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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프리즘

    법조프리즘 리스트

    나쁜 놈들의 변호인

    나쁜 놈들의 변호인

    “역사적 심판에는 관심이 없다. 오직 사법적 진실만을 추구할 뿐이다.”    2년 전, 국내에서 가장 신뢰받는 방송사 중 한 곳은 악당 전문 변호사로 유명한 ‘파트리크 메조뇌브’의 이 발언을 인용하며 국내에서 가장 큰 로펌을 비판하였다. 그 회사는 국내에서 가장 뛰어난 변호사들만 모여 있는, 명실공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로펌이라 다행히(?) 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긴 하지만, 선량한 시민들은 재판정에서 대부분 나쁜 놈이 되기 마련이므로, 단순히 남의 회사 일이라고 무시해 버리기는 어렵다.   괴테는 열심히 일하는 것은 훌륭하지만,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 일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했다. “나쁜 놈을 변호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우리에게 왜 법학을

    이종수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자유의 소가(訴價)

    자유의 소가(訴價)

    “자유는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데, 50년 걸렸네요. 수백억을 줘도 자유와 바꾸지 않을 겁니다.”   50년 만에 한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되찾는 순간, 70대 할머니 의뢰인께선 자유의 가치를 깨닫게 하는 소감을 내뱉으셨다. 할머니는 배우자의 통제와 폭력으로 50여 년의 혼인 생활 동안 사소한 자유도 허락되지 않았고, 잠자는 순간까지도 흉기를 머리맡에 두고 위협을 가하는 배우자에게 자녀들을 남겨두고 집을 나설 용기를 낼 수 없었다. 유난히 보름달이 밝았던 어느 밤 할머니는 성인이 된 자녀들과 가정폭력피해지원단체의 도움으로 비닐봉지에 슬리퍼 달랑 하나 넣고 맨발로 집을 뛰쳐나와 쉼터에 숨어 이혼소송을 시작하셨다.   이혼전문변호사로서 다양한 이혼 사건을 진행

    김재희 변호사 (김재희 법률사무소)
    죽은 판례들의 사회

    죽은 판례들의 사회

    내가 치렀던 2004학년도 수능 언어영역 시험에는 시인 백석의 '고향'이 출제 되었다. 객지에서 진료를 받던 이가 의원의 맥을 짚는 따뜻한 손길에서 어렸을 적 고향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내용인데, 그 내용이 너무나도 공감되어 고3수험생이라는 신분을 망각하고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시는 그 자체로 삶의 목적이 되기 때문에, 한 편의 좋은 시는 우리 삶을 변화시키고, 다시 일으키기도 한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들 하는데, 법조인에게 예술을 위한 시간은 너무나도 짧다. 옆 방 선배는 얼마 전 결혼 10주년을 기념하여 한 명의 아내와 두 아들, 그리고 세 권의 기록과 함께 비행기를 탔다. 우리는 단지 하루의 대부분 시간을 사무실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오래된 판례와 마주할

    이종수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때론 삶에도 '유산슬'이 필요하다

    때론 삶에도 '유산슬'이 필요하다

    "싹-다 갈아 엎어주세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조리 싹-다."   '싹-다'라는 귀에 쏙 들어오는 후크가사로 최근 펭수 버금가는 열풍을 몰고 다니는 신인 트로트가수 '유산슬'. 그의 정체는 바로 29년차 국민MC 유재석이다. 그가 출연하고 있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강제(?)로 트로트계에 입성하게 되면서 유재석은 트로트계의 용을 꿈꾸는 가수지망생 유산슬로 변신해 신선한 행보를 선보이고 있다.    유산슬은 신곡 홍보를 위해 인천차이나타운과 합정역출구에서 버스킹을 하기도 하고, 아침마당에 출연해 신인 트로트 가수들과 경연을 펼치기도, 선유도 공원에서 단 2시간 만에 초저가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기도, 각종 지방행사 무대에 올라 시민들과 소통하며 흥을 돋우기도 한다

    김재희 변호사 (김재희 법률사무소)
    참을 수 없는 승소의 가벼움

    참을 수 없는 승소의 가벼움

    “변호사님, 무죄 받으셨다면서요? 승소 축하해요.”   얼마 전 후배로부터 들은 말이다. 구속된 피고인이었는데, 길고 긴 재판 끝에 무죄가 선고된 사건이라 관여한 변호사들 모두 자축하는 분위기였다. 우리는 가끔 무죄를 받으면 마치 싸움에서 이긴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하고, 심지어 ‘승소 사례’라고 하며 SNS에 그 내용을 게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때때로 승소는 슬픈 일이다. 공익법무관으로 지방에 근무할 당시 주로 농민들의 민사소송을 대리하였다(소송구조). 그 시절에는 교과서로만 배웠던 지식을 처음으로 실무에 적용해 보는 설렘과 동시에 어쩌다가 승소 판결을 받게 되면 나름대로 사회적 약자의 억울함을 풀어주었다는 뿌듯함이 가득하였다. 그러나, 내 의뢰인보다 더 약자일 수도 있

    이종수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떼샷과 쪽수의 법칙

    떼샷과 쪽수의 법칙

    “나쁜 놈은 백 중에 하나 나오는 쭉정이지만 착한 놈들은 끝이 없이 백업디야.”   “우리는 떼 샷이여. 니들이 암만 까불어봐야 쪽수는 못 이겨. 그게 바로 쪽수의 법칙이고, 니들은 영원한 쭉정이. 주류는 우리라고.”   최근 종영한 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은 인생 드라마로 등극해 버릴 만큼 깊은 여운을 남겼다. 특히 연쇄살인범 까불이를 쫓던 파출소 순경 황용식은 검거된 까불이가 “까불이는 어디에나 있고 누구나 될 수 있고 또 계속 나올 것”이라며 악의 귀환을 예고하자 ‘떼샷과 쪽수의 법칙’을 설파하며 사이다 멘트를 날렸다.   최근 몇 해 동안 예술·출판·체육·학교·기업 등 다양한 공동체에서 발생하는 젠더폭력 사건을 진행하며 현실의 까불이들과

    김재희 변호사 (김재희 법률사무소)
    그 아이들에게도 관심을 갖는 이유

    그 아이들에게도 관심을 갖는 이유

    반 O마나이O. 필리핀에 있는 내 아이의 이름이다. 올해 10살인데, 그림 그리기가 취미이고, 장래 비행기 조종사가 되고 싶어 한다. 코피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2013년 태풍 '하이옌'이 필리핀을 강타하여 1만 명 이상이 사망하였는데, 그 무렵부터 한 국제구호개발 기구를 통해 후원하고 있는 아이의 이야기이다.   보통 외국에 있는 아이들에게 기부를 한다고 하면 “우리나라에도 어려운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다른 나라까지 신경 쓰냐”는 반응을 듣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한 편에서는 5세 이하 어린이들의 3분의 1가량이 영양실조로 사망하고 있다고 한다. 2018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인구의 10%인 8억 2160만 명이 기아에 시달렸는데(UN식량농업기

    이종수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不惑, 그 ‘앓음다움’에 대하여

    不惑, 그 ‘앓음다움’에 대하여

    “귀하는 아쉽게도 신입사원 전형에 합격하지 못했습니다.”   나의 20대는 말 그대로 백전백패였다. 남들보다 늦은 졸업을 하고도 입사시험에 백번 넘게 떨어졌다. 면접장에 들어선 순간부터 “지원자가 대리급보다 나이가 많은데 서로 불편하지 않겠어요?”라는 면접관들의 질문을 빙자한 탈락통지에도 굴하지 않고, 미운오리새끼가 백조로 변모해가는 과정이라고 스스로 위로했다. 그러나 경력 없이 나이만 먹은 여성구직자는 미운데다가 누구도 키우고 싶지 않은 미운오리새끼 같았다.   20대의 나는 상위 20%가 나머지 80%를 지배하는 ‘파레토 법칙’이 적용되는 경쟁사회에서 상위 20%에 들면 성공한 인생, 나머지 80%는 실패한 인생이라는 강박을 떨칠 수 없었다. 그리고 상위 20%에 끼기 위해

    김재희 변호사 (김재희 법률사무소)
    나이가 들어감에 대하여

    나이가 들어감에 대하여

    “넌 지금 네 나이를 몇 살로 느끼니?” 러시아에 사는 서른 다섯 동갑 친구인 이고르가 나에게 물었다. “글쎄… 스물 일곱 정도?” 옆에 있던 한 살 어린 알렉산더는 아직 스물 두 살 정도로 느낀다고 했다. 이러한 ‘인식’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하루하루 나이를 먹어간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가는 세월만큼 무서운 것이 없다. 머물러 있는 줄만 알았던 청춘은 점점 더 멀어져만 간다(김광석, ‘서른 즈음에’ 中). 어느 노 교수는 젊은 시절 “하아나-두우울-세에엣-네에엣-다서엇-여서엇-일고옵-여더얼-아호옵-여어얼” 가던 시간이, 어느 순간부터는 “핫-둘-셋-넷-닷-열” 간다고 했다. 천천히 걸어오던 세월은 어느새 전속력으로 달려 오고 있다. 연수원 때 수저를 돌리던

    이종수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그런 1억원'의 존재 이유

    '그런 1억원'의 존재 이유

    지난 1년 간 위자료 1억원을 인용 받은 판결을 두 차례 받았다. 한 달 전 무변론승소판결을 선고한 손해배상사건에서 일명 '그런 1억원은 필요없다'는 소송고군분투기를 다룬 칼럼을 기고한 바 있다(법률신문 '그런, 1억원은 필요 없습니다' 참고). 이 사건 쟁점은 원고가 아동기 피고로부터 성학대를 당하고 약 14년 후인 2016년 피고와의 대면으로 정신적 고통이 증폭되어 정신과치료를 받던 중 처음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진단 받은 사안에서 민법 제766조 2항에 의한 '불법행위를 한 날'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였다.   솔직히 처음 사건의뢰가 왔을 때 망설였다. 이른바 '도가니' 사건으로 알려진 광주인화학교 피해자들도 소멸시효가 도과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소송에서 패소한 판례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가

    김재희 변호사 (김재희 법률사무소)
    쉽게 쓰여진 서면

    쉽게 쓰여진 서면

    1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서면을 쓰는 것은 언제나 어렵다. 의뢰인으로부터 사건 설명을 들은 후 나름대로 자료를 확인하고, 거기에 맞는 판례도 찾아야 하는데, 그 속에 한 사람의 삶과 인생까지 녹아 들어야 한다. 인고의 시간 끝에 서면이 완성되면 온 몸의 기가 빨려나가는 느낌이 들면서 한동안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파우스트 박사는 무한한 지식을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바쳤다고 하는데, 이 순간 우리는 모두 파우스트가 된다.   변호사는 슬픈 천명이다. 그를 대신하여 고민하여야 하고, 그녀를 대신하여 분노도 해야 하며, 가끔은 그들 대신 혼도 나야 한다. 하루는 24시간인데, 회의하고 접견하고 재판에 출석하고 조사에 참여하다 보면 정작 서면 쓸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하나의 사

    이종수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ME_Too에 With_U로 함께 응답하는 ‘法’

    #ME_Too에 With_U로 함께 응답하는 ‘法’

    지난주 생애 첫 해외 순방강연을 다녀왔다. 일주일 간 LA와 워싱턴 D.C에서 외교관 및 해외공관 임직원 대상 성폭력예방교육을 진행했다. 변호사 개업을 하면서 부업의 일환으로 폭력예방교육전문강사 자격을 취득하고 소소하게 강연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 미투열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재판보다 강연이 더 많아지기 시작하더니 약 200회에 이르는 젠더폭력 관련 강의를 진행하게 되었다. 강연 대상도 공공기관 및 기업 임직원·교직원·NGO·검찰·경찰·밀레니얼 세대 등 매우 다양해졌으며, 서울·경기도·충청도를 넘어 미국까지 강연이 이어졌다.   작년 초 본격적으로 시작된 우리사회 미투물결은 다양한 영역으로 퍼져 나갔다. 미투 사건이 우리사회에 어떠한 파장을 미쳤는지 확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폭력예방교

    김재희 변호사 (김재희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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