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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프리즘 리스트

    피로와 피곤의 사회

    피로와 피곤의 사회

    삼십대 중반을 넘긴 필자도 이제 적지 않은 나이이긴 하나 가까운 데서 동년배의 ‘본인상(本人喪)을 접하면 말문이 막힌다. 얼마 전 모 검사의 부고(訃告) 또한 마찬가지였다. 삼십 대의 그 누구보다 성실한 검사로 알려진 그에 대해 지인들은 훌륭한 인격과 남달랐던 리더십 등을 기억하며 안타까워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유품에서 발견된 낡은 수첩 속의 ‘마음가짐’에 대한 메모는 숙연함까지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며칠 전 내게 전해진 법조계 지인의 부고 소식, 역시 과로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돌연사였다. 다시 마음이 먹먹해졌다. 피로와 피곤의 사회, 그리고 번아웃(Burn-out). 어쩌면 법조계와는 뗄레야 뗄 수 없는 단어들이자 미덕처럼 여겨진다. 주당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된 후 크고 작은 로펌과 많은 변호사들

    장희진 변호사 (지음 법률사무소)
    너의 눈에서 숨은 티 찾기

    너의 눈에서 숨은 티 찾기

    어릴 때부터 옳고 그름 따지는 걸 좋아했다. 일상 대화중에도 상대방의 허점을 파고들어 곤란하게 만드는 걸 즐겼다. 정의의 화신이 되어 악한 상대방을 부끄럽게 만들고 법정에서 분연히 일어나 “재판장님 이의 있습니다!”라고 외치는 변호사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멋지다. 지루한 수험생활과 힘든 연수를 거쳐 영화에서 보던, 꿈에도 그리던 변호인이 되었다. 그런데 웬걸, 현실은 달랐다. 멋지게 싸워서 이기는 게 아니라 엎드려 비는 게 일상이었다. 법정에서는 불쌍한 표정으로 증인 1명만 받아 주십사 읍소한다. 옆에 의뢰인이 말실수할까 계속 불안하다. 구치소에 갔다. 담배 팔러 온 거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교도관에게 불쾌감은 숨긴 채 웃음과 애교로 통과한다. 접견실에서 만난 피고인은, 법정에

    박종명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바야흐로 야구의 계절

    바야흐로 야구의 계절

    올해도 어김없이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이 시작됐다. 바야흐로 야구의 계절, 각 구단 1년 농사의 성패를 가늠할 10월이 돌아온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내가 좋아하는 팀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생각할수록 맥이 빠지고 내년 봄만 기다리는 마음이 그저 헛헛하다. 이렇듯 좋아하는 스포츠 종목이 있다는 것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는 분야가 하나 추가됐다는 것이다. 본인이 좋아하는 스포츠 종목 팀의 성적이 좋거나 리그 우승을 하는 경우 건강이 좋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한다. 이쯤 되면 단순히 이른바 ‘팬심’으로 그칠 일이 아니라 팀성적의 좋고 나쁨이 인생의 중요한 지표가 되는 듯하다. 약 23cm의 둘레, 145그램의 무게, 그리고 108개의 실밥으로 만들어진 하얀 공 한 개에 수십 명의 선수와

    장희진 변호사 (지음 법률사무소)
    “재판장님 실수하셨는데예”

    “재판장님 실수하셨는데예”

    죄명 : 폭처법위반(공동상해). 죄명은 무시무시하지만 시작은 미미했다. 집에서 큰 반려견을 키우는 청년이 있었는데, 동네 할머니들이 개 주인에게 "그렇게 크고 무서운 개를 키우면 어떡하냐"고 훈계한 것이 발단이다. 결국 할머니들 중 2분이 '시비 중 사람을 밀어서 개 주인에게 전치 2주의 상해를 입게 하였다'는 혐의로 법정에 섰다. 나는 할머니들의 변호인이 되었다. 9회 공판기일에 마침내 결심이 되었다. 우리는 승리를 예감했다. 그런데 선고기일에 가보니, 전날 검사가 죄명을 '상해'에서 '모욕'으로 바꾼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욕하면서 밀어 다치게 한 걸 욕한 걸로 바꿨으니 피고인에게 유리한 처분”이라고 했다. 나는 뭔가 이상하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이의했다. 재판장은 일단

    박종명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퓨마, 아니 '뽀롱이'를 위하여

    퓨마, 아니 '뽀롱이'를 위하여

    얼마 전 대전동물원을 탈출한 퓨마 한 마리가 사살됐다. 2010년 서울동물원에서 태어난 8살의 퓨마, 아니 ‘뽀롱이(대다수 언론이 쓰고 있는 '호롱이'는 잘못된 이름이다)’는 일생을 울타리 안에서만 살았고, 출입구 관리 소홀이라는 사람의 실수로 의도치 않은 외출을 했다가 결국 새끼들에게 돌아가지 못했다.  동물원 측의 포획 실패와 성공, 뽀롱이의 재탈출에 이어 사살이라는 슬픈 결말에 이르기까지 퓨마는 하루 종일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메우며 같은 날 열리던 남북정상회담 뉴스를 무색케 했다. 뿐만 아니라 뽀롱이가 교육용으로 박제될 것이라는 소식에 “죽어서도 가둘 셈이냐”는 국민적 공분이 일기도 했다. 결국 뽀롱이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 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

    장희진 변호사 (지음 법률사무소)
    패소예감 - flood of emotion

    패소예감 - flood of emotion

    소송에서 연달아 패소했다. 사건의 종류는 다양했다. 기가 막힌 것은 모두 ‘당연히 이길 사건’이었는데 ‘전부패소’를 했다는 사실. 한 번 지는 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두 번째부턴 마음이 흔들렸다. 직원의 실수가 떠올랐다. 계속 보채면서도 내 요청에는 비협조적이었던 의뢰인이 원망스러웠다. 재판부가 선입견에 빠져 불공정하게 재판한 것이 아닐까 의심했다. 재판과정을 머릿속으로 복기할수록 후회와 원망과 증오가 커졌다.  법원 가는 길 위에서 또 패소 소식을 들었다. 다리에 맥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쌍불’을 면하겠다는 의지 하나로 결국 재판에 출석은 했지만 멍하게 있다가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말을 하고 겨우 돌아왔다. 이제는 더 원망할 대상도 없다. 어떤 사건을 맡든 나는 다 실패할 것이

    박종명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누가 나를 남쪽으로 실어다 주겠는가

    누가 나를 남쪽으로 실어다 주겠는가

    휴직 후 일상에 적응해 나가면서 ‘워킹맘’과 ‘워킹대디’들에 대한 동지애가 깊어져간다. 서너 시간이나마 깨지 않고 잠을 자던 때가 언제였는지 아련하고, 하루 종일 손목이 시큰하다. 아마 이심전심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분들이 있을 텐데 존경의 마음으로 건투를 빈다.  전례 없던 무서운 더위가 꺾이고 가을의 기분 좋은 서늘함이 느껴지는 요즘, 피로에 더해진 우울함을 덜고자 여행이라도 다녀올까 싶지만 걸음마도 떼지 못한 아이를 생각하면 금세 단념하게 된다. 눈을 딱 감고 아이의 두 돌은 지나야 이른바 ‘육아 헬(Hell)’이 끝난다는데 재판과 상담, 서면에 치어 아이의 성장의 작은 순간도 놓치기 십상인 워킹맘, 워킹대디들에게 2년이란 그저 금싸라기 같은 순간들일 뿐이다. 법조인들의 육아도 아시

    장희진 변호사 (지음 법률사무소)
    사랑합니다 도둑님

    사랑합니다 도둑님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안다. 인맥이 중요하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 학부모모임에서는 자녀의 성적이 부모의 서열이 된다고 하는데, 의뢰인의 레벨은 곧 변호사의 레벨로 간주되기도 한다. 기업 고객으로부터 얻은 투자정보로 큰 돈을 벌거나 정부 고객에게 추천을 받아 힘 있는 위원회의 위원으로 발탁된 변호사는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법조 새내기 시절 어느 자리에서 포부를 밝히는 순서가 있었다. 대기업에 취업한 친구는 “큰 프로젝트를 경험하고 싶어서 대기업에 입사했다”고 말했고, 대형로펌에 들어간 친구는 “전문성을 쌓고 싶다”고 밝혔다. 뭔가 다른 얘기를 해야 될 것 같은 부담감을 느낀 나는 “작더라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고, 힘든 사람들에게 휴식 같은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 말이

    박종명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법조인의 像, 달콤 씁쓸한 그것

    법조인의 像, 달콤 씁쓸한 그것

    얼마 전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설명회에서 수험생들과 상담을 했다. 자기소개서 출력본을 수줍게 내미는 모습에서 과거의 나를 보는 듯해 뭉클했다. 지원을 앞두고 잠을 잘 수도 제대로 먹을 수도 없다는 푸념을 하는 그들의 자기소개서에는 지금까지의 삶을 어떻게든 ‘법’으로 녹여내고자 하는 의지만큼이나 법조인의 삶에 대한 달콤한 기대가 충만했다. 반면 수험생들은 어렵다는 법조시장에 관한 소문과 추락한 법조인의 위상, 국민들의 사법에 대한 실망에 대해서도 토로하며 진로를 불안해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법조인으로서 감내해야 할 강팍한 현실의 무거운 그림자가 그들에게도 이미 드리워져있었던 것이다. 여기에는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었다. 나 또한 그 불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신 수험생들에게 해 준 조

    장희진 변호사 (지음 법률사무소)
    "그냥 그 자리에 있어줘, 사실은 내가 말할게"

    "그냥 그 자리에 있어줘, 사실은 내가 말할게"

    오래전 어느 봄날, 설레는 마음으로 기차를 탔다. 이름조차 생소한 작은 고을에서 나는 변호사로서 첫 발을 내딛었다. 서울에서도 멀고 내가 자란 고향과는 백두대간의 정반대편에 위치한 그 곳에서의 생활은 모든 것이 새로웠다. 사무실을 나서면 조용한 거리, 조금 더 가면 만날 수 있는 시냇가와 울창한 숲, 겨울이면 마당에 소복이 쌓인 눈은 그림이었다. 이런 평화로운 풍경에 무슨 분쟁이 있을까. 과연 누가 날 찾아올까. 그런데 있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무슨 일로 오셨냐는 나의 질문에 백발의 할머니는 “폭폭해서 왔지”라고 대답하셨다. 변호사를 만나려는 사람이라면 나름대로 사실관계를 서면으로 정리하고 관련 서류도 갖추어서 오리라 기대했는데, 서류는 고사하고 폭폭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도대체 무

    박종명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재판, 거짓말 게임

    재판, 거짓말 게임

    영화 '라이어 라이어'의 주인공 플레쳐 변호사는 아들이 생일파티 때“아빠가 거짓말 하지 않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자 재판에서 거짓말을 못하게 된다. 결말은 정직한 변론으로 승소하게 되고 가족간 화해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재판 혹은 수사 중 거짓말을 할 때는 언제일까. 보이는 증거가 없을 때가 아닐까. 형사 피고인이 자백할 때보다 범죄사실을 부인할 때 거짓말을 할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다. 법은 거짓말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다른 사람을 속여 처분행위를 하게 하면 사기죄로 형벌을 받게 된다. 소송을 통해 법원을 기망하면 역시 범죄자가 된다. 재판정에서 증인이 거짓말을 하면 위증죄로 처벌된다. 그런데 유독 피고인 본인의 거짓말은 문제삼지 않는다. 그러나 고소인이 거짓말을 하

    박상흠 변호사 (부산회)
    연금술사(Alchemist)

    연금술사(Alchemist)

    사법연수원 수료를 앞둔 겨울밤, 졸업여행지 숙소에서 교수님께서 손수 만드신 떡볶이가 인상적이었다. 교수님, 동기들과 둘러앉아 끝과 시작을 기념해 돌아가며 ‘꿈’을 이야기하기로 했다. 순간, 다사다난했던 연수원 시절을 돌아보았다. 연수원에서 나는 국제통상법학회장으로 활동하면서 학회장 신분으로 간담회, 강연회 등 학회의 많은 행사를 기획하고 주관했고, 더불어 폭넓은 교류와 소통을 할 수 있었다. 나는 ‘꿈’을 이렇게 이야기했다. “저의 연수원 시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모두 잘 아시다시피, 학회 활동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사고를 많이 친 것 같아요. 연수생 신분으로 하늘의 별과도 같은 법조 선배들께 감히 연락드려 모시는 행사를 개최했죠. 그런데 제게 꿈이 있다면, 앞으로

    홍지혜 변호사 (법무법인 제이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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