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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프리즘 리스트

    반성문의 의미

    반성문의 의미

    의뢰인들이 작성해 오는 반성문 중에는 흠잡을 곳 하나 없는 명문도 있지만, ‘본의 아니게 실수하였다’는 식으로 범행을 가벼이 여기거나, 피해자가 원인을 제공하였다며 합리화를 시도하는 경우도 많다. 엄밀히 따지면 ‘변명문’인 셈이다. 이런 반성문을 그대로 제출할 수는 없다. 문제점을 지적하면 대개의 의뢰인들은 난감해 하며 반성문을 고쳐오는데, 그저 잘못했다는 말만 반복되는 뻔한 반성문이 되어버리기 일쑤여서 안타까운 적이 많았다. 그러던 중 한 의뢰인의 변호를 맡게 되었다. 구속된 의뢰인이었는데 매주 반성문을 제출하고 있었다. 내용에 딱히 문제될 것도 없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결심하고 선고기일을 지정하려던 재판장이 갑자기 피고인의 반성문을 언급했다. “피고인의 반성문에는 앞으로 어떻게 살겠

    류인규 변호사 (법무법인 시월)
    또 다른 Me too

    또 다른 Me too

    마른 건초더미에 불붙듯 소리 없이 강하게 퍼져나가고 있는 Me too 운동. ‘사실은 나도’라는 고백이 분명 우리 주변 어딘가에서 터져 나오고 있을 테다. 다만 내가 하지 않는 고백이고, 내 주변에서 하지 않는 고백이라 무관한 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일 뿐. TV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한 여성이 어릴 적에 당한 성폭행과 관련하여 최근에야 가해자를 고소하고, 어릴 적 친구들의 증언 등으로 가해자가 1심 재판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는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들어본 이름과 특수한 상황 등을 접하면서 필자의 가슴은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그 여성은 몇 년 전 필자에게도 도움을 청했던 사람이다. 너무나 오래 전의 피해인지라, 큰 용기를 냈음에도 그 용기가 무색할 정도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

    김혜민 변호사 (광주회)
    선고유예의 추억

    선고유예의 추억

    3년 전 이맘 때였다. 예정보다 일찍 법정에 도착하여 앞 사건들의 진행을 지켜보고 있었다. 정식재판청구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였다. 비교적 경미한 사건들이 대부분이라서 별다른 관심 없이 방청석에서 딴 생각을 하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피고인이 호명되었는데, 웬 여성이 함께 피고인석에 들어섰다. 재판장이 신원을 묻자 피고인의 어머니라 했다. 피고인이 지적장애가 있어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할 수 있으니 자신이 동석해야겠다는 것이었다. 재판장은 기록을 살피더니 “피고인에게 심신 장애의 의심이 있으니 필요적 변호사건이다. 변호인을 선임하기 어려우면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드리겠다. 변호인 선임을 위해 속행하겠다”고 했다.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주겠다고 하니 피고인의 어머니는 그저 감사하다는

    류인규 변호사 (법무법인 시월)
    어미닭 변호사 되기

    어미닭 변호사 되기

    드라마 속 변호사 사무실 직원이 현실과 사뭇 다르게 그려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마도 미국 드라마 속 변호사 사무실의 조사원과 같은 역할이 우리에게도 있다고 생각하였거나, 변호사의 드라마틱한 일상을 그려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드라마 속 직원은 팔을 걷어붙이고 증거를 수집하는가 하면 변호사에게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한다. '저건 미국식이야!'라고 웃어넘기면서도 한편으론 내게도 저런 직원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같은 드라마를 집에서 보고 있을 직원들은 반대로 '나도 저런 훌륭한 변호사 밑에서 일하고 싶다. 나도 저런 좋은 공간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그냥 그보다는 실수를 하지 않는 직원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으로 돌아온다. 변호사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직원들

    김혜민 변호사 (광주회)
    벌금이 아픈 사람들

    벌금이 아픈 사람들

    공익법무관으로 근무할 당시 "벌금 낼 돈이 없으니 차라리 집행유예를 받고 싶다"는 부탁을 많이 받았다. 법적으로는 벌금형보다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더 중한 처벌이지만, 경제적 여유가 없는 이들에게는 벌금형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았던 것이다. 올해부터는 벌금형도 집행유예가 가능해졌기 때문에 더 이상 이런 장면을 보기는 어려워졌다. 서민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좋은 입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현실과 동떨어진 벌금 규정으로 아픔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 조세범죄 등에 단순 가담하였다가 수십억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노역장에 유치되는 사람들이다. 특가법을 비롯한 일부 특별형법에서는 벌금형의 필요적 병과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단순 가담자들도 천문학적인 벌금을 선고받는 사례

    류인규 변호사 (법무법인 시월)
    영화 ‘튤립 피버’와 소송

    영화 ‘튤립 피버’와 소송

    최근 영화 ‘튤립 피버’(Tulip Fever)를 봤다. 이 영화는 17세기 암스테르담에서 일어났던 튤립 파동을 묘사하면서 남녀 주인공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아름답고 어린 여주인공은 가난을 극복하고자, 사별한 늙은 부호와 결혼하게된다. 늙은 부호는 한 젊은 화가를 집으로 불러 부부 초상화를 그려달라고 한다. 그런데 여주인공과 그 젊은 화가는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되어 밀회를 즐기게 되는데, 이 사실을 그 집의 하녀가 알게 된다. 한편 하녀는 생선장수와 연애를 하면서 임신을 하게 되는데 임신한 사실이 알려져서 주인이 일을 그만두게 할까봐 두려워하게 된다. 여주인공은 자신의 불륜을 알고 있는 하녀로 하여금 임신 사실을 숨기고 계속 일을 하게 하는 대신, 하녀가 아닌 자신이 남편의 아이를 임신한 것으로

    김혜민 변호사 (광주회)
    공익활동이 싫어진다

    공익활동이 싫어진다

    하려고 마음먹던 일도 옆에서 누가 자꾸 하라고 하면 하기 싫어지는 법이다. 변호사들에게는 공익활동이 그렇다. 변호사들은 1년에 20시간 이상 의무적으로 공익활동을 해야 하고, 그 내역을 지방변호사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1시간당 3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이마저 이행하지 않으면 징계경고를 받는다. 필자도 어쩔 수 없이 매년 공익활동 내역을 보고하고 있지만, 이것을 왜 20시간씩 의무로 하여야 하는지 모르겠고, 그 내역을 일일이 지방변호사회에 보고하여야 하는 이유도 모르겠다. 공익활동 내역을 기준으로 무슨 평가나 심사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독려와 감독만이 목적이라면 굳이 이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다. 특히 연말 즈음 지방변호사회에서 보낸 법관평가 참여 독려 메일에 ‘법관평가표 1건

    류인규 변호사 (법무법인 시월)
    너의 의미, 나란 의미

    너의 의미, 나란 의미

    의뢰인과의 관계는 간단히 바라보면 사건위임계약을 체결하고 소송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함께 재판을 진행하다가 관계가 마무리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절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한 사람의 인생 중 가장 힘든 부분이 그 전까지는 아무런 관련이 없던 내게 훅 다가왔다가 다 헤쳐진 다음 완치되어 나가거나, 아니면 1차 봉합만 하고 다시 상소를 통해 재수술을 하는 등 실로 엄청난 인연을 맺고 있는 셈이다. 가끔 왜 이 의뢰인이 하고 많은 변호사 중에 나와 인연을 맺어서 이렇게 큰 희로애락을 안기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변호사 입장에서도 일부 의뢰인의 경우 그 의뢰인을 알기 전과 후가 너무나 달라 힘들거나 또는 큰 깨달음이나 감동을 받기도 한다. 의뢰인이 자신의 마음속

    김혜민 변호사 (광주회)
    증인신문 녹취서는 이대로 괜찮을까

    증인신문 녹취서는 이대로 괜찮을까

    증인신문조서 대신 법정녹음으로 증언을 기록하기 시작한 지 벌써 약 3년이다. 법정녹음이 실시되기 전에는 증언 그 자체보다도, 증언이 조서에 어떻게 기재되는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재판이 길어지면 증인신문의 내용이 좀처럼 기억나지 않아 조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조서는 증언을 그대로 기록하지 않고 그 요지만 기록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증인이 변호사의 질문에 장황히 답변을 하더라도 재판장이 “그래서 맞다는 것이지요?”라고 되물어서 증인이 “네”라고 답하면 조서에는 “맞습니다”라고만 기재되는 식이었다. 이렇다보니 변호사들은 조서가 유리하게 작성되도록 노림수를 부렸다. 증언이 불리하다 싶으면 “말씀이 너무 길어서 제가 정리해 볼게요”라면서 증언을 조금씩 왜곡하는 식이었다. 이를 두고 상대방

    류인규 변호사 (법무법인 시월)
    어떤 과일을 팔고 있을까

    어떤 과일을 팔고 있을까

    공판장에서 사과 두 상자를 샀다. 한 상자는 이미 개봉되어 안에 있던 사과 맛을 본 것이고, 그 사과 맛이 정말 좋아 똑같은 사과로 담았다는 다른 한 상자를 더 산 것이다. 그런데 집에 와서 보니 몇 개의 사과는 썩어 있고 그나마 멀쩡한 사과는 전혀 다른 맛이었다. 가서 따질까 하다가 굳이 찾아가는 수고까지 하고 싶지 않아 넘어갔다. 물론 다시는 그 공판장에 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집 앞 슈퍼에서 귤을 한 상자 샀다. 개봉되어 있는 상자 속 귤을 먹어봤는데 무척 달고 맛있었다. 슈퍼 주인은 한 상자 산 김에 똑같은 귤로 한 상자 더 사라고 권했다. 앞서 사과로 공판장에서 데인 적이 있기에 한 상자만 사겠다고 했다. 다행히 그 한 상자 귤을 다 먹을 때까지 하나같이 모두 맛있

    김혜민 변호사 (광주회)
    형사소송규칙 147조를 아시나요

    형사소송규칙 147조를 아시나요

    형사재판의 선고기일에는 변호인이 출석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애초에 재판부에서도 변호인의 출석여부를 확인하지 않을 정도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이기는 하나, 공판기일에 조금 일찍 도착하면 앞 사건의 선고를 듣게 되는 일이 잦기 때문에 판결의 선고 자체가 낯설지는 않다. 다만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장면이 있는데 재판장이 선고 시에 피고인에게 훈계를 하는 모습이다. 대개는 집행유예 등의 선처를 할 때 훈계가 이루어진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이니 앞으로 올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가벼운 훈계부터, “재판 때마다 법정에 나오셔서 눈물을 흘리시는 어머니를 생각하라”는 맞춤형 훈계까지 그 형태도 다양하다. 심지어는 무죄를 선고하면서 “법률적으로 죄가 되지 않아 무죄를 선고하지만 피고인이 결코

    류인규 변호사 (법무법인 시월)
    첫눈 못지않은 기쁨

    첫눈 못지않은 기쁨

    최근 다른 지역 법원에서 조정이 있었는데 만삭이다 보니 직접 운전은 부담스러워 가족이 운전하여 함께 다녀왔다. 가는 길에 첫눈이 내렸는데, 첫눈인데도 첫눈 같지 않고 마치 한겨울 익숙한 눈처럼 하늘을 빈 공간 없이 꼼꼼히 채우며 제법 내렸다. 나중에 아기가 태어나면 이 또한 추억으로 말해줄 일이 되겠구나 싶어 그날 보는 첫눈이 더 반가웠다. 이날 조정은 두 시간 넘게 진행되어 결국 성립되었다. 조정 후 차에 타자마자 힘들고 허기진 탓에 빵을 우걱우걱 먹었다. 몸은 고될지라도 그날 가서 조정이 성립되었다는 보람이 더 컸다. 필자는 조정으로 사건이 마무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판결을 받아도 상소하지 않아 확정되기도 하지만, 조정기일에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조율하여 합의점을

    김혜민 변호사 (광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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