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충정의 설립자인 황주명(사진)(고시 13회) 변호사가 4일 오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4세.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황 변호사는 1961년 제13회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했다. 군 법무관 복무 후 1965년 부산지법 판사로 임관해 서울민사지법, 서울형사지법, 서울고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을 역임하며 12년간 법관으로 일했다.
1977년 법복을 벗은 그는 국내 1호 사내변호사로 변신했다. 대한석유공사 사내변호사를 시작으로 대우실업주식회사 상무이사 겸 대우그룹 법제실장으로 근무하며 한국 기업 법무의 기틀을 다졌다.
2021년 저서 《사람을 생각한다》의 출간을 기념해 법률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는 사내변호사로 일하던 시절을 이렇게 회고했다. "판사에서 사내변호사가 되는 것을 생각도 못하던 때라 매뉴얼이고 뭐고 없었다. 당시에는 법률효과는 생각하지 않고 그냥 계약서에 싸인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저는 계약은 제가 꼭 보게끔 했고, 모든 법적인 문제가 일어나면 제게 보고하도록 했다. 김우중 당시 대우그룹 회장께는 '제 결재가 없으면 절대 싸인하지말라'고 했다. 그렇게 매뉴얼을 만들어갔다."
기업을 떠나 남산, 김장리 등 로펌에서 일하던 황 변호사는 1993년 또 한 번 도전을 감행했다. 자신만의 회사를 설립하기로 결심한 것. 당시 55세의 나이로 변호사 11명과 함께 충정을 설립하며 로펌 경영에 뛰어들었다. 목근수(66·사법연수원 13기), 박상일(65·13기) 변호사 등과 함께 충정을 기업자문, 국제업무에 특화된 로펌으로 키웠다.
2008년 대표변호사직을 내려놓은 그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후배들을 지원해왔다. KT 이사회 의장,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 이사장, KAIST 이사직을 역임하고, 최근까지도 대한상사중재원과 국제상업회의소(ICC)의 국제중재인으로 활동했다.
유족으로 부인 정태완 씨, 아들 황문영 씨, 딸 황은영·황이영 씨가 있다.
빈소는 강남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10호, 발인은 7일 오전 8시 40분. 장지는 용인 시안 가족추모공원에 마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