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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행정법학회 행정판례평석] (12)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에서 상위법령의 ‘위임’의 의미
[ 요 약 ] 원고는 2017년 3월 8일, 대구광역시 서구청장을 상대로 대구 서구에 위치한 지정된 부지에 동물장묘시설을 신축하기 위한 개발행위허가신청을 포함한 건축허가신청을 제출했다. 이 신청은 국토교통부가 제정한 개발행위허가운영지침을 준수해야 했으며, 이에 따르면 건축물 또는 공작물을 설치하는 부지는 도시 또는 군 계획도로에 접속해야 하며, 특히 개발규모가 5000㎡ 미만일 경우 진입도로의 최소 폭은 4미터 이상이어야 했다. 그러나 원고는 충분한 자료 등을 제공하지 못했고, 이를 근거로 2019년 4월 10일 피고는 신청을 거부했다. 이 거부처분에 대한 법적 분쟁에는 국토계획법과 시행령이 쟁점이 됐다. 국토계획법 제58조와 시행령 제56조는 개발행위허가의 기준을 지역의 특성, 개발 상황, 기반시설의 현황 등을 고려하여 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장관은 세부적인 검토기준을 설정할 수 있다. 대구고등법원은 원심 판결에서 국토계획법 및 시행령에 따라 개발행위허가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이 사건 지침이 법규명령의 효력을 가진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지침이 내부적인 지침에 불과하며 대외적인 구속력은 없다고 판단,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대상판결은 상위법령인 시행령의 ‘세부 검토기준’의 구체화 권한을 국토교통부장관에게 부여하였다. 그렇다면 상위법령 입법자의 의사를 ‘위임’으로 보고, 이 사건 지침의 대외적 구속력을 인정했어야 마땅하다.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에서 상위법령의 ‘위임’여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지 않은 채, 수임규칙의 대외적 구속력을 부정하는 대상판결은 결국 규범통제에 대한 법원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한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Ⅰ. 사실관계 원고는 2017. 3. 8. 피고(대구광역시 서구청장)에게 대구 서구 (주소 생략) 외 1필지(이하 ‘이 사건 신청지’라고 한다) 지상에 동물장묘시설 1동을 신축하기 위하여 개발행위허가신청 등이 포함된 복합민원 형태의 건축허가신청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신청’이라고 한다). 국토교통부 훈령인 개발행위허가운영지침(이하 ‘이 사건 지침’이라고 한다) 3-3-2-1에서는 도로에의 접속 및 도로확보기준에 관하여 ‘건축물을 건축하거나 공작물을 설치하는 부지는 도시·군계획도로 등에 접속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이에 따라 개설(도로확장 포함)하고자 하는 진입도로의 폭은 개발규모 5000㎡ 미만은 4m 이상으로서 개발행위규모에 따른 교통량을 고려하여 적정 폭을 확보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2019. 4. 10. 이 사건 신청에 대해 피고는 거부처분을 하였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교통 관련: 개발행위허가운영지침 중 3-3-2-1에 근거한 진입도로 확보와 관련한 자료 불충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이다. Ⅱ. 대상판결의 요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토계획법’이라고 한다) 제58조 제1항, 제3항에서는 개발행위허가의 기준은 지역의 특성, 지역의 개발상황, 기반시설의 현황 등을 고려하여 다음 각호의 구분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토계획법 시행령 제56조 제1항 [별표 1의2] ‘개발행위허가기준’은 국토계획법 제58조 제3항의 위임에 따라 제정된 대외적으로 구속력 있는 법규명령에 해당한다. 한편, 국토계획법 시행령 제56조 제4항에서는 “국토교통부장관이 제1항의 개발행위허가기준에 대한 ‘세부적인 검토기준’을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는데, 여기에서 국토교통부장관이‘세부적인 검토기준’을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을 뿐이므로, 그에 따라 국토교통부장관이 이 사건 지침은 상급행정기관인 국토교통부장관이 소속 공무원이나 하급행정기관에 대하여 개발행위허가업무와 관련하여 국토계획법령에 규정된 개발행위허가기준의 해석·적용에 관한 세부 기준을 정하여 둔 행정규칙에 불과하여 대외적 구속력이 없다. Ⅲ. 판례평석 1. 대상판결의 의미와 문제점 대상판결의 원심판결인 대구고등법원 2020. 6. 26. 선고 2019누5237 판결에서는 국토계획법 및 시행령의 단계적 위임에 따라 개발행위허가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이 사건 지침은 법규명령의 효력을 갖는다고 판단하였다. 반면, 대상판결은 ‘위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은 채 이 사건 지침이‘국토계획법령에 규정된 개발행위허가기준의 해석·적용에 관한 세부 검토기준’에 불과하다고 하면서 그 법규성을 부정하였다. 대상판결이 이 사건 지침을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으로 보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추론해 볼 수 있다. 개발행위허가기준에 대한 “세부적인 검토기준”은 위임 없이도 행정이 당연히 그 권한 범위 내에서 행정규칙으로 구체화할 수 있고, 국토계획법 제56조 제4항은 단지 이를 확인적으로 규정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보았을 수도 있고, 국토계획법 시행령 제56조 제4항의 규정이 ‘구체적 위임’이 아니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일관되지 못하다면 그 자체로 문제라고 생각한다.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은 성문법원의 하나로,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法院이 판단하기 전에 그 법원성 여부는 충분히 예측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2. ‘법령보충적 행정규칙’ 관련 판례 분석 대법원은 대법원 1987. 9. 29. 선고 86누484 판결 [양도소득세부과처분취소]에서 최초로 법령보충적 행정규칙 개념을 인정하였다. 동 판결에서 설시한 법리에 따르면,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의 성립하기 위해서는 상위 법령이 권한행사의 절차나 방법을 특정하고 있지 않은 상태로 특정행정기관에 대해 ‘그 법령내용의 구체적 사항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수임행정기관이 행정규칙의 형식으로 그 법령의 내용이 될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으면 된다. 즉, 상위법령은 행정규칙에 대해 상위법령 내용의 구체화 권한을 부여하면 충분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에 대해 대법원은 사안에 따라 유연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대법원 2003. 9. 5. 선고 2001두403 판결에서는 소득금액조정 합계표 작성요령이 “법률의 위임을 받은 것이기는 하나 법인세의 부과징수라는 행정적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절차적 규정으로서 단순히 행정규칙의 성질을 가지는 데 불과하다”고 하였고, 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20두39297 판결에서는 위임명령인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별표3]이 예시적 규정에 불과한 이상 그 위임에 따른 고시는 행정규칙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다른 한편, 대법원은 기존의 판례법리에 따르면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도, 하위 행정규칙이 상위 위임법령의 위임범위를 일탈했다는 이유로 아예 그 대외적 구속력을 바로 부정해 버리는 판례를 다수 양산해 왔다. 즉, “행정 각부의 장이 정하는 고시가 비록 법령에 근거를 둔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규정 내용이 법령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것일 경우에는 법규명령으로서의 대외적 구속력을 인정할 여지는 없다”는 것이다(대법원 1987. 9. 29. 선고 86누484 판결, 대법원 1999. 11. 26. 선고 97누13474 판결, 대법원 2006. 4. 28.자 2003마715 결정 등). 대법원으로서는 절차적 통제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채, 지나치게 많이 제정된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을 사전에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을 수 있다. 법률이 아닌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서 행정규칙에 위임하는 경우가 빈번할 뿐 아니라, 위임하는 이유 또한 법규명령에 대한 절차적 통제를 회피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법원으로서는 상위법령의 ‘위임’에도 불구하고 사안에 따라 그 대외적 구속력을 부정해 온 것일 수 있다. 이상덕, 할당관세 적용 추천이 행정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2017. 9. 21. 선고 2016두34417 판결: 공2017하, 2003), 대법원판례해설, 제114호(2017년 하), 27-29쪽. 하지만, 아무리 선해하더라도 대법원의 판례법리는 결코 논리적이거나 설득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위임이 지나치게 빈번’하다면 적절한 범위 내에서 위임이 되도록 법원은 규범통제를 했어야 한다. 요컨대, 최소한 법을 적용하고 해석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법원에 대해 ‘법’이 무엇인지는 예측가능하고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법원은 위임의 방식이나 위임의 내용에 대해 일관되지 못한 잣대를 들이대지 말고, 상위 위임법령이나 수임규칙에 대한 규범통제를 적극적으로 해나가야 할 것이다. 포괄위임금지 원칙은 현재의 입법상황이나 세계적 입법례에 맞지 않으므로 헌법상 국회 입법권의 보장 및 침해의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으며, 4차 산업혁명 대응 입법의 어려움을 고려하여 포괄위임금지를 완화하여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박균성, 행정법 연구방법론의 모색, 2024년 한국공법학회 신진학자대회 ‘공법의 새로운 동향 탐색과 미래 공법의 조망’ 발표문, 43-44쪽 참조. Ⅳ. 맺음말 대상판결은 상위법령인 시행령의 ‘세부 검토기준’의 구체화 권한을 국토교통부장관에게 부여하였다. 그렇다면 상위법령 입법자의 의사를 ‘위임’으로 보고, 이 사건 지침의 대외적 구속력을 인정했어야 마땅하다.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에서 상위법령의 ‘위임’여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지 않은 채, 수임규칙의 대외적 구속력을 부정하는 대상판결은 결국 규범통제에 대한 법원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한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행정규제기본법」 제4조 제2항에서는 법령에서 전문적·기술적 사항이나 경미한 사항에 대해 하위 고시 등에 위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그 위임에 따른 행정규칙의 대외적 구속력이 인정된다. 그런데, 아직까지 이러한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이 제정과정에서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충분하지 않다. 입법론적으로는, 행정입법의 절차적 정당성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행정부 주도로 경제개발·사회발전을 이룩하는 과정에서 국회는 행정부에서 마련해 온 법률안에 대한 신중하고 면밀한 검토과정을 소홀히 한 채 통과시키는 사례가 적지 않았고, 그로 말미암아 위임입법이 양산된 것이 헌정의 현실이기도 하다. (헌재 1998. 5. 28. 96헌가1 결정). 앞으로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의 인정범위를 법령상 명확히 해나가는 논의와 함께, 행정규칙의 절차적 정당성을 보다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미형 교수 (충남대 로스쿨)
개발행위허가
위임입법
행정규칙
법령보충
우미형 교수 (충남대 로스쿨)
2024-04-14
행정사건
'텔레비전방송수신료부과처분취소'에 대한 헌법적 고찰
Ⅰ. 서설 최근 대법원은 “시원적 행정주체인 국가(대한민국)에 대한 침익적 행정처분의 경우에도 처분청은 행정절차법상의 절차를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라는 취지의 매우 유의미한 판결(대법원 2023.9.21. 선고 2023두39724판결, 이하 ‘본 판결’이라 약칭합니다)을 선고했습니다. 이에 본 판결에 대한 사건의 경위 및 내용을 바탕으로 그간 헌법재판소에서 강조한 행정작용에 대한 적법절차원칙의 중요성 그리고 법적 효과가 귀속되는 당사자라는 지위로서의 국가(대한민국)에 대한 실질적 평등의 원칙이라는 논리와의 정합적 맥락에서 본 판결의 헌법적 의미를 고찰하고자 합니다. Ⅱ. 사건의 경위 대한민국은 “한국방송공사(KBS)로부터 수신료 징수업무를 위탁받은 한국전력공사가 공군 부대에 TV 수신료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행정절차법에 따른 사전통지의무(§21), 의견제출기회의 보장(§22) 및 행정처분의 이유제시 (§ 23) 등의 절차를 이행해야 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아 위법하다”라는 이유로 한국방송공사(KBS)를 피고로 해 공군 제11전투비행단 영내 독신자숙소 및 외래자숙소에 위치한 TV 수상기에 부과된 수신료 260여 만원의 부과처분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했습니다. Ⅲ. 판결의 내용 원고 대한민국은 1심과 2심 모두 승소했습니다. 이에 피고 한국방송공사(KBS)가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행정처분 대상이 되는 이해관계인의 범주에서 국가를 제외할 근거가 없다고 판단하면서, 행정절차법의 예외 사유에 '국가를 상대로 한 행정행위'가 포함되지 않는바, 국가를 상대로 한 행정처분도 행정절차법을 준수해야 한다”라는 논지 하에 한국방송공사(KBS)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대법원은 "행정절차법의 규정과 행정의 공정성·투명성 및 신뢰성 확보라는 행정절차법의 입법취지 등을 고려하면 행정기관의 처분으로 불이익을 입게 되는 국가를 일반 국민과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라는 1심과 2심의 입장을 재차 확인한 것입니다. Ⅳ. 판결의 의미 1. 적법절차원칙의 보편적 규범성 확인 대륙법계에 속하는 우리 법제에 있어 영미법계의 적법절차원칙은 다소 어색한 측면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형사소송법 제331조 단서 규정에 대한 위헌심판 (헌재 1992. 12. 24. 92헌가8) 결정에서 적법절차원칙을 과잉금지원칙과 독립된 위헌심사기준으로서 신체의 자유 영역을 넘어서 국가의 모든 공권력 작용을 지도하는 헌법 원리로 설시한 이래로 행정작용 전반에 대한 제한 및 심사기준으로서 적법절차원칙를 원용하고 있습니다. 적법절차원칙은 현재 형사절차와 관련된 사건뿐만 아니라 변호사나 공무원의 징계처분 등에서 적정성의 통제원리로, 조세법률주의 같은 실체적 합법성의 통제원리로 각각 적용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국회의 입법 작용에 대해서도 적법절차원칙의 준수가 요청되고 있습니다. 즉 적법절차원칙은 우리 헌법재판소 판례를 통해 국가작용 전반에 관한 일반적 규범 원리로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 최근(2023. 3. 24.) 개정 및 시행되고 있는 행정절차법(§22①3호)은 ‘인허가 등의 취소, 신분·자격의 박탈 등의 처분을 하는 경우 당사자의 신청이 없는 경우에도 청문을 시행’하도록 개정함으로써 행정의 공정성·투명성 및 신뢰성 확보라는 행정절차법의 입법취지 하에 ’적법절차원칙의 일반적 규범성’과 ‘사전적 권리구제 수단으로서의 행정절차의 중요성’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적법절차원칙은 행정의 법률적합성(행정기본법 §8)을 구성하는 핵심적 통제원리로서 그 체계적 지위는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본 판례는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침익적 행정처분의 경우에도 적법절차원칙이 그대로 적용되므로 행정절차법상의 사전통지 및 의견청취의무가 준수되어야 함을 처음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의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2. 당사자인 국가에 대한 실질적 평등의 실현 최근 헌법재판소 (헌재 2022. 2. 24. 2020헌가12)는 “국가를 상대로 하는 당사자소송의 경우에는 가집행선고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한 행정소송법 §43는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라는 결정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재산권의 청구가 공법상 법률관계를 전제로 한다는 점만으로 국가를 상대로 하는 당사자소송에서 국가를 우대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으며, 집행가능성 여부에 있어서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실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심판대상조항은 국가가 당사자소송의 피고인 경우 가집행의 선고를 제한해, 국가가 아닌 공공단체 그 밖의 권리주체가 피고인 경우에 비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고 있으므로 평등원칙에 반한다”라고 판시했습니다. 본 결정은 공법상의 법률관계에서 대등한 지위의 당사자에 불과한 국가에 대해 합리적 이유 없는 우대를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한편, 본 판결은 통상적으로 행정기관의 국민에 대한 침익적 처분에 의해 법적 효과가 귀속되는 행정주체의 지위가 아니라, 국가가 행정기관의 침익적 처분의 수범자가 되는 경우에도 합리적 이유 없이 일반적 수범자와 달리 취급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최근 판례의 흐름은 국가가 침익적 행정처분과 소송의 당사자인 경우에도 합리적 이유 없이 국가라는 이유만으로 달리 취급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본 판결은 그러한 판례의 논리적 정합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신기훈 변호사(법무법인 클라스·한결)
TV수신료
방송법제64조
국가
당사자
신기훈 변호사(법무법인 클라스·한결)
2023-11-05
헌법사건
[한국행정법학회 행정판례평석] ⑦ 위임입법의 형식과 한계
현대사회의 규범제정에서 행정의 역할은 의회의 보충에 그치지 않는다. 행정이 Rule을 제정하는 것, 그 자체가 주요한 행정작용이란 점에 주목해야 한다. 대상판결은 제한적이긴 하지만 입법자에 의한 규율형식의 선택을 인정하고, 이로써 행정의 다양한 규범제정의 가능성을 열어 둔 판결이란 점에서 그 의미를 인정할 수 있다. Ⅰ. 사실관계 1. 금융감독위원회는 ○○생명보험 주식회사(이하 ‘○○생명’이라 한다)에 대해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 제2조 제3호 가목을 근거로 ‘경영상태를 실사한 결과부실금융기관으로 결정하고, 자본감소 등을 명령했다. 위 회사의 이사인 청구인들 및 ○○생명은 서울행정법원에 부실금융기관 결정 및 감자명령 등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다음, 그 소송에 적용될 수 있는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 제2조 제3호 가목, 제10조 제1항 제2호, 제2항 및 제12조 제2항 내지 제4항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다는 이유로 위헌심판제청신청을 해 기각되자,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2. 입법권자가 위임법률을 제정하면서 입법사항을 대통령령이나 부령이 아닌 고시와 같은 행정규칙의 형식으로 위임할 수 있는지 여부 및 그러한 위임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이며, 재판의 전제성 등 다른 쟁점들도 있으나 나머지 쟁점에 대해서는 여기서 상론하지 아니한다. Ⅱ. 결정요지 1. 오늘날 의회의 입법독점주의에서 입법중심주의로 전환해 일정한 범위 내에서 행정입법을 허용하게 된 동기가 사회적 변화에 대응한 입법수요의 급증과 종래의 형식적 권력분립주의로는 현대사회에 대응할 수 없다는 기능적 권력분립론에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헌법 제40조와 헌법 제75조, 제95조의 의미를 살펴보면, 국회입법에 의한 수권이 입법기관이 아닌 행정기관에게 법률 등으로 구체적인 범위를 정해 위임한 사항에 관해서는 당해 행정기관에게 법정립의 권한을 갖게 되고, 입법자가 규율의 형식도 선택할 수도 있다 할 것이므로, 헌법이 인정하고 있는 위임입법의 형식은 예시적인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그것은 법률이 행정규칙에 위임하더라도 그 행정규칙은 위임된 사항만을 규율할 수 있으므로, 국회입법의 원칙과 상치되지도 않는다. 2. 행정규칙은 법규명령과 같은 엄격한 제정 및 개정절차를 요하지 아니하므로, 재산권 등과 같은 기본권을 제한하는 작용을 하는 법률이 입법위임을 할 때에는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 등 법규명령에 위임함이 바람직하고, 금융감독위원회의 고시와 같은 형식으로 입법위임을 할 때에는 적어도 행정규제기본법 제4조 제2항 단서에서 정한 바와 같이 법령이 전문적·기술적 사항이나 경미한 사항으로서 업무의 성질상 위임이 불가피한 사항에 한정된다 할 것이고, 그러한 사항이라 하더라도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상 법률의 위임은 반드시 구체적·개별적으로 한정된 사항에 대해 행해져야 한다. Ⅲ. 판례평석 1. 대상결정의 의미와 쟁점 헌법재판소는 2004. 10. 28. 선고 99헌바91 결정에서 법률이 입법사항을 고시와 같은 행정규칙의 형식으로 위임하는 것이 헌법 제40조, 제75조와 제95조 등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했다. 이 결정은 20년 정도 지난 다소 오래된 판례이나 그 의미나 중요성에 비해 많이 소개되지 않았다고 생각해 이 기회에 그 결정의 의미와 향후 전망을 살펴보고자 한다. 2. 법령보충행정규칙 이론의 정립과정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이란 법령의 위임에 근거해 법령의 내용을 구체화한 행정규칙으로, 행정규칙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그 실질내용은 근거가 되는 법령의 규정과 결합해 법령의 내용을 보충하는 기능을 갖는 경우를 말한다. 대상판결이 내려지기 오래전부터 행정실무를 비롯한 법실무에서는 광범하게 소위 행정규칙 형식에 해당하는 고시, 훈령 등에 법령을 보충하는 내용의 입법을 위임하는 관행이 형성되어 있었다. 이에 관한 리딩케이스에 해당하는 대법원 1987.9.29. 선고 86누484 판결은 국세청장의 훈령이 상위 법령과 결합해 일체가 되는 한도에서 상위법령의 일부가 됨으로써 대외적 구속력이 발생된다고 보아 이러한 행정실무와 법실무의 관행을 긍정적으로 수용했다. 위 판결 이후로 대법원은 다수의 사건에서 법령의 위임에 따라 법령의 내용을 보충하는 행정규칙, 특히 고시에 대해 법적 구속력을 인정하는 판시를 했고, 이는 현재 ‘법령보충적 행정규칙(고시)’이론으로 자리잡아 판례가 인정하는 위임형식이자 규범형식의 하나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3. 이론에 대한 평가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을 긍정하는 견해는 기본적으로 입법권을 가진 입법권자의 의사를 중시해, 입법권을 가진 입법자는 그 규율의 형식도 선택할 수 있으므로 입법권자는 필요에 따라서 입법사항을 고시, 훈령 등의 방식으로 위임할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반해 부정하는 견해는 법규명령과 행정규칙은 준별되는 개념 범주이므로 입법사항을 위임하는 경우에도 법규명령으로 제정되어야 하고, 우리 헌법상 행정권이 제정할 수 있는 법규명령의 형식은 헌법 제75조, 제95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에 한정된다고 본다. 대상판결에서 다수의견은 현대사회에서 광범한 입법수요가 존재한다는 점, 현대국가에서 의회가 입법을 독점할 수 없고 독점하지 않는다는 점, 현대적 권력분립론은 견제와 균형을 핵심으로 하는 기능적 권력분립론에 입각하고 있다는 점 등을 적시하면서, 입법권을 가진 입법자는 그 규율의 형식도 선택할 수 있으므로 헌법 제75조, 제95조의 행정입법의 형식을 예시적인 것이라 판시하였다. 이에 반해 소수의견은 “우리 헌법의 경우에는 법규명령의 형식이 헌법상으로 확정되어 있고 구체적으로 법규명령의 종류·위임범위·요건·절차 등에 관한 명시적 규정이 있으므로 그 이외의 법규명령의 종류를 법률로써 인정할 수 없으며 그러한 의미에서 법률은 행정규칙에 법규사항을 위임해서는 아니 된다 할 것이다.”고 설시하고 있다. 대상판결에서 소수의견은 ‘법규’ 개념을 기준으로 의회의 입법사항과 행정의 입법사항을 구분하고, 행정에 의해 제정되는 구속력 있는 규범은 전적으로 의회의 입법권이 위임에 의해 전래된 것으로 보아 법규명령의 형식으로만 발해질 수 있다고 보는 독일 헌법 및 공법의 해석론과 같은 관점에서 우리 헌법을 해석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헌법은 독일과 달리 ‘법규명령’이나 ‘행정규칙’ 개념을 직접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헌법 어디에서도 ‘법규’ 개념을 전제한 규정은 찾을 수 없다. ‘법규’나 ‘법규명령’ 개념은 독일 공법의 역사에서 비롯된 독일의 고유한 개념으로 프랑스, 영국, 미국 등은 이러한 관념이 없으며, 헌법상 법규명령 정립권에 관한 규정의 편장도 독일과 우리나라가 명백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1] 우리 헌법 규정을 독일 헌법 규정과 동일하게 해석해야 할 필연적 이유는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2] [각주1]독일은 의회 입법권의 장에 두고 있는 반면에, 우리는 행정부의 장에 두고 있다. 즉 독일은 법규명령의 제정을 ‘전적으로’ 의회입법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각주2] 독일에서 전통적인‘법규’ 개념은 의회 입법사항과 행정의 권한을 가르는 핵심 개념이었으나, 기본법 제80조가 적용되는 법규명령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법규 개념의 본래적 기능이 상실되고 이를 법률유보이론이 대체했다. 그러나 여전 ‘법규명령’이라는 용어가 유지되어 법규명령으로 제정된 사항만이 구속력 있는 법규로 관념된다. 독일의 ‘법규’ 개념의 역사와 현재적 유용성, 그리고 독일, 프랑스, 영국, 미국의 행정의 규범제정의 현황에 관해 자세히는 박정훈, “법규명령 형식의 행정규칙과 행정규칙 형식의 법규명령 - ‘법규’개념 및 형식/실질 이원론의 극복을 위하여 -”, 행정법학 제5호, 2013.09. 참조. 박정훈 교수는 위의 논문에서 문제의 쟁점을 근본적인 관점에서 역사적 흐름과 더불어 설명하고 있다. 동 교수는 법규명령, 행정규칙 개념이 모순에 처한 근본이유는 ‘법규’ 개념의 기능이 변하고 상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법규’ 개념을 전제로 한 ‘법규명령’의 용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행정이 정립하는 규범의 성질과 구속력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 법규명령 또는 행정규칙이라는 형식/실질의 이분론을 폐기하고 형식과 실질을 종합 구체적으로 타당한 결론에 이르는 매우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Ⅳ. 맺음말 법령보충적 행정규칙 이론은 우리 법제 실무의 혼란을 판례가 실천적으로 수용한 개념이며, 대상판결에서 헌법재판소에 의해 헌법적 정당성을 부여받았다고 할 수 있다. 급변하는 현실에서 의회와 행정의 관계는 변화를 거듭해 왔고, 현대사회에서 규범제정에서 행정의 역할은 의회의 보충에 그치지 않는다. 행정이 Rule을 제정하는 것, 그 자체가 주요한 행정작용이란 점에 주목해야 한다. 대상판결은 제한적이긴 하지만 입법자에 의한 규율형식의 선택을 인정하고, 이로써 행정의 다양한 규범제정의 가능성을 열어 둔 판결이란 점에서 그 의미를 인정할 수 있다. 다만, 행정이 정립하는 다양한 형식의 규범과 Rule들에는 그 내용과 실질에 부합하는 적절한 통제장치들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며, 이는 앞으로 행정의 입법 내지 규범제정 영역에 놓인 학문과 실무의 과제라 할 것이다. 정호경 교수(한양대 로스쿨)
행정규칙
위임입법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제2조
정호경 교수(한양대 로스쿨)
2023-09-28
금융·보험
기업법무
주주평등의 원칙 관련 최근 대법원 판례와 포이즌 필의 도입 가능성
1. 들어가며 최근 대법원은 주주평등의 원칙과 관련해 2건의 중요한 판결(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1다293213 판결, 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2다224986 판결, 이하 위 두 대법원 판결을 포괄해 “대상판결들”이라 함)을 선고했다. 대상판결들은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반하는지 여부에 관해 원심과 달리 판단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판결이라 할 수도 있지만, 주주평등의 원칙의 예외와 그 판단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포이즌 필(Poison Pill)이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판단한 하급심 또는 대법원 판결은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대상판결들의 타당성을 떠나 대상판결이 판시한 주주평등의 원칙 예외의 판단기준을 보면, 조심스럽게 ‘포이즌 필(Poison Pill)이 주주평등의 원칙의 예외로 인정될 가능성이 생긴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2. 주주평등의 원칙의 예외에 관한 판례 변경 가. 주주평등의 원칙 주주평등의 원칙이란, 주주는 회사와의 법률관계에서는 그가 가진 주식의 수에 따라 평등한 취급을 받아야 함을 의미한다(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8다9920, 9937 판결 등). 우리나라 상법은 주주평등의 원칙을 직접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1주 1의결권(상법 제369조 제1항), 이익배당청구권(상법 제464조), 잔여재산분배(상법 제538조) 등에서 이 원칙을 간접적으로 인정하고 있다[정찬형, 상법(상) 제21판(2018), p.711]. 주주평등의 원칙은 강행규정적 성질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 원칙을 위반한 약정이나 정관의 규정, 주주총회 또는 이사회의 결의, 대표이사의 업무집행 등은 법률상 무효에 해당한다(대법원 2020. 8. 13. 선고 2018다236241 판결 등). 나. 주주평등의 원칙의 예외에 관한 종전 법원 판결 대상판결들이 선고되기 전까지는, 주주평등의 원칙의 예외를 인정할 수 있는 기준을 구체적으로 판시한 대법원 판결은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하급심 판결이기는 하나, 제주지방법원 2008. 6. 12. 선고 2007가합1636 판결은 “(주주평등의 원칙의) 예외는 대한민국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하여 법률이 정한 경우에 한하여 인정(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4. 2. 선고 2014가합578492 판결은 “주주평등의 원칙에 대한 예외는 오직 법률에 의해서만 인정되며 그 이외에 정관의 규정이나 주주총회의 결의로는 인정될 수 없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05. 11. 29. 선고 2005가단105918,2005가단105925(병합) 판결은 “상법에서 인정하는 예외의 경우 이외에는 (중략)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반하는 때에는 회사의 선의·악의를 불문하고 무효라고 볼 것이다.”라고 각 판시했다. 즉, 종전 법원은 상법 등 법률에서 규정한 경우가 아니면, 주주평등의 원칙의 예외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대상판결들은 종전 하급심 법원 판결과 달리, “법률이 허용하는 절차와 방식에 따르거나 그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허용할 수 있다.”라고 판시했다. 즉, 대상판결은 법률의 근거가 없더라도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정한 사유가 인정되면 주주평등의 원칙의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 주주평등의 원칙의 예외에 관한 판단기준 주주평등의 원칙의 예외에 관한 판단기준과 관련해, 대상판결들은 “차등적 취급을 허용할 수 있는지 여부는, 차등적 취급의 구체적 내용, 회사가 차등적 취급을 하게 된 경위와 목적, 차등적 취급이 회사 및 주주 전체의 이익을 위해 필요했는지 여부와 정도, 일부 주주에 대한 차등적 취급이 상법 등 관계 법령에 근거를 두었는지 아니면 강행법규에 저촉되거나 채권자보다 후순위에 있는 주주의 본질적 지위를 부정하는지 여부, 일부 주주에게 회사의 경영참여 및 감독과 관련해 특별한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회사의 기관이 가지는 의사결정 권한을 제한해 종국적으로 주주의 의결권이 침해되는지 여부를 비롯해 차등적 취급에 따라 다른 주주가 입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개별 주주가 처분할 수 있는 사항에 관한 차등적 취급으로 불이익을 입게 되는 주주의 동의 여부와 전반적인 동의율, 그 밖에 회사의 상장 여부, 사업목적, 지배구조, 사업현황, 재무상태 등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일부 주주에게 우월적 권리나 이익을 부여해 주주를 차등 취급하는 것이 주주와 회사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는지를 따져서 정의와 형평의 관념에 비추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라고 판시했다. 3. 대상판결에 따라 포이즌 필을 주주평등의 원칙의 예외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가.포이즌 필의 의의와 우리나라의 포이즌 필 제도의 도입 시도 포이즌 필이란 적대적 M&A가 이루어지는 경우 인수자를 제외한 나머지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포이즌 필은 기존주주들로 하여금 시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신주를 인수하게 함으로 해서 인수자의 지분율을 희석시키고 인수자의 인수비용을 증가시켜 경영권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이용된다[박정국, 포이즌 필에 관한 소고 -신주인수선택권의 도입을 중심으로 -, 법학논고 제40집(2012. 10.)(이하 “박정국 논문”), p506].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포이즌 필을 도입해 적대적 M&A에 대한 강력한 방어수단으로 사용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IMF 당시 외국기업의 적대적 M&A를 겪으며 포이즌 필 도입에 관 본격적으로 논의했다[최완진, 포이즌 필 도입에 관해 본격적으로 논의했다[최완진, 포이즌 필의 도입이 시급하다, KERI Column(2016-07-08)p.1-2]. 포이즌 필의 도입을 위해, 법무부는 2010. 3. 10. 국회에 상법 제3편 회사편 제4장 제4절의2(신주인수선택권)을 신설하는 상법 개정안을 제출했으나, 반대하는 강한 반론이 있어 입법에 이르지 못했다[임재연, 회사법I, 개정5판(박영사, 2018), p.202]. 나. 포이즌 필의 필요성 포이즌 필을 찬성하는 견해는 (1) 현재 상법상 외국인의 국내기업에 대한 적대적 M&A에 대한 방어수단이 존재하지 아니해 방어회사가 불리한 입장이고, (2) 생산적 투자에 사용될 재원이 경영권 방어에 낭비될 수 있으며, (3) 경영자들의 경영권이 안정적으로 확보되면 중장기적으로 주주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박정국 논문 p526). 다. 포이즌 필 도입에 관한 최근 법원의 입장 2020. 11. 17.에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서, 법원행정처는 "(포이즌 필 도입은) 적대적 M&A의 역기능 억제 등 긍정적 측면도 있다.", "적대적 M&A는 무능하고 비효율적인 경영진 해임 등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등 순기능도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입법정책적 결정이 필요하다.”라는 입장을 밝혔다<2020년 11월 20일자 법률신문(대법원, ‘대주주 3%룰’ 상법 개정안에 “신중한 검토 필요”)>. 법원행정처가 “입법정책적 결정이 필요하다”라고 한 점에서, 법원행정처는 포이즌 필의 장점과 적대적 M&A의 순기능 등을 고려한 포이즌 필 도입에 찬성한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생각된다. 라. 포이즌 필이 주주평등의 원칙의 예외로 인정될 수 있는지 포이즌 필은 신주인수권을 적대적 M&A 대상회사 주주에게만 인정하고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인수자에게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반되고,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신주를 발행한다는 점에서 자본충실의 원칙에도 위반되므로 현행법 하에서는 허용될 수 없는 견해가 존재한다. 또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종전 법원 판결과 같은 입장을 취할 시, 포이즌 필은 법률에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주주평등의 원칙의 예외로 인정할 수 없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대법원은 종전 법원 판결과 달리 ‘차등적 취급을 하게 된 경위와 목적, 차등적 취급이 회사 및 주주 전체의 이익을 위해 필요했는지 여부와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주주평등의 원칙의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포이즌 필의 종류도 다양하고, 포이즌 필의 발동 요건을 각 회사 정관마다 달리 정할 수도 있겠지만, (1) 회사가 포이즌 필의 도입에 관해 주주 전체의 의사를 확인하고, (2) 대다수의 주주들이 포이즌 필의 도입에 찬성하며, (3) 포이즌 필 도입이 대주주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재무적 투자자(FI, Financial Investor)의 적대적 M&A로부터 회사와 기존 주주들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 등 회사와 주주 전체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4) 대다수의 주주들이 해당 인수행위나 경영권자의 변경을 반대하고, (5) 정관에서 인정하는 주주들의 신주인수선택권이 인정하는 사유가 매우 제한적이고 예외적이며, (6) 주주들이 신주인수선택권을 통해 매수할 수 있는 주식 수가 합리적으로 제한되고 (7) 신주인수선택권 행사에 따른 주주들의 신주 인수가격이 시세보다는 낮되 자본충실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 정도이며, (8) 주주들이 신주인수선택권 행사를 하는 경우보다 포이즌 필을 도입하지 않을 시 경영권 방어에 들어갈 비용이 과도해 회사에 더 큰 손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고, (9) 신주인수선택권 부여를 하려고 할 시 이사회의 의결뿐만 아니라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차등적 취급으로 불이익을 받는 인수자의 동의 여부와 다른 주주들의 동의율을 확인해 인수자를 제외한 다른 주주들의 압도적인 찬성을 얻는 등 주주와 회사의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사정이 존재한다면 대상판결에 따라 주주평등의 원칙의 예외로 인정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해본다. 배상현 변호사(OCI홀딩스 주식회사)
투자계약
포이즌필
주주평등의원칙
배상현 변호사(OCI홀딩스 주식회사)
2023-09-24
노동·근로
민사일반
파산·회생
사용사업주의 회생절차가 파견법상 권리에 미치는 영향
파견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영향도 검토해야 1. 사안의 개요 A 회사는 1993. 9. 17. 설립되어 원청인 주식회사 삼표시멘트 및 그 자회사인 D 회사로부터 광산 채광업무를 하청받아 수행한 회사이고, 근로자 갑은 2012. 3. 1. A 회사에 입사해 주식회사 삼표시멘트를 위한 파견업무를 수행하였다. 그러다가 주식회사 삼표시멘트는 당시 계열사의 경영난으로 인해 2013. 10. 17. 회생절차개시결정, 2014. 3. 18. 회생계획인가결정을 각 받았다. 갑은 주식회사 삼표시멘트의 위 회생절차에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이하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에 기한 고용청구권 및 금전채권(파견법위반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해 회생채권신고를 하지 아니하였고, 피고의 관리인 역시 원고를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하였다. 주식회사 삼표시멘트의 위 회생절차는 2015. 3. 6. 종결되었다. 한편 B회사는 2008. 5. 22. 컴프레서 운전용역 등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로, 역시 주식회사 삼표시멘트로부터 원청 사업장 내 컴프레서, 펌프, 보일러 등의 운전 및 점검업무 등을 하청받아 수행한 회사이다. 근로자 을은 2008. 6. 1. 에, 근로자 병은 2014. 12. 26.에, 근로자 정은 2016. 8. 13.에 각각 B회사에 입사해 주식회사 삼표시멘트를 위한 파견업무를 수행하였다. 근로자 갑은 주식회사 삼표시멘트를 상대로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에 기한 직접고용청구와 더불어, 원청 소속의 비교대상 근로자에 비해 적은 임금을 지급받도록 한 것이 파견법 제21조 제1항의 차별에 해당하고 이는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이유로 임금 차액 상당의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대법원 2021다213477 판결 관련 소송의 개요) 근로자 을, 병, 정은 주식회사 삼표시멘트를 상대로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에 기한 직접고용청구 및 고용의무 불이행(즉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한 임금 차액 상당의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각 제기하였다. (대법원 2021다229601 판결 관련 소송의 개요, 다만, 원고 정의 경우 위 직접고용청구 부분에 대해 항소심에서 소일부취하 하였다. 이하 위 근로자 갑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함께 ‘대상판결’이라 한다. ) (사안의 이해를 돕기 위해 평석 주제와 직접 관련없는 당사자 및 사실관계는 요약 내지 생략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이 사건의 원심판결(서울고등법원 춘천재판부 2020나1108 등 판결)은, 위 파견근로자들의 직접고용청구권은 형성권이 아닌 청구권이기는 하지만 재산상의 청구권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채무자회생법 제118조 제1호의 회생채권으로 볼 수 없다고 하였고, 파견법 제6조의2 제2항에 기해 직접고용청구권이 불성립하거나 소멸한다는피고 주장에 대해서는, 사용사업주에 대해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었더라도 이후 회생절차 종결결정의 효력이 발생하면 파견근로자는 다시 직접고용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배척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파견법 제6조의2 제2항은 파견근로자가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거나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같은 조 제1항의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의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고 있고, 그 시행령 제2조의2는 사용사업주에 대한 회생절차개시결정을 위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 바, 그 입법 목적과 취지를 고려하면, 사용사업주에 대한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은 후에는 직접고용청구권은 발생하지 않고, 회생절차개시결정 전에 직접고용청구권이 발생한 경우에도 회생절차개시결정으로 인하여 직접고용청구권이 소멸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고, 다만 사용사업주의 회생절차가 종결되면 파견근로자는 그때부터 새로 발생한 직접고용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같은 법리에 기해 대법원은, 1) 원고 을은 주식회사 삼표시멘트에 대한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기 전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한 파견근로자이므로 위 원고의 직접고용청구권은 회생절차개시결정으로 인해 소멸하였고, 더 이상 회생절차개시 전에 발생한 직접고용의무에 터잡아 회생절차개시 후의 직접고용의무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무 역시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고, 2) 원고 병의 직접고용청구권의 성립요건은 피고에 대한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은 후 충족되었으므로 위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원고 병의 직접고용청구권은 발생하지 않고, 이를 전제로 한 고용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였다. 3) 다만 원고 정은 회생절차가 종결된 후인 2016. 8. 13. 직접고용청구권이 발생하였으므로 파견법 제6조의2 제2항, 동법 시행령 제2조의2 제1호가 적용되지 않고, 주식회사 삼표시멘트는 원고 정에게 ‘고용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고 갑의 경우 항소심에서 파견법 제6조의2 제2항의 권리소멸 등 주장을 명시적으로 하지는 아니하였으나, 대법원은 원심이 이에 대한 석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갑의 직접고용청구를 인용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였다. 다만 사용사업주의 입장에서 합리적인 주의를 기울였으면 이를 알 수 있었는데도 파견근로자가 비교대상 근로자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받도록 하고 이러한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없는 경우, 이는 구 파견법 제21조 제1항을 위반하는 위법한 행위로서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대법원은, 이러한 사용사업주에 대해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 관리인은 차별적 처우를 해소함으로써 위법행위를 시정할 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채 차별적 처우를 계속하는 것은 새로운 불법행위가 되며 그 손해는 날마다 발생한다고 전제한 다음, 관리인의 이러한 불법행위로 인한 파견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 제179조 제1항 제5호의 공익채권이라는 이유로, 상기 손해배상청구권이 채무자회생법 제118조 제3호의 회생채권 또는 동법 제181조의 개시후기타채권에 해당한다는 본안전 항변을 배척한 원심 판단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다. 3. 평석 가. 파견법 제6조의2의 권리장애 및 권리소멸 효과 현행 파견법 제6조의2 조항은 2006. 12. 21. 일부개정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도입된 것이다. 본래 1998년 제정된 파견법(구 파견법) 제6조 제3항은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2년의 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날부터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함으로써 고용관계를 간주하였다. 그러나 이같은 의제조항에 대해 사용사업주의 계약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비판이 있었고, 이에 위 개정법 시행일인 2007. 7. 1. 이후부터는 사용사업주에게 파견근로자를 직접고용‘하여야 한다’는 고용의무 규정이 적용되었다. 다시 말해 위 개정법의 적용 대상인 파견근로자는 직접고용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같은 권리는 청구권인가 형성권인가.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학계에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적어도 현재는 사용사업주는 물론 파견근로자 역시도 아래에서 살펴볼 이른바 ‘10년 손해배상’을 주장하기 위해 대부분 청구권설을 지지하는 듯하다. 다만 이같은 파견법상 권리가 청구권이라면 다른 일반채권과 마찬가지로 이행의 문제가 남게 되고, 특히 이 사건과 같이 고용의무 이행이 완료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사용사업주가 회생절차를 개시한 경우에는 직접고용청구권을 포함한 파견근로자의 제 권리를 어떻게 취급해야 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는 바, 적어도 대상판결 사건의 변호를 맡았던 필자가 알기로는 이에 대한 학계 및 실무상의 논의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먼저 파견근로자의 고용청구권 자체가 회생절차 개시 이전에 발생한 것이라면 (즉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 각호의 사유가 회생절차 개시결정일 이전부터 있었다면) 채무자회생법 제118조 제1호에 기해 회생채권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지 여부가 문제된다. 이 사건 원심은 직접고용청구권은 단순히 근로계약관계 형성의 법률효과를 가져올 뿐인 점,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임금지급의무가 공익채권에 해당하는 점 등을 근거로 직접고용청구권이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설시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미 채권양도인인 회생채무자에 대해 채권양수인이 갖는 양도통지 이행청구권(대법원 2016마5082 결정), 골프회원권(대법원 89다카4113 판결)과 같은 계약상 급여청구권(비금전채권)에 대해서도 회생채권의 대상이 된다고 판시한 점, 사용자의 임금지급의무는 고용의무가 이행된 후 그에 터잡아 발생하는 것이므로 임금채권이 공익채권이 될 수 있다는 것은 그보다 선행하는 고용청구권 자체의 성질과는 무관하고, 오히려 이는 직접고용청구권이 회생채무자의 재산감소와 직결되는 권리임을 더욱 명확히 보여줄 뿐인 점 등을 종합하면, 이 부분 원심의 판단은 납득하기 어렵다. 개정 파견법 제6조의2 제2항, 동법 시행령 제2조의2 제1호는 직접고용청구권 자체의 회생절차상 취급에 대하여 입법적으로 해결한 조항이라고 평가된다. 대상판결은 위 파견법 조항이 직접고용의무의 예외규정을 둔 이유는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하여 파탄에 직면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된 사용사업주에 대하여도 일반적인 경우와 동일하게 직접고용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사업의 효율적 회생을 어렵게 하여 결과적으로 사용사업주 소속 근로자뿐만 아니라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정책적 고려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판시하면서, 앞서 살핀 바와 같이 ① 사용사업주의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은 후에는 직접고용청구권이 발생하지 않고, ② 회생절차개시결정 전에 직접고용청구권이 발생한 경우에도 회생절차개시결정으로 인하여 직접고용청구권이 소멸하고 ③ 다만 사용사업주의 회생절차가 종결되면 파견근로자는 그때부터 새로 발생한 직접고용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정리하였다. 요컨대 파견법 제6조의2 제2항은 사용사업주의 회생절차개시결정 이후의 직접고용청구권에 대해서는 권리장애적 항변이 되고, 회생개시 이전에 이미 직접고용청구권이 발생한 경우에도 사용사업주는 위 조항을 근거로 권리소멸 항변을 할 수 있음이 명확해졌다. 파견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영향도 검토해야 나. 회생개시결정 전부터 고용의무 불이행 또는 차별이 반복되어 온 경우 이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법적 성질 한편 고용청구권 자체의 법적 성질과는 별개로, 사용사업주가 회생절차를 개시하기 전부터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해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의 고용의무 또는 동법 제21조의 차별이 계속되어 온 경우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해당한다면 이를 원인으로 한 파견근로자의 손해배상채권은 회생채권 또는 개시후기타채권(채무자회생법 제181조)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파견법이 제정된 1998년 당시만 해도 하청 소속 근로자들은 주로 원청과의 묵시적 근로관계(소위 위장도급)를 주장하면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파견법에 기한 권리주장은 묵시적 근로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 대비한 예비적 주장으로 이해되었다. 그러나 2006년 파견법이 개정되면서 고용 의제가 아닌 고용의무 규정이 도입되자, 이에 착안해 고용의무 불이행 또는 비교대상 정규직 근로자와의 임금 차별(불법행위)을 원인삼아 파견근로기간 동안 차별받은 임금 차액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이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이다. 대법원은 이미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로 하여금 비교대상 근로자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받도록 하고 이러한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없는 경우 파견법 제21조 제1항을 위반하는 위법한 행위로서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6다239024 등 판결) 사용사업주가 파견사업주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결과 파견근로자에 대한 임금지급의무 일부가 이행되지 않은 것이 채무불이행 내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입장에는 다소의 의문이 있다. 파견근로자 입장에서는 계약상 권리가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 외에 달리 침해된 법익이 없는 바, 이같은 경우에도 불법행위와의 경합을 인정한다면 계약법 영역과의 준별이 분명치 않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관한 논의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회생절차개시 전부터 사용사업주의 재산상 청구권(즉 고용의무 또는 차별해소의무)의 불이행이 있기 때문에 파견근로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정기적으로 지급해야 할 관계에 있는 때에는 그 계속으로 회생절차개시 이후에 발생하고 있는 파견근로자의 손해배상채권은 채무자회생법 제118조 제3호에서 말하는 ‘회생절차개시 후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금’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지 문제되는 것이다. (대법원 2004. 11. 12.선고2002다53865 판결 참조) 이 문제에 대해 대상판결(대법원 2021다213477 판결)은, 파견근로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여 온 사용사업주에 대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 관리인은 그 차별적 처우를 해소할 의무를 부담하고, 함으로써 위법행위를 시정할 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채 차별적 처우를 계속하는 것은 ‘새로운 불법행위’가 되며 그 손해는 날마다 발생하는 것이므로, 관리인의 이러한 불법행위로 인한 파견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제179조 제1항 제5호의 ‘그 밖의 행위로 인하여 생긴 청구권’에 해당하므로 공익채권이라는 이유로, 원고 갑의 손해배상채권이 회생채권 내지 개시후기타채권에 해당한다는 피고의 본안전 항변 등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였다. 또한 대상판결(대법원 2021다229601 판결)은, 앞서 본 원고 을, 병의 고용의무가 소멸하거나 발생하지 아니한 이상 피고 주식회사 삼표시멘트는 고용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하였고, 회생채권 내지 개시후기타채권에 해당한다는 피고의 본안전 항변 등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하였다. 파견근로자 손해배상청구권의 근거를 고용의무 불이행(채무불이행)에서 찾든 차별해소의무 위반(불법행위)에서 찾든 간에, 그 요건사실인 근로자파견관계가 사용사업주의 회생절차개시 이전부터 성립해 있었다면 청구권의 주요한 발생원인은 회생절차개시 전에 갖추어져 있다고 보아야 한다. 대상판결은 원고 갑과 주식회사 삼표시멘트 간의 근로자파견관계가 회생절차개시결정 이전에 성립해 그 이후까지 계속되었다고 보았음에도, 회생절차 관리인이 위 원고를 차별 처우한 것이 회생절차 이전의 차별과 별개인 ‘새로운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단한 바, 이 부분 판시에 대해서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채무자회생법 제251조 본문에서 이른바 실권제도를 둔 것은, 절차참여의 기회를 보장하였음에도 절차에 참여하지 아니한 권리자는 보호할 가치가 없다는 점과 뒤늦게 권리를 주장하고 나서는 권리자로 인하여 회생계획의 수행이 불가능하게 된다는 점을 감안한 결과이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 주식회사 삼표시멘트가 회생절차에 돌입한 사정은 하청업체인 A, B 회사 직원이라면 누구나 알았거나 알 수 있었고, 다만 당초에는 묵시적 근로관계 주장에 집중한 나머지 파견법상 권리주장에 소홀하였던 것이므로, 구체적 타당성의 측면에서 보아도 보호받을 필요가 없다. 다. 보론 - 파견법위반(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의 요건 및 소멸시효 백보를 양보하여 사용사업주가 회생절차개시 이전부터 계속된 파견관계에 기해 그 후에도 임금을 차별한 것이 ‘새로운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점만으로는 사용사업주가 당연히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이는 회생절차개시 여부를 불문하고, 사용사업주가 파견법 제21조의 차별금지를 위반한 사안이라면 일반적으로 짚어보아야 할 문제이다. 사용사업주가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 책임을 지려면 파견관계 내지 임금 차별에 대해 사용사업주(또는 관리인)의 귀책사유 내지 고의·과실이 인정되어야 한다. 특히 불법행위를 청구권원으로 삼는다면 고의·과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당연하게도 피해자인 파견근로자에게 있다. 한편 전술한 바와 같이, 불법파견 문제에 대한 파견근로자의 권리주장은 점차 직고용에서 손해배상청구로 그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사용사업주와의 고용관계가 의제된 경우에는 임금채권의 소멸시효(3년) 범위 내에서 임금차액 자체를 청구할 수 있을 뿐이지만, 고용의무 내지 차별금지의무에 터잡아 불법행위로 구성할 경우 민법 제766조 제2항에 따라 불법행위일로부터 10년의 범위 내에서 소급해 임금차액 상당 손해배상을 청구할 여지가 있다. 즉 파견근로자는 동조 제1항의 단기 소멸시효(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도과만 면한다면, 계약상 권리보다 불법행위책임을 추궁하는 편이 더 유리하다고 여기게 된다. (심지어는, 구 파견법에 기해 고용관계가 의제된 파견근로자조차 파견법 제21조, 민법 제750조를 근거로 위 3년 이전에 발생한 임금 차액 상당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한다.) 대상판결(대법원 2021다213477 판결)의 원심에서는, 이 사건 소제기일로부터 역산하여 3년 이전의 기간에 발생한 원고 갑의 손해배상청구권이 민법 제766조 제1항의 단기 소멸시효로 인해 소멸하였는지 여부도 쟁점이 되었다. 원심 및 대상판결은 원고 갑이 위 소제기일로부터 3년 전 당시에 차별적 처우를 당하고 있음을 인식하였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는 취지로 피고 회사의 위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하기는 하였다. 다만 대상판결은 파견법위반의 불법행위에 대해 민법 제766조 제2항의 장기 소멸시효 규정까지 적용된다고 판시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파견근로자가 파견법 제21조, 민법 제750조를 근거로 10년간의 임금차액 상당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단정하여서는 곤란하다. 다른 법률에 특별히 그보다 단기의 소멸시효기간을 정한 경우에는 그 단기의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입찰 담합을 원인으로 한 국가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해서 민법 제766조 제1항의 단기 소멸시효 규정이 적용되지만, 장기 소멸시효는 국가재정법 제96조에 따라 5년으로 적용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4. 결론 및 향후 과제 그간의 불법파견 소송에서는 주로 원청과 하청, 하청근로자 간의 법률관계가 진성 도급관계인지 아니면 근로자파견관계인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되었고, 특히 원청회사 사업장 내에서 원청의 일을 도급주는 형태인 소위 사내하청이 파견관계인지 여부, 컨베이어벨트 바깥의 이른바 간접공정에 속한 경우에도 파견관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자주 문제되었다. 그러나 이는 기본적으로 사실인정의 문제이므로 산업분야 및 사업장마다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을 뿐 아니라, 설령 원청 회사에서 파견으로 볼 만한 기준 내지 요소가 발견된다 하더라도 이를 시정하기 위해 생산라인 내지 인력구조 자체를 하루아침에 개선하기도 어렵다. 결국 사내도급 방식으로 운영되는 중견기업 및 대기업이라면 앞으로도 불법파견에 관한 리스크를 일정 부분 안고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받은 파견근로자가 구체적으로 어떤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지, 그 권리행사의 효과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학계 및 실무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아니하였다. 대상판결은 사용사업주가 회생절차를 개시한 경우 파견법상 권리 역시 변경 내지 소멸할 수 있음을 보여준 최초의 사례로서 의미가 있다. 비단 대상판결의 주식회사 삼표시멘트뿐 아니라, 불법파견이 문제되는 완성차업계 및 조선업계 등에서는 장기간 업황부진 등으로 회생을 면하기 어려운 회사가 언제든 나올 수 있다. 나아가 대상판결은 파견법상 직접고용청구권 및 그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법적 성질에 대해 보다 명확히 판단하였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있다고 사료된다. 다만 파견법 제21조에서 말하는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하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요소를 충족해야 하는지, 특히 회생절차에서 선임된 관리인의 고의·과실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파견법위반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면 이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채권의 장기 소멸시효는 무엇인지 여부는 향후 해명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대상판결을 계기로, 파견법상 권리의 법적 성질 및 그 효과에 대한 논의가 보다 활발히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변재휘 변호사(법무법인 동헌)
소멸시효
임금채권
임금차별
불법파견
변재휘 변호사(법무법인 동헌)
2023-08-13
행정사건
[한국행정법학회 행정판례평석] ① 행정쟁송에서 집행정지의 종기를 둘러싼 법적 쟁점
한국행정법학회가 법률신문 독자들을 위해 주요 행정사건 판례를 분석한 행정판례평석을 연재합니다. 김용섭 회장을 시작으로 학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학계·실무계 전문가들이 필자로 참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I. 사실관계 1. 원고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서 정한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을 영위하는 주식회사이다. 피고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인 군수이다. 피고는 2015. 6. 8. 원고에 대하여 각 화물자동차를 불법증차하였다는 이유로 구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2021. 7. 27. 법률 제1835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60일(2015. 7. 13.부터 2015. 9. 10.까지)의 운행정지 처분을 하고, 각 화물자동차를 불법증차하고도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유가보조금을 지급받았다는 이유로 같은 법률 제44조의2 제1항 제5호에 따라 6개월(2015. 7. 13.부터 2016. 1. 13.까지)의 유가보조금 지급정지 처분을 하였다. 2.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관할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하였다. 행정심판위원회는 2015. 7. 13. 위 각 처분의 집행을 행정심판 청구 사건의 재결이 있을 때까지 정지하는 내용의 이 사건 집행정지결정을 하였다가 2015. 8. 31. 유가보조금 지급정지 처분의 취소 청구는 기각하고, 위 운행정지 기간은 30일로 감경하는 이 사건 재결을 하였다(이하 위 유가보조금 지급정지 처분과 위와 같이 감경되고 남은 운행정지 처분을 합하여 ‘선행처분’이라 한다). 원고는 선행처분에 대하여 법원에 별도로 취소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 3. 피고는 2015. 9. 22. 선행처분의 집행을 피고와 A주식회사 사이의 이와 유사한 사건의 관할 행정법원 2015구합1245 판결 시까지 유예한다는 내용의 이 사건 유예 통지서를 작성하여 원고에게 발송하였다. 관할 행정법원은 2016. 1. 13. 위 사건에 관하여 판결을 선고하였다. 피고는 2020. 3. 5. 원고에게 선행처분과 동일한 사유로 각 화물자동차에 관하여 30일(2020. 3. 6.부터 2020. 4. 4.까지)의 운행정지, 6개월의 유가보조금 지급정지를 하겠다고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통보’라 한다). Ⅱ. 대법원 판결 요지 1. 행정소송법 제23조에 따른 집행정지결정의 효력은 결정 주문에서 정한 종기까지 존속하고, 그 종기가 도래하면 당연히 소멸한다. 따라서 효력기간이 정해져 있는 제재적 행정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에서 법원이 본안소송의 판결 선고 시까지 집행정지결정을 하면, 처분에서 정해 둔 효력기간(집행정지결정 당시 이미 일부 집행되었다면 그 나머지 기간)은 판결 선고 시까지 진행하지 않다가 판결이 선고되면 그때 집행정지결정의 효력이 소멸함과 동시에 처분의 효력이 당연히 부활하여 처분에서 정한 효력기간이 다시 진행한다. 이는 처분에서 효력기간의 시기(始期)와 종기(終期)를 정해 두었는데, 그 시기와 종기가 집행정지기간 중에 모두 경과한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법리는 행정심판위원회가 행정심판법 제30조에 따라 집행정지결정을 한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행정심판위원회가 행정심판 청구 사건의 재결이 있을 때까지 처분의 집행을 정지한다고 결정한 경우에는, 재결서 정본이 청구인에게 송달된 때 재결의 효력이 발생하므로(행정심판법 제48조 제2항, 제1항 참조) 그때 집행정지결정의 효력이 소멸함과 동시에 처분의 효력이 부활한다. 2. 효력기간이 정해져 있는 제재적 행정처분의 효력이 발생한 이후에도 행정청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대방에 대한 별도의 처분으로써 효력기간의 시기와 종기를 다시 정할 수 있다. 이는 당초의 제재적 행정처분이 유효함을 전제로 그 구체적인 집행시기만을 변경하는 후속 변경처분이다. 이러한 후속 변경처분도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의사표시에 관한 일반법리에 따라 상대방에게 고지되어야 효력이 발생한다. 위와 같은 후속 변경처분서에 효력기간의 시기와 종기를 다시 특정하는 대신 당초 제재적 행정처분의 집행을 특정 소송사건의 판결 시까지 유예한다고 기재되어 있다면, 처분의 효력기간은 원칙적으로 그 사건의 판결 선고 시까지 진행이 정지되었다가 판결이 선고되면 다시 진행된다. 다만 이러한 후속 변경처분 권한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초의 제재적 행정처분의 효력이 유지되는 동안에만 인정된다. 당초의 제재적 행정처분에서 정한 효력기간이 경과하면 그로써 처분의 집행은 종료되어 처분의 효력이 소멸하는 것이므로(행정소송법 제12조 후문 참조), 그 후 동일한 사유로 다시 제재적 행정처분을 하는 것은 위법한 이중처분에 해당한다. Ⅲ. 이 사건 판결에 대한 평석 1. 집행부정지 원칙과 집행정지제도 행정심판법 제30조와 행정소송법 제23조는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집행이 정지되지 않는다는 집행부정지 원칙을 표방하고 있다. 우리는 일본이나 프랑스처럼 집행부정지 원칙을 채택하고 있는 반면 독일은 집행정지 원칙을 채택하고 있다. 어느 제도를 채택할 것인지는 각국의 실정에 따른 입법정책의 문제이다. 행정소송에서의 집행부정지 원칙은 남소를 억제하여 행정의 원활한 집행과 행정목적 달성을 위한 현 상태(status quo)의 존속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행정쟁송을 통하여 제재적 행정처분을 다투려고 하는 당사자는 그 제재적 처분기간이 경과하면 일반적으로 본안에서 소각하 판결을 받을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당사자는 가구제의 일종인 집행정지제도를 활용하여 본안판결의 실효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2. 실무관행과 대상 판결의 문제점 현행 행정심판법이나 행정소송법에서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에 관해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행정법원의 일반적 실무 관행은 “본안판결 선고시까지”로 하고 있다. 법원은 개별적인 사건을 고려하여 “본안판결 확정시까지” 또는 “본안판결 선고일부터 1월까지” 등으로 신축적으로 재량에 따라 집행정지결정을 내리고 있다. 한편, 행정심판위원회의 경우에는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를 재결이 있을 때까지로 하는 것이 실무관행이고, 재결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에 관한 실무관행과 판례의 법리에 따르면 당사자가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경우 본안에서 승소하였음에도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인 판결선고일에 집행정지결정의 효력이 소멸함과 동시에 처분의 효력이 당연히 부활하여 처분에서 정한 효력기간이 다시 진행하게 된다. 따라서 법원에서 직권으로 집행정지 결정을 하지 않으면 판결선고일에 영업정지처분의 효력이 되살아나 그 다음 날부터 바로 영업을 중단하여야 하는 문제가 있다. 또한 본안에서 패소한 경우 당사자는 영업중단에 대비하는 조치를 곧바로 준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판결선고시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 도래로 곧바로 종전 처분의 효력이 되살아나기 때문에 대부분의 일선 처분청은 별도의 의사표시로 처분의 시기와 종기를 다시 정하고 심지어 집행정지의 효과를 지니는 처분까지 행하는 실정이다. 대상판결은 이와 같은 편법을 정당화해주고 있다. 기본적으로 대상판결은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가 판결선고일인 경우 처분에서 정해 둔 효력기간은 판결 선고일까지 진행하지 않다가 선고일 다음 날부터 다시 진행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같은 법리는 행정심판위원회가 행정심판법 제30조에 따라 집행정지결정을 한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고 있다. 다만, 대상판결은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를 재결시로 한 경우 그 시점은 재결을 한 날이 아니라 재결서 정본이 청구인에게 송달된 때로 보고 있다.(행정심판법 제48조 제2항, 제1항 참조) 그러나 이러한 행정심판법의 법문을 확장하는 대법원의 해석은 당사자의 권익을 고려하는 측면이 있지만, 재결서의 정본이 청구인에게 송달된 시점을 행정청이 정확히 알기 어려워 처분 효력의 재개 시점이 불명확하여 행정처분의 원활한 집행을 통한 공익실현에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 3.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에 관한 입법방향 가. 입법론과 비판 : 학계 일각에서 법원의 실무관행인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를 ‘판결선고시까지’로 하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판결확정시까지’로 행정소송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목할 만한 입장이 개진된 바 있다. (류광해, “행정처분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에 대한 검토”, 인권과 정의 통권 제446호, 2014. 65-77면, 제20대 국회 오제세의원 대표발의 행정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 참고). 그런데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를 판결확정시까지로 법제화할 경우에는 법원이 집행정지제도를 보다 신중하고 엄격하게 운영하게 되어 당사자인 국민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를 판결확정시로 정하는 경우 승소한 원고를 보호하는데 효과적일 수 있으나, 승패가 명확하지 않은 사건에 있어서 1심법원이 항소심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권한을 선취하는 결과가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행정소송법에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를 판결확정시 까지로 명문화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나. 결론 및 대안 : 따라서 행정소송의 경우 판결선고 후 30일까지로, 행정심판의 경우 재결 후 30일까지로 각각 실무관행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적 검토사항이다.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에 관하여 법제화하려면 국민의 권익구제와 원활한 행정목적 실현의 조화 측면에서 행정소송의 경우 판결선고 후 30일까지로, 행정심판의 경우 재결 후 30일까지로 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바람직하다. 김용섭 교수 (전북대 로스쿨)
집행정지
행정소송
김용섭 교수 (전북대 로스쿨)
2023-02-16
형사일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절도)죄에 대한 누범가중
Ⅰ. 사실관계 피고인은 1996년 3월 28일 절도죄 등으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2008년 6월 27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가법’)위반(절도)죄 등으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2011년 10월 28일 특가법위반(절도)죄 등으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아 2018년 8월 14일 그 형의 집행을 종료하였다. 피고인은 2019년 5월 16일 00:30경 한 마트 야외 천막행사장에서, 피해자 A, B가 영업을 마치고 퇴근하여 관리가 소홀한 틈을 이용하여 행사장 천막을 젖히고 안으로 침입하여 그곳에 있는 A, B 소유의 물건들을 절취하였으며, 그 해 5월 18일에는 피해자 C의 집에 이르러 재물을 절취할 생각으로 시정되지 않은 현관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가 C의 주거에 침입하여 방 안에 보관 중인 C 소유의 현금 1200만 원을 절취하였고, 그때부터 그 해 6월 17일까지 사이에 위와 같은 방법으로 9회에 걸쳐 타인의 재물을 절취하거나, 절취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Ⅱ. 소송의 경과 1. 제1심과 제2심 제1심(의정부지방법원 2019. 8. 29. 선고 2019고단2688 판결)에서는 피고인의 행위에 대하여 특가법 제5조의4 제5항 제1호를 적용하여 법정형 '2년 이상 20년 이하의 징역'에 대하여 누범(형법 제35조)가중('징역 2년 이상 40년 이하')과 경합범(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가중('징역 2년 이상 60년 이하')을 한 후 형법 제42조 단서에 따라 처단형을 '징역 2년 이상 50년 이하'로 산정하였고, 양형기준의 유형-영역에 입각하여 권고형의 범위를 '징역 2년 이상 7년 4월 이하'로 정한 후, 선고형을 '징역 2년'으로 선택하였다. 공소제기된 죄명이 ‘상습절도죄’가 아니어서 제6항이 아닌 제5항이 적용법조가 되었다. 제2심(의정부지방법원 2019. 11. 28. 선고 2019노2555 판결)에서는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다툼은 없고 징역 2년을 선고한 것도 마찬가지이나, 다음과 같은 이유에 토대하여 법리오해의 위법을 인정하여 제1심 판결을 파기하였다. "특가법 제5조의4 제5항은 (형법 제8조 단서에서 규정한) '타 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누범가중에 관한 특별한 규정'이라고 보아야 한다. 또한 2016년 현행법으로 개정되기 전의 특가법 제5조의4 제5항에는 '가중처벌한다'는 문언이 없었던 점과 동조항 각호의 법정형은 이미 누범으로 가중처벌할 것을 예정하여 정해진 것인 점 등을 보태어 보면, 동조항위반죄에 대하여 형법 제35조의 누범규정을 또다시 적용하는 것은 동일한 사유로 법정형을 반복하여 가중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어서 부당하다. 동조항 제1호 위반죄에 대하여는 형법 제35조 소정의 누범가중을 하지 않아야 한다." 2. 대법원판결 "특가법 제5조의4 제5항 제1호는 입법취지가 반복적으로 범행을 저지르는 절도사범에 관한 법정형을 강화하기 위한 데 있고, 조문의 체계가 일정한 구성요건을 규정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적용요건이나 효과도 형법 제35조와 달리 규정되어 있다. 그 규정의 이러한 입법취지, 형식 및 형법 제35조와의 차이점 등에 비추어 보면, 그 규정은 형법 제35조(누범) 규정과는 별개로 '형법 제329조부터 제331조까지의 죄(미수범 포함)를 범하여 세 번 이상 징역형을 받은 사람이 그 누범기간 중에 다시 해당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 형법보다 무거운 법정형으로 처벌한다'는 내용의 새로운 구성요건을 창설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따라서 그 규정에 정한 형에 다시 형법 제35조의 누범가중한 형기범위 내에서 처단형을 정하여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이 사건 법률규정이 누범가중에 관한 특별규정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특가법위반(절도) 부분에 대하여 형법 제35조의 누범가중을 하지 않았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파기환송판결)." Ⅲ. 사안의 분석 피고인과 검사는 제1심 판결에 대하여 항소하면서 각각 '양형과중'과 '1. 몰수에 관한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2. 양형과경'만을 항소이유로 들었고, 본고의 논점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으며, 제2심에서는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이유에 관하여는 따로 언급함이 없이 직권으로 본고의 논점에 관하여 설시하고 있다. 제2심에서는 처단형이 '징역 2년 이상 30년 이하'로 되고 그에 대해 양형기준상 권고형의 범위 안에서 법원은 파기자판을 통하여 선고형으로 '징역 2년'을 선택한 것 같다. 제1심과 제2심은 모두 처단형-권고형의 하한을 선고형으로 선택한 점에 있어서는 동일하지만 그 법리상 근거는 다르다. 특가법 동조항의 '가중처벌한다'는 문구는 형법 제35조 제2항의 '가중한다'와 같은 의미이고, 동조항 각호의 법정형은 이미 누범가중을 행한 형량이므로 중복하여 가중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제2심의 취지이다. 대법원은 동조항의 법적 성격에 관하여 제2심과 달리 이해하는 논거로 ① 입법취지, ② 조문의 체계, ③ 적용요건이나 효과에 있어서 형법 제35조와의 차이를 들고 있다. ①은 특가법 제1조(목적)에 토대한 본래의 동법 제정취지를 가리키며, ②와 ③은 동법 동조항 본문의 전단(前段)인 '형법 제329조부터…다시 이들 죄를 범하여' 부분의 의미에 관한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 논거이다. 즉 대법원은 전단 요건을 갖춘 사람에 대하여 각호에서 법정형을 구분 규정한 것으로 보고, 그런 사람으로서 누범 요건까지 충족시킨 경우에는 각호의 법정형에 대하여 다시 누범가중을 하여야 한다고 해석하고 있다(창설규정설). 그에 대하여 제2심에서는 일반법규정인 형법상 누범 요건을 갖춘 사람이 그에 더하여 전단 요건까지 갖춘 경우에 관하여 각호에서 법정형을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특별규정설). 이러한 견해의 대립은 동조항 문언을 이해하는 관점의 차이에 기인하는 것으로서 해석론에 입각해서는 시비를 가리기 어렵다. Ⅳ. 죄형균형과 명확성의 요청 1. 돌이켜보면, 2016년 개정 전에는 본법 제5조의4 제1항부터 제4항까지 상습-공동범죄를 규정하고, 제5항에서는 현행법과 같은 형태의 본문 규정을 두면서 '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형과 같은 형에 처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었던 까닭에 절도죄로 제5항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제1항의 상습절도죄의 형인 '무기 또는 3년 이상(3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였다. 그랬던 것을 2016년 동조항 제1호에서 '2년 이상 20년 이하'로 개정하였다. 현행법은 개정 전 법의 지나친 중형규정을 책임주의 원칙에 입각하여 형벌을 적정하게 조정한 것이다. 오히려 동조항에 명문상 ‘누범’ 문구가 없었다면 창설규정설에 따른 해석이 가능하였을 것이다, 특가법 동조 제6항에서는 '3년 이내에'로 명시하고 있고 제5항에서는 '누범으로'로 규정되어 있는 현재의 입법하에서 제6항 구성요건의 성격에 관하여 대법원은 창설규정설(독립구성요건설)을 택하고 있으며(대판 2006. 4. 28, 2006도1296), 그 제2심(부산지판 2006. 2. 3, 2005노3952)에서는 특별규정설(특별법규정설)을 택하고 있다. 2005년 8월 4일 '사회보호법폐지법률'이 공포-시행되면서 그 날짜로 특가법 동조 제6항이 신설되어 시행되었고, 동조 제1항부터 제5항은 1980년 12월 18일 입법시부터 유지되어 온 규정들이다. 규정 신설시(2005. 8. 4.)부터 지금까지 ‘누범’ 문구가 없는 제6항에 관한 대법원 판지가 누범 문구가 명시되어 있는 제5항에 관해서도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특가법 동조 제1항에 관하여는 2015년 2월 26일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2014헌가16 등)이 있었고 동조 제6항에 관하여는 2015년 11월 26일 위헌결정(2013헌바343)이 있어서 국회는 2016년 1월 6일 두 위헌결정을 수용하고 동조 제3항과 제4항을 제5항 제2호와 제3호로 옮겨 동조 전체를 현행 법문으로 개정하면서 전체적으로 법정형을 조정하였다. 책임주의와 죄형균형의 원칙에 비추어 종전 법정형은 과중하다는 점이 반성적으로 고려된 것이다. 국회의 개정이유를 고려한 새로운 해석이 요구된다. 2. 본법 제5조 제5항의 문언은 관점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는 불명확한 규정이다. 동조항은 '…로 세 번 이상 징역형을 받은 사람이 그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된 후 3년 내에 다시 동죄를 범한 경우에는 다음 각호의 형으로 처벌한다'로 개정하여 그 적용요건을 구체화함으로써 규정의 명확성을 기하고 각호의 중한 형이 적용되는 범위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본건에 있어서 만일 피고인이 누범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면 본법이 아닌 형법상 절도죄가 적용되어야 하나, 피고인의 2019년 범죄사실은 누범 요건을 갖추고 있으므로 동조항 제1호의 형이 처단형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정영일 명예교수(경희대 로스쿨)
특가법제5조의4
누범가중
절도죄
정영일 명예교수(경희대 로스쿨)
2022-09-22
공정거래
행정사건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의 부당성 요건
[사건의 경과] 1. 사안의 개요 원고들은 공정거래법에 따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된 기업집단 H에 속하는 회사들이다. 원고2와 원고3은 모두 기업집단 H의 특수관계인이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38조 제2항으로 정하는 비율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계열회사다. 피고 공정거래위원회는 2017년 1월 10일 원고들에 대하여 ①원고1이 국제선 기내면세품 인터넷 사전예약 주문접수 및 결제 사이트인 '싸이버스카이숍'의 인터넷 광고수입 전액을 원고2에게 귀속시킨 행위, ②원고1이 원고2에 대하여 제동목장상품, 제주워터에 대한 통신판매수수료를 면제해준 행위, ③원고1이 원고2로부터 판촉물을 구매하여 오면서 두 차례에 걸쳐 판촉물 구입가격을 인상해줌으로써 원고2의 마진율을 기존 4.3% 수준에서 2013년 5월 9.7%, 2013년 9월 12.3% 수준으로 높여 준 행위, ④원고1이 원고3과 체결한 대한항공 국내선 콜센터 등 업무대행 도급계약에 따라 콜센터 관련 시스템사용료와 유지보수비를 지급하면서 SK브로드밴드가 무상으로 제공한 시스템 장비에 대해서도 비용을 지급한 행위가 정상적인 거래에서 적용되거나 적용될 것으로 판단되는 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로서 공정거래법 제23조의2(2020. 12. 29. 법률 제17799호로 전부 개정된 법 제47조, 이하 전부 개정 전 조문에 따라 표기한다) 제1항 제1호 및 제3항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을 하였다. 2. 원심의 판단과 피고의 상고이유 원심은,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 제1호에서 금지하는 ‘정상적인 거래에서 적용되거나 적용될 것으로 판단되는 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에 해당하려면, ①행위 요건(‘정상적인 거래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과 ② 부당성 요건(‘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킬 것’)이 각각 별도로 충족되어야 하는데, 이 사건 각 행위는 위 요건이 충족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들 전부 승소로 판단하였다. 이에 피고는,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에 별도의 ‘부당성’요건에 관한 규범적 평가가 필요 없고, ‘행위주체’, ‘행위객체’, ‘행위요건’이 모두 충족되면 일응 ‘부당한 이익의 귀속’에 해당하며, 다만, 같은 조 제2항, 시행령 제38조 제3항 [별표 1의3]에 규정된 정당화 사유를 원고가 입증하면 부당성이 부정된다고 주장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공정거래법 제23조의2의 규정 내용, 입법 경위 및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하면,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 제1호에서 금지하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에 해당하려면, 제1호의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는 별도로 그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된 이익이 ‘부당’한지에 대한 규범적 평가가 아울러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부당성'이란, 이익제공행위를 통하여 그 행위객체가 속한 시장에서 경쟁이 제한되거나 경제력이 집중되는 등으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을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고, 행위주체와 행위객체 및 특수관계인의 관계, 행위의 목적과 의도, 행위의 경위와 그 당시 행위객체가 처한 경제적 상황, 거래의 규모,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되는 이익의 규모, 이익제공행위의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변칙적인 부의 이전 등을 통하여 대기업집단의 특수관계인을 중심으로 경제력 집중이 유지·심화될 우려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된이익이 '부당'하다는 점은 시정명령 등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피고가 증명하여야 한다. [판결요지] 대상판결은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 각호에서 금지하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행위에 해당하려면, 각호의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는 별도로 그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된 이익이 ‘부당’한지에 대한 규범적 평가가 아울러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여 부당성이 별도의 요건임을 분명히 하였다. 이는 해당조항의 문언체계나 입법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정당한 판단이다. [평석요지] 여기에서 말하는 ‘부당성’이란, 행위 주체와 행위 객체 및 특수관계인의 관계, 행위의 목적과 의도, 행위의 경위와 그 당시 행위 객체가 처한 경제적 상황, 거래의 규모,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되는 이익의 규모, 이익제공행위의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변칙적인 부의 이전 등을 통하여 대기업집단의 특수관계인을 중심으로 경제력 집중이 유지·심화 될 우려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평석] 1. 부당성 요건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은 '일정 규모 이상의 자산총액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는 특수관계인이나 특수관계인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계열회사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 경우 각 호에 해당하는 행위의 유형 또는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하면서, '1. 정상적인 거래에서 적용되거나 적용될 것으로 판단되는 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 2. 회사가 직접 또는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회사를 통하여 수행할 경우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행위, 3. 특수관계인과 현금, 그 밖의 금융상품을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 4. 사업능력, 재무상태, 신용도, 기술력, 품질, 가격 또는 거래조건 등에 대한 합리적인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없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하는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즉,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 각호에서 정한 행위의 결과 특수관계인에게 이익이 귀속되어야 하고, 그것이 부당하여야 한다. 여기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귀속되는 이익의 부당성인데, ‘부당성’이 독자적 요건으로서의 지위를 가지는지, 가진다면 그 의미와 판단기준은 무엇인지 문제된다. 2. 공정거래법 제23조의2의 신설 경위 종래 부당지원행위를 금지하는 구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7호는, 사업자가 아닌 특수관계인 개인을 지원하는 경우 공정거래저해성을 입증하기 곤란하여, 총수 일가의 부당한 사익편취행위까지 규제하기는 곤란한 한계가 있었다. 대법원은 2001두6364 판결에서 "제3장에서 대규모기업집단의 일반집중을 규제하면서도 부당지원행위는 제5장의 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의 한 유형으로서 따로 다루고 있으며, 변칙적인 부의 세대간 이전 등을 통한 소유집중의 직접적인 규제는 법의 목적이 아니"고, "원고의 이 사건 행위로 인하여 부의 세대간 이전이 가능해지고 특수관계인들을 중심으로 경제력이 집중될 기반이나 여건이 조성될 여지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3년 8월 13일 법률 제12095호로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면서 공정거래법 제23조의2를 신설하였다. 공정거래법 제23조의2는 공정한 거래를 저해하는지 여부가 아닌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3. 별도의 요건으로서 부당성 당초 개정법률안 발의시에는 해당 조항을 '정당한 이유 없이 특수관계인에게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경제상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로 규정했었다. 그런데 국회 논의 과정에서 위 조항이 내부거래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고, 총수일가에게 부당하게 귀속된 이익만을 규제하기 위한 것이며, 그러한 사항에 대한 증명책임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있다는 점 등을 나타내기 위해서, '부당한 이익'이라는 표현으로 수정되었다. 또한 제23조의2 제1항 각호에 해당하면 부당성이 당연히 인정된다는 견해에 의하면 각호의 행위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 제23조 제1항 제7호와 제23조의2에 모두 해당한다는 결론에 이르러 이를 구별하여 신설한 입법취지에 반하는바, 입법취지를 살리려면, 제23조 제1항 제7호는 ‘공정거래저해성’을 기준으로, 제23조의2는 ‘경제력 집중’을 기준으로 각각 위법성 판단을 하도록 함이 합리적이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입법경위, 입법취지, 규정내용 등을 고려하여 부당성을 별도의 요건으로 판단하였다. 4. 공정거래법 제23조의2의 부당성의 의미 및 판단기준 부당성을 별개의 요건으로 보는 경우에 그 의미는, 공정거래법의 목적이 경제력집중 억제에 있는 점, 공정거래법 제23조의2의 입법경위 및 입법취지가 변칙적인 부의 세대간 이전 등을 통하여 소유집중의 우려가 있더라도 사실상 공정거래저해성을 입증하는 것이 곤란하여 규제가 어려웠던 점에 대한 반성적 고려로 신설된 점 등을 참고하여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은 “부당성이란, 이익제공행위를 통하여 그 행위객체가 속한 시장에서 경쟁이 제한되거나 경제력이 집중되는 등으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을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고, 행위주체와 행위객체 및 특수관계인의 관계, 행위의 목적과 의도, 행위의 경위와 그 당시 행위객체가 처한 경제적 상황, 거래의 규모,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되는 이익의 규모, 이익제공행위의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변칙적인 부의 이전 등을 통하여 대기업집단의 특수관계인을 중심으로 경제력 집중이 유지·심화될 우려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여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하였다. 5.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 각호에서 금지하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행위에 해당하려면, 각호의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는 별도로 그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된 이익이 ‘부당’한지에 대한 규범적 평가가 아울러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여 부당성이 별도의 요건임을 분명히 하였다. 이는 해당조항의 문언체계나 입법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정당한 판단이다. 또한 대상판결은 앞서 본 바와 같이 부당성의 의미와 중요한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대상판결에서 제시한 개개의 판단 기준들이 실제 사안에 어떻게 포섭, 적용 될지는 공정거래위원회와 법원에서 관련 사례가 축적되면서 구체화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인석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공정거래법제23조의2
특수관계인
부당한이익
이인석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2022-07-14
헌법사건
개성공단 투자기업, 개성공단 전면중단조치 심판청구
1. 들어가며 헌법재판소는 2022년 1월 27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대통령의 개성공단 운영 전면중단 결정과 통일부장관의 개성공단 철수계획 마련, 관련 기업인들에 대한 통보, 개성공단 전면중단 성명 발표 및 집행 등 일련의 행위로 이루어진 개성공단 운영 전면중단 조치에 대한 개성공단 투자기업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결정(2016헌마364 개성공단 전면중단조치 위헌확인)을 하였다. 2. 사건개요 2016년 1월 6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단행하고 같은 해 2월 7일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자, 대통령은 2016년 2월 8일 피청구인 통일부장관에게 개성공단 철수 대책 마련을 지시하고, 2016년 2월 10일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의 협의를 거쳐 개성공단의 운영을 즉시 전면중단하기로 결정하였다. 통일부장관은 개성공단에서의 철수를 위한 세부계획을 마련하고, 2016년 2월 10일 14:00 개최된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단 소속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정부의 개성공단 운영 중단 결정과 배경 등을 설명하면서, 그 세부조치로서 ① 2016년 2월 11일부터 개성공단 내 공장 가동, 영업소 운영 전면중단, ② 2016년 2월 11일부터 사흘간 개성공단 출입 최소화 및 현지 체류 남한 주민 전원 복귀를 각각 지시하였고, ③ 이후 개성공단 방문승인을 불허할 방침임을 통보하였다. 그리고 2016년 2월 10일 17:00 개성공단 전면중단 성명을 발표하였다. 북한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2016월 2월 11일 17:00경 개성공단 내 남한 주민 전원 추방 및 자산 전면동결조치를 발표하였으며, 당시 개성공단에 남아 있던 우리 기업인, 근로자 등 인원 280여 명은 같은 날 23:00경까지 전원 남한으로 복귀하였고, 이후 개성공단에서의 공장가동 등 협력사업은 모두 중단되었다. 3. 결정의 요지 이 사건 중단조치는 헌법과 법률에 근거한 조치로 판단하면서 그 근거로 남북교류협력법 제18조(조정명령) 제1항 제2호, 제9조 제1항(남북한 방문), 국가의 기본권 보호 의무에 관한 헌법 제10조, 대통령의 권한에 관한 헌법 제66조, 정부조직법 제11조, 개성공업지구지원법 제15조의3(신변안전정보의 통지)등이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하였다. 또한 적법절차원칙, 신뢰보호원칙에 위반된다는 주장은 배척하였다. 4. 평석 (1) 이 사건 중단조치는 긴급재정경제처분으로 보아야 함 헌법 제76조 제1항은 긴급재정경제처분권을 두고 있는바, 긴급재정경제처분은 상위의 근거법률이 없어서 일반적인 행정처분으로 대처할 수 없는 경우이거나 국회의 의결을 거쳐 집행해야 할 재정적인 조치를 국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긴급하게 조치하여야 할 경우에 발하는 긴급행정처분이다. 긴급재정경제처분을 발하려면 실질적 요건으로 중대성, 필요성, 긴급성, 보충성이 있어야 한다. 절차적 요건으로는 국무회의 심의, 국무총리와 관계국무위원이 부서한 문서, 지체없이 국회 보고하여 승인을 얻을 것, 지체없는 공포 등이 있다. 이에 대하여는 사전(국무회의 심의)과 사후(국회, 헌법재판소, 법원) 통제가 가능하다. 이 사건 중단조치는 남북교류협력법이나 개성공업지구지원법이 예정하지 않은 전면중단조치이므로, 긴급재정경제처분의 형식으로 행해지는 것이 법리에 맞는 것으로 보인다. 긴급재정경제처분이 아니라고 본 헌법재판소의 논리는 수긍하기 어렵다. 한편 남북교류협력법 제18조는 "통일부장관은…협력사업을 하는 자에게 협력사업의 내용·조건 또는 승인의 유효기간 등에 관하여 필요한 조정을 명할 수 있다."고 하고, 시행령 제30조는 "조정을 명할 때에는 서면으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당시의 상황이 조정명령 발령사유인 "국제평화 및 안전유지를 위한 국제적 합의에 이바지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는 있지만 이 사건 중단조치가 조정명령이라고 본 판단과 조정명령이라 할 경우에 그 명령을 발령할 때 취해야 할 절차를 준수하였는지 여부에 대한 헌재의 판단은 동의할 수 없다. 통상의 행정처분은 상대방에게 불이익을 주는 처분일 경우에 청문절차를 거치게 되며, 행정처분이 행해진 경우에도 상대방이 법원에 그 취소를 청구하거나 집행정지신청을 할 기회가 부여된다. 그런데 이 사건 중단조치는 행정절차법상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처분 후 불복절차를 허용하지 아니하였다는 점에서 통상의 행정처분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문서로 된 처분서도 없었다. 또한 법률 문언을 보더라도 이 사건 중단조치를 조정명령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조정명령은 승인을 받은 개별 협력사업에 대해, 그 내용, 조건, 유효기간 등 세부사항에 관하여, 필요한 '조정'을 '명령'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조치는 공장가동을 즉시 전면중단하는 것으로서 동법이 예정한 '조정명령'과는 성격을 달리한다. 결국 이 사건 조치는 조정명령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다른 법률에도 근거가 없는 바, 이건 처분은 긴급재정경제처분이라 할 것이다. (2) 정상화 합의서는 신뢰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표명으로 볼 수 있음 2013년 8월 14일 채택된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합의서' 에는 "남과 북은 통행제한 및 근로자 철수 등에 의한 개성공단 중단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남측 인원의 안정적 통행, 북측 근로자의 정상 출근, 기업재산의 보호 등 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행정청의 행위에 대하여 신뢰보호원칙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행정청이 개인에 대하여 신뢰의 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표명을 하여야 한다. 신뢰보호원칙은 행정처분이 적법한 경우에도 그 사건에서 예외를 인정하기 위한 주장이다. 이때 공적인 견해표명은 법률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신뢰보호원칙은 청구인의 마지막 주장이다.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정상화합의서가 국회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근거로 '신뢰의 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표명'으로 보지 않았다. 그런데 이때의 공적인 견해표명은 반드시 국회동의를 거친 법적 구속력 있는 의견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며, 남북관계에서 남북한 당국의 합의가 가장 강력한 공적인 견해표명인데 이를 존중하지 않은 채 사적 위험부담의 영역이라고 내쳐버린다면 국가의 역할은 도대체 무엇인지, 개성공단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개성공업지구지원법까지 제정한 남한 정부의 의도는 또 무엇인지 의문스럽다. 위 정상화합의서에 이른 경위를 보면, 어떤 도발이 있더라도 그로 인하여 공단운영의 일시적 부분적 제한을 넘어 이 사건과 같이 전면적 중단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렵다. 개성공단을 설립하여 운영하기 위하여 남북한이 각자 법률을 제정하였고, 남한은 기반시설 조성을 위하여 재정을 투입하였던 사정을 종합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런 제반사정을 살펴보면 현지기업의 개성공단진출은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신뢰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볼 것이다. 또한 남북한 정부 당국이 합의한 합의서의 내용을 신뢰할 수 없다는 판단이라면 도대체 남북경협에서 신뢰할 수 있는 견해표명은 무엇일지 상상하기 어렵다. 헌법재판소의 이 판단은 장래 남북경협 재개시 투자유치에도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향후 남북경협재개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신뢰를 쌓아나가야 할지 난감한 상황에 당면하였다. 5. 나가며 헌법재판소는 북한과 관련된 정부 조치는 목적의 정당성이 있으면 절차적인 부분은 행정청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러한 의견은 기왕에 헌법재판소가 선례로 구축한 적법절차 준수 원칙에서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전원일치로 결론이 났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헌법재판관의 구성이 획기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장래에도 유사한 판단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향후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경협 재추진 과정에서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입법적 조치로 사업중단 및 보상에 대한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위기상황 발생에 대해 단계별로 통지하고 대응조치 수준을 달리하는 등의 세분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남북경협의 역사를 살펴볼 때 기본법인 남북교류협력법은 개별적인 협력사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특정지역이나 경제특구 단위를 전체적으로 중단하는 포괄적인 조치에 대한 제도나 법률 규정은 미비하다. 개성공단 중단, 금강산 관광 중단, 5·24조치 등 개별기업이나 특정 사건의 범위를 넘어서는 포괄적인 조치가 다수 행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이런 조치를 할 요건과 효과를 명확히 법률로 규정할 필요성을 절감한다. 현행법에는 특정 공단이나 특정 지역에 대한 사업을 전면 중단하는 조치의 법률상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중단조치시의 투자자 보호조치도 미흡하다. 나아가 중단된 사업의 재개조치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다. 이 사건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법률로 중단조치의 요건과 절차, 보상규정, 재개절차 등을 명확히 규정하는 방안을 논의하자. 권은민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개성공단
박근혜
권은민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2022-04-04
국가배상
부동산·건축
공기연장 간접비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한 비판적 고찰
I. 대상 판결 국가계약법상 장기계속공사계약에서 총공사기간이 연장된 경우, 공사기간이 변경된 것으로 보아 계약금액 조정을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 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4다235189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부정하였다. "장기계속공사계약에서 이른바 총괄계약은 전체적인 사업의 규모나 공사금액, 공사기간 등에 관하여 잠정적으로 활용하는 기준으로서 구체적으로는 계약상대방이 각 연차별 계약을 체결할 지위에 있다는 점과 계약의 전체 규모는 총괄계약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 관한 합의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총괄계약의 효력은 계약상대방의 결정(연차별 계약마다 경쟁입찰 등 계약상대방 결정 절차를 다시 밟을 필요가 없다), 계약이행의사의 확정(정당한 사유 없이 연차별 계약의 체결을 거절할 수 없고, 총공사내역에 포함된 것을 별도로 분리발주할 수 없다), 계약단가(연차별 계약금액을 정할 때 총공사의 계약단가에 의해 결정한다) 등에만 미칠 뿐이고, 계약상대방이 이행할 급부의 구체적인 내용, 계약상대방에게 지급할 공사대금의 범위, 계약의 이행기간 등은 모두 연차별 계약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확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에 대해 4인의 대법관이 반대의견을 개진하였다. Ⅱ. 당사자의 의사표시 해석의 문제점 다수의견은 총괄계약의 체결은 긍정하면서도 그 효력 발생의 범위는 제한한다. 그러나, 반대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법률행위가 성립하면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그 법률행위의 목적이 불가능하거나 위법하거나 사회적 타당성이 없는 경우에만 효력이 제한된다. 민법의 기본 이념인 사적 자치의 원칙에 비추어 의사의 합치가 있는 경우에는 그 효력을 임의로 제한할 수 없고, 제한하려면 그에 합당한 이유와 근거가 있어야만 한다. 더구나 효력을 전부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만을 제한하고 있고, 그것도 공사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이라고 할 수 있는 공사대금과 공사기간에 대해 명시적인 규정도 없이 제한하고 있다. 도급인의 입장에서는 일(총공사)의 완성이 중요하고, 수급인의 입장에서는 보수(총공사금액)의 지급이 중요하다. 확정된 총공사에 대해 총공사기간을 정하고 입찰을 진행하여 결정된 총공사금액에 대해 양측이 구속될 의사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권영준 교수, 민법판례연구1). 또한, 다수의견은 총괄계약의 효력이 계약단가에는 미친다고 평가한다. 그런데 계약단가에 확정적 효력이 발생하는데 이에 기초한 총공사금액에 대해 확정적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은 모순적이다. 장기계속공사의 경우에 총공사에 대한 산출내역서가 계약도서의 하나로 작성되고, 산출내역서에는 총공사를 대상으로 하여 세부 공종별로 계약단가와 수량이 기재되어 있으며, 각 세부공종상 계약단가에 수량을 곱해서 산정된 금액의 그 총합이 바로 총공사금액이 된다. 그러므로 총공사에 대한 계약단가에 대해 확정적인 효력이 발생한다면 이를 토대로 계산되어 산출되는 총공사금액에 대해서도 같은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계약단가와 총공사금액의 관계를 감안할 때 당사자가 계약단가에 대해서만 구속받을 의사였다고 보는 것은 지극히 부자연스럽다. 한편, 대법원은 상고심 진행 중 계약조건을 제정한 조달청과 국가계약법을 주관하는 기획재정부에게 당초 총공사기간이 연장되는 경우에 연차별 계약시 그 연장된 기간 중에 발생하는 간접공사비의 반영을 요청할 수 있는지를 질의하였다. 이에 대해 두 기관 모두 '계약상대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인하여 당초 총공사기간 내 공사를 완료하지 못하여 총공사기간이 연장된 경우 계약상대자는 연장된 기간에 따른 간접공사비를 새롭게 체결되는 연차별 계약에 반영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는 취지로 회신하였다. 이 주무관청들은 총공사기간의 연장시 그 연장된 기간에 대해 추가 간접비를 청구할 수 있고 그 금액을 연차별 계약시 부기될 총공사금액에 반영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관련 법령과 계약조건을 마련한 측에서 자신이 어떤 의사로 제정한 것인지를 밝힌 것은 '당사자의 의사표시'를 파악함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의 다수의견은 이를 배제하고 독자적인 당사자의 의사표시 해석을 제시한 셈이다. Ⅲ. 건설공사 및 국가계약 법리상 문제점 공사원가 중 간접공사비는 대체로 '공사기간'에 연동하여 증감변동하는 고정비적 성격을 갖는다. 공사기간이 연장되면 간접공사비는 추가로 투입되기 마련이다. 공기연장 사유가 발생하여 공사기간이 연장되는 경우, 그 사유가 존속하는 기간을 포착하여 보상을 해 주거나, 연장된 공사기간에 대해 보상을 해 주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국가계약법령은 후자를 선택하고 있다. 그러므로 연장된 공사기간에 대해 보상을 할 경우에는 당초 입찰시에 전제로 하였던 총공사기간 이후의 연장된 기간(변경된 부분)을 대상구간으로 삼는 것이 합리적이다. 실제 대법원 다수의견이 공사기간에 구속력을 인정하는 계속비계약의 경우 현재 법원의 실무는 위와 같이 연장된 기간을 대상구간으로 삼아 보상하고 있다. 그런데, 다수의견은 연차별 계약상 연장된 공사기간을 대상구간으로 포착한다. 그러나, 계약당사자들 사이에 당초 총계약금액의 결정에 고려되지 아니한 사정은 당초 총공사기간의 연장이라는 점(입찰과정에서 미리 연차별 계약에 대한 고려를 할 수 없음), 연차별 계약상 계약금액은 그 공사내용에 상응하여 총공사금액이 배분된 것에 불과하고 연차별 공사기간을 고려하여 간접비가 책정되는 것이 아닌 점, 총공사기간이 수 년 연장된 상황에서 연차별 계약기간이 연장되지 않거나 수 개월 연장된 경우에 계약상대자에게 추가로 발생한 비용이 온전히 보상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다수의견과 같이 연차별 계약상 연장된 공사기간을 보상의 대상구간으로 삼는 것은 부당하다. 한편, 국가계약법 시행령과 계약예규(공사계약 일반조건)는 물가변동, 설계변경, 기타변경에 대해서 요건이 충족될 경우 총공사금액의 변경을 명문화하고 있다. 입찰참가자들은 변경의 위험에 대한 대가를 포함하게 되면 경쟁에서 탈락하게 되므로 위 규정들을 신뢰하여 그 대가를 투찰금액에서 제외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발주자는 동일한 기준으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가격을 제시한 상대방을 객관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누린다. 아울러 발주자는 현실화되지 않은 위험에 대해 예산을 낭비하는 것을 방지하게 된다. 그러므로 계약이 체결된 이후에 해당 사유가 발생하게 되면 발주자로서는 계약금액을 조정하여야 한다. 이러한 사후적인 계약금액 변경 가능성은 계약체결 후에도 계약의 등가성을 확보하고 이로써 계약상대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인정된다(권영준 교수). 미국에서도 Equitable Adjustment(형평에 맞는 조정)이라는 명칭으로 인정하고 있다. 즉 계약금액의 조정을 통해서 계약상대자가 당초 누리기로 한 손익을 형평에 맞게 누릴 수 있도록 해 준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다수의견이 제시한 공기연장에 대한 계약금액조정 방식은 계약의 등가성을 해치고 당사자간의 형평에 맞지 않는다. 다수의견에는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위험을 일단 계약상대자가 인수하였다는 고려가 숨어 있고, 반대의견에는 계약상대자와 무관하게 발생한 위험을 계약상대자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는 고려가 숨어 있다(권영준 교수). 위험 원인을 제공하거나, 위험과의 거리가 가깝거나, 위험을 좀 더 적은 비용으로 회피할 수 있는 자에게 위험을 부담시키는 것이 합리적인 것을 감안하면, 발주자의 예산부족으로 인해 기본계획상 사업기간이 연장되고 이후 공사기간이 연장되었다면 총 공사기간 연장으로 인해 실현된 위험, 즉 간접비는 계약상대자보다는 발주자가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권영준 교수). IV. 본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영향 다수의견은 형식상 당사자의 의사표시 해석론으로 접근하였으나, 실질적으로는 당사자의 의사를 배제하였다. 아울러 다수의견은 건설공사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메커니즘과 국가계약법령이 예정한 위험배분에 어긋난다. 본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인해 공공건설의 영역에서는 총공사기간이 수 년 늘어나더라도 연차별 계약상 늘어난 수 개월이라도 보상 받으면 다행인 복불복의 상황이 초래되었다. 장기계속공사계약이 기획재정부의 예산운영의 자의성과 국회의 선심성 공사의 남발의 토대를 제공하는 가운데 본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추가비용이 계약상대자들에게 전가되는 것을 정당화하고 말았다. 그 부담은 계약상대자뿐만 아니라 하수급인 등의 관계자들에게도 순차로 전가될 것이다. 본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체제가 유지된다면, 건설공사에 대해서는 장기계속계약제도의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김대인 교수, 행정법연구 제61호). 장기계속계약은 전기·가스·수도의 공급과 같이 장기간 공급하더라도 대상물에 변화가 없으며 단위 규격에 대한 대가가 단순하게 정해지 경우에 적합하지, 공사 목적물의 내용이나 대가에 변경에 노출되어 있는 건설공사에는 적합하지 않다. ※이 글은 2021년 8월 30일에 있었던 한국건설법학회(회장 윤재윤) 제25회 세미나 발표자료(지하철 7호선 공기연장 간접비 사건, 총괄계약의 구속력을 중심으로)를 정리한 것이다. 이경준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대림산업
공사대금청구
장기계속공사계약
서울시
이경준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2021-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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