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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프리즘 리스트

    증인신문 녹취서는 이대로 괜찮을까

    증인신문 녹취서는 이대로 괜찮을까

    증인신문조서 대신 법정녹음으로 증언을 기록하기 시작한 지 벌써 약 3년이다. 법정녹음이 실시되기 전에는 증언 그 자체보다도, 증언이 조서에 어떻게 기재되는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재판이 길어지면 증인신문의 내용이 좀처럼 기억나지 않아 조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조서는 증언을 그대로 기록하지 않고 그 요지만 기록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증인이 변호사의 질문에 장황히 답변을 하더라도 재판장이 “그래서 맞다는 것이지요?”라고 되물어서 증인이 “네”라고 답하면 조서에는 “맞습니다”라고만 기재되는 식이었다. 이렇다보니 변호사들은 조서가 유리하게 작성되도록 노림수를 부렸다. 증언이 불리하다 싶으면 “말씀이 너무 길어서 제가 정리해 볼게요”라면서 증언을 조금씩 왜곡하는 식이었다. 이를 두고 상대방

    류인규 변호사 (법무법인 시월)
    어떤 과일을 팔고 있을까

    어떤 과일을 팔고 있을까

    공판장에서 사과 두 상자를 샀다. 한 상자는 이미 개봉되어 안에 있던 사과 맛을 본 것이고, 그 사과 맛이 정말 좋아 똑같은 사과로 담았다는 다른 한 상자를 더 산 것이다. 그런데 집에 와서 보니 몇 개의 사과는 썩어 있고 그나마 멀쩡한 사과는 전혀 다른 맛이었다. 가서 따질까 하다가 굳이 찾아가는 수고까지 하고 싶지 않아 넘어갔다. 물론 다시는 그 공판장에 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집 앞 슈퍼에서 귤을 한 상자 샀다. 개봉되어 있는 상자 속 귤을 먹어봤는데 무척 달고 맛있었다. 슈퍼 주인은 한 상자 산 김에 똑같은 귤로 한 상자 더 사라고 권했다. 앞서 사과로 공판장에서 데인 적이 있기에 한 상자만 사겠다고 했다. 다행히 그 한 상자 귤을 다 먹을 때까지 하나같이 모두 맛있

    김혜민 변호사 (광주회)
    형사소송규칙 147조를 아시나요

    형사소송규칙 147조를 아시나요

    형사재판의 선고기일에는 변호인이 출석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애초에 재판부에서도 변호인의 출석여부를 확인하지 않을 정도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이기는 하나, 공판기일에 조금 일찍 도착하면 앞 사건의 선고를 듣게 되는 일이 잦기 때문에 판결의 선고 자체가 낯설지는 않다. 다만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장면이 있는데 재판장이 선고 시에 피고인에게 훈계를 하는 모습이다. 대개는 집행유예 등의 선처를 할 때 훈계가 이루어진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이니 앞으로 올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가벼운 훈계부터, “재판 때마다 법정에 나오셔서 눈물을 흘리시는 어머니를 생각하라”는 맞춤형 훈계까지 그 형태도 다양하다. 심지어는 무죄를 선고하면서 “법률적으로 죄가 되지 않아 무죄를 선고하지만 피고인이 결코

    류인규 변호사 (법무법인 시월)
    첫눈 못지않은 기쁨

    첫눈 못지않은 기쁨

    최근 다른 지역 법원에서 조정이 있었는데 만삭이다 보니 직접 운전은 부담스러워 가족이 운전하여 함께 다녀왔다. 가는 길에 첫눈이 내렸는데, 첫눈인데도 첫눈 같지 않고 마치 한겨울 익숙한 눈처럼 하늘을 빈 공간 없이 꼼꼼히 채우며 제법 내렸다. 나중에 아기가 태어나면 이 또한 추억으로 말해줄 일이 되겠구나 싶어 그날 보는 첫눈이 더 반가웠다. 이날 조정은 두 시간 넘게 진행되어 결국 성립되었다. 조정 후 차에 타자마자 힘들고 허기진 탓에 빵을 우걱우걱 먹었다. 몸은 고될지라도 그날 가서 조정이 성립되었다는 보람이 더 컸다. 필자는 조정으로 사건이 마무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판결을 받아도 상소하지 않아 확정되기도 하지만, 조정기일에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조율하여 합의점을

    김혜민 변호사 (광주회)
    재판은 삼세번?

    재판은 삼세번?

    우리나라의 재판은 대부분 3심제다. 3심제는 ‘재판을 3번 받을 수 있다’는 것이지 ‘재판을 3번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뢰인들 중 상당수는 1심을 시작도 하기 전에 2심 전망까지 묻는다. 특히 형사사건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재판을 1심으로 끝낼 수도 있다는 것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2심은 기본이요 여차하면 대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는 결의를 다진다. 실제로 재판 결과에 불복하는 비율이 대단히 높다. 필자가 담당한 사건 중 1심에서 패소한 뒤 그대로 승복한 사례는 거의 없다. 상소비율이 높다보니 고등법원, 나아가 대법원의 업무 부담이 적지 않다. 대법관 1인당 연간 3000건가량의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법원은 어떻게든 상소비율을

    류인규 변호사 (법무법인 시월)
    적절한 분량에 대한 고민

    적절한 분량에 대한 고민

    영화 보디가드에서 여주인공은 ‘You shall die.’라고 적힌 협박성 쪽지를 받는다. 이 세 단어 속에 너를 죽이겠다는 메시지가 그 어떤 장문의 편지보다 강렬하게 담겨 있는 셈이다. 반대로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으로 시작하는 햄릿의 독백이 곧바로 ‘아무리 생각해봐도 결국 답을 못 내리겠다’는 식으로 간결하게 마무리되고 말았다면, 지금껏 우리에게 아무런 감명을 주지 못했을 것이다. 조금은 다른 이야기이지만, 변호사로서 준비서면 등을 작성할 때 ‘분량’과 ‘메시지 전달’의 상관관계에 대한 고민을 종종 하게 된다. 실은 필자는 분량제한 관련 민사소송규칙 시행 전에도 30장에 이르는 준비서면을 쓰는 일이 드물었다. 그런데 때때로 사실관계 정리나 법

    김혜민 변호사 (광주회)
    누구를 위한 전문변호사제도인가

    누구를 위한 전문변호사제도인가

    대한변호사협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변호사 징계내역 중 유독 자주 눈에 띄는 징계사유가 있다. “전문분야 등록을 하지 아니하고 인터넷 홈페이지 소개란 등에 ‘전문’ 표시를 하여 광고하였다”는 것이다. 현재 공개되어 있는 법무법인 징계 15건 중 13건이 이 같은 사유로 이뤄졌다. 대한변협은 전문분야 등록을 하지 않은 변호사가 ‘전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광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변호사 전문분야 등록은 아무런 법률상 근거가 없고, 대한변협 회칙에 근거하여 운영되고 있는 제도일 뿐이다. 과연 대한변협이 법률상 근거 없이 회원들의 광고영업을 제한할 수 있는 것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광고영업 제한의 법률상 근거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 많은 변호사들은 전문분야 등록제도가 실제 전문성

    류인규 변호사 (법무법인 시월)
    배불뚝이 변호사의 삶

    배불뚝이 변호사의 삶

    입덧이 심하던 임신 초기 무렵 오랜 시간 의뢰인의 힘든 이야기를 고스란히 듣고 상담을 하는 중에 내색은 못하고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임신 중기 배가 부르기 시작할 무렵 남성 변호사님들의 반응이 제각각이어서 흥미로웠다. 오랜만에 만난 어떤 변호사님은 “아니, 왜 이렇게 옷차림이 바뀌었어요?”라고 하는가 하면, 또 어떤 변호사님은 “왜 이렇게 몸이 부었어요?”라고 해서 웃음이 터졌던 기억이 있다. 어느 변호사님은 조정을 마치고 굳이 필자의 의뢰인을 먼저 가게 한 다음 잠시 한쪽으로 부르더니 “김변. 정말 축하해요. 오늘 보고 처음 알았네”라고 해서 남성 변호사님 중에도 이렇게 세심한 분이 있구나 싶어 놀랐던 적도 있다. 어느 반응이든 결과적으로는 축하로 이어지니 감사하였다. 고객들이 배부른

    김혜민 변호사 (광주회)
    복(福)대리

    복(福)대리

    유례없이 길었던 연휴 탓인지 10월은 유난히 변론기일이 많은 것처럼 느껴진다. 부득이 복대리를 찾는 일도 부쩍 늘었다. 개업 초기에는 복대리를 맡아줄 변호사님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연고가 없는 지역일 경우, 어디에 어떻게 부탁해야 할지 몰라서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수소문한 적도 있다. 관할 지방변호사회에 소개를 부탁하기도 했다. 얼굴도 모르는 변호사님께 부탁하다보니 ‘너무 귀찮게 하는 것 아닐까’, ‘이런 것까지 부탁드려도 될까’하는 생각 때문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한 번은 지방변호사회를 통해 소개받아 복대리를 맡긴 변호사님이 금요일 오후 변론을 마치고 퇴근하신 탓에 그 다음 주 월요일 오후가 돼서야 변론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던 적도 있다. 서로 휴대전화 번호를 교환한 일

    류인규 변호사 (법무법인 시월)
    가난한 의뢰인, 가난한 변호사

    가난한 의뢰인, 가난한 변호사

    착수금을 무조건 깎으려고만 들거나, 그마저도 일 시작할 때 얼마, 진행하다가 얼마, 심지어는 일을 마치고 얼마를 주겠다는 의뢰인이 있다. 흥미로운 것은 그러한 태도가 꼭 의뢰인의 재력과 정비례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나름 재력이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아는데도 이 같은 태도로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신뢰관계를 흔드는 의뢰인이 있는가 하면, 속으로 ‘이 의뢰인 형편에 이 착수금을 어떻게 마련할까’ 걱정스러운데도 어떻게든 마련하여 착수금을 제때 지급하는 의뢰인도 있다. 필자가 보기에 이 두 의뢰인 중 가난한 사람은 전자이다. 어느 변호사가 오랜 시간 상담을 하고 상담료를 요청했더니 “저에게는 정말 힘들고 괴로운 일인데 변호사님은 이걸 다 돈으로만 생각하시는 것 같아서 서운합니다”라며 "상담료를 받지

    김혜민 변호사 (광주회)
    우리 끼리 싸우지 맙시다

    우리 끼리 싸우지 맙시다

    최근 상대방 대리인이 제출한 서면에서 “지저분한 주장입니다”라는 문구를 보았다. 잠시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고 심호흡을 했지만 흐트러진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공격적인 서면을 받아보는 일이 처음은 아니지만, 그 때마다 마음이 상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걱정스러운 것은 요즘 들어 그런 서면을 받아보는 빈도가 높아지고, 그 정도도 심해지는 것 같다는 점이다. 선배 변호사님들은 “모순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또는 “아전인수격인 주장입니다”는 식의 표현을 접하고 분개했다고 하던데, 요즘 분위기에서 보면 그 정도는 점잖은 편이다. 동료변호사들 중에는 “정말로 변호사가 작성한 것인지 의문입니다”라든지, “법리에 대한 기본적 지식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라는 서면을 받아본 경우도 있다고 한다.

    류인규 변호사 (법무법인 시월)
    위자료 감수성

    위자료 감수성

    결혼한 지 수년이 되다보니, 서로에 대하여 어느 부분은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부분이 생기기 시작한다. 또한 육탄전과 막장을 방불케 하는 이혼사건을 처리하다보면, 필자의 부부생활 중 오해와 부딪침은 귀여운 애교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이르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부 사이에 일종의 마지노선처럼 허용할 수 없는 지점이 있다. 그 선을 넘으면 그게 어떤 형태를 띠든, 때론 오해라 하더라도 갈등의 원인이 되기 마련이다. 문제는 그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쟁송으로 해결하고자 할 때 결과에 있어 예측가능성이 없을 때가 있다는 것이다. 부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도 그 중 하나다. 한 의뢰인은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로 인하여 최악의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데, 그 의뢰인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김혜민 변호사 (광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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