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장기 수감 사형수의 집행 시효 만료 시점이 다가오는 가운데 법무부가 사형의 집행 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을 추진한다. 사형을 선고받고도 30년 간 형이 집행되지 않으면 국가의 집행권을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현행 형법을 수정하는 것이다.
법무부는 사형의 경우 형 집행 시효 30년을 폐지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오는 13일부터 입법예고 한다고 12일 밝혔다.
현행 형법 제77조는 ‘형을 선고받은 사람에 대해서는 시효가 완성되면 그 집행이 면제된다’고 규정하면서, 제78조에서 사형의 경우 재판이 확정된 후 그 집행을 받지 않고 30년이 지나면 시효가 완성된다고 정하고 있다. 문제는 형법이 사형수가 형을 집행 받기 전 구금할 수 있는 기간에 대한 명시적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는 점인데, 이에 따라 시효인 30년이 지나면 사형수를 구금할 법적 근거가 사라진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방화치사 혐의로 1993년 11월 23일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된 원모 씨는 현재 29년 5개월째 수감 중이다. 형의 시효 규정에 따르면 올해 11월이 지난 후 그의 사형 시효가 완성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법무부는 집행 시효가 만료된 사형수의 지위에 대한 법률신문의 질의에 지난달 17일 “사형 집행을 위해 구금된 사형수의 경우 시효가 진행되지 않고, 사형 집행 과정 중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사형수의 법적 지위 변경 없이 계속 구금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사형의 경우 구금 상태가 형 집행이라고 볼 수 없고 죽음에 이르는 순간을 집행이라고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시효가 완성된 사형수를 계속 구금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사형이 장기간 집행되지 않으면서 원 씨와 같은 사례가 발생했다. 원 씨 이후로는 1995년에 사형을 선고 받은 4명, 1996년에 선고 받은 5명 등이 향후 같은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법무부는 이에 “사형의 시효에 대해 해석상 논란이 있어 이와 관련된 내용을 법에 명확히 규정해 논란을 미연에 방지하고 형사사법절차의 공백을 방지 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오는 13일부터 다음달 23일까지 40일 간 개정안을 입법예고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