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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혜진의 법과 사람사이

    정혜진의 법과 사람사이 리스트

    [정혜진의 ‘법과 사람 사이’] 관찰은 ‘많이’, 판단은 ‘조금만’

    관찰은 ‘많이’, 판단은 ‘조금만’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가란 관찰은 많이 하고 판단은 조금만 내리는 일을 생업으로 삼는 인간이라고 말했다. 어느 전직 법관이 그 말을 인용하면서 ‘사실을 인정하고 법을 적용하는 일’을 하는 법관도 소설가 못지않게 관찰하고 판단하는 일을 생업으로 하는 직업이라고 썼다(송민경, 《법관의 일》). 소설가가 가상의 등장인물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을 서술하고(관찰), 그 이야기 속에서 삶의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 묻는(판단) 것과 비슷하게 판사는 소송 당사자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재판을 통해 밝히고(관찰), 드러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법적 관점에서 누구의 주장이 옳고 그른지를 가린다(판단)는 것이다. 허구의 세계를 창조하는 예술가의 일과 현실의 분쟁을 법의 잣대로 판단하는 직

    정혜진 변호사(경기중앙회)
    [정혜진의 ‘법과 사람 사이’] 불일치, 모순, 의문

    불일치, 모순, 의문

      나란히 나열된 이 세 단어에서 연상되는 것이 있다면? 형사 재판에 한정한다면 가장 먼저 피고인의 어설픈 변명이 떠오른다. 자신이 한 일을 안 했다고 우기지만 완벽한 거짓말은 쉽지 않다. 사이코패스 같은 흉악범이 연상되기도 한다. 친절한 이웃으로 알고 있던 사람이 실은 연쇄 살인범이었다거나 악명 높은 성 착취물 제작자가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 왔다는 등의 뉴스를 장식한 이들 말이다.   그런데 위 세 단어를 나란히 붙여 놓은 출처인 그 유명한 대법원 판례의 맥락은 이런 직관적 연상과는 거리가 멀다. 문제의 문장은 이렇다. ‘검사의 공소사실과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에서 보이는’ 여러 불일치, 모순, 의문에는 애써 눈감으면서, 오히려 피고인의 주장과 증거에는 불신의 전제에

    정혜진 (수원고법 국선전담변호사)
    [정혜진의 '법과 사람사이'] 피해자를 위한, 가해자 변론

    피해자를 위한, 가해자 변론

      부부는 10평 남짓 작은 임대아파트에서 자녀 둘을 키우며 살았다. 남자는 낮에는 택배 일을, 밤에는 아파트 세차 일을 했다. 잠잘 시간이 부족했지만 낮에 일하는 것만으로는 가족을 부양하기 어려워 ‘투잡’을 뛰었다. 여자는 아이들 학교 가는 시간에 편의점 알바를 했다. 어느 날 편의점에 손님이 뜸해 애들이 잘 있는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집안을 보다 자는 딸 옆에서 이상한 행동을 하는 남편을 발견했다. 그날 바로 남편을 집에서 쫓아냈다. 딸은 아빠가 만지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냥 자는 척하고 있었다며, 아빠가 자기 때문에 집을 나가는 건 싫다고 울먹였다. 이 사건이 10대 딸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생각하니 앞이 캄캄했다. 고민 끝에 아동보호단체에 도움을 요청하는

    정혜진 (수원고법 국선전담변호사)
    [정혜진의 ‘법과 사람 사이’] ‘애런’은 정말 존재하지 않았을까

    ‘애런’은 정말 존재하지 않았을까

      시카고의 존경받는 대주교 살해범으로 체포된 19살 애런은 “시간을 잃었다”고 표현했다. 애런이 ‘시간을 잃은’, 그러니까 기억을 상실한 바로 그 순간 그는 대주교를 잔인하게 살해했다. 다만 그때의 그는 애런이 아니라 로이다. 순수한 눈망울을 가진 말더듬이, 자기의 감정 표현조차 서투른 애런이 아니라, 증오의 눈빛에 험한 욕설을 거침없이 쏟아내며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는 로이. 정반대의 완벽히 다른 두 인격이 한 몸 안에 있었다. 애런은 1급살인 혐의로 기소되었지만, 정신이상으로 판단되어 사형선고를 면하고 정신병원으로 가게 된다. 애런의 변호인은 자신의 변론으로 이끌어낸 최상의 결과에 들떠 있다가 실은 애런이 완벽하게 로이를 ‘연기’했음을 눈치채게 된다. “그럼 로이는 없었던

    정혜진 (수원고법 국선전담변호사)
    [정혜진의 ‘법과 사람 사이’] 파란만장 산체스의 '회복될 기회'

    파란만장 산체스의 '회복될 기회'

      나이가 많은 아버지는 타지로 일을 다니느라 얼굴조차 보기 힘들었고, 엄마는 약물중독에 허덕였다. 부모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한 그의 가정환경은 그 동네에서는 특별히 불행한 수준은 아니었다. 남미 출신 가난한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그 지역에서는 소년원에 다녀오는 일이 청소년들의 통과의례로 여겨질 정도였다. 그도 10대 초중반 갱단 또래와 어울려 다니며 소년법정을 몇 번 들락거렸다. 거기까지는 동네 친구들과 다를 바 없는 그럭저럭 '평범한 삶'이었다. 1999년 무기를 소지한 채 저지른 살인 미수죄로 징역 30년형을 선고받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때 그는 열여섯 살이었다.그로부터 23년 후 그는 징역 30년 형을 선고받았던 주 법원 법정에 다시 섰다. 놀랍게도 이번엔 변호사

    정혜진 (수원고법 국선전담변호사)
    [정혜진의 ‘법과 사람 사이’] 가해자의 엄마, 피해자의 엄마

    가해자의 엄마, 피해자의 엄마

        정혜진(50·변호사시험 1회) 수원고법 국선전담변호사의 ‘법과 사람사이’ 코너를 신설합니다. 정 변호사가 국선전담변호사로 법과 사람사이에서 느낀 소회를 따뜻하게 풀어나가는 3주 간격 월요일자 칼럼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아주머니는 내 사무실에 와서 한참을 울었다. “큰 애가 그 사고를 당했을 때 얘가 초등학생이었어요. 그때부터 얘는 하나도 신경 못 썼어요. 얘가 사춘기를 힘들게 보냈는데 저는 큰 애 때문에 너무 정신이 없어 몰랐던 거예요. 변호사님, 얘마저 어떻게 되면 저는 어떻게 살아요?” 갓 스무 살을 넘긴, 아주머니의 둘째 아들은 주말에 친구들과 술집에서 또래 여자 일행과 어울리며 남녀 한 쌍씩 짝을 지어 모텔에 갔다가

    정혜진 (수원고법 국선전담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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