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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프리즘 리스트

    사랑합니다 도둑님

    사랑합니다 도둑님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안다. 인맥이 중요하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 학부모모임에서는 자녀의 성적이 부모의 서열이 된다고 하는데, 의뢰인의 레벨은 곧 변호사의 레벨로 간주되기도 한다. 기업 고객으로부터 얻은 투자정보로 큰 돈을 벌거나 정부 고객에게 추천을 받아 힘 있는 위원회의 위원으로 발탁된 변호사는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법조 새내기 시절 어느 자리에서 포부를 밝히는 순서가 있었다. 대기업에 취업한 친구는 “큰 프로젝트를 경험하고 싶어서 대기업에 입사했다”고 말했고, 대형로펌에 들어간 친구는 “전문성을 쌓고 싶다”고 밝혔다. 뭔가 다른 얘기를 해야 될 것 같은 부담감을 느낀 나는 “작더라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고, 힘든 사람들에게 휴식 같은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 말이

    박종명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법조인의 像, 달콤 씁쓸한 그것

    법조인의 像, 달콤 씁쓸한 그것

    얼마 전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설명회에서 수험생들과 상담을 했다. 자기소개서 출력본을 수줍게 내미는 모습에서 과거의 나를 보는 듯해 뭉클했다. 지원을 앞두고 잠을 잘 수도 제대로 먹을 수도 없다는 푸념을 하는 그들의 자기소개서에는 지금까지의 삶을 어떻게든 ‘법’으로 녹여내고자 하는 의지만큼이나 법조인의 삶에 대한 달콤한 기대가 충만했다. 반면 수험생들은 어렵다는 법조시장에 관한 소문과 추락한 법조인의 위상, 국민들의 사법에 대한 실망에 대해서도 토로하며 진로를 불안해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법조인으로서 감내해야 할 강팍한 현실의 무거운 그림자가 그들에게도 이미 드리워져있었던 것이다. 여기에는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었다. 나 또한 그 불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신 수험생들에게 해 준 조

    장희진 변호사 (지음 법률사무소)
    "그냥 그 자리에 있어줘, 사실은 내가 말할게"

    "그냥 그 자리에 있어줘, 사실은 내가 말할게"

    오래전 어느 봄날, 설레는 마음으로 기차를 탔다. 이름조차 생소한 작은 고을에서 나는 변호사로서 첫 발을 내딛었다. 서울에서도 멀고 내가 자란 고향과는 백두대간의 정반대편에 위치한 그 곳에서의 생활은 모든 것이 새로웠다. 사무실을 나서면 조용한 거리, 조금 더 가면 만날 수 있는 시냇가와 울창한 숲, 겨울이면 마당에 소복이 쌓인 눈은 그림이었다. 이런 평화로운 풍경에 무슨 분쟁이 있을까. 과연 누가 날 찾아올까. 그런데 있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무슨 일로 오셨냐는 나의 질문에 백발의 할머니는 “폭폭해서 왔지”라고 대답하셨다. 변호사를 만나려는 사람이라면 나름대로 사실관계를 서면으로 정리하고 관련 서류도 갖추어서 오리라 기대했는데, 서류는 고사하고 폭폭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도대체 무

    박종명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재판, 거짓말 게임

    재판, 거짓말 게임

    영화 '라이어 라이어'의 주인공 플레쳐 변호사는 아들이 생일파티 때“아빠가 거짓말 하지 않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자 재판에서 거짓말을 못하게 된다. 결말은 정직한 변론으로 승소하게 되고 가족간 화해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재판 혹은 수사 중 거짓말을 할 때는 언제일까. 보이는 증거가 없을 때가 아닐까. 형사 피고인이 자백할 때보다 범죄사실을 부인할 때 거짓말을 할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다. 법은 거짓말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다른 사람을 속여 처분행위를 하게 하면 사기죄로 형벌을 받게 된다. 소송을 통해 법원을 기망하면 역시 범죄자가 된다. 재판정에서 증인이 거짓말을 하면 위증죄로 처벌된다. 그런데 유독 피고인 본인의 거짓말은 문제삼지 않는다. 그러나 고소인이 거짓말을 하

    박상흠 변호사 (부산회)
    연금술사(Alchemist)

    연금술사(Alchemist)

    사법연수원 수료를 앞둔 겨울밤, 졸업여행지 숙소에서 교수님께서 손수 만드신 떡볶이가 인상적이었다. 교수님, 동기들과 둘러앉아 끝과 시작을 기념해 돌아가며 ‘꿈’을 이야기하기로 했다. 순간, 다사다난했던 연수원 시절을 돌아보았다. 연수원에서 나는 국제통상법학회장으로 활동하면서 학회장 신분으로 간담회, 강연회 등 학회의 많은 행사를 기획하고 주관했고, 더불어 폭넓은 교류와 소통을 할 수 있었다. 나는 ‘꿈’을 이렇게 이야기했다. “저의 연수원 시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모두 잘 아시다시피, 학회 활동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사고를 많이 친 것 같아요. 연수생 신분으로 하늘의 별과도 같은 법조 선배들께 감히 연락드려 모시는 행사를 개최했죠. 그런데 제게 꿈이 있다면, 앞으로

    홍지혜 변호사 (법무법인 제이앤씨)
    의뢰인의 죽음

    의뢰인의 죽음

    “박변 내려와다오. 지금 힘들다. 뜨거운 여름 생일을 함께 술 한잔 할 사람이 없어 외롭다.” 내가 변호사 사무실에서 연수할 때 친분을 쌓은 한 의뢰인이 8월 어느 주말 내게 보낸 문자다. 그 때 나는 다른 지역에 있어 다음 주에 뵙자고 양해를 구했다. 그런데 다음 주 월요일 그는 심장마비로 이 세상을 떠났다. 채권자 취소소송에서 악의의 수익자로 판명받은 의뢰인은 패소 후 전재산이 경매로 넘어간 충격으로 심장마비가 찾아온 듯하다. 소송 중 죽은 또 다른 의뢰인도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육두구 약초를 캐내어 무역업을 하던 강씨. 사기죄로 고소된 그는 자신은 한푼도 사용한 돈이 없고 단지 다른 공범에게 돈을 빌려주는 주선역할을 한 것에 불과하다며 거듭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고소인은 완강했다. 십억원의 돈

    박상흠 변호사 (부산회)
    도시의 휴일

    도시의 휴일

    긴 회색 다리를 건넌다. 샌프란시스코-오클랜드 베이 브릿지, 줄여서 ‘베이 브릿지’는 중간에 보물섬(Treasure Island)을 정거장처럼 두고 있다. 섬을 지나 시야가 트이면 다리 건너 저편에 잿빛 하늘이 은은한 안개로 뒤덮인 샌프란시스코의 스카이라인이 펼쳐진다. 많은 영화와 음악의 테마로 사용된 도시의 정경은 깔끔하고 정돈되었으며 동시에 자유로웠다. 마침 일요일 오전, 마라톤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시민들은 얇은 소재의 운동복 차림으로 샌프란시스코의 여름 추위를 견디기 위해 어깨에 은빛 담요를 두르고 있었다. 마크 트웨인은 “내가 보낸 가장 추운 겨울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보낸 여름이었다”라고 했다. 샌프란시스코의 7월 마지막 일요일은 꽤 쌀쌀해서 나는 피셔맨스 와프의 한 기념품 가게에서 긴팔의

    홍지혜 변호사 (법무법인 제이앤씨)
    술취한 피고인

    술취한 피고인

    형사법정에 앉아있노라면 재생음처럼 반복되는 말이 있다. 아마 독자들도 들어 봤을 것이다. “제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셔 정신을 잃고 실수를 했습니다.” 거의 3명 중 1명은 자신의 혐의를 술 탓으로 돌렸다. 변호인은 술마신 피고인을 변호한다. 판사는 다시 묻는다. "술을 많이 마셨나요. 어느 정도 마셨지요?" 피고인은 술이 범죄와 직결된 상황을 장황하게 설명한다.  한국법정에서는 심신 미약을 주장해 낮은 형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는 듯하다. 이 같은 풍토는 한국사회에 만연한 술 권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각종 회식과 접대에서 술은 결코 빠질 수 없다. 한국인의 삶에 술은 일용할 양식과 같다. 기쁠 때 술을 마시고, 지쳐서 낙담할 때 술을 마신다. 그런데 술은 혼술을 할 때보다 함

    박상흠 변호사(부산회)
    빌리버(Believer)

    빌리버(Believer)

    영화 ‘독전(2018, Believer)’에서 킬링 파트를 꼽으라면, 나는 이거다. “저 못 믿으시잖아요”라는 거대 마약조직의 말단사원 서영락의 질문에 형사 조원호는, “애초부터 너 믿어서 가는 거 아니었어”라며 자신의 주먹에 얼굴을 맞고 쓰러져있는 서영락을 일으켜 세운다. 서영락은 대답한다. “괜찮습니다. 전 팀장님 믿으니까.” 변호사 업무를 하다보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내 언행을 뒤돌아 볼 때가 있다. 의뢰인으로부터 이 말을 들었을 때다. “저는 변호사님을 믿어요.” 그럼 미처 어떤 생각을 하기 전 직관적으로 느끼는 것은 ‘내가 의뢰인께 신뢰를 주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앞으로의 업무 진행 향방에 대한 다소의 불안감이다. ‘믿음’이란 단어는 묘하다. 그 단어가 주는 긍정적 어감에도

    홍지혜 변호사 (법무법인 제이앤씨)
    소송의 밀도 인생의 밀도

    소송의 밀도 인생의 밀도

    내가 첫 변호를 맡고 무죄를 선고받은 사건은 정말 밀도 높은 소송이었던 것 같다. 피해자 오천퀵서비스 업체 대표는 주식회사 오천퀵 대표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피해자가 먼저 사용한 상호를 피고인이 동의도 얻지 않고 사용한 것을 이유로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피해자는 피고인이 상호를 무단도용한 결과 연 수익이 떨어진 것을 문제삼았다. 그러나 기록을 보니 수익 증가율이 감소했을 뿐 실제 수익은 상승했다. 그리고 의뢰인은 자신이 원래 이 상호를 처음 사용하였다고 했다. 그 말을 믿고 증인신문을 열심히 했는데, 사실은 피해자가 먼저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패소가 짙어보였다. 그 때 전략을 바꿔 재판을 법리논쟁으로 전환했다. 오천퀵은 '오천원으로 퀵서비스를 이용한다'는 뜻으로 보통

    박상흠 변호사 (부산회)
    아나키아(ANArKH)

    아나키아(ANArKH)

    “대성당들의 시대가 찾아왔어/ 이제 세상은 새로운 천년을 맞지/ 하늘 끝에 닿고 싶은 인간은 유리와 돌 위에 그들의 역사를 쓰지… 시인들도 노래했지 수많은 사랑의 노래를/ 인류에게 더 나은 날을 약속하는 노래를.” 노트르담 성벽의 “아나키아(ANArKH, ‘숙명’)”는 빅토르 위고에게 영감을 주어 '노트르담 드 파리'가 탄생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인간이 도저히 거스를 수 없는 숙명적 시대 변화와, 그 앞에 작은 인간의 존재를 그린다. 중세시대를 상징하는 “전능한 신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뮤지컬 넘버 “피렌체(Florence)”를 시작으로 구텐베르크와 코페르니쿠스로 상징되는 “르네상스 시대”가 개막한다. “개혁자 구텐베르크 세상을 변화시켰고/ 쉴 새 없이 새 글이 인쇄되는 뉘렌베르크/

    홍지혜 변호사 (법무법인 제이앤씨)
    고개 숙인 변호사

    고개 숙인 변호사

    법정을 처음 구경한 때 깊은 실망을 가져다 준 장면이 있다. 바로 변호사가 법정을 들어갈 때와 나올 때 고개를 깊이 숙여 인사하는 모습을 볼 때였다. 왜 변호사는 고개를 숙여야 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또 변호사는 수사기관에서도 머리를 숙여야 한다. 뉴스지상에 등장하는 법률사무소에 대한 무차별적인 압수수색과 영장집행은 좌절에 빠뜨리기도 한다. 어떤 경우 변호사를 사익만 도모하는 법조인으로 분류하고 있다는 오해를 갖게 하기도 한다. 이뿐인가. 때로 변호사는 사건을 맡긴 악성 의뢰인에게 의도하지 결과로 고개를 숙이기도 한다. 변호사 2만명시대가 도래하고 변호사들은 자신의 경제능력으로 스스로 고개를 떨구곤 한다. 필자 또한 지인으로부터 학창시절에 비해 자신감이 떨어지는 발걸음을 보게 된다는 말을

    박상흠 변호사 (부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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