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당사자 쌍방이 서로 대가적 의미를 가지는 채무를 부담하는 경우 일방이 채무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에게 이행을 청구하면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는 동시이행의 법리는 우리에게 친숙하다. 부동산거래 현실에서는 동시이행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부동산매매를 예로 들어보자. 매매계약이 이루어져 부동산잔금을 주고받기로 한 날, 매도인은 부동산소유권등기이전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 온다. 그런데 부동산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는 한두 개가 아니다. 여러 서류가 필요하고, 또 그 서류가 제대로 준비된 것인지, 그래서 이 서류만 있으면 소유권이전등기가 차질 없이 이루어질 것인지 판단하는 것은 등기이론을 알고 경험이 있지 않으면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또 거래당사자가 본인이 맞는지, 특히 매도인이 부동산등기명의인와 동일한지, 거래내용이 본인의 의사와 맞는지에 대하여 엄격한 확인이 필요하고 이 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최악의 경우에는 소유권이전등기가 무효로 되는 사태도 벌어질 수 있다. 매수인의 입장에서는 거액을 들여 부동산을 구입하는 것인데, 만일 서류가 부족하거나 본인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아 소유권이전등기에 문제가 생기면 이만저만한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본인과 서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을 때 생기는 위험이 크기 때문에 잔금이 치러지는 현장에서 매도인과 매수인은 전문가의 판단을 요청하게 된다. 법무사는 여기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 법무사가 “등기에 필요한 서류가 다 갖추어졌고 본인확인도 다 되었습니다. 잔금을 지급하셔도 됩니다”라고 말하면 매도인과 매수인은 안심하고 잔금을 지급하고 매매계약을 마무리한다.
즉 법무사는 단순하게 서류를 수령하는 역할이 아닌 매매계약의 당사자 쌍방이 동시에 공평하게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조율하고, 문제가 생겼을 경우 그 위험을 책임지는 안전장치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본인을 확인하는 역할을 법무사와 같은 자격자대리인이 하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등기규칙에서도 ‘자격자대리인의 등기의무자 확인 및 자필서명 정보’를 첨부서면으로 규정하여 자격자대리인의 역할을 공식화하고 있다.
잔금현장에서 가장 많이 문제가 생기는 경우 중 하나는 매도인이 가져온 개인인감도장이 인감증명서의 인영과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법무사가 “이 도장은 인감도장이 아닙니다”라고 이야기하면 매도인은 “그럴 리가 없어요”라고 하며 당황하거나 “도장이 여러 개 있는데 이것이 인감도장이 아니었군요” 하며 멋쩍어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 이런 경우엔 매도인에게 인감도장을 다시 가져오라고 할 수밖에 없고, 정확한 인감도장을 확인한 이후에야 거래는 진행될 수 있다. 이 외에도 갑자기 부동산등기부에 가압류가 기입되었거나, 당사자 일방이 계약해제를 주장하는 등 돌발상황에 대한 대처도 거래현장에 있는 법무사의 역할이다.
부동산거래가 안전하게 이루어지려면 법무사가 거래 현장에서 본인 및 등기이전에 필요한 서류를 완결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확인내용에는 인감도장인지 여부의 확인도 포함된다. 지금까지 법무사들이 부동산거래에서 본인 확인 및 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확인하는 역할을 충실하게 해왔고, 이를 통해 매도인과 매수인은 안심하고 부동산거래를 할 수 있었고 돌발상황이 벌어져도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었으며, 부동산등기업무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다.
IT기술이 발전하면서 등기신청의 방식도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등기신청방식은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등기 신청 이전의 거래현장에서는 당사자의 의사를 확인하고 쌍방의 의무가 동시에 이행될 수 있도록 조율하여 부동산거래의 안전을 도모하는 역할이 반드시 있어야 하며 이것은 기술이 발전한다고 하여 생략될 수 있는 역할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오영나 법무사(대한법무사협회 부협회장·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