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서 만나는 자연 그대로의 숲, 대체 불가능한 숲과 집의 가치 - 르엘 어퍼하우스
logo
2024년 4월 29일(월)
지면보기
구독
한국법조인대관
판결 큐레이션
매일 쏟아지는 판결정보, 법률신문이 엄선된 양질의 정보를 골라 드립니다.
금융·보험
매매
검색한 결과
5
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금융·보험
민사일반
표의자의 중과실 있는 착오와 상대방의 악의 등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평석에 필요한 한도에서 요약하기로 한다. 1. 원고 증권회사(이 사건 소 제기 후에 파산하여 파산관재인이 소송을 수계하였으나, 편의상 이렇게 부르기로 한다)는 싱가포르 법인인 피고 회사 등과의 사이에 인터넷을 통하여 파생상품거래를 하였다. 원고는 이를 위하여 다른 소프트웨어 제작회사로부터 시스템거래의 소프트웨어를 구입한 다음, 그 회사의 직원으로 하여금 이자율 등 변수를 입력하고 그 입력된 조건에 따라 호가(呼價)가 자동적으로 생성 및 제출되도록 하였다. 2. 2013년 12월 어느 날 파생상품시장 개장 전에 위 직원이 입력할 변수 중 이자율 계산을 위한 설정값을 잘못 입력하였고, 원고는 그로써 생성된 호가를 그대로 제출하였다. 그에 따라서 피고와의 사이에 코스피 200옵션에 대하여 매우 많은 수의 주가지수옵션매수거래가 성립되었고, 그 대금 584억원이 종국적으로 피고에게 지급되었다. 3. 원고는 착오를 이유로 위 매매를 취소하는 의사표시를 하고 그 대금 중 우선 100억원의 반환을 청구하였다. 제1심법원(서울남부지법 2015. 8. 21. 선고 2014가합3413 판결)은 원고의 중과실로 인한 착오라는 것 등을 이유로 하여 그 청구를 기각하였다. 원심법원(서울고등법원 2017. 4. 7. 선고 2015나2055371 판결)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우선 원고의 이 사건 의사표시가 그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이를 취소할 수 없다고 하고, 나아가 여러 가지 사정을 들어 피고가 “피고가 상대방의 착오를 이용하여 부정한 이익을 취득할 수 있도록 설계된 알고리즘 거래 프로그램을 사용하거나, 착오로 인한 호가 제출 사실을 아는 피고 직원이 개입하여 원고의 착오를 유발하거나 그의 중과실을 이용하여 이 사건 매매가 체결되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여 상고를 기각하였다(이하 ‘대상판결’이라고 한다). [판결 취지] “민법 제109조 제1항은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같은 항 단서에서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취소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중대한 과실’이란 표의자의 직업, 행위의 종류, 목적 등에 비추어 보통 요구되는 주의를 현저히 결여한 것을 의미한다[참조 재판례들 인용]. 한편 위 단서 규정은 표의자의 상대방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를 이용한 경우에는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표의자는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대법원 1955. 11. 10. 선고 4288민상321 판결, 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3다49794 판결 등 참조). 다만 한국거래소가 설치한 파생상품시장에서 이루어지는 파생상품거래와 관련하여 상대방 투자중개업자나 그 위탁자가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용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파생상품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고 계약이 체결되는 방식, 당시의 시장상황이나 거래관행, 거래량, 관련 당사자 사이의 구체적인 거래형태와 호가 제출의 선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단순히 표의자가 제출한 호가가 당시 시장가격에 비추어 이례적이라는 사정만으로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용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평 석] 1. 착오에 관한 민법의 규정 (1) 어떠한 경우에 의사표시의 착오를 이유로 계약 기타 법률행위(이하에서는 그 중 계약만을 다루기로 한다)의 효력을 다툴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법의 역사에서 일찍부터 제기되었으면서도 여전히 새롭다. 우리 민법이 정면으로 정하는 바는 네 가지다. 첫째, 착오가 ‘계약 내용의 중요 부분’에 있는 경우에만 그 효력이 다투어질 수 있다(제109조 제1항 본문). 여기에는, 세상사가 무릇 그러하듯이, 어떠한 잘못 또는 실수는 이를 범한 이가 그 귀결을 감당해야 한다는 원칙이 배경에 있다고 하겠다. 이와 관련하여서 민법은 예외적으로 효력을 다툴 수 있게 하는 ‘본질적 착오’의 유형을 열거하는 스위스채무법 제24조와 같은 태도는 취하지 않는다. 둘째, 그 경우에도 표의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착오를 들어 계약의 효력을 부인할 수 없다(동항 단서). 셋째, 이상과 같은 요건이 충족되더라도 표의자는 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할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선택권을 가질 뿐이고, 애초부터 무효인 것은 아니다. 즉 계약은 표의자에게 취소권을 부여한다. 넷째, 표의자가 그 취소권을 행사하여 계약을 무효로 돌리더라도, 그 효력은 선의의 제3자에게는 미치지 않는 것으로 제한된다(동조 제2항). (2) 이러한 입법적 태도는 예를 들어 독일민법에서의 착오에 관한 입법과정(이에 대하여는 양창수, “독일민법전 제정과정에서의 법률행위 규정에 대한 논의 ― 의사흠결에 관한 규정을 중심으로”, 동 민법연구 제5권(1999), 49면 이하 참조)에 비교하여 보더라도, 적어도 어느 시기까지 크게 탓할 만한 것은 아니라고 하겠다. 독일민법의 착오 규정이 우리 민법의 그것과 크게 다른 점은 거기서는 착오자의 중과실을 착오 취소의 소극요건으로 하지 않고 여전히 취소권을 착오자에게 부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주지하는 대로 착오 취소자에게 신뢰이익의 배상책임을 부과한다(제122조). 이 책임은 착오자에게는 그의 유책사유를 요구하지 않고 인정되는데, 다만 상대방이 “취소의 원인을 알았거나 또는 과실로 인하여 알지 못한 경우”에는 이를 배제한다(동조 제2항). 그만큼 상대방의 악의 또는 과실은 착오법리의 범위 안에서 고려되고 있는 것이다. 상대방의 ‘행태’는 입법적 차원에서 이미 그 한도에서 일정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나아가 참조를 삼을 만한 것이 스위스법의 태도이다. 스위스채무법 제26조 역시 착오 취소자에게 “계약의 효력불발생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의 배상책임을 긍정한다. 그런데 그 요건에서는 독일민법과 달리 착오자의 과실을 요구한다. 그리고 상대방이 착오자를 알았거나 알았어야 하는 경우에는 그 책임을 배제한다.(이상 동조 제1항) 한편 여기서는 예외적으로 “형평에 부합하는 경우에는 법관은 그 외의 손해의 배상을 인정할 수 있다.”(동조 제2항) 결국 이들 나라에서는 착오 취소자는 물론이고 나아가 상대방의 사정을 다양하게 고려하여 착오법리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2. 상대방의 착오 ‘유발’의 문제 (1) 그렇지만 민법 소정의 여러 제도가 흔히 그러하듯 실제의 사건 맥락은 입법자가 예상하지 아니한 문제를 제기한다. 그 중요한 하나가 상대방의 ‘행태’를 고려할 것인가 또는 어떻게 고려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예를 들어 표의자의 착오가 상대방에 의하여 ‘유발’ 내지 ‘야기’된 경우에도 위에서 본 요건이 갖추어져야만 표의자는 취소할 수 있는가? 그가 표의자를 착오로 빠뜨릴 의도를 가지고 그렇게 하였다면, 물론 이는 ‘사기’(민법 제110조)의 문제가 될 것이다(여기서는 ‘계약 내용의 중요부분’이나 표의자의 중과실 등은 논의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상대방이 그러한 의도가 없이 그렇게 하였다면 어떠한가? 예를 들어 상대방이 사실이라고 잘못 알면서 표의자에게 사실 아닌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표의자가 이를 믿고 의사표시를 하게 되었다면?(이는 이른바 공통착오 중에서 표의자의 착오가 상대방에 의하여 야기된 유형에 해당한다). 또 나아가 표의자의 착오가 상대방에 의하여 야기되었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지만, 그것을 상대방이 적극적으로 ‘강화’(이에도 여러 가지 정도가 있을 것이다)한 경우는 어떠한가? (2) 대법원이 민사사건에서 이와 같이 상대방에 의한 착오 ‘유발’의 사안을 다룬 것은 대판 1978.7.11., 78다719(집 26-2, 209)이 처음이라고 생각된다(그 전에 귀속재산매각처분의 효력이 다투어진 행정사건에서 같은 취지로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한 대판 1970.2.24., 69누83(집 18-1, 행 36)이 있다). 이 판결은 귀속해제된 토지임에도 귀속재산인 줄 잘못 알고 피고(대한민국)에게 증여한 사안에서, “이러한 착오는 일종의 동기의 착오라고 할 것이나, 그 동기를 제공한 것이 피고 산하 관계 공무원이었고, 그러한 동기의 제공이 없었더라면 몇 십 년 경작해 온 상당한 가치의 본건 토지를 선뜻 피고에게 증여하지는 않았을 것인즉 그 동기는 본건 증여행위의 중요한 부분을 이룬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하면서 원고의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를 인용하였다(상고기각). 여기서는 동기착오이면서도 ‘계약 내용의 중요 부분’에 해당한다는 판단틀이 채택되고 있음이 주의를 끈다. 그 후에도 대판 1987. 7. 21., 85다카2339(집 35-2, 284)(이에 대한 평석으로서 양창수, “주채무자의 신용에 관한 보증인의 착오”, 동, 민법연구, 제2권(1991), 1면 이하가 있다. “채권자에 의한 착오의 유발과 보증인의 취소권”이라는 제목의 그 제3장이 종전에 별로 의식되지 아니하던 상대방에 의한 착오 ‘유발’의 유형을 새로운 문제관점에서 제시하였다); 대판 1991. 3. 27., 90다카27440(공보 1276); 대판 1992. 2. 25., 91다38419(공보 1141); 대판 1993. 8. 13., 93다5871(공보 2419); 대판 1994. 9. 30., 94다11217(공보 하, 2841); 대판 1995. 11. 21., 95다5516(공보 1996상, 47), 대판 1996. 3. 26., 93다55487(공보 상, 1363); 대판 1997. 8. 26., 97다6063(집 45-3, 112); 대판 1997. 9. 30, 97다26210(공보 3286) 등 1990년대만 하더라도 많은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재판례가 일반적으로 착오 취소를 긍정하고 있다는 점도 매우 흥미롭다. 그리고 그 이유로, 문제의 착오가 동기착오인 경우에라도 ―동기착오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그 ‘표시’의 여부 등은 논의하지 아니하고― 그 착오가 상대방에 의하여 야기되었다는 사정을 들고서 바로 또는 다른 사정을 함께 그것은 ‘계약 내용의 중요 부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따라서 표의자는 계약을 적법하게 취소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고 있다. 그 과정에서 표의자의 중과실 유무 등은 아예 논의되지 않는 경우도 흔하지만, 한편 앞의 대판 97다6063사건에서와 같이 “표의자로서는 그와 같은 착오가 없었더라면 그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고, 보통 일반인도 표의자의 처지에 섰더라면 그러한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중요 부분’의 의미에 관한 판례 준칙을 그 중간항(中間項)으로 드는 예도 물론 있기는 하다. (3) 이러한 상대방에 의한 착오 ‘유발’의 사안유형에 대한 판례의 태도에 대하여 학설은 대체로 지지한다. 그것은 “착오 취소의 요건은 표의자와 상대방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절하기 위한 기준인데, 표의자의 동기착오를 유발한 상대방의 보호가치가 부정된다는 점에서 판례의 태도는 충분히 수긍될 수 있다”고 하거나(지원림, 민법강의, 제20판(2023), 77면), 상대방에 의한 그 유발의 경우에 “그 착오의 위험을 생성 또는 실현케 한 상대방에게 부담하도록 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의문이 들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다(김상중, “동기의 착오에 관한 판례법리의 재구성을 위한 시론적 모색”, 사법(私法)질서의 변동과 현대화(김형배 교수 고희 기념)(2004), 15면). 한편 드물기는 하지만, “상대방의 행태를 기초로 취소의 위험을 부담시킬 수 있는 경우에는 민법 제109조가 아니라 민법 제110조에 의해 규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하는 견해도 있다(정성헌, “착오에 대한 민법상 규율의 재구성 ― 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3다49794판결을 계기로”, 민사법학 제73호(2015), 265면 이하). 3. 상대방이 악의인 경우 ― 착오의 ‘이용’ (1) 일본의 경우를 보면, 이 맥락에서 상대방의 ‘악의’, 즉 표의자가 착오에 빠졌음을 안다는 사정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관점과 관련하여 다루어진다. 무엇보다도 「민법(채권법)개정검토위원회」가 2009년에 발간한 『채권법 개정의 기본방침』(별책 NBL 126호)은 (i)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있는 때, (ii) 상대방이 그 착오를 알지 못함에 대하여 중과실 있는 때, (iii) 상대방이 그 착오를 일으킨 때, (iv) 상대방도 표의자와 동일한 착오를 하고 있는 때에는, 표의자에게 중과실이 있더라도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동 방침, 28면 이하. 당시 고려되는 착오의 법률효과는 무효로 정해져 있었다). 이는 대체로 2017년 일본민법 개정에 반영되어(시행은 2020년 4월), ‘상대방이 표의자에게 착오 있음을 알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때’(제95조 제3항 제1호) 또는 ‘상대방이 표의자와 동일한 착오에 빠져 있는 때’(동항 제2호)에는 표의자에 중과실 있는 경우라도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하였다(앞 (iii)의 착오 유발에는 언급이 없다). 위 개정 후의 일본민법 제95조는 제1항에서, 우선 행위착오 외에도 동기착오 중에서는 ‘표의자가 법률행위의 기초로 한 사정에 관하여 그 인식이 진실에 반하는’ 것(앞의 1.에서 든 스위스채무법 제24조 제1항의 제4호에서 정하는 “표의자에 의하여 신의성실에 비추어 계약의 불가결한 기초라고 여겨진 사정”에 관한 착오, 즉 기초착오(Grundlagenirrtum)를 연상시킨다. 이 점은 독일민법에서 2017년 대개정 후에 동기착오 중에서 “거래상 본질적이라고 여겨지는 사람이나 물건의 성상(性狀)에 관한 착오”를 내용착오로 보는 제119조 제2항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을 고려되는 착오로 정한 다음, 나아가 ‘그 착오가 법률행위의 목적 및 거래상의 사회통념에 비추어 중요한 것인 때’에만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한다. 그리고 제3항은 개정 전과 마찬가지로 표의자의 중과실의 경우에는 착오 취소가 배제된다고 하면서도, 동항의 위 두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취소할 수 있음을 정하는 것이다. (2) 대판 2014. 11. 27., 2013다49794(공보 2015상, 9)은 대상판결의 취지와 같이 판시하였다(이 판결은 ‘참조’로서 60년쯤 전의 대판 1955.11.10. 4288민상321을 인용한다. 그 제1심도, 항소심도 버젓이 인용하고 있는 이 판결에 접근할 방도를 알지 못한다. 이러한 재판례의 ‘공개’ 내지 ‘접근가능성’이라는 ―민법 연구자인 나로서는 꽤나 심각한― 문제에 대하여는 양창수, “『법고을』 유감”, 동, 민법산책(2006), 274면 이하 참조 : “그것들이 재판 실무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나아가 변호사의 직무에 도움이 안 될 리 없고, 또 법학교수가 법을 연구하는 데 자료가 되지 않을 리 없다”). 위 판결은 대상판결의 사안과 유사하게, 원고 증권회사의 직원이 파생상품(미화달러 선물(先物)스프레드 1만 5000개) 계약의 매수주문을 개장 전에 입력하면서 0.80원이라고 할 것을 그 100배인 80원이라고 찍음으로써 결국 피고 증권회사와의 사이에 그 내용으로 매매계약이 체결된 사안에 대한 것이다. 원심판결은 그 계약의 착오 취소를 인정하고 원고의 매매대금반환청구를 인용하였는데, 대법원은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그 이유로 우선 자본시장법상의 금융투자상품시장에서 일어나는 증권이나 파생상품의 거래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109조가 적용됨을 선언한 데에도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그리고 나아가 착오 취소에 관하여는 대상판결과 같은 법리를 설시한 다음, 구체적으로는 원고 측의 착오에 중대한 과실이 있지만 “피고가 주문자의 착오로 인한 것임을 충분히 알고 있었고, 이를 이용하여 다른 매도자들보다 먼저 매매계약을 체결하여 시가와의 차액을 얻을 목적으로 단시간 내에 여러 차례 매도주문을 냄으로써 이 사건 거래를 성립시켰으므로” 원고의 중대한 과실에도 불구하고 취소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3) 대상판결은 표의자의 중과실에도 불구하고 의사표시의 취소를 긍정하는 추상적인 법리를 그대로 반복한다. 굳이 저 60년 전의 대법원판결과 합하지 않더라도 이제 최근 두 개의 대법원판결만으로 그 법리는 이제 우리 민법의 일부가 되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 법리는 착오 취소의 제한 요소로서의 표의자의 중과실을 ―법률 밖에서(praeter legem), 즉 법규정에 마련되어 있지 아니한 기준을 도입함으로써― 다시 제한하여 착오 취소의 범위를 확장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 글은 이 점을 제시하여 의식하게 하려는 의도로 쓰였다. 그런데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몇 가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위의 두 선례는 단지 상대방의 악의에서 더 나아가 그가 표의자의 착오를 ‘이용하는 것’을 요구한다. 이는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가? 단지 의례적인 장식 문구인가, 아니면 실제로 입증되어야 하는 취소 허용의 요건인가?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가 원고의 착오를 이용하여 이 사건 매매거래를 체결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대상판결의 판단이 착오 취소를 부인하는 종국적인 이유인데, 그 ‘이용’ 여부를 단지 의례적인 장식 문구라고 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제3자의 채권침해가 논의되는 사안유형 중 문제의 행위로 채무자의 책임재산이 감소된 경우에 대하여 대판 2007. 9. 6., 2005다25021(공보 1526) ; 대판 2019. 5. 10., 2017다239311(공보 1207) 등이 그 위법성 요건에 관하여 설시하는 대로 제3자가 ‘채무자에 대한 채권자의 존재 및 그 채권의 침해사실을 아는 것’ 외에도 ‘채무자와 적극 공모하거나 채권 행사를 방해할 의도로 사회상규에 반하는 부정한 수단을 사용하는 등’을 요구하는 것과 같은 레벨에서 다루어져야 하는 것인가? 나아가 위의 두 판결은 모두 인터넷금융거래에서 증권회사의 ‘피용자’가 입력을 잘못하여 그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정하여진 사안임에도 그 결론을 달리하여, 2014년 판결은 표의자의 착오 취소를 허용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고, 대상판결은 이를 부인하였다. 그 차이의 이유를 위 사건의 어떠한 사실관계로부터 찾을 수 있을까? 이것도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나 지면관계상 여기서는 상론하지 아니하기로 한다. 다만 하나만 지적하자면,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피고도 이 사건 매매거래 전부터 미리 정하여진 일정한 시스템거래 방식으로 기계적 호가를 계속하여 왔다는 것을 들 수 있을지 모른다. 양창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중대한과실
착오
파생삼품
양창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2023-08-20
금융·보험
기업법무
소유권취득조건부 선체용선계약의 법적 성질
[사건의 개요] 1. 사실관계 ① 해상운송업을 주로 하는 대한민국 법인인 원고는 2008년 4월 13일 파나마 법인으로 선박보유회사인 피고와 캄보디아에 등록된 선박의 소유권취득조건부 선체용선(bareboat charter with hire purchase, BBCHP)계약을 체결하였다. 계약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용선료는 1일당 일화 130,000엔이고, 용선기간(50개월) 종료 후 인도대금 38,000,000엔을 피고에게 지급한다. 용선기간 만료 후 피고는 원고에게 소유권을 이전한다. ② 원고는 42회차부터 용선료를 지연하여 분할 납부하였고, 46회차분 이후는 매월 3,000,000엔을 지급하였다. 원고가 2013년 6월 27일까지 지급한 용선료 총액은 217,100,000엔이다. ③ 원고가 용선료를 제대로 지급하지 아니하고 용선기간 만료일(2012. 6. 12.) 이후 계속 사용하였음에도 피고는 이 사건 선박을 회수하지 않았다. ④ 이 사건 선박은 2013년 7월 12일 항해 중 폭발 사고로 침몰하였다. ⑤ 원고에게 선박의 관리를 위탁받은 B 회사는 A 보험회사와 선체보험계약이 포함된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⑥ 사고 발생 후 원고와 피고가 각각 자신이 정당한 보험금청구권자라며 보험금의 지급을 구하자, A 보험회사는 채권자 불확지를 이유로 보험금을 변제공탁하였다. 2. 사건의 경과 ① (본소) 원고는 용선료 대부분을 피고에게 지급하여 이 사건 선박의 사실상 소유자의 지위에 있으므로 보험계약의 피보험이익이 원고에게 있다고 주장하면서, 공탁금의 출급청구권자가 원고라는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② (반소) 피고는 용선료 및 선박인도대금을 전액 납입하지 않은 이상 선박의 소유권자는 피고이므로 피보험이익은 피고에게 있다고 주장하면서, 공탁금의 출급권자가 피고라는 확인을 구하고, 미지급 용선료 15,000,000엔의 지급을 구하는 반소를 제기하였다. 3. 대상판결 대법원은 이 사건 선체용선계약의 법적 성질에 관한 원심의 판결이유를 그대로 원용하였다. 원심은 이 사건 선체용선계약은 원고가 피고에게 약정 용선료 등(50개월간 1일당 130,000엔의 용선료 + 선박인도금 38,000,000엔)을 모두 지급하면 피고가 원고에게 선박의 소유권을 이전한다는 것으로서, 실질적으로 소유권유보부매매와 유사한 성격이 내포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사건 선체용선계약의 법적 성격은 용선기간 종료 후 소유권취득 조건이 부가된 선박임대차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연구 및 평석] Ⅰ. 선체용선계약의 의의와 법적 성질 1. 선체용선계약의 의의 선체용선계약은 통상 ① 선박 임대차계약, ② 운용형 선체용선계약, ③ 금융형 선체용선계약 등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상법상 선체용선계약이 민법상 임대차계약과 동일한 것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운용형 선체용선계약(Operating Bareboat Charters)의 경우, 용선자가 용선기간 중 선박의 점유와 지배·관리권을 행사하므로, 선박소유자는 선박 인도시 용선계약에 따른 감항능력을 구비한 선박을 인도해야 할 주의의무를 부담할 뿐이다. 금융형 선체용선계약(Financing Bareboat Charters)은 용선기간 동안 선박의 소유권은 금융제공자가 보유하지만, 이는 자신의 대여금채권의 담보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뿐 선박에 대한 지배·관리권은 용선자에게 이전된다는 의미에서 용선자는 ‘선박의 사실상 소유자(the de facto owner)’라고 볼 수 있다. 해운실무상 선체용선계약은 자금이 부족한 해상기업주체의 선박 획득에 필요한 물적 금융의 수단으로서 BBCHP계약이 주로 이용되고 있다. 2. 소유권취득조건부 선체용선계약의 핵심 요소 선체용선계약의 핵심 요소는 '선박소유자로부터 용선선박의 점유와 지배·관리권이 용선자에게 이전된다'는 점에 있다. 해운실무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표준 선체용선계약서식인 BARECON 2017의 규정을 종합해 보면, 표준적 BBCHP계약의 핵심 요소는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① 선체용선계약에 ‘소유권취득조건’이 부가되어 있어야 한다. BARECON 2017의 관련 규정에서 이는 용선자가 가지는 선박의 구매에 대한 선택권(Option)이다. 용선자는 약정된 시일에 선박의 구매를 할 것인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고, 이러한 선택권의 행사에 따라 선박소유권의 이전이 발생한다. ② 용선자는 선박소유권을 이전받기 위해 약정된 선박의 대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추가적인 금전의 지급이 요구되는 경우에는 이러한 추가적 금전지급을 완료하여야 선박소유권이 이전된다. 이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선박의 매매가격이라고 할 것이다. 선박소유자는 금융제공액의 원리금 상당을 용선자로부터 회수하여야 할 것이므로, 용선자가 지급하는 금전의 총액이 선박소유자의 금융제공액과 근사할 경우에는 해당 계약의 법적 성질을 BBCHP계약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Ⅱ. 이 사건 선체용선계약의 법적 성질 1. 이 사건 선박의 소유권이전과 준거법 원심은 우리 법제상 소유권유보부매매의 개념을 원용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시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은 외국적 요소가 있어 국제사법에 따라 준거법을 정하여야 할 것이고, 국제사법 제19조에 따르면 물권의 변동은 매매계약의 준거법과 달리 물권변동의 준거법에 의하여 규율된다. 국제사법 제60조는 선박의 소유권에 관한 사항은 선적국법에 의하도록 특칙을 두고 있다. 이 사건의 경우 당사자 사이에 선박소유권이전의 원인이 되는 선체용선계약의 준거법과 소유권이전에 관한 물권적 합의의 준거법은 달리 결정할 문제이다. 이 사건 선박은 캄보디아에 선적을 두고 있으므로, 설령 원심과 대법원과 같이 이 사건 선체용선계약의 법적 성질을 대한민국 법상 소유권유보부매매로 인정하더라도, 선박의 소유권이전을 위해 물권적 합의가 필요한지, 나아가 물권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소유권이전행위가 요구되는지 여부는 이 사건 선박의 선적국인 캄보디아국 법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2. 선박 소유권이전을 위한 별도의 소유권이전 행위의 요부와 이 사건 용선계약의 법적 성질 이 사건 선박의 물권변동의 준거법이 대한민국 법이라고 가정하더라도 다음 문제가 제기된다. ① 본소 원고는 이 사건 선체용선계약의 법적 성질을 BBCHP계약으로서, ‘소유권유보부매매’라고 주장하였다. 원심은 소유권유보부매매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였을 뿐이다. 즉 원심은 이 사건 선체용선계약의 법적 성질을 소유권유보부매매와 유사할 뿐 소유권유보부매매가 아니라고 판단하였을 뿐이므로, 이 사건 선체용선계약이 소유권취득조건부 선체용선계약도 아니라고 볼 근거는 없다. 오히려 BARECON 2017 BBCHP 제1조 및 제2조에 따르면, 이 사건 선체용선계약 제5조의 ‘선박반선(Re-delivery)’ 및 선박소유권이전에 관한 규정은 이 사건 선체용선계약이 전형적인 소유권취득조건부 선체용선계약임을 암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② 원심은 이 사건 선체용선계약 제5조에 의하면 용선기간이 만료될 경우 자동적으로 이 사건 선박의 소유권이 원고에게 이전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소유권 이전행위가 요구되므로, 이 사건 용선계약의 법적 성질은 소유권유보부매매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그런데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표준 선체용선계약서식인 BARECON 2017은 BBCHP계약상 용선자의 소유권취득을 위해서는 별도의 소유권이전행위를 요구하고 있다. 대법원과 원심의 판시에 따르면, BARECON 2017의 BBCHP의 준거법이 대한민국 법인 경우에는 그 법적 성질을 소유권취득조건부 선체용선계약이 아닌 소유권취득조건이 부가된 선박임대차계약으로 보아야 할 것인데, 이러한 해석은 당사자의 의사를 왜곡한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③ 원심은 소유권유보부매매는 동산의 매도인이 매매대금을 다 수령할 때까지 그 대금채권에 대한 담보의 효과를 취득·유지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매도인은 이 사건 선박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매수인에게 해주지 않음으로써 대금채권에 대한 담보 기능을 유지할 수 있으므로, 소유권유보부매매의 개념을 원용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시하였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선박에 대한 공시제도로서 선박등기제도를 두고 있고, 선박에 대한 소유권이전은 등기를 하여야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으므로(상법 제743조), BBCHP계약을 체결한 선박소유자는 용선자의 원리금상환이 완료될 때까지는 자신의 채권의 보전수단으로서 용선선박의 소유권을 보유할 필요성이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선박에 대한 등기가 피고 명의로 되어 있다는 사실은, 오히려 이 사건 선체용선계약의 법적 성질이 BBCHP계약이라는 유력한 근거가 될 수 있다. [결론] 사적자치의 원칙상 BBCHP계약의 계약당사자는 선박가격을 균등분할방식으로 지급할 수도 있지만, 용선기간 중 일정한 시기에 선박가격 중 상당한 액수를 일시불로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등 다양한 상환설계를 하는 것도 가능하고, 선박금융 실무도 동일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에서 판례의 태도는 BBCHP계약 및 위 계약을 선박금융의 주된 수단으로 활용하는 선박금융의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는 비판이 가능하다. 이정원 교수(부산대 로스쿨)
선체용선계약
선박
소유권유보부매매
이정원 교수(부산대 로스쿨)
2022-07-11
금융·보험
주식의 포괄교환계약에 따라 배정된 신주에 대해 재차 명의신탁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
- 대법원 2018. 3. 28. 선고 2012두27787 판결 1. 사실관계 및 쟁점 소외인이 원고들의 명의로 유상증자에 참여하여 A회사 주식을 인수하고, 다시 주식의 포괄교환계약에 따라 위 A회사 주식을 B회사에 이전하는 대가로 B회사의 신주를 배정받았는데, 과세관청은 소외인이 A회사 주식과 B회사 신주를 각각 원고들에게 명의신탁하였다고 보아,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5조의2 제1항의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이하 ‘이 사건 규정’)을 적용하여 원고들에게 A회사 주식 및 B회사 신주에 관하여 각 증여세를 과세하였다. 이 사건에서 명의수탁자인 원고들에게 최초 명의신탁한 A회사 주식에 대한 증여세가 부과된다는 점에 대하여는 이견이 없으나, A회사 주식을 이전한 대가로 취득한 B회사 신주에 대해 이 사건 규정을 재차 적용하여 원고들에게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하여는 하급심과 대상판결이 그 근거를 달리하여 위법하다고 판시하였으므로 이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2. 판결의 요지 가. 1심 및 원심 판결 주식의 포괄교환계약의 경우 교환계약의 효력에 의해 신주를 교부받은 것에 불과하고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에게 신주를 명의신탁하는 행위 자체가 존재할 여지가 없다는 점, 원고들은 주식교환계약에 따른 교환비율에 따른 주식을 교부받은 것일 뿐 별도의 자금이 수수된 것도 아니므로 B회사 신주는 A회사 주식의 대체물 또는 변형물로 볼 수 있을지언정 별개의 독립된 재산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원고들이 B회사 신주를 취득하였다고 해서 최초 명의신탁에 의한 현실적·잠재적인 조세회피의 가능성 이외에 추가적인 조세회피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없는 점 등을 이유로 원고들이 소외인으로부터 A회사 주식과 별도로 위 B회사 신주를 재차 명의신탁받은 것으로 볼 것은 아니고, B회사 신주에 관하여 원고들에게 증여세를 부과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 나. 대상판결 주식의 명의신탁을 받은 자가 상법상 주식의 포괄적 교환에 의하여 완전자회사 주식을 완전모회사에 이전하는 대가로 완전모회사의 신주를 교부받아 명의개서를 마친 경우 그 신주에 관하여는 새로운 명의신탁관계가 형성되므로, 그 자체로는 명의신탁 증여의제의 적용대상이 될 수 있다(대법원 2013. 8. 23. 선고 2013두5791 판결 참조). 그런데 최초의 명의신탁 주식과 명의수탁자가 완전모회사로부터 배정받은 신주에 대하여 각각 별도의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하게 되면, 최초의 명의신탁 주식에 대한 증여의제의 효과를 부정하는 모순을 초래하고 형평에 어긋나는 부당한 결과가 발생하므로 원고들의 명의로 인수한 A회사 주식은 이 사건 규정을 적용하여 과세할 수 있으나, 그 후 원고들이 배정받은 B회사 신주는 주식의 포괄적 교환과정에서 A회사 주식의 이전대가로 받은 동일인 명의의 주식에 해당되므로 원고들에게 증여세를 재차 과세할 수 없다. 3. 평석 가.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권리의 이전이나 행사에 등기·등록·명의개서를 요하는 재산에 대하여 명의신탁행위로 인하여 소유권의 실질소유자와 명의자가 달라야 하며, 이러한 명의신탁 행위에 조세회피목적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대상판결과 같이 주식의 포괄적 교환의 경우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에게 자산을 명의신탁하는 형식적인 행위는 기존의 구주에 대하여만 존재하고 주식의 포괄적 교환으로 교부받은 신주에 대하여는 명시적인 명의신탁행위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신주에 대하여 재차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가가 쟁점이 되었다. 나. 견해의 대립 (1) 적용부정설 ① 주식의 포괄적 교환은 회사 사이에 이루어지는 조직법상의 행위로서 완전자회사가 되는 회사의 주주는 일정한 교환비율에 따라 신주를 교부받을 뿐 별도의 자금이 수수되는 것도 아니어서 그가 받는 신주를 종전 주식의 대체물 또는 변형물로 볼 수 있을지언정 별개의 독립된 재산으로 보기 어려운 점, ② 주식의 포괄적 교환은 주주 개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강제적으로 이루어지므로 완전자회사가 되는 회사의 주주가 받는 신주에 관하여 새로운 명의신탁 행위 자체가 존재할 수 없는 점, ③ 주식의 포괄적 교환에 의하여 명의수탁자 명의로 신주를 취득하더라도 추가적인 조세회피의 가능성이 생겨나지 않는 점 등을 근거로 교부받은 신주에 대해서 재차 명의신탁 적용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보는 견해이다. (2) 적용긍정설 ① 주식의 포괄적 교환은 소득세법 제88조 제1항이 규정하는 자산의 유상양도에 해당하므로 교부받은 신주는 양도한 주식의 처분대가로 받는 새로운 자산이고 이는 종전에 보유하던 주식의 대체물이나 변형물이라고 할 수 없는 점, ②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은 이상 주주의 의사에 따라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 이루어진다는 점, ③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는 주식교환으로 새로이 배정받은 신주에 대해서도 명의신탁관계를 유지할 의사를 가졌다고 봄이 합리적이라는 점, ④ 주식의 포괄적 교환으로 새로운 조세회피의 가능성이 발생할 수 있는 점을 근거로, 교부받은 신주에 대하여도 재차 명의신탁 적용대상이 된다고 보는 견해이다. 다. 기존 판례의 입장 판례는 주식의 포괄적 교환으로 인해 명의수탁자의 명의로 신주를 교부받아 명의개서를 마친 경우 그에 관하여 새로운 조세회피목적이 없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새로운 명의신탁이 성립하여 증여세 과세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대법원 2013. 8. 23. 선고 2013두5791 판결 참조). 라. 대상판결에 대한 검토 대상판결은 ‘원심이 B회사 신주가 A회사 주식의 변형물 등에 불과하여 원고들이 A회사 주식 및 B회사 신주를 재차 명의수탁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나 B회사 신주에 대한 증여세 과세가 위법하다고 본 결론은 정당하다’고 하여, 기존 판례와 같이 신주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명의신탁 증여의제의 적용대상임은 인정하였다. 다만 ① 이 사건 규정 취지상 조세회피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하고도 적절한 범위 내에서만 적용되어야 하는 점, ② 주식의 경우 증여의제 대상이 되어 과세되었거나 과세될 수 있는 최초의 명의신탁 주식이 매도된 후 그 매도대금으로 다른 주식을 취득하여 다시 동일인 명의로 명의개서를 한 경우에 그와 같이 명의개서된 다른 주식에 대하여 제한 없이 이 사건 규정을 적용하여 별도로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은 증여세의 부과와 관련하여 최초의 명의신탁 주식에 대한 증여의제의 효과를 부정하는 모순을 초래할 수 있어 부당한 점, ③ 각각 별도의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하게 되면 애초에 주식이나 그 매입자금이 수탁자에게 증여된 경우에 비하여 지나치게 많은 증여세액이 부과될 수 있어서 형평에 어긋난다는 점을 근거로, B회사 신주는 최초 증여의제 대상이 되는 A회사 주식의 이전대가로 받은 동일인 명의의 주식이므로 이 사건 규정을 재차 적용하여 명의수탁자인 원고들에게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고 하였다. 기존 판결이 주식교환으로 취득한 신주에 대한 증여세가 부과된 경우 신주가 명의신탁증여의제 대상임을 긍정하면서 조세회피목적 여부에 따라 이 사건 규정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도록 하였는데 반해, 대상 판결은 원고들에게 최초의 명의신탁 주식과 주식교환으로 취득한 신주 모두에 대하여 증여세를 과세한 경우로서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이 제재벌적 성격임을 고려할 때 위 신주에 대하여도 재차 과세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초점을 두어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즉 대상판결은 교환으로 취득한 신주도 명의신탁 증여의제 적용대상임을 긍정하는 기존 판례의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적용배제의 근거로 조세회피목적이 아닌 ‘최초의 명의신탁 주식의 매도대금으로 취득하여 다시 동일인 명의로 명의개서된 주식은 최초의 명의신탁 주식과 시기상 또는 성질상 단절되어 별개의 새로운 명의신탁 주식으로 인정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차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대법원 2017. 2. 21. 선고 2011두10232 판결 참조)’는 최근 대법원 판결의 논리를 적용하였다. 명의신탁증여의제 규정에 대하여는 예전부터 위헌성이나 비례의 원칙 위배 등 많은 비판이 있었는데 위 규정의 취지를 고려함이 없이 요건 충족여부라는 형식논리만으로 과세를 판단할 경우 명의신탁 주식을 매매 하여 다른 주식을 매수한 경우나 이 사안과 같이 교환신주를 취득한 경우 재차 과세를 피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상판결은 주식교환으로 취득한 신주와 기존 주식과의 관계 및 새로운 명의신탁행위가 있었는지 여부 등 기존에 논의되던 쟁점에 대하여 명확하게 판단하지 않았다. 4. 결어 대상판결은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이 무제한적으로 적용되는 것을 제한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고 그 결론에 찬성하나, 기존에 논의되던 이 사건 규정에 대한 과세요건을 충족하였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없이 판단된 점은 아쉽다. 이경진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주식
명의신탁자
명의수탁자
이경진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2018-06-15
금융·보험
조세·부담금
신탁부동산의 관리·처분과 부가가치세 납부의무자
- 대법원 2017. 5. 18. 선고 2012두22485 전원합의체 판결 - Ⅰ.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1. 사실관계 가. 원고는 이 사건 건물의 매수자금에 사용하기 위하여 A(저축은행)으로부터 42억 원을 대출받았다. 나. 원고는 위 대출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2008년 6월 30일 수탁자 B(부동산신탁회사)와 사이에,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신탁원본의 우선수익자를 A로, 수익권증서 금액을 58억8000만원으로 정한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이 사건 신탁계약’)을 체결하면서, 신탁부동산이 환가되는 경우 A의 채권을 우선적으로 변제하고 잔액은 위탁자인 원고가 지급받기로 약정하였고, 2008년 7월 1일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원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후, 곧이어 B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다. 원고가 위 대출금채무를 제때 변제하지 못하자, A의 요청에 따라 수탁자인 B는 공개매각을 실시하였으나 수차례 유찰되었고, A에게 수의계약으로 대출원리금과 같은 액수인 45억여원에 이 사건 건물을 매각하였다. 라. 과세관청인 피고는 이 사건 신탁계약의 위탁자인 원고가 A에게 이 사건 건물을 공급하였다고 보아 2010년 1월 16일 원고에게 2009년 1기분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을 하였다. 2. 판결의 요지 수탁자가 위탁자로부터 이전받은 신탁재산을 관리·처분하면서 재화를 공급하는 경우 수탁자 자신이 신탁재산에 대한 권리와 의무의 귀속주체로서 계약당사자가 되어 신탁업무를 처리한 것이므로, 이때의 부가가치세 납부의무자는 재화의 공급이라는 거래행위를 통하여 그 재화를 사용·소비할 수 있는 권한을 거래상대방에게 이전한 수탁자로 보아야 하고, 그 신탁재산의 관리·처분 등으로 발생한 이익과 비용이 거래상대방과 직접적인 법률관계를 형성한 바 없는 위탁자나 수익자에게 최종적으로 귀속된다는 사정만으로 달리 볼 것은 아니다. Ⅱ. 신탁부동산의 관리·처분과 부가가치세 납부의무자 1. 종전 판례 위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기 전의 종전 판례는, 신탁법에 의한 신탁이 위탁매매와 같이 ‘자기(수탁자) 명의로 타인(위탁자)의 계산에 의하여’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거나 또는 공급받는 등의 신탁업무를 처리하고 그 보수를 받는 것이어서, 신탁재산의 관리·처분 등 신탁업무를 처리함에 있어서의 사업자 및 이에 따른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는 원칙적으로 위탁자이고, 다만, 위탁자 이외의 수익자가 지정된 타익신탁의 경우에는 위탁자가 아닌 수익자가 사업자 및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로 보았다(대법원 2003. 4. 25. 선고 99다59290 판결, 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0다33034 판결). 종전 판례는 수익자설을 취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일본 소비세법 제14조도 신탁재산에 속하는 자산 등 거래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수익자를 부가가치세 납부의무자로 보고 있다. 2. 검토 가. 단일세율에 의한 거래세 누진세율에 기초한 소득세에서는 누가 납세의무자인가에 따라 적용세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소득의 실질귀속자를 파악하여 과세할 필요성이 크다. 그러나 단일세율이 적용되는 부가가치세에서는 누가 납세의무자이건 동일한 세율이 적용되므로, 공급대가의 실질귀속자를 파악할 필요성이 소득세에 비하여 크지 않다. 그리고 부가가치세는 실질적인 소득이 아닌 거래의 외형에 대하여 부과하는 거래세이므로, 부가가치세법상 납세의무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역시 원칙적으로 그 거래에서 발생한 이익이나 비용의 귀속이 아니라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이라는 거래행위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 종전 판례의 문제점 ① 거래주체와 부가가치세 납부의무자의 분리 신탁된 부동산이 수탁자 명의로 있는 동안에는 수탁자 명의로 대외적 거래행위가 행해지므로, 종전 판례에 의할 경우 대외적 거래를 통하여 부가가치세를 징수하는 주체와 부가가치세 납부의무를 부담하는 주체가 달라진다. 그리하여 부동산투자신탁 등 수익자가 다수인 신탁의 경우, 수익자 별로 일일이 부가가치세의 신고납부를 하여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수익자가 개인으로서 부가가치세법 제3조의 사업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울 경우에는 그에게 부가가치세 납부의무를 부담시킬 수 없게 된다. 또한, 종전 판례에 의하면, 타익신탁의 경우 수익자는 ‘우선수익권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는’ 부가가치세 납부의무자로 본다는 취지이므로, 신탁부동산의 처분대금에서 신탁사무처리비용을 정산하고 남은 금액이 부가가치세액에 못 미치는 경우 그 차액을 누구에게 과세하여야 하는지가 문제될 수 있다. ② 신탁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의 불가능 신탁법 제22조 제1항은 신탁재산에 대하여 국세 등 체납처분을 할 수 없다고 하여 신탁재산의 독립성을 규정하고, 다만,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권리에 기한 권리’ 등에 기한 경우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판례에 의하면, 수탁자가 신탁재산의 처분에 따라 거래징수한 부가가치세 상당액은 매매대금의 일부로서 신탁재산에 속하고(위 99다59290 판결), 구 신탁법 제21조(현행 신탁법 제22조) 제1항 단서에서 예외적으로 신탁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 또는 경매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권리’에는 수탁자를 채무자로 하는 것만이 포함되며, 위탁자를 채무자로 하는 것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대법원 2012. 4. 12. 선고 2010두4612 판결). 따라서 위탁자에 대한 부가가치세채권으로 수탁자 명의 신탁재산에 대하여 체납처분 등을 할 수 없고, 다만, 위탁자의 수익권에 대한 체납처분 등을 할 수 있을 뿐이므로, 부가가치세의 징수가능 여부는 수익권의 실질적 가치에 달려있게 된다. 만일 수탁자가 부동산을 분양하여 수취한 대금에서 비용을 모두 충당한 후 수익자에게 지급하는 금액이 부가가치세를 납부하기에 충분하다면, 수익권에 대한 체납처분으로 부가가치세를 징수할 수 있다. 그러나 신축된 건물의 분양대금이 공사비 등을 변제하기에 부족하여 위탁자의 수익권이 실질적 가치를 가지지 못하는 경우에는, 부가가치세를 징수할 수 없게 된다. ③ 신탁재산에 대하여 조세채권의 우선권이 적용되지 못함 위탁자 또는 수익자에 대한 부가가치세채권으로는 신탁재산에 대한 체납처분을 할 수 없으므로, 거래징수 된 부가가치세액이 신탁재산에 속해 있으면서 수익자에게 이전되기 전의 단계에서는 조세채권의 우선적 효력이 발휘될 수 없다. 이에 따라 신탁부동산의 처분대금이 공사비 등을 충당하기에 부족한 경우에는 신탁사무와 관련한 일반채권이 조세채권보다 실질적으로 우선하는 결과가 된다.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면, 신탁부동산의 처분 등과 관련한 부가가치세 납부의무자는 수탁자이므로, 수탁자에 대한 부가가치세채권은 신탁법 제22조 제1항 단서의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권리’에 해당하고, 이에 기하여 신탁재산에 대한 체납처분을 하거나 집행절차에 참가할 수 있으며, 신탁사무와 관련한 일반채권자보다 우선하여 징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 매입세액의 공제와 관련한 문제 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받은 것에 대한 매입세액공제를 받지 못함에도 부가가치세 납부의무를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애초에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은 담보제공 등으로서 재화의 공급에 해당하지 않거나(담보신탁의 경우 부가가치세법 제10조 제8항 제1호의 유추적용), 재화의 공급에 해당하더라도 수탁자가 신탁용역을 공급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전받는 것으로서 공급가액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경우가 많을 것이다. 따라서 수탁자는 신탁부동산을 이전받으면서 거래징수를 당하지 않을 것이므로, 공제받지 못하는 매입세액의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그리고 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이전받은 후 공급받은 용역 등에 관하여는 매입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수탁자가 위탁자로부터 신탁부동산을 이전받는 것을 재화의 공급으로 보지 않을 경우 수탁자는 재화의 매입이 없으면서 재화를 공급한 것이 된다. 부가가치세에서 재화의 공급은 통상 그 재화의 매입(공급받음)을 전제로 하나,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매입세액의 공제는 사업자가 전 단계 사업자에게 거래징수당한 부가가치세(매입세액)이 있을 때 문제된다. 만일 사업자가 전 단계 사업자에게 거래징수당한 매입세액이 없는 경우에는 매입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더라도 문제가 없다.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신탁부동산을 이전하기 전에 거래징수당한 매입세액은 위탁자가 공제받을 것이고, 이와 같이 부가가치세의 거래징수 및 매입세액공제가 동일한 납세자 안에서 이루어진 이상, 부가가치세의 순환과정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Ⅲ. 결어 위 전원합의체 판결이 종전 판례를 변경하여, 신탁부동산의 관리·처분과 관련한 부가가치세의 납부의무자를 수탁자로 판시한 것은 매우 의미가 크고,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변경된 판례에 따라 신탁부동산에 관한 부가가치세의 세부적 업무처리가 속히 안정화되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마친다.
부가가치세
신탁부동상
조세
2017-06-13
금융·보험
조세·부담금
은행 골드뱅킹 상품의 소득세법상 과세대상 여부
- 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5두1212 판결 - 1. 사실관계 원고은행은 2003. 11.경부터 고객에게 금 적립계좌 상품(이하 '골드뱅킹')을 판매하였는데, 골드뱅킹은 금 실물의 거래 없이 자유롭게 입출금이 가능한 금 투자상품이다. 골드뱅킹은 고객이 골드뱅킹에 가입하여 원고은행에게 원화를 입금하면 원고은행은 이를 자신이 고시하는 국제 금시세 및 환율기준의 거래가격으로 환산한 금을 그램(g) 단위로 기재한 통장을 고객에게 교부한다. 그 후 고객이 골드뱅킹을 해지하면 그 선택에 따라 원고은행으로부터 통장에 기재된 금 그램(g) 수에 대한 원고은행이 고시한 출금일 거래가격에 해당하는 원화 금액을 지급받거나 실물 금을 인도받게 된다(다만 고객은 실물 금 인도 시 운송비가 포함된 실물수수료와 부가가치세를 부담한다). 원고은행은 고객으로 입금 받은 원화 중 1% 상당으로 실물 금을 매입·보관하거나 해외은행의 금 계좌에 예치한다. 2. 과세처분의 경위 원고은행은 고객이 골드뱅킹 거래로 얻은 이익, 즉 입금시보다 인출 시 금 시세가 상승한 경우 출금액이나 실물 금 가격 중 입금액 초과 금액(이하 '이 사건 소득')에 대하여 실물 금 매매차익으로서 소득세법상 열거된 과세대상이 아니라고 보아 배당소득세 원천징수를 하지 않았고, 고객도 종합소득세를 신고납부하지 않았다. 피고 역시 이 사건 소득에 대하여 2003. 11.경 이후 2009. 2.경까지는 배당소득세 과세대상으로 보지 않았으나, 2009. 2.경 이후부터 과세대상으로 보아 원고은행에 대하여 배당소득세 및 법인세를 납부고지하고, 고객에게도 종합소득세를 경정고지하였다(이하 위 각 고지를 '이 사건 각 부과처분'). 피고의 이 사건 각 부과처분은 이 사건 소득이 구 소득세법(2012. 1. 1. 법률 제1114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소득세법') 제17조 제1항 제5호 및 제9호, 제6항, 구 소득세법 시행령(2010. 12. 30. 대통령령 제2258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소득세법 시행령') 제26조의3 제2호 나.목의 과세요건에 부합한다고 본 것이다. 3.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골드뱅킹의 경우 ① 고객은 각각의 계좌에 적립된 금의 양에 따라 그 해당 원화 또는 실물 금을 개별적으로 지급받을 수 있을 뿐인 점, ② 고객이 얻는 수익의 크기는 해지에 의한 반환청구권 행사의 시기와 범위 등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어서 전적으로 고객의 의사에 따른 것이지 원고은행 또는 그 위임을 받은 운용자의 독립적 의사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점, ③ 원고은행이 고객으로부터 입금 받은 원화 등을 운용하여 수익을 얻더라도 그 수익이 고객의 투자에 비례하여 귀속되는 것이 아니므로 운용 결과와 수익 사이에 직접적 인과관계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소득이 소득세법 제17조 제1항 제5호의 '집합투자기구로부터의 이익'과 유사한 소득으로서 '수익분배의 성격'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소득세법 시행령 제26조의3 제2호 나.목의 과세대상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4. 평석 가. 소득세법상 금융소득에 대한 유형별 포괄주의 소득세법의 열거주의 원칙상 소득세법에 과세대상으로 열거되지 않은 소득은 과세할 수 없다. 다만, 이자소득 또는 배당소득과 같은 금융소득에 대해서는 유형별 포괄주의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는 유사한 소득은 동일하게 과세함으로써 과세기반을 확대하고 과세 형평성을 도모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다. 그러나, 소득세법상 금융소득에 대하여 유형별 포괄주의가 채택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과세대상을 무한정 넓힐 수는 없다. 이와 관련하여 판례는 엔화스왑예금 거래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하여 소득세법상 이자소득으로 열거된 소득과 '유사한 소득'으로 볼 수 없어 이자소득세 과세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1. 5. 13. 선고 2010두3916 판결). 이와 같이 금융소득에 대한 유형별 포괄주의 과세대상을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판례에 따르면 유형별 포괄주의 배당소득으로 과세되기 위해서는 배당소득으로 열거된 소득과 ‘유사한 소득’으로서 ‘수익분배의 성격’이 있어야 할 것이다. 나. 골드뱅킹 소득이 '집합투자기구로부터의 이익' 또는 '이와 유사한 이익'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골드뱅킹으로 발생한 이 사건 소득이 '집합투자기구로부터의 이익' 또는 '이와 유사한 이익'이라고 보기 어렵다. '집합투자기구'는 통상 '펀드'라고 불리는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제6조 제5항은 '집합투자'란 2인 이상에게 투자권유를 하여 모은 금전 등을 투자자로부터 일상적인 운용지시를 받지 않으면서 재산적 가치 있는 투자대상자산을 취득, 처분 그 밖의 방법으로 운용하고 그 결과를 투자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을 의미한다고 규정하는 한편, 행위의 성격, 투자자 보호의 필요성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집합투자에서 제외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6조 제4항은 운용에 따른 보수를 받는 전문적 운용자의 존재, 투자자의 투자동기가 전문적 운용자의 지식·경험·능력에 있는지, 운용 결과가 합리적 기간 이내에 투자금액에 따라 비례적으로 배분되도록 예정되어 있는지, 투자자로부터 모은 재산을 전문적 운용자의 고유재산과 분리할 필요가 있는지 등을 고려하여 금융위원회가 집합투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집합투자는 고객의 직접투자가 아닌 간접투자의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제9조 제20항은 '집합투자재산'이란 집합투자기구의 재산으로서 투자신탁재산, 투자회사재산 등을 말한다고 규정하여 집합투자재산은 다른 재산과 구분되어 별도로 보관·관리되어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제242조는 집합투자재산 운용에 따라 발생한 이익금을 투자자에게 금전 또는 새로 발행하는 집합투자증권으로 분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집합투자재산의 운용과 인과관계 있는 결과가 투자자에게 금전 또는 증권으로 분배되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이러한 자본시장법 및 동법 시행령의 규정에 비추어 보면, '집합투자기구로부터의 이익'은 투자자가 별도로 재산이 관리되는 기구(entity)에 자금을 투자하고, 전문적 운용자는 그 자금을 모아(pooling)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독립적으로 운용하여 수익을 창출하며, 투자자는 자신의 출자지분에 따라 운용결과인 이익을 다시 분배받는(dividing) 과정, 즉 '간접투자'의 형태로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 골드뱅킹 소득이 '수익분배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 골드뱅킹으로 발생한 이 사건 소득이 '수익분배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도 보기 어렵다. 집합투자기구의 경우 집합투자기구만의 별도 손익계산서 등이 작성되어 재산이 별도로 구분되어 보관·관리되는 것이나 골드뱅킹의 경우 관련 자산, 부채, 수익, 비용 등은 모두 은행 전체의 고유계정에 포함되고 은행의 다른 자산과 별도로 구분되어 보관·관리되지 않는다. 집합투자의 경우 투자자가 출자지분 내지 수익권을 가지지만 골드뱅킹 고객은 계좌에 적립된 금의 양에 따라 그 해당 원화 또는 실물 금을 지급받을 수 있을 뿐 전체 골드뱅킹 자산에 대한 출자지분 내지 수익권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골드뱅킹 거래로 고객이 얻는 수익의 크기는 금의 매매, 임치계약에 따른 반환청구권 행사의 시기 및 행사량 등에 따라 결정되는데, 이는 전적으로 고객의 의사에 따를 뿐 원고은행 또는 그 위임을 받은 전문적 운용자의 독립적 의사에 따르는 것이 아니다. 원고은행이 골드뱅킹에서 고객이 예치한 금원 또는 금을 운용하여 수익을 얻을 수 있더라도 그 수익은 고객의 이익과는 무관하고 고객에게 투자에 비례하여 귀속되는 것도 아니다. 라. 결론 골드뱅킹은 집합투자(펀드)와 본질적으로 성격을 달리한다는 점에서 골드뱅킹으로 인한 소득에서 '집합투자기구로부터의 이익'과의 '유사성'을 발견하기 어렵다. 또한 골드뱅킹은 고객의 개별적인 직접투자 거래에 따라 이익이 고객별로 다르게 발생할 뿐 집합투자(펀드)와 같이 다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별도로 구분·운용하여 수익을 분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소득에 대해 '수익의 분배금'으로 인정하기도 어렵다. 결론적으로 대상판결은 배당소득에 대한 유형별 포괄주의 규정을 제한적으로 해석하여 소득세법상 열거된 배당소득과의 '유사성' 및 '수익분배의 성격' 요건이 충족될 것을 요구함에 따라 골드뱅킹 소득이 배당소득세 과세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골드뱅킹
배당소득세
금융소득
2016-12-08
1
banner
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1
[판결] 법률자문료 34억 원 요구한 변호사 항소심 패소
판결기사
2024-04-18 05:05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노동사기
달리(Dali)호 볼티모어 다리 파손 사고의 원인, 손해배상책임과 책임제한
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footer-logo
1950년 창간 법조 유일의 정론지
논단·칼럼
지면보기
굿모닝LAW747
LawTop
법신서점
footer-logo
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순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김순신
인터넷 법률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인터넷 법률신문은 인터넷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