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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1억원'의 존재 이유

    '그런 1억원'의 존재 이유

    지난 1년 간 위자료 1억원을 인용 받은 판결을 두 차례 받았다. 한 달 전 무변론승소판결을 선고한 손해배상사건에서 일명 '그런 1억원은 필요없다'는 소송고군분투기를 다룬 칼럼을 기고한 바 있다(법률신문 '그런, 1억원은 필요 없습니다' 참고). 이 사건 쟁점은 원고가 아동기 피고로부터 성학대를 당하고 약 14년 후인 2016년 피고와의 대면으로 정신적 고통이 증폭되어 정신과치료를 받던 중 처음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진단 받은 사안에서 민법 제766조 2항에 의한 '불법행위를 한 날'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였다.   솔직히 처음 사건의뢰가 왔을 때 망설였다. 이른바 '도가니' 사건으로 알려진 광주인화학교 피해자들도 소멸시효가 도과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소송에서 패소한 판례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가

    김재희 변호사 (김재희 법률사무소)
    쉽게 쓰여진 서면

    쉽게 쓰여진 서면

    1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서면을 쓰는 것은 언제나 어렵다. 의뢰인으로부터 사건 설명을 들은 후 나름대로 자료를 확인하고, 거기에 맞는 판례도 찾아야 하는데, 그 속에 한 사람의 삶과 인생까지 녹아 들어야 한다. 인고의 시간 끝에 서면이 완성되면 온 몸의 기가 빨려나가는 느낌이 들면서 한동안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파우스트 박사는 무한한 지식을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바쳤다고 하는데, 이 순간 우리는 모두 파우스트가 된다.   변호사는 슬픈 천명이다. 그를 대신하여 고민하여야 하고, 그녀를 대신하여 분노도 해야 하며, 가끔은 그들 대신 혼도 나야 한다. 하루는 24시간인데, 회의하고 접견하고 재판에 출석하고 조사에 참여하다 보면 정작 서면 쓸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하나의 사

    이종수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ME_Too에 With_U로 함께 응답하는 ‘法’

    #ME_Too에 With_U로 함께 응답하는 ‘法’

    지난주 생애 첫 해외 순방강연을 다녀왔다. 일주일 간 LA와 워싱턴 D.C에서 외교관 및 해외공관 임직원 대상 성폭력예방교육을 진행했다. 변호사 개업을 하면서 부업의 일환으로 폭력예방교육전문강사 자격을 취득하고 소소하게 강연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 미투열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재판보다 강연이 더 많아지기 시작하더니 약 200회에 이르는 젠더폭력 관련 강의를 진행하게 되었다. 강연 대상도 공공기관 및 기업 임직원·교직원·NGO·검찰·경찰·밀레니얼 세대 등 매우 다양해졌으며, 서울·경기도·충청도를 넘어 미국까지 강연이 이어졌다.   작년 초 본격적으로 시작된 우리사회 미투물결은 다양한 영역으로 퍼져 나갔다. 미투 사건이 우리사회에 어떠한 파장을 미쳤는지 확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폭력예방교

    김재희 변호사 (김재희 법률사무소)
    파리가 아름다운 이유

    파리가 아름다운 이유

    초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입사 후 처음 맡은 사건에서 느꼈던 설렘과 긴장, 그리고 불안감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초심은 연인이나 부부관계에서도 중요한데, 우리는 매일 아내(애인)를 위해 사랑이 담긴 편지와 함께 아침밥을 해 주겠다는 약속을 해 놓고도 이렇게 늦잠이나 자고 있다.   선배들은 초심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후배들은 변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런데, 조금 식상하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사람 마음이라고 해서 어찌 한결 같겠는가.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에 나왔던, 70년이 넘도록 인연을 이어온 노부부에게 ‘첫사랑의 불 같음’이 사라졌다고 비난할 수 있겠는가.   그리하여 우리에게는 초심보다 “이 순간이 마지막일지도

    이종수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이제 ‘증오의 시간’을 멈춰야 할 때

    이제 ‘증오의 시간’을 멈춰야 할 때

    그녀는 잘 살아내고 있을까. 며칠 전 가수 겸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의 부고 소식을 듣고, 몇 해 전 의뢰인으로 만난 그녀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그녀는 대학시절 연루되었던 사건으로 인해 지난 10여 년 간 끔찍한 증오의 시간을 견뎌왔다. 고작 20대 중반이었던 그녀의 얼굴과 실명은 입에 담을 수 없는 모욕적인 댓글들과 함께 혐오조장사이트와 각종 블로그에 도배됐다. 그녀는 개명까지 하며 그 증오의 대상에서 벗어나려고 버둥댔지만 유사사건(사건의 실체를 확인하면 유사사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이 발생할 때마다 그녀와 관련된 글들은 다시 공유되며, 그녀의 인생은 사이버 공간 속 시간의 덫에 걸린 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조지오웰의 소설 '1984'에는 ‘증오의 시간’이라는

    김재희 변호사 (김재희 법률사무소)
    그들 눈에 비친 우리의 정의

    그들 눈에 비친 우리의 정의

    작년 이 맘 때 한 달가량 중국에 연수를 다녀왔다. 중국이 매년 한국이나 일본, 러시아, 몽골 등 주변 나라의 젊은 법조인들을 초청하는 것인데, 전형적인 '우물 안 개구리'형 변호사인 나로서는 무려 한 달 동안 외국생활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동적으로 가게 되었다.   연수는 주로 중국의 법률제도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는데, 형사소송법 강의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중국에서는 피의자에게 진실의무가 있어 진술거부권이 인정되지 않고(제120조), 무죄추정의 원칙은 물론 공안의 1회 조사 이전까지는 변호인 참여권이 제한된다(제34조)고 하였을 때에는 조금 놀랍기도 하였다. 악인(惡人)은 필벌(必罰)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한 명의 죄 없는 사람을 처벌하는 것보다 열

    이종수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그런, 1억원은 필요 없습니다

    그런, 1억원은 필요 없습니다

    "피고는 원고에게 1억원을 지급하라." 지난해 민사소송에서 위자료 1억원을 청구해 전부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 원고와 소송대리인인 나는 일명 "그런 1억원은 필요 없다"는 항소심 소송을 하며 1심 판결을 다시 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신이 법조인이라면 "항소이익이 있는가?"라는 의문을 던져야 마땅할 것이다. 원고는 아동기 시절 피고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성학대를 당했다. 그로부터 약 15년 후 우연히 원고는 피고와 마주쳤고 정신적 장애가 증폭돼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아동기 성학대로 인하여 현재까지 외상후스트레스 장애 증상이 지속되어왔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이에 원고는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를 상해로 하여 피고를 강간치상으로 형사고소하였고 10년형의 유기징역이 확정되었다. 이에 형사

    김재희 변호사 (김재희 법률사무소)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변호사의 행복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변호사의 행복

    “나처럼 성공한 변호사가 되기 위한 조건이 무엇인지 아니?”   몇 년 전 선배로부터 들은 질문이다. 선배의 답은 ‘불행한 가정’이었다. 가정이 행복하면 집에 일찍 들어가고 싶고, 그만큼 일할 시간이 줄어든다는 이유였다. “이러려고 변호사가 된 게 아닌데….” 사실 나를 비롯한 많은 저년 차 변호사들은 이런 경험을 통해 정체성의 혼란(!)을 겪기도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우리는 어떤 변호사가 되어야 할까?” 이 질문에 200년 전 쇼펜하우어가 답을 한다.   “유명한 변호사는 어떤가?” 높은 지위에 오르거나 유명해 져서 방송에 자주 나오는 것도 좋다. 오늘 날 우리는 (아직도!) 영어공부를 하고, 대학원도 다닌다. 승진을 위해서라면 양심에 반하는

    이종수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당신들의 ‘애드리브’가 전혀 달갑지 않은 까닭

    당신들의 ‘애드리브’가 전혀 달갑지 않은 까닭

    이달 초 공정거래위원장 후보 인사청문회에서 정갑윤 자유한국당의원이 “미혼인 것으로 아는데, 대한민국의 제일 큰 문제는 출산을 안하는 것”이라며 “본인의 출세도 좋지만 국가 발전에 기여해 달라”고 발언해 비난이 거세지자, “출산율 문제가 심각해 애드리브로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청문회에서 출산과 결혼에 대한 질의가 애드리브로 통하는 대한민국의 가임기 여성으로서 이런 애드리브는 전혀 달갑지 않다.   변호사로 처음 법정에 설 수 있었을 시기 6년차 장손며느리였다. 이른 혼인 후 기자생활을 하다 뒤늦게 법공부를 시작한 나는, 동기들이 법조인으로서 진로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 공사영역을 넘나들며 출산 의무와 출산으로 인한 업무공백에 관한 질문을 받아야 했다. 돌아보면 10번 정도

    김재희 변호사 (김재희 법률사무소 대표)
    모든 순간이 너였다

    모든 순간이 너였다

    1년 동안 연수를 마치고 며칠 전 회사로 복귀하였다. 해외 유학 대신 1년 동안 국내 대학원에 다닌 것인데, 요즘 대학원 수업이 대부분 저녁에 있어 연수는 자연스럽게 육아(를 위한) 휴직이 되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 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고 하는데(안나 카레리나), 선배들에게 법조인생에서 가장 빛났던 순간을 물어보면 대부분 유학 시절을 꼽는다.   연수를 시작할 때 대부분 축하를 해 주었지만, 두 살배기 아이를 둔 아빠가 국내연수를 하는 것은 가정주부가 되는 것과 다름없다며 혼자라도 해외로 가라는 선배도 있었고, “이변, 보기와 다르게(?) 가정적이라 큰일이구만”이라고 걱정해 주는 선배도 있었다.   이렇게 시작한

    이종수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하고 싶었던 얘기들

    하고 싶었던 얘기들

    얼마 전 대학 후배 결혼식이 있었다. 식이 끝나고 식사를 한 후 동기 형, 후배들 몇 명과 함께 카페로 자리를 옮겨 수다를 떨었다. 야외에 마련된 자리라 분위기가 좋았다. 이런저런 얘기가 오가던 중 동기 형과 후배가 회사에서 월급을 좀더 올려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웃었다. 나도 그들의 말을 들으며 웃었다. 시험에 합격하면 큰 걱정 없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직업을 가지니 먹고 사는 문제를 고민하게 되었다. 다른 직업군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인들도 비슷한 것 같았다. 우리들은 언젠가부터 같은 고민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어쏘 변호사들은 회사 퇴사를 고민하고, 개업 변호사들은 영업을 고민한다. 변호사 아닌 지인들도 언제까지 근무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월급이 인상되기를 희망

    홍승표 변호사 (법무법인 해우)
    바를 정(正)

    바를 정(正)

    전직 장관분과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필자의 사무실 이름인 바를 정(正)이 들어간 명함을 드렸더니, “사무실 이름에 어떻게 正자를 쓰셨네요?”라며 빙그레 웃으셨다. 동석한 선배께서 “이 친구가 아직 덜 익어서 그렇습니다”라고 하셔서 함께 웃으며 다음 대화로 넘어갈 수 있었다.    지금까지 사무실 이름을 가지고 뭐라고 하신 분은 없었고, 오히려 어르신들께서 지나가시다 간판에 적혀있는 正을 보고 사무실을 방문하여 선임이 된 경우도 여럿 있었으며, 중국이나 일본을 가서도 다 잘 알아보는 이름이라 내심 작명을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던 참인데, ‘보수의 장자방’이라고 불렸던 분이 왜 그런 반응을 보이셨을까 의문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안중근 의사

    정지웅 변호사 (법률사무소 정(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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