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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대법원, 기업 담합행위에 대표이사 책임 첫 인정
박수연 기자
2021-11-25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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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준법경영 책임묻는 잇따른 판결 ‘주목’

기업 담합행위에 대한 대표이사의 감시의무 위반을 인정한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회사 업무 전반을 총괄하는 대표이사가 회사의 영업 성격 및 관련 법령 규정 등에 비춰 가격담합행위의 높은 법적 위험이 있음에도 이와 관련된 내부통제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해 운영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지 않고 이로써 지속적·조직적으로 발생한 담합행위를 인지하지 못했다면 대표이사로서 회사 업무 전반에 대한 감시·감독의무를 게을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이 처음으로 기업의 내부통제시스템 구축 의무를 구체적으로 판시했다는 점에서 법조계는 물론 재계도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9월 서울고법이 대표이사 뿐만 아니라 사내·외 등기 이사들도 준법감시 의무가 있으므로 이를 게을리한 경우 주주들에게 배상책임을 진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어, 이 판결까지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준법경영 관련 책임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내년 1월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는 점까지 감안하면 이번 판결이 산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이 클 것이라며, 각 기업들이 서둘러 더욱 정밀하고 강력한 준법경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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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합행위 막지 못한 대표이사도 책임"… 대법원 첫 판결 = 대법원 민사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최근 소수주주 오모씨가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을 상대로 낸 회사에 관한 소송(2017다222368)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철강제조·가공업체인 유니온스틸은 2013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004년부터 2010년까지 냉연강판과 아연도강판 등의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3차례에 걸쳐 320억여원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받았다. 동국제강 계열사였던 유니온스틸은 2015년 1월 동국제강에 흡수합병돼 해산됐다. 2014년 4월 유니온스틸 주식을 취득했던 오씨는 흡수합병으로 동국제강 주식을 보유하게 됐다. 오씨는 2014년 11월 유니온스틸 감사위원들에게 '유니온스틸의 담합행위가 있었던 2004년부터 2010년 사이 재임했던 이사들 중 장 회장 등에 대해 이사의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할 것을 요청한다'는 청구서를 발송했지만, 유니온스틸이 거부하자 2014년 12월 "장 회장 등은 회사에 319억여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장 회장은 2004년 3월부터 2011년 3월 유니온스틸 대표도 지냈다.

 

회사업무 총괄 이사들 

업무집행 감시·감독할 지위


1심은 "장 회장 등이 담합행위에 관여했거나 위법행위임을 알면서 감시의무를 다하지 않고 방치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이후 오씨는 피고 범위를 좁혀 장 회장만을 상대로 항소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2심은 "장 회장이 대표이사로서 담합행위와 관련해 임직원들의 불법행위를 방치하거나 임직원들에 대한 감시의무를 게을리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유니온스틸이 내부통제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지 않았거나 내부통제시스템을 이용한 회사 운영의 감시·감독을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등의 방법으로 내부통제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할 증거도 부족하다"며 오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원심과 같이 장 회장이 담합행위를 직접 지시하거나 관여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했지만, 담합행위에 대한 장 회장의 감시의무 위반은 인정했다.

 

조직적인 담합행위 발견 못했다면 

감시의무 위반


◇ "대표이사, 담합 등 불법행위 막을 내부통제시스템 갖춰야" = 대법원은 이 사건 판결에서 "회사 업무의 전반을 총괄해 다른 이사의 업무집행을 감시·감독해야 할 지위에 있는 대표이사가 회사의 목적이나 규모, 영업의 성격, 법령의 규제 등에 비추어 높은 법적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임에도 관련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거나 이러한 시스템을 통한 감시·감독의무의 이행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결과 다른 이사 등의 위법한 업무집행을 방지하지 못했다면 대표이사로서 회사 업무 전반에 대한 감시의무를 게을리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니온스틸은 유가증권시장 상장회사로서 대표이사 아래 내부적인 사무분장에 따라 각자 분야를 전담해 처리하는 조직구조를 갖추고 있는 등 대표이사인 피고가 담합행위를 공식적으로 직접 지시하거나 보고받았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담합행위로 인해 부과된 과징금이 320억원에 이르는 등 오랜 기간 영업담당임원과 영업팀장 모임을 통해 지속적이고 조직적인 가격담합이 이뤄졌음에도 담합에 관여한 임직원이 어떠한 제지나 견제도 받지 않은 것은 회사 업무 전반에 대해 감시·감독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대표이사가 담합 행위를 의도적으로 외면했거나 적어도 그 가능성에 대비한 어떠한 주의도 기울이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의 내부통제시스템 구축의무 

구체적으로 판시


또 "공정거래법은 담합을 금지하고 위반할 경우 시정조치 명령이나 과징금 부과 등 형사처벌 규정까지 두는 등 엄격하게 재제를 하고 있음에도, 유니온스틸은 가격담합 등 위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합리적인 내부통제시스템을 갖추지 못했고, 장 회장이 구축하려는 노력을 했다고 볼 자료도 없다"며 "지속적이고 조직적인 담합이라는 중대한 위법행위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대표이사가 이를 인지하지 못해 미연에 방지하거나 발생 즉시 시정조치를 할 수 없었다면, 이는 업무집행과정에서 중대한 위법행위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통제하기 위한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거나 그 시스템을 구축하고도 이를 이용해 회사 업무 전반에 대한 감시·감독의무를 이행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 회장이 담합행위를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고 임원들의 행위를 직접 지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는 책임을 면할 수 없고, 대표이사로서의 감시의무를 지속적으로 게을리한 결과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면 이에 대해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서울고법 지난 9월 

“사외이사도 준법감시 의무있다” 


◇ 전문가 "해법은 준법경영 시스템 강화" =
이번 판결을 포함해 법원에서는 최근 '준법경영 책임'을 강조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앞서 지난 9월 서울고법 민사18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는 경제개혁연대와 대우건설 주주들이 4대강 사업 입찰담합 관련 감시의무 위반을 이유로 서종욱 전 대우건설 대표와 사내·외 등기이사 등 10명을 상대로 낸 주주대표소송(2020나2034989)에서 서 전 대표에게만 직무감시의무 위반 책임을 물었던 1심보다 더 나아가 준법감시 책임을 모든 이사들로 확장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준법경영 시스템을 대폭 강화하고 보다 정밀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법원서 확정되면

준법 경영책임의 폭 더 커질 듯

 

이번 대법원 판결 사건에서 원고인 오씨를 대리한 김진(49·사법연수원 28기)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이사가 직접 가담하지 않더라도 회사가 저지르는 불법행위에 대해 이사들이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해 준범감시의무를 행해야 하고 그러지 않을 경우 민사상으로 책임을 질 수 있다는 해석을 확립한 것"이라며 "실질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지 않을 경우 담합 뿐 아니라 불량식품, 산업재해 사고, 갑(甲)질 등을 일삼는 기업의 소액주주들이 이사에게 개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지난 9월 서울고법 판결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올해 가장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표이사 등의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 등을 완전히 다른 각도로 본 판결이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중 지배구조 부분에서 더 높은 준법감시 의무를 요구하는 획기적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중대재해 등에도 적용

 기업시스템 재점검 절실”


다른 변호사도 "이번 판결은 담합 뿐 아니라 산업재해나 중대재해 사고 등에도 적용될 수 있는 법리"라며 "내년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는 점까지 고려하면 각 기업들은 서둘러 준법경영 등 내부통제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하고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또다른 변호사는 "대표이사, 특히 사외이사 등으로까지 책임범위를 확대한다면 기업 활동에 큰 제약이 될 수도 있다"면서 "강화된 준법경영 시스템 구축을 요구하는 법원 판결 기조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대표이사 등 이사 개인에게까지 지나치게 책임을 물으면 산업계 전반을 위축시킬 우려도 있다"고 했다.

 

 

박수연·박솔잎 기자sypark solip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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