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날 특집 '로펌 평가' 설문조사는 2014년과 2016년 조사 때와 동일하게 현직 판사들을 상대로도 실시됐다.
판사들은 법정에서 변호사들의 구두 또는 서면 변론을 직접 보고 들을 수 있어 변호사와 로펌의 법률서비스 수준을 가장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사내변호사들을 상대로 한 설문방식과는 달리했다. 판사들이 각 전문분야 우수 로펌을 직접 선정하면 자칫 사건 수임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판사들을 상대로는 변호사들이 변론 과정에서 고쳤으면 하는 부분을 중점으로 조사했다.
설문조사에는 현직 판사 114명이 참여했다. 2014년 120명, 2016년 122명이 참여한 설문조사와 비슷한 수준이다.
판사들은 국내 대형로펌의 전체적인 변론 수준을 높이 평가했다.
5점 만점을 기준으로 71.1%에 달하는 81명이 4점을 줬다. 5점 만점을 준 경우도 5.3%(6명)나 됐다. 중간인 3점을 준 판사는 19.3%(22명)이다. 낙제점인 2점과 1점을 준 판사는 각각 4명과 1명에 불과했다. 평균점은 3.76점으로 2014년과 2016년의 3.62점과 3.75점에 비해 상승했다.
그러나 변호사들의 변론에 아쉬움을 느끼는 점도 있었다.
'로펌이나 변호사의 변론(변호) 활동에서 가장 보기 좋지 않은 모습은 어떤 것입니까(3개까지 선택)'라는 질문에 '서증 등 제출 기한을 줬음에도 마지막날 당일에야 급하게 제출하는 경우'가 21.9%(75표)로 1위로 꼽혔다. 이어 '직접적인 관련도 없는 교과서식 주장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경우'가 16.1%(55표)로 뒤를 이었다. 지난 두번의 조사에서도 이 항목들은 각각 2위와 1위에 랭크됐던 것들이라 좀처럼 개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좋지 않은 모습은
'서면 당일 제출'
'장황한 교과서적 주장'
'기존 판례의 일부분만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 왜곡주장을 하는 경우'와 '석명을 여러 번 요구했는데도 안이하게 대처하다 막판에 불만을 터뜨리는 경우'는 각각 10.5%(36표)를 차지해 공동 3위에 올랐다. 다만 판례에 대한 아전인수식 주장은 2년전 조사에 비해 5.7%p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점차 개선이 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재판부의 수차례 요구에도 안이하게 대처하다 막판에 불만을 터뜨리는 경우는 2014년 6.3%에서 2016년 8.2%로 늘어난데 이어 올해는 10%대까지 치솟았다.
'주심 판사 등의 지인(사법연수원 동기 등)을 섭외해 전화하는 경우(9.9%, 34표)'를 지적하는 응답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개선할 점은 '핵심이 없는'
'지나치게 긴' 서면제출 꼽아
이 밖에 판사들은 '국내 대형로펌의 변론 활동을 볼 때 기대에 미흡한 점이 있거나 개선 또는 바라는 점'을 묻는 주관식 질문에 대체로 '핵심이 없는', '지나치게 긴' 서면 제출을 지적했다. 주관식 질문에 응답한 27명의 판사 중 절반에 가까운 12명이 이 같은 점을 꼬집었다.
한 판사는 "기존 주장 내용이 대부분이고 새로운 내용이 극히 적은 분량의 준비서면을 제출하는 것은 지양했으면 한다"고 했다. 다른 판사들도 '중복되는 내용의 준비서면 반복 제출을 자제해줬으면 좋겠다', '장황한 길이의 서면보다는 사건의 핵심을 찌르는, 주장이 잘 정리된 서면과 성실한 변론 준비가 요구된다'고 답했다.
법정 매너를 지적하는 의견도 나왔다. 한 판사는 "변호사들이 불필요하게 의뢰인 입장에 매몰돼 법정 매너들이 거칠어졌다"며 "굳이 그렇게까지 전투적으로 해야하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판사도 "치열하게 법리공방을 벌이더라도 법정에서는 부드러운 자세가 필요한데도 불필요할 정도로 상대방이나 상대방 대리인과 감정 대립을 하는 것은 전문가로서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