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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의 신(新)과 함께

    법의 신(新)과 함께 리스트

    법도 알아야 지키지요

    법도 알아야 지키지요

      얼마전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면서 ‘교차로에서 우회전 하는 방법’에 대한 해설자료가 SNS에서 인기를 끌었다. 개정된 조항 자체는 단순한 것이었다. 하지만 기존의 규정과 동시에 고려할 경우 16가지 경우의 수마다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는 방법이 조금씩 달라지게 되었다. 교차로 우회전은 대부분의 국민들이 매일 마주하는 상황인데, 법규가 이렇게 복잡해도 되는건가 싶었다. 사실 이 분야의 원조는 조세법규다. 2019년경 정부에서 주택가격 폭등을 잡겠다며 각종 대책들을 쏟아내던 시기에는 워낙 수시로 규정이 바뀌고 각종 예외조항이 등장한 탓에 세무사들 조차도 주택양도소득세에 대한 상담은 포기하게 되는 상황마저 발생했다. 운전을 하고 집을 사고 파는 지

    류인규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시월)
    어른의 이별

    어른의 이별

      검사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든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나는 이별이라고 답한다.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는 결정들에 대한 부담감이나 매일같이 자정 너머에 휴일까지 일해도 줄어들지 않는 사건들, 다 또는 까로 마치는 대화가 자연스러운 딱딱한 공직문화에는 안개비가 옷에 스며들듯 조금씩 익숙해 졌다. 하지만 이별은 몇 번을 거듭해도 늘 처음과 같았다. 어른을 회자정리의 섭리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경지로 정의한다면 나는 겨우 옹알이 단계 정도일까.검사는 2년에 한 번씩 임지를 옮기는 탓에 2년마다 직장도, 사는 지역도 바뀐다. 동선에 맞게 물건들을 정리해 둔 집도, 동네 사람들이 잘 모르는 고즈넉한 산책로도, 제법 얼굴을 익혀 계란후라이 정도는 서

    정거장 검사(서울중앙지검·<슬기로운 검사생활> 저자)
    [법의 신(新)과 함께] 어떤 아버지들

    어떤 아버지들

      아버지가 계속 전화를 안 받으신다. 잠깐 전화를 못 받으시는 일은 있지만, 이렇게 계속하여 전화를 받지 않는 일은 없었다. 아버지와 같이 사는 남동생에게 전화하니 전원이 아예 꺼져 있다. 어제 아버지와 통화한 내용이 떠오르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민수(가명)가 방에서 혼자 욕하고 싸우고 있다. 다시 입원시켜야 할 것 같아.”아버지와 통화할 때 그 내용은 주로 남동생에 관한 걱정이다. 하루 종일 방 안에 틀어박혀 나오지도 않고 혼잣말로 과격한 욕을 하고 때로는 물건을 부수는 증상이 최근 심해지고 있다고 했다. 다른 곳에 살고 있는 딸은 가슴이 타들어 갔다. 112에 전화를 한다. “아버지가 조현병 남동생과 살고 있는데 둘 다 연락이 안 돼요.” 경찰이 출동했을 때 아버지는 이

    정혜진 변호사(경기중앙회)
    단주(斷酒)를 권함

    단주(斷酒)를 권함

      술을 끊었다. 영구적이며 불가역적인 단주를 결심하였고, 약 2개월 동안 잘 실천하고 있다. 서울법대 1학년 때부터 계속 마신 술이었다. 오랜 친구와의 이별이 아쉬웠지만 ‘이제 헤어질 때가 되었으므로’ 떠나보냈다.술은 인생의 즐거움이었다. 소주와 맥주를 섞는 기술이 매우 뛰어나서 맛이 좋을 뿐만 아니라 강력하면서도 정갈한 회오리는 아름답기까지 하였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에 나오는 스코틀랜드 아일레이섬의 싱글몰트 위스키의 종류나 유래를 술자리에서 읊거나,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전통주, 중국술, 일본술 이야기를 하면 ‘아하 나는 정말 풍류를 아는 호탕한 사람이야’라는 착각에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하였다.거의 매일 저녁 사람을 만나고, 매일 저녁 술을 마셨다. 대작(對酌)을 하다보면

    정지웅 변호사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
    아직 못 해준 것들이 많은데…

    아직 못 해준 것들이 많은데…

      지난주 아침 뉴스를 읽다가 가슴이 먹먹해지는 헤드라인을 만났다. ‘아직 못 읽은 책이 많은데… 보육원 출신 새내기 대학생의 극단적 선택’. 나도 모르게 클릭해서 기사 전문을 읽어보았다. 기사 내용은 짧았다. 옥상까지 걸어서 올라가는 장면이 CCTV에 잡혔다는 점, 타살의 정황은 찾을 수 없었다는 점, 보육원 시설을 퇴소하면서 부담감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는 점, 쪽지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 아직 읽지 못한 책이 많은데…’라는 낙서를 남겼다는 점 등을 볼 때 자살로 추정된다는 내용이었다. 쪽지에 끄적였다는 저 문장에서 어딘지 삶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나는 듯했다. 그래서 더 먹먹했는지도 모르겠다. 그 아쉬움을 꺾어버릴 만큼의 외로움, 괴로움, 막막함이 얼마나 컸을지 느껴지는 듯 해

    김화령 변호사 (서울회)
    [법의 신(新)과 함께] NFT와 아티스트

    NFT와 아티스트

      최근 NFT(Non-Fungible Token) 방식으로 디지털 아트 작품을 발표한 모 미술작가를 만나 소중한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그 작가는 창작자로서 NFT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에 대해 양가적인 감정이 든다고 했다. 기존 수작업으로 유형물에 작업을 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디지털로 작업하여 컴퓨터 파일 형식으로 저장된 작품을 보니, 종이와 붓을 넘어선 새로운 표현의 도구가 생긴 것 같아 창작자로서의 기쁨과 자유로움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에 발을 들인 것 같아 두려움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는 급격히 확대되는 디지털 환경을 바라보는 우리 대부분의 모습인 것 같다. 디지털 파일의 형태인 디지털 아트는 웹상에서 대규모 복제가 가능하다. 따라서 현

    김정현 변호사 (법무법인 창경)
    [법의 신(新)과 함께] ‘출국 대기 제도의 대전환’ 마지막 키만 남았다

    ‘출국 대기 제도의 대전환’ 마지막 키만 남았다

      해외에 방문하면 제일 처음 듣는 공식적인 인사가 무엇일까? 세계 공통 인사는 의외로 ‘무슨 목적으로 방문하셨나요?’라는 출입국 공무원의 질문일지도 모른다. 사실 이 질문은 그 막연한 느낌보다는 중요성이 크다. 비행기를 타고 외국까지 가서 입국을 거절당하는 일이 생각보다는 흔하기 때문이다. 법무부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공항에서만 입국이 거부되는 외국인의 숫자가 연 4만3000명에 이른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어쩌다 한국까지 왔다가 되돌아가는 지경에 이른 것일까? 여권이나 비자에 문제가 있는 경우, 입국 목적을 잘못 대답하는 경우 등 사정은 다양하다. 코로나19 유행기에는 방역 관련 서류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입국을 거부당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들 대부분은 다음 비행기를 타고

    이한재 변호사(사단법인 두루)
    입양의 제자리찾기

    입양의 제자리찾기

      입양에는 민법상 입양도 있지만 이 글에서는 요보호아동의 입양에 대한 내용을 주로 쓰고자 한다. 이 경우 입양은 아동에게 사회가 가정을 만들어 주는 절차이다. 또한 개인의 신분에 중대한 변동을 가져오는 가족법상의 법률행위이며, 원가정에서 아동을 양육하기 어려운 경우 택하게 되는 아동보호 방법 중 하나이다. 매우 당연한 것처럼 보이는 이야기지만, 우리나라의 입양은 이러한 취지에 맞게 진행된 역사를 가지고 있지 못했다. 간간이 언론지상에 올라오는 부모를 찾으러 온 해외입양인의 사연을 보면 어렸을 때 집을 잃어버려 떠돌던 중 입양되었다거나, 부모 모르게 할머니가 입양을 보냈다거나 하는 내용을 보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이런 일들은 한국전쟁 무렵에 일어난 일

    오영나 법무사(대한법무사협회 부협회장·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
    위자료 위원회를 만들면 어떨까

    위자료 위원회를 만들면 어떨까

      몇 년 전, 교통사고 손해배상 사건을 담당한 적이 있었다. 90대 남성이 차에 치여 사망한 사건이었다. 필자는 유가족 측 대리인이었다. 피해자가 고령인 탓에 일실수입은 문제 될 것 없었고 과실 비율과 위자료만 쟁점이 되었다.변론기일에 재판장이 양측 대리인에게 주장 요지를 진술하라고 하였다. 필자는 “고인의 과실은 전혀 없고, 위자료는 통상의 기준에 따라 1억 원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는 과실 없는 교통사고 사망 피해자의 유가족들에게 대부분 1억 원의 위자료가 인정되고 있었다.그런데 상대방 대리인이 이런 반론을 폈다. "고인이 여생이 많이 남지 않았던 90대인 점을 감안하면 위자료는 감액될 필요가 있습니다". 재판장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잠시 생각을 하곤 되물었다.

    류인규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시월)
    [법의 신(新)과 함께] T와 F 사이 어디쯤에서

    T와 F 사이 어디쯤에서

      누군가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마땅한 화제를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날씨 이야기는 진부하고 긴 대화를 이어 나가기 어렵다. 신변잡기는 사적인데다가 자칫 상대방을 곤란하게 만들 수 있다. 얼음장 같은 어색함을 깨뜨려야 할 때, 요즘 친구들은 이런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MBTI가 어떻게 되세요?” MBTI는 자기보고식 성격 유형 검사방법이다. 휴대전화로 몇 가지 문답만 하면 나의 성격을 손쉽게 알 수 있어서 신속과 효율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에게 선풍적이다. MBTI는 4가지 분류 지표에 따라 수검자를 16가지 성격 유형 중 하나로 나누는데, 설명하자면 이렇다. 4가지 분류 지표는 ‘외향-내향 지표(E-I)’, ‘감각-직관 지표(N-S)’, ‘사고-감정 지표(T-F)’, ‘판단-

    정거장 검사(서울중앙지검)
    [법의 신(新)과 함께] 그 법안에 반대합니다

    그 법안에 반대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변호사에 대한 보복범죄를 가중처벌하자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었다. 자기 또는 타인의 재판 및 수사와 관련하여 보복의 목적으로 변호사 및 그 사무직원에 대한 폭행·협박을 형법상의 폭행·협박보다 가중처벌하는 내용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신설하는 안이 하나 있고, 변호사의 직무가 행해지는 장소에서 변호사 및 그 사무직원에 대한 폭행·협박을 마찬가지로 형법상 폭행·협박보다 가중처벌하는 내용을 변호사법에 신설하자는 안도 나와 있다.의안원문에 쓴, 개정안의 취지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변호사법은 변호사의 인권옹호의무, 사회정의 실현의 사명을 규정하고 있는바 특별히 보호할 필요가 있음”, “법률종사자의 직무를 이유로 한 보복성 범죄는 피해자 개인을 넘어 법

    정혜진 변호사(경기중앙회)
    [법의 신(新)과 함께]  할 일은 다 하셨습니까?

    할 일은 다 하셨습니까?

        최근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66세 정상현(가명) 씨의 국선변호를 하였다. 변호인접견 당시 모든 것을 내려놓은 그의 얼굴과 눈은 고요했고 깊었다. “잘못했으니 엄하게 처벌받아야지요. 부끄럽지만 집도 절도 핸드폰도 없습니다. 아내와는 30여 년 전에 헤어졌지요. 그때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이제는 서른 살이 훨씬 넘었겠지만 어디에 살고 있는지 전혀 모릅니다. 과거에는 일용직 건설노동자로 일을 했지만, 지금은 온갖 병을 달고 살아요. 힘이 없어 일을하지 못해 도둑질을 했습니다. 자전거도 훔치고, 화물차량 뒤에 실려있는 건설공구도 훔쳐다 팔았습니다. 팔아서 얼마간의 돈을 손에 쥐면 쪽방촌에서 하룻밤 잘 수 있습니다. 하루 방값은 1만5000원에서 2만 원 정

    정지웅 변호사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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