자로부터 택시 등 금품을 강취한 것으로 기소된 일이 있다. 검정색 비닐테이프에 나타난 DNA 분석결과가 피고인의 DNA와 일치하는 상황에서 과연 무죄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아니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할 배짱 있는 변호인이 있을까? 그런데 법원은 2010년 피고인이 범인이 아닐 수 있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하였고, 판결은 그대로 확정(서울중앙지법 2010고합407 판결)되었다. 쉽게 상상할 수 있는 DNA 감정과정에 오류가

    권순건 부장판사 (창원지법)
    제발 말 끊지 말고

    제발 말 끊지 말고

    "오 현자여, 말은 머리와 꼬리가 있으니 다른 사람이 이야기할 때 끼어들지 말라. 현명하고 사려 깊으며 지성을 갖춘 자여, 타인의 말이 끝날 때까지는 말하지 말라." 오래 전 이슬람 경구를 모아놓은 '장미의 낙원'이라는 책에서 보고 수첩에 옮겨 놓은 문장이다. 요즘 일주일에 반나절 정도는 수명법관으로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하는데, 법정으로 향하면서 '말 끊지 말자'라고 늘 다짐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 이러다간 현명함, 사려 깊음, 지성과는 영영 거리가 먼 사람이 될 것 같아 두렵다. 어느 날은 사건마다 한 시간씩 총 세 건의 준비기일을 쉼 없이 진행하고 돌아왔다. 몸은 파김치가 됐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너무 좋고, 내 자신이 꽤 괜찮은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700마력짜리 스포츠카를 타고 시원하게

    차기현 판사 (광주고법)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AI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AI

    2017년은 법원의 화두가 소통에서 좋은 재판으로 바뀌던 해다. 2010년부터 약 천장의 일반사진을 놓고 개, 고양이 등을 골라내는 AI 시합이 매년 있었는데, 딥러닝의 아버지 제프리 힌튼의 제자들이 2012년 참여하면서 AI 능력이 비약적으로 증가, 인간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면서 시합이 사라진 해가 바로 2017년이다. 2019년 미국 유학 시절, 지인의 테슬라 차량에 탑승해 이동하는 길에 도로포장 공사 중인 울퉁불퉁한 길을 지나는데 바닥의 충격이 최소화되도록 차체가 자동으로 도로면에서 살짝 올라가는 것을 경험했다. 지인은 며칠 동안 그곳을 지나다보니까 차량이 학습하여 차체를 스스로 올린 것이라고 설명해주었다. 내가 신기해하자 지인은 신이 나서 고속도로로 차를 몰고 갔고, 차는 스스로

    권순건 부장판사 (창원지법)
    전라도가 뭐 어때서

    전라도가 뭐 어때서

    판결에 대한 언론 보도가 나오는 것에 대한 판사들의 호불호는 갈리는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심사숙고해서 내린 판결이 여론의 주목을 받는 것을 의미 있게 받아들인다. 판결이 뉴스로 다뤄지면 좋은 이야기든 아니든 어떤 '반응'이 오는데, 간접적으로나마 일반 시민들의 법감정에 따른 평가를 받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된다. 그런데 내가 쓴 판결에 관한 기사의 '댓글 반응'을 살피다가 광주에서 일하는 판사로서 가슴 아픈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판결 그 자체에 대한 반대 의견이나 심지어 욕설을 섞은 비난까지도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판사님 저는 욕을 하지 않았습니다" 류의 댓글놀이도 재미있게 보고 있다). 그렇지만 광주법원의 판결 기사에만 유독 많이 달리는 지역 비하 악성 댓글을 보고 있는 것은 정말이지 괴로

    차기현 판사 (광주고법)
    무죄판결 해줄 판사 만나는 방법2

    무죄판결 해줄 판사 만나는 방법2

    검사 최고의 무기 중 하나인 '미필적 고의'에 관한 얘기이다. 검사시보 시절 사기 피의자 추궁방법을 들었다. "피의자에게 왜 돈을 못 갚았나요"묻고, 피의자가 "○○한 사정이 있어서 못 갚았다"고 하면 "○○한 사정은 차용 당시에도 있지 않았나요" 묻고 피의자가 긍정의 답변을 하면 편취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는 취지였다. 현재도 차용금 사기 등에 있어서 유사한 형태로 수사·기소를 하고 법원은 많은 경우 미필적 고의를 인정한다. 변호인에게 방어 무기는 없을까? 대법원 2008도6556 판결은 피해자인 망인이 새 남자친구였던 피고인과 데이트하던 헤어진 여자 친구 앞에 나서, 휘발유를 자신의 몸에 뿌리고 죽겠다고 말하자, 피고인이 망인에게 라이터를 주면서 죽을 테면 죽어봐라고 하자, 정말 그

    권순건 부장판사 (창원지법)
    영상재판, 팬데믹의 선물

    영상재판, 팬데믹의 선물

    짧게는 5분, 길어야 30분 걸리는 재판에 출석하려고 광주까지 왕복 네다섯 시간씩 걸려서 오는 타 지역 변호사님들을 보면 딱하다는 생각부터 든다. 한 번은 준비기일을 속행하며 "영상재판도 가능합니다. 힘들게 오시지 말고 필요하면 미리 신청을 해주세요"라고 했다. 나중에 그 변호사님이 주변에다가 "판사가 먼저 영상재판을 언급해서 고마웠다"라고 말했단 얘기를 익명의 소식통을 통해 전해 들었다. 순간 '그게 고마워 할 일인가' 싶었다. 사법행정의 책임자들은 영상재판을 활성화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것 같다. 지난달 법원장 회의에서는 '우리 법원은 잘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표가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법원행정처에서는 영상재판 관련 동영상 매뉴얼까지 만들어서 판사들에게 "영상재판, 어렵지 않아요~"를 외치고 있다

    차기현 판사 (광주고법)
    무죄판결 해줄 판사 만나는 방법1

    무죄판결 해줄 판사 만나는 방법1

    서울중앙지법 형사부 근무 시절, 변호사 경력 20년인 판사님의 '법대 아래에서 바라본 형사재판' 강의를 들었다. 그 중에는 변호사가 무죄판결을 받기 위해 갖추어야할 요건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첫째 사안이 무죄사안이어야 하고, 둘째, 피고인이 어떤 두려움이나 유혹 등도 이겨내고 무죄를 계속 주장해야 하고, 셋째 무죄판결 해줄 판사를 만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첫째, 둘째도 인상적이었지만 셋째 요건은 충격이었다. 변호인석에서 봤을 때 일부 판사는 피고인이 '윤리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무죄의 증거를 두고도 유죄판결을 한다는 지적이었다. 무죄판결 해 줄 판사를 만나는 방법이라는 게 있긴 할까? 가슴한편 찔리기도 하지만 반감도 생겨났다. 열의와 실력으로 판사를 설득하는 것이야말로 변호사 본연의

    권순건 부장판사 (창원지법)
    '하(何)세월' 신체감정 이대로 좋은가

    '하(何)세월' 신체감정 이대로 좋은가

    판결문 검색시스템에 따르면, 2022년 선고된 민사 제1심 판결 중 '신체감정'이라는 단어가 판결문에 들어가 있는 것은 합의, 단독, 소액 모두 합쳐 311건이었다. 그 중 사건번호가 '2021'로 시작하는 것은 52건으로 전체의 16.7%에 불과했다. 2020년 사건이 117건(37.6%)으로 가장 많았고, 2019년은 88건(28.2%), 2018년 40건(12.8%) 등으로 나타났다. 놀라운 것은 2017년에 접수된 사건도 12건(3.8%)이나 됐다. 심지어 2016년(!) 사건도 하나 나왔다. 불의의 사고로 몸을 다친 피해자들이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 1심에서만 2~3년은 기본이고, 많게는 5~6년까지도 기다린다는 것이어서 마음이 굉장히 무거웠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되었을까. 널리 알

    차기현 판사 (광주고법)
    레벨업을 위한 방법(1)

    레벨업을 위한 방법(1)

    법관과 변호사로 각각 20년가량 활동하신 법조 선배님이 내게, 법조인과 같은 전문직의 윤리 덕목 1순위는 '실력'이고, 2순위는 '그 실력을 위한 노력'이라고 말씀주신 적이 있다. 게임회사에서 게임을 재미나게 만들기 위하여 첫 번째로 고려하는 요소는 주인공의 성장이다. 몬스터를 사냥할 때 레벨 1에서는 10번을 때려야만 몬스터를 죽이는데, 레벨 10에서는 1번만 때려도 그 몬스터를 죽일 수 있게 설계한다. 이러한 캐릭터 성장이 게임 몰입의 일등 공신이다(만일 레벨 1이나 레벨 10이 별다른 차이가 없다면 아무도 그 게임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게임과 마찬가지로 법조인으로서 자신의 레벨을 올리는 데 관심이 있다면 매 사건에 열중하게 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실력이 향상되는 재미를 알게 된다. 최근 스

    - 판례공보스터디 -
    재판 질질 끌기 vs 쪼개기 기소

    재판 질질 끌기 vs 쪼개기 기소

    형사 재판에서 구속 기소된 피고인은 대개 보석으로 석방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것 같은 태세를 보인다. 최근 많이 눈에 띄는 작전(?)은 '재판 질질 끌어서 여섯 달 넘기기'이다. 형사소송법상 제1심 재판에 허락되는 구속기간의 상한은 사건 하나당 6개월까지이다. 공소장에 기재된 범죄가 여럿이더라도 하나의 사건으로 구속 기소되면 6개월 안에 제1심 재판을 마쳐야 한다. 피고인 쪽이 부동의하는 증거가 많으면 증인신문 등으로 그 기간 안에 도저히 끝낼 수 없는 상황을 맞기도 하는데, 드물게는 그렇게라도 나가려고 일부러 시간을 끄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고 증거조사를 부실하게 할 수는 없기에, 구속기간 만료가 다가오면 법원으로서는 피고인을 석방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관행적으로 보석

    차기현 판사 (광주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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