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16부(재판장 김동진 부장판사)는 주부 고모씨(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신영)가 A여행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6가합566844)에서 "A사는 1억78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최근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고씨는 2013년 3월 교회 교인들과 함께 성지순례를 하기 위해 A사와 '터키와 밧모섬, 그리스' 여행계약을 체결했다. 고씨는 두 달 뒤 터키 카파도키아에 도착해 여행중 이상증세를 보여 현지 병원에 입원했다. 바이러스성 뇌수막염 진단을 받은 고씨는 국내로 후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의사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인지·행동 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 이에 고씨 측은 2016년 11월 "A사는 고씨에게 뇌염 증상이 발생했음에도 즉시 병원으로 후송하지 않았다"며 "8억30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다수의 여행자가 참가하는 해외여행 일정을 계획·수립하는 A사로서는 여행중 여행자의 갑작스러운 질병으로 인한 위급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행선지 인근의 병원이나 기타 의료시설을 미리 조사·검토함으로써 응급 환자가 발생한 경우 즉시 병원에 데려가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고씨는 터키에 도착한 후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거나 옷을 입은 채 소변을 보는 등 외부에서 충분히 인식할 정도의 기억장애나 행동이상 증세를 보였다"며 "그런데도 여행사 측은 고씨에게 이상 증세가 발생한 후 약 30시간이 경과하도록 의료진으로부터 진료를 받게 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감염성 질환인 헤르페스 뇌염은 초기에 치료받지 않으면 치사율이 70~80% 정도로 높아 초기 진단과 진료가 매우 중요하다"며 "고씨가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즉시 치료를 받았다면 현재의 상태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다만 "고씨가 출국하기 이전에 이미 체내에 잠복하고 있던 헤르페스 바이러가 활성화돼 증상 및 질병을 일으키기 시작했다"며 "여행 직전 일시적으로 방위 측정 능력을 상실했던 고씨가 여행을 포기하거나 여행사 측에 이 사실을 알릴 필요가 있었다"며 고씨의 책임도 20%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