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insight
  • Legaledu
  • 법률신문 오피니언

    법조프리즘

    법조프리즘 리스트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지난 9일, 소송에서 패소한 상대방 당사자가 저지른 방화로 한 명의 변호사님과 여섯 명의 법률사무원 분들이 유명을 달리했다. 상대방 당사자가 사건 패소 후 변호사사무실 건물에 불을 질렀다는 언론 기사를 처음 접한 순간, 마치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상대방 소송대리인을 향한, 방향이 잘못된 공격에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사망하고, 부상을 당했다는 사실에 깊은 상실감과 분노를 느꼈다. 변호사들은, 그리고 법률사무에 종사하는 많은 분들은 대체로 분쟁의 최전선에서 일한다. 그래서 위험하다. 변호사가 된 후 법원에서, 검찰청에서, 경찰서에서 만난 사람들은 내가 그전까지 만나왔던 사람들과는 달랐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으나, 범죄를 저지르는 데 거리낌이 없는 사람들도 있었고, 상식이 통하지

    김화령 변호사 (서울회)
    신기루

    신기루

    들어갔다! 첫 이글이다. 미국에서 허공을 향해 외쳤던 이글을 드디어 홈그라운드에서 동반자와 캐디가 지켜보는 중에 해냈다. 그간의 골프 여정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새까맣게 그을린 채 미국 연수에서 돌아온 직후, 골프 유학을 다녀온 게 아니냐는 놀림을 받으며 나간 첫 라운딩에서 미스 샷을 연발하며 연수기간 동안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음을 몸소 입증해보인 나였다. 아메리칸 다운블로우를 보여주겠다고 큰소리치면서도 정작 OB를 걱정하며 번트만 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부족하나마 꾸준히 시간을 쪼개 노력한 끝에 드디어 사람들과 어울릴 정도의 수준에는 이르게 된 것이다.   타석에 들어설 때면 항상 완벽한 샷을 꿈꿨다. 몇 가지 골프 교재를 섭렵했고, 국내외 유명한 교습가의 이론도 익혔으며, 적지

    조웅규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일전에 프로젝트팀과 법무법인 수임제안 미팅에 함께 간 적이 있다. 특수 분야의 사업을 하는 회사의 인수합병 건이 걸려 있어서, 관련 분야에 조예가 깊은 변호사님께 연락을 드려 일정을 잡았다. 그 변호사님은 해당 프로젝트 진행 시 유의해야 할 포인트, 중점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주요 절차, 예상 일정, 협상 포인트 등에 대해서 도움이 되는 의견을 주셨고, 나는 해당 팀을 선임하였으면 좋겠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실무진의 의견은 조금 달랐다. 같이 미팅에 참여했던 실무자는 본인이 질문한 몇 가지 사항에 대해, "실무에서 문제 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이지만, 한 번 더 검토해 보고 의견을 드리겠다"는 변호사님의 코멘트가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인 만큼, 즉시 답을 줄 것이라 생각했

    김화령 변호사 (서울회)
    SRT를 타는 변호사

    SRT를 타는 변호사

    점점 가까워진다. 멀어졌다. 다시 가까워지나. 꿈인가. 이게 뭐지? 휴대폰 알람이다. 새벽 5시를 알리는 알람이 시끄럽게 울리고 있다. 눈을 깜빡였을 뿐인데 벌써 새벽이 밝았다니. 현실을 부정하며 뒤척이다 시간에 쫓긴다. 허겁지겁 기록을 챙겨 집을 나선 후 다행히도 제 시간에 울산행 SRT에 올랐다.    잠시 숨을 고르고 노트북으로 밤사이 수신된 이메일에 답신한 후 오늘 스케줄을 확인한다. 상속, 신탁 그리고 기업승계 키워드로 검색된 웹페이지가 열리지만, 기사를 읽을 마음의 여유가 없다. 자세를 가다듬고 기록을 검토하기 시작한다. 손때가 묻을 만큼 여러 번 본 기록이지만 볼 때마다 새롭다. 기억에서 잊혀지는 속도를 이겨내기 위해 오늘도 반복해서 기록을 새긴다. 반수면 상태로 기록과

    조웅규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배움의 끝

    배움의 끝

    배움의 끝은 어디인가. 문득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올해 배우자가 새로운 학위과정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같이 수업을 수강하는 사람 중 현직 법조인들이 많다고 했다. 배우자는 "본업만으로도 바쁠 것이 분명한 사람들이 시간과 에너지를 쪼개 새로운 배움에 정진하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다"며,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지난 10년여 동안, 각종 세미나나 연수를 가보면 늘 정시가 되기 전에 앞자리부터 채우는 변호사님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때로는 다른 분야에서 명성을 날리고 계신 중견변호사님들이 직무연수에 참석하셔서 교육을 듣기도 하셨고, 법원이나 검찰에 적을 두고 계신 분들이 더 높은 수준의 배움을 위해 교육과정에 참석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뿐인가, 주

    김화령 변호사 (서울회)
    기로

    기로

    이제 선택해야만 한다. 안내 방송에서는 시위로 인해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었고 5분 후면 운행이 재개될 것이라 했다. 하지만 지하철은 25분째 멈춰있다. 지금 뛰어 나가서 택시를 타면 운이 좋으면 부산행 기차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 지하철에서 기다린다면, 늦어도 5분 내에 운행이 재개되어야만 기차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오늘 미팅은 내가 반드시 참석해야만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내가 불참하면 미팅 자체가 파투난다. 당장 택시를 타러 뛰어가야 하는가, 아니면 지하철이 움직이기를 기다려야 하는가. 평소보다 일찍 출근 준비를 마쳤다. 기차역까지는 직접 운전해서 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하늘은 더 푸르렀고 기분 좋게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했다. 주차장으로 가던 발걸음을 돌려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욕심을

    조웅규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에게 워라밸이란?

    변호사에게 워라밸이란?

    "적게 일하고, 많이 버세요!" 어떤 구독자가 유튜브 크리에이터에게 남긴, 저 응원의 댓글을 보고 생각이 복잡해졌다. 요즘 사람들은 일을 적게 하고, 돈을 많이 버는 것을 이상적인 삶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노동이 주는 고단함을 가급적 적게 느끼고, 더 많이 누리자는 이런 생각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변호사의 생활, 변호사의 삶과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지 않은가, 곱씹어보게 되었다. 사내변호사로 일하다 보니 중요한 건에 대해서는 외부 법무법인에 의견서를 의뢰하는 경우가 많은데, 회신 시간이 밤 열 시인 경우도, 새벽 두 시인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문의사항이 있어 사무실로 전화를 드리면, 휴가 중이셨던 변호사님이 휴가지에서 콜백을 하시는 경우도 많다. 변호사인 지인들과 같이 여행을

    김화령 변호사 (서울회)
    모두가 다 아는 사실

    모두가 다 아는 사실

    작다. 줄어들었다. 세탁기가 구형이어서 그런가?건조기가 너무 고온이라서 그런가? 애꿎은 세탁기와 건조기를 탓했다. 분명히 맞는 사이즈였던 옷이 점점 작아지는 이유를 나만 알아채지 못했다. 입사 직후 손과 머리가 특별히 빠르지 않은 탓에 주어진 일을 다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하루를 넘기지 않고 퇴근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에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운동은 사치처럼 여겨졌다. 어린 시절부터 하루 한 시간 이상씩 운동하는 것이 일상인 삶을 살아 왔지만, 사법시험을 준비하면서 비정상의 일상화에 적응했다. 조금씩 일이 익숙해지고 속도가 붙으면 그때 운동을 시작하겠노라고 다짐했다. 다행히도 일은 점점 익숙해졌고 기록을 보는 속도도 빨라졌으며 서면을 완성하는 시간도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에 비례해서 나에게 배당되는

    조웅규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커피 한 잔의 여유가 필요할 때

    커피 한 잔의 여유가 필요할 때

    봄이라서 그런가. 아침에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아침에 허브티나 물만 마시는 날들도 있었는데 최근 일주일은 맑은 정신이 돌아오지 않아 매일 같이 아메리카노나 라떼로 아침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모닝커피는 뇌에 그렇게 좋지 않다는데. 나쁜 습관이 되어가는 것 같아 고민이다. 하지만 아침에 모닝커피만큼 좋은 대안이 있는가. 현대인으로 사는 것 자체가 피곤한 일이라고 한다. 그런데 변호사로 사는 것은 그에 더해서 조금 더 피곤한 일이다. 분쟁의 한 가운데서 당사자들의 첨예한 주장을 듣는 일, 몇백억원, 몇천억원이 드는 사업의 법률상 가부를 판단하는 일, 사업의 기회를 보고 돌진하려는 사람들에게 리스크를 충분히 안내하는 일, 무엇 하나 마음의 부담이 없는 일, 대충할 수 있는 일이

    김화령 변호사 (서울회)
    변호사의 길

    변호사의 길

    그날이다. 담담해지려 하지만 쉽지 않다. 법정을 향하는 발걸음이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복도를 가득 메운 사람들이 변호인단에 손가락질 하며 웅성거린다. "이런 일 하려고 그 어려운 사법시험 합격했어요?" 오늘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인 A였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려 했지만, 날이 선 한 마디는 가슴 한편에 파묻혀 떠나지 않는다. '무시하며 태연하게 걸어가야 한다. 약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여기서 주눅이 들면 제대로 된 증인신문을 하지 못한다.' 법정은 이미 만원이다. 첫 공판기일보다 방청객 수가 늘었다. 재판이 시작되고 피고인과 변호인이 발언을 시작하자 방청객들의 야유가 이어진다. 피고인을 악으로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차악들이 주도하는 집단적인 광기는 이미 판결 결과가 정해진 것만 같

    조웅규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목소리가 들리게 하는 방법

    목소리가 들리게 하는 방법

    지난 주 목요일, 퇴근길이었다. 평소처럼 교대역에서 2호선 지하철을 기다렸다. 그런데 한참을 기다려도 지하철은 오지 않았다. 방송에서는 "을지로입구역에서 발생한 장애인 시위 때문에 지하철 운행이 지연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었다. 한참을 더 기다리니 지하철이 오기는 하였는데, 도저히 탈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 창문 너머로 발 디딜 틈도 없이 꽉꽉 올라탄 다른 탑승객들의 모습이 보였다. 문이 한 번 열리기는 하였으나, 다시 하릴없이 닫혔다. 짜증이 났다. 약속을 놓치게 되었고, 일상이 어그러졌다는 것에. 마음을 다스려 보려고 했는데 쉽지 않았다. 장애인 이동권, 중요한 문제다.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왜 그 주장을, 아무런 의사결정권도 없는 일개 시민인 나와 이곳의 사람들의 출퇴근을

    김화령 변호사 (서울회)
    바람과 햇님

    바람과 햇님

    과욕이었다. 미리 말했어야 했다. 결국 다 해내지 못할 것이라고 고백했어야 했다. 신입인데 일 좀 한다는 인사치레의 칭찬에 취해 내 능력을 망각해서는 안 되었다. 첫 휴가를 앞두고 밤을 새우고 일하며 많은 서면을 약속대로 써 냈지만, L 변호사님이 지시한 의견서는 아직 초안도 완성하지 못했다. 일을 받은 지는 꽤 되었지만, 그 뒤로 배당된 긴급한 사건들을 처리하느라 착수가 늦어졌다. 일이 늦어진 이유를 대라면, 백만 개는 댈 수 있을 것만 같다. 오늘도 밤을 새울 각이다. 평소 같으면, 하루 더 밤새우는 것으로 끝날 일이지만, 문제는 입사하고 처음으로 맞이하는 휴가이자 오랫동안 꿈꾸며 계획했던 이탈리아 여행을 내일 새벽 비행기로 출발하는데 아직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오후 8시가 되자 L

    조웅규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1. 1
    2. 2
    3. 3
    4. 4
    5. 5
    6. 6
    7. 7
    8. 8
    9. 9
    10. 10
  •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