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 논리는 선명하다. 인류사의 99% 이상을 차지하는 구석기시대에는 비만 없이 건강했고, 당시 환경에 적응한 인간 유전자는 변하지 않았는데 문명으로 음식이 달라지면서 유전자와 어긋났기 때문에 만성질환이 생겼다는 것이다. PD는 유전자와 일치하기 때문에 건강에 최적이라고 한다. 과학적으로 맞는 주장일까?
지난 1만년 동안 유전자가 달라지지 않았다는 주장부터 틀렸다. 인류는 음식 환경 변화에 적응해서 끊임없이 진화하여 왔다(2016 논문). 예를 들어 목축으로 소나 양의 젖을 먹기 시작한 후에 젖당을 분해할 수 있는 유전자 변이가 나타났다.
인류가 고기를 많이 먹도록 진화했다는 주장도 맞지 않다. 육식동물은 체내에서 비타민C를 합성하도록 진화했다. 인간은 체내 합성을 하지 못해서 반드시 식물을 먹어야 하고 식물 소화를 위해 소화관이 길다. 고기 끊는 날카로운 이빨은 없고 식물을 갈기에 적합한 넓은 어금니를 가졌다.
구석기시대에는 식물이 귀한 추운 지방을 제외하고는 고기를 많이 먹지 않았다(2013 논문). 유적에서 동물 뼈만 발견되고 분해가 빠른 식물은 남아있지 않아 착시 효과가 있지만 구석기인의 치석에서 곡류와 콩류의 DNA가 발견되었다. 당시 약 1/3의 열량을 탄수화물에서 섭취한 것으로 추정된다(2006 논문).
PD에서 권장하는 음식은 구석기시대 실제 음식과 크게 다르다. 닭은 원산지인 동남아 정글에서 다른 곳으로 퍼진 것이 5천년도 되지 않았다. 양배추, 방울 양배추,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케일 등은 구석기시대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야생 채소 대부분은 쓴맛, 독소, 거친 질감으로 먹기 어려웠다. 상추는 쓴맛과 라텍스 성분으로 소화시킬 수 없었고, 당근은 쓴맛과 독성이 강해 먹을 수 없었으며 토마토와 가지도 독소가 있었다. 이런 채소들이 식용으로 개량된 것은 몇천 년 되지 않는다. 야생 아보카도와 블루베리는 크기가 작아 먹기 힘들었다. 야생 아몬드는 청산가리 성분 때문에 먹을 수 없는데 BC 4천년 근동에서 독성을 최소화한 돌연변이를 골라 재배를 시작했다. 식물기름은 대부분 화학물질 없이 추출할 수 없다. 올리브유 같은 예외도 압착기가 필요하므로 구석기시대에 먹을 수 없었다.
야생 식물은 결실이 많지 않아 배불리 먹을 정도로 채집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구석기 인류는 열량 부족으로 비만이 없었을 뿐이고 단명했다. 만성질환 증상이 나타날 정도로 오래 살지 못했다(2006년 논문). PD의 건강 효능도 불확실하다. 체중 감소는 6개월 후 가장 크지만(2019 메타분석), 장기적으로 효과가 없다(2017 논문). 만성질환 감소 효과도 확실하지 않다(2015 메타분석).
결국 PD는 과학적 근거가 없어서 미신에 불과하다(2015, 2017 논문). 건강은 일시 유행하는 식단보다는 채소, 과일이 풍부하고 곡류, 콩류, 유제품을 포함한 균형 잡힌 자연음식과 적당한 운동으로 지켜야 한다.
고승덕 변호사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