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안부 비하 논란에 휩싸였던 《제국의 위안부》의 저자 박유하 세종대 교수에 대한 형사재판이 5년째 대법원에 계류 중인 가운데 이제는 대법원이 최종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 교수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2심에서는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지난 8월 정년퇴임한 박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만약 무죄(파기환송) 판결이 나온다 해도 2심을 다시 진행해야 하는 건 물론이고, 2억7000만 원(원고 1인당 3000만 원)의 손해배상이 청구된 민사소송, 책 일부를 삭제당한 가처분 신청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 재판도 아직 남아 있다"고 말했다.
◇ 관련 사건 진행 상황은 = 《제국의 위안부》와 관련된 박 교수 사건은 형사와 민사로 나눠 진행됐다.
검찰은 박 교수를 허위사실로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인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이상윤 부장판사)는 2017년 1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 교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2015고합329). 재판부는 "박 교수가 책에서 개진한 견해에 대해서는 다양한 비판과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박 교수의 저술 의도에 악의가 없다고 하더라도 책의 논지는 결국 위안부 문제 부정론자들에게 악용되고 말 것이라고 그 부작용을 지적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서로 다른 가치판단과 평가 사이의 당부를 따지는 문제로서, 그에 관한 판단은 형사소송절차에서 법원이 수행할 수 있는 능력과 권한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했다. 이어 "학문적 표현의 자유는 옳은 의견뿐 아니라 틀린 의견도 보호해야 한다"며 "박 교수의 견해에 대한 판단은 학문의 장이나 사회의 장에서 전문가들이, 시민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고 상호 검증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 항소심을 담당한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김문석 부장판사)는 박 교수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취소하고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교수는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이를 접하는 독자들은 많은 조선인 위안부들이 자발적으로 '위안부'가 되어 경제적 대가를 받고 성매매를 했고, 일본국과 일본군은 조선인 위안부를 강제동원하거나 강제연행하지 않았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며 "박 교수는 해당 표현들에서 적시한 사실이 허위인 점과 그 사실이 피해자들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것이라는 점을 인식했다고 보인다. 박 교수에게 명예훼손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한편 박 교수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9명이 낸 손해배상소송 1심에서 패소해 각 1000만 원씩 9000만 원의 위자료 지급을 선고 받았다. 2016년 1월 서울동부지법 민사14부(재판장 박창렬 부장판사)는 "도서에 기재된 박 교수의 의견 표명으로 인해 조선인 일본국 위안부들이 일본 제국에 협력하고 애국했다고 평가받게 된다면, 적어도 우리 사회에선 그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받게 된다"고 판단해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2014가합104726). 이 사건 항소심은 2016년 2월부터 서울고법에서 진행 중이다.
한편 손해배상소송에 대한 1심 판결 선고 이후 박 교수는 해당 판결에 의한 강제집행을 정지해달라는 신청을 냈다. 서울고법 민사12부(재판장 임성근 부장판사)는 총 4500만 원(피신청인별로 각 500만 원)의 공탁금과 함께 2심 판결 선고시까지 강제집행을 정지하도록 결정했다.
2017년 대법원에 사건접수
지난 6월 재판부에 의견서 제출
위안부 피해자 손해배상소송 1심 패소
서울고법서 2심 진행
◇ 결론은 언제쯤 = 형사사건은 5년째 대법원에, 민사사건은 6년째 서울고법에 계류되어 있는 만큼 언제 어떻게 이 사건이 마무리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교수는 지난 8월 31일 정년퇴임했다. 그는 명예교수로 세종대에서 일본문화론을 강의한다.
박 교수에 대한 형사사건은 2017년 11월 15일 대법원에 사건이 접수돼 대법원 형사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가 담당하고 있다. 박 교수는 지난 6월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한 변호사는 "형사사건 상고심은 5년째, 민사사건 항소심은 6년째 선고가 나지 않고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사건 처리 지연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법조인은 각 사건의 선고와 결정이 미뤄지는 것과 관련해 "가처분이의신청은 본안사건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판결을,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은 앞선 형사사건의 상고심 판결을 기다리느라 줄줄이 지연되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박수연·한수현 기자 sypark·sh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