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법률행위를 무효로 규정한 민법 제103조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9월 26일 변호사 A 씨가 "민법 제103조가 헌법에 위반된다"며 청구한 헌법소원 사건(2020헌바552)에서 헌법재판관 8인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변호사 A 씨는 형사재판을 맡아 의뢰인들의 무죄를 이끌어 냈다. 이후 A 씨는 위임계약상 보수지급약정에 따라 의뢰인들이 연대해 미지급된 보수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보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 사건에서 1심은 2019년 11월 "A 씨가 주장하는 보수지급 약정은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 약정에 해당해 민법 제103조에 따라 무효"라며 A 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A 씨는 해당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뒤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민법 제103조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A 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제청 신청도 기각했다. 이에 A 씨는 2020년 11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민법 제103조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한다.
헌재는 "명확성의 정도는 모든 법률에 있어 동일한 정도로 요구되는 것은 아니며 개개의 법률이나 법 조항의 성격에 따라, 그리고 각 법률이 제정된 배경이나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통상적으로 법률 규정은 일반성·추상성을 가지는 것으로서 입법기술상 어느 정도의 보편적 내지 일반적 개념의 용어 사용은 부득이하므로 당해 법률이 제정된 목적과 다른 규범과의 연관성을 고려해 합리적 해석이 가능한지에 따라 명확성의 구비 여부가 가려지고, 당해 법률 조항의 입법취지와 전체적 체계와 내용 등에 비춰 법관의 법 보충작용으로서의 해석을 통해 그 의미가 분명해질 수 있다면 이 경우까지 명확성을 결여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민사법규는 사회현실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현상에 관해 일반적으로 흠결 없이 적용될 수 있어야 하므로 형벌법규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추상적인 표현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헌재는 "사회적·문화적 환경의 변화 속에서 실정법에 의해 미처 구체화되지 못한 사회의 질서를 수용해 법 질서를 보충·구체화하며 법률행위의 당사자들이 공동체의 전체질서 내에서 사적자치를 발현하도록 하고자,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의 효력을 무효로 하고 있다"며 "'선량한 풍속'은 사회의 일반적 도덕관념 또는 건전한 도덕관념으로, 모든 국민에게 지킬 것이 요구되는 최소한의 도덕률로 해석할 수 있고, '사회질서'란 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와 집단이 조화롭게 균형을 이룬 상태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러한 용어는 다소 추상적이고 광범위하며 해당 조항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의 법률행위가 이에 해당하는지를 일일이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하지만 법률에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내용으로서 그 효력을 부인해야 하는 법률행위를 빠짐없이 규율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매우 어렵고, 나아가 해당 조항의 입법목적과 기능에 비춰 적절하지도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심판대상조항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의 법률행위가 이에 해당하는지를 일일이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법률에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내용으로서 그 효력을 부인해야 하는 법률행위를 빠짐없이 규율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매우 어렵고, 나아가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과 기능에 비추어 적절하지도 않다"며 "문제되는 법률행위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전체 법질서, 그 법질서가 추구하는 가치, 입법자가 이미 구체화해 놓은 개별입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고, 학설과 판례 등의 집적을 통해 반사회적 법률행위가 어느 정도 유형화돼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으므로 그 판단이 헌법을 최고규범으로 하는 법 공동체의 객관적 관점에 의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민법 제103조는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