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의 심증은 감추는게 최선일까
올여름 한 형사사건에서 증인심문을 마친 직후였다. 재판장은 “검사님, 이 사건은 죄가 되지 않는 것 같은데요”라며 무죄의 심증을 강하게 드러냈다. 필자는 재판을 마칠 때까지 표정 관리가 쉽지 않았다. 법정 밖에 나와서는 의뢰인이 벌써 무죄 판결을 받은 것처럼 감격하여 필자에게 연신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며칠 뒤, 정반대의 상황이 발생했다. 민사사건에서 재판장이 “변호사님, 말씀은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그런데, 솔직히 상대방 주장이 더 신빙성이 있어요. 다음기일까지 추가 입증할 것이 있으면 해 보시고, 안되면 결심합시다”라며 필자의 패소를 예고한 것이다. 어깨가 축 쳐진 상태로 사무실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두 경우 모두 흔한 경험은 아니다. 대부분의 재판에서 법관은 심증을 드러내지 않기
류인규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시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