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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로몬 재판'의 교훈

    '솔로몬 재판'의 교훈

    모든 법조인은 지혜의 대명사 솔로몬을 동경한다. 그를 돋보이게 한 장면은 아기의 생모를 찾아준 재판이다. 그는 재판 중 칼로 아기를 반으로 나누어 서로 자기 아기라고 다투는 두 여인에게 각각 나누어 주라고 했다. 한 여인은 눈물로 아기를 죽이지 말라고 호소하고 다른 여인은 그렇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친모는 바로 눈물을 흘린 여인이었다. 솔로몬은 명백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도 심증형성을 통해 정확한 판단을 내렸다. 심증형성과정에서 독창적인 방법을 동원한 것에 높은 평가를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솔로몬의 재판 속에서 다른 한가지 사실을 주목하게 된다. 다름 아닌 솔로몬의 재판을 받은 여성의 신분은 창기들이었다. 그녀들은 솔로몬의 재판을 받기 전 다른 판사들에게도 판단을 요청했지만 뚜

    박상흠 변호사 (부산회)
    "나를 선임하지 마세요."

    "나를 선임하지 마세요."

    엄마는 허리가 안 좋으셨다. 내가 중학생일 무렵 동네 가까운 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으셨을 때 의사는 디스크에 철심을 박는 대대적인 수술을 권했다. 무섭고 큰 수술이 될 거였다. 엄마는 수술을 결심하기에 앞서 시내 한복판에 있는 대학병원에 가보셨는데 그곳 의사는 수술을 권하지 않았다. 의사는 함께 고쳐보자고 했고, 엄마는 그곳에서 오랜 기간 외래진료와 물리치료를 받으셨다. 그리고 괜찮아지셨다. 엄마는 요즘도 처음 종합병원에서 권한 수술을 하지 않길 잘했다고 하신다. 침습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수술 말고 다른, 좀 더 우회적이고 오래 걸리지만 안전한 방법을 권한 대학병원 의사를 칭찬하시며 말이다. 엄마는 그 의사의 이름을 기억하신다.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나에게 좋은 의사란 수술 아닌 다른 것을

    홍지혜 변호사 (법무법인 제이앤씨)
    운을 읽는 변호사

    운을 읽는 변호사

    “인생은 운이 좌우한다. 재판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는 것은 불운을 불러올 수 있다. 특별히 상속과 이혼관련 소송은 불행을 부르는 나쁜 재판이다.”‘운을 읽는 변호사’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법조경력 50년, 1만명 의뢰인의 삶을 분석한 나시나카 변호사가 내린 인생 총평이다. 그런데 인생의 결과를 운이 결정한다니 무슨 뚱단지같은 소리인가. 저자는 독자를 이해시키기 위해 변호사업무 중 겪었던 뼈아픈 경험담을 소개했다. 채권추심업무 중 기한을 연장해달라는 채무자의 간절한 호소를 묵살하고 변제를 독촉해 자살에 이르게 한 일, 재판 중 늙은 증인을 엄격하게 추궁한 결과 며칠 후 사망한 일, 바쁜 업무로 의뢰인의 저녁식사 초대에 거부했더니 실망한 의뢰인이 자살한 일 등 실로 충격적인 경험들이었다. 또

    박상흠 변호사 (부산회)
    현장(現場)

    현장(現場)

    유명한 법정드라마 작가와의 오찬이었다. 작가는 드라마 속 이야기가 실제와 다르다는 사실을 취재를 통해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드라마를 위한 충분한 각색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변호사의 일은 방 안에서 이루어진다. 방의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운 법전과 법률서적을 뒤져 법리를 찾아내고 웹에서 판례를 검색해서 워드로 서면을 작성하는 일이 내 일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법정드라마 속 변호사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실제 변호사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반영한 드라마라면 나도 많이 지루할 것 같다. 작년 4월이었다. 시작은 역시 내 방안에서였다. 한 여성이 남편, 시아버지와 함께 내 방을 찾아와 발을 동동 구르며 눈물을 흘렸다. 세 살 아들이 병원에서 주사를 맞고 엄마 품에 안긴 채 의식을 잃었는데 그

    홍지혜 변호사 (법무법인 제이앤씨)
    반성문의 의미

    반성문의 의미

    의뢰인들이 작성해 오는 반성문 중에는 흠잡을 곳 하나 없는 명문도 있지만, ‘본의 아니게 실수하였다’는 식으로 범행을 가벼이 여기거나, 피해자가 원인을 제공하였다며 합리화를 시도하는 경우도 많다. 엄밀히 따지면 ‘변명문’인 셈이다. 이런 반성문을 그대로 제출할 수는 없다. 문제점을 지적하면 대개의 의뢰인들은 난감해 하며 반성문을 고쳐오는데, 그저 잘못했다는 말만 반복되는 뻔한 반성문이 되어버리기 일쑤여서 안타까운 적이 많았다. 그러던 중 한 의뢰인의 변호를 맡게 되었다. 구속된 의뢰인이었는데 매주 반성문을 제출하고 있었다. 내용에 딱히 문제될 것도 없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결심하고 선고기일을 지정하려던 재판장이 갑자기 피고인의 반성문을 언급했다. “피고인의 반성문에는 앞으로 어떻게 살겠

    류인규 변호사 (법무법인 시월)
    또 다른 Me too

    또 다른 Me too

    마른 건초더미에 불붙듯 소리 없이 강하게 퍼져나가고 있는 Me too 운동. ‘사실은 나도’라는 고백이 분명 우리 주변 어딘가에서 터져 나오고 있을 테다. 다만 내가 하지 않는 고백이고, 내 주변에서 하지 않는 고백이라 무관한 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일 뿐. TV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한 여성이 어릴 적에 당한 성폭행과 관련하여 최근에야 가해자를 고소하고, 어릴 적 친구들의 증언 등으로 가해자가 1심 재판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는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들어본 이름과 특수한 상황 등을 접하면서 필자의 가슴은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그 여성은 몇 년 전 필자에게도 도움을 청했던 사람이다. 너무나 오래 전의 피해인지라, 큰 용기를 냈음에도 그 용기가 무색할 정도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

    김혜민 변호사 (광주회)
    선고유예의 추억

    선고유예의 추억

    3년 전 이맘 때였다. 예정보다 일찍 법정에 도착하여 앞 사건들의 진행을 지켜보고 있었다. 정식재판청구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였다. 비교적 경미한 사건들이 대부분이라서 별다른 관심 없이 방청석에서 딴 생각을 하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피고인이 호명되었는데, 웬 여성이 함께 피고인석에 들어섰다. 재판장이 신원을 묻자 피고인의 어머니라 했다. 피고인이 지적장애가 있어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할 수 있으니 자신이 동석해야겠다는 것이었다. 재판장은 기록을 살피더니 “피고인에게 심신 장애의 의심이 있으니 필요적 변호사건이다. 변호인을 선임하기 어려우면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드리겠다. 변호인 선임을 위해 속행하겠다”고 했다.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주겠다고 하니 피고인의 어머니는 그저 감사하다는

    류인규 변호사 (법무법인 시월)
    어미닭 변호사 되기

    어미닭 변호사 되기

    드라마 속 변호사 사무실 직원이 현실과 사뭇 다르게 그려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마도 미국 드라마 속 변호사 사무실의 조사원과 같은 역할이 우리에게도 있다고 생각하였거나, 변호사의 드라마틱한 일상을 그려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드라마 속 직원은 팔을 걷어붙이고 증거를 수집하는가 하면 변호사에게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한다. '저건 미국식이야!'라고 웃어넘기면서도 한편으론 내게도 저런 직원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같은 드라마를 집에서 보고 있을 직원들은 반대로 '나도 저런 훌륭한 변호사 밑에서 일하고 싶다. 나도 저런 좋은 공간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그냥 그보다는 실수를 하지 않는 직원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으로 돌아온다. 변호사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직원들

    김혜민 변호사 (광주회)
    벌금이 아픈 사람들

    벌금이 아픈 사람들

    공익법무관으로 근무할 당시 "벌금 낼 돈이 없으니 차라리 집행유예를 받고 싶다"는 부탁을 많이 받았다. 법적으로는 벌금형보다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더 중한 처벌이지만, 경제적 여유가 없는 이들에게는 벌금형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았던 것이다. 올해부터는 벌금형도 집행유예가 가능해졌기 때문에 더 이상 이런 장면을 보기는 어려워졌다. 서민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좋은 입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현실과 동떨어진 벌금 규정으로 아픔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 조세범죄 등에 단순 가담하였다가 수십억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노역장에 유치되는 사람들이다. 특가법을 비롯한 일부 특별형법에서는 벌금형의 필요적 병과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단순 가담자들도 천문학적인 벌금을 선고받는 사례

    류인규 변호사 (법무법인 시월)
    영화 ‘튤립 피버’와 소송

    영화 ‘튤립 피버’와 소송

    최근 영화 ‘튤립 피버’(Tulip Fever)를 봤다. 이 영화는 17세기 암스테르담에서 일어났던 튤립 파동을 묘사하면서 남녀 주인공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아름답고 어린 여주인공은 가난을 극복하고자, 사별한 늙은 부호와 결혼하게된다. 늙은 부호는 한 젊은 화가를 집으로 불러 부부 초상화를 그려달라고 한다. 그런데 여주인공과 그 젊은 화가는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되어 밀회를 즐기게 되는데, 이 사실을 그 집의 하녀가 알게 된다. 한편 하녀는 생선장수와 연애를 하면서 임신을 하게 되는데 임신한 사실이 알려져서 주인이 일을 그만두게 할까봐 두려워하게 된다. 여주인공은 자신의 불륜을 알고 있는 하녀로 하여금 임신 사실을 숨기고 계속 일을 하게 하는 대신, 하녀가 아닌 자신이 남편의 아이를 임신한 것으로

    김혜민 변호사 (광주회)
    공익활동이 싫어진다

    공익활동이 싫어진다

    하려고 마음먹던 일도 옆에서 누가 자꾸 하라고 하면 하기 싫어지는 법이다. 변호사들에게는 공익활동이 그렇다. 변호사들은 1년에 20시간 이상 의무적으로 공익활동을 해야 하고, 그 내역을 지방변호사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1시간당 3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이마저 이행하지 않으면 징계경고를 받는다. 필자도 어쩔 수 없이 매년 공익활동 내역을 보고하고 있지만, 이것을 왜 20시간씩 의무로 하여야 하는지 모르겠고, 그 내역을 일일이 지방변호사회에 보고하여야 하는 이유도 모르겠다. 공익활동 내역을 기준으로 무슨 평가나 심사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독려와 감독만이 목적이라면 굳이 이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다. 특히 연말 즈음 지방변호사회에서 보낸 법관평가 참여 독려 메일에 ‘법관평가표 1건

    류인규 변호사 (법무법인 시월)
    너의 의미, 나란 의미

    너의 의미, 나란 의미

    의뢰인과의 관계는 간단히 바라보면 사건위임계약을 체결하고 소송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함께 재판을 진행하다가 관계가 마무리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절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한 사람의 인생 중 가장 힘든 부분이 그 전까지는 아무런 관련이 없던 내게 훅 다가왔다가 다 헤쳐진 다음 완치되어 나가거나, 아니면 1차 봉합만 하고 다시 상소를 통해 재수술을 하는 등 실로 엄청난 인연을 맺고 있는 셈이다. 가끔 왜 이 의뢰인이 하고 많은 변호사 중에 나와 인연을 맺어서 이렇게 큰 희로애락을 안기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변호사 입장에서도 일부 의뢰인의 경우 그 의뢰인을 알기 전과 후가 너무나 달라 힘들거나 또는 큰 깨달음이나 감동을 받기도 한다. 의뢰인이 자신의 마음속

    김혜민 변호사 (광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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