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律新聞
1850호
법률신문사
法人格否認理論의 適用要件(下)
崔埈璿
全北大法大助敎授 法學博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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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法人格否認理論의 適用要件과 適用範圍
法人格否認理論을 適用하기 위하여 먼저 會社의 法人格을 이용하려는 不正한 目的의 主觀的 意思가 있어야 하는가가 문제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內心의 意思는 立證이 곤란하고 去來相對方保護의 必要性은 主觀的 濫用意思와는 無關하게 발생하는 것이므로 이를 묻지 않는 것이 옳을 것이다.
다음 客觀的인 要件으로서 一般的으로 열거되고 있는 것은 完全한 支配와 財産의 混融이다. 美國과 獨逸의 判例중에는 資本의 不充分을 要件중의 하나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支配의 정도, 混融의 정도 및 資本不充分의 정도가 어느정도이어야 하느냐 하는 것은 결국 구체적 事案에서 判斷하여야 할 문제이므로, 이것이 경우에 따라서는 法的安全性을 害할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위의 모든 要件이 갖추어진 경우에도 다른 救濟手段이 있으면 가급적 法人格을 否認하는 方法에 의한 해결을 지양하여야 한다.(補充性)一說에 의하면 法人格否認理論과 一般私法理論의 倂存的 適用을 인정하거나 오히려 法人格否認理論에 우선적지위를 부여한다는 입장에서 補充性의 문제를 論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 理論의 적용은 判外的인 것인점에 비추어 補充性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이 事件의 上告人은 法人을 支配하고 있는 것이 自然人일 경우에 한하여 이 理論이 適用될 수 있는것이며 法人이 法人을 支配하고 있는 경우에는 이 理論의 適用要件을 缺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러한 主張은 근거없는 것이라 여겨진다. 會社의 法人格이 濫用되어 違法, 不正한 目的을 위하여 사용되는 경우에는 그 背後에 있는 者가 自然人이든 法人이든 문제될 바 없기 때문이다. 특히 會社간에 支配, 從屬의 관계에 있을때에는 法人格否認論이 적용될 수 있는 代表的 事例가 된다.(江頭憲治부郞, 社會法人格否認の法理, 東京大學出版部,1980년204면 이하 참조)
남은 문제는 便宜置籍을 위하여 設立된 會社의 法人格이 否認될 수 있는지의 與否이다. 이를 判斷하려면 먼저 便宜置籍의 實態를 파악하여야 한다. 便宜置籍(flag of convenience)이란 船舶의 所有者나 船舶所有企業이 자신이 소속된 國家 또는 실제로 船舶의 運航에 관하여 企業의 중추가 되는 會社가 존재하는 국가와는 다른 국가에 船舶을 登錄(置籍)하여 그 나라의 國旗를 揭揚 하고 航海함으로써 그 船舶의 所有者는 自國과 船籍國과의 사이에 발생하는 財務, 勞務, 金融등 각 부문의 水準差를 이용하고, 동시에 기타 社會의 여러 條件의 차이 및 行政上의 法令, 規制, 團束, 監督등에 있어서의 程度差를 이용하여 자유롭게 海運企業을 경영하는 制度를 말한다. 便宜置籍은 肯定的인 면과 否定的인 면이 있으니, 肯定的인 면을 강조하여 이를 flag of necessity 또는 flags of attraction이라고도 하나, 반대로 否定的인 면을 강조하여 이를 flag of runway, flag of refuge tax free flag fictious flag, free booters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李俊秀 「便宜置籍船에 관한 硏究」韓國海洋大學海運硏究所 論文集 제2집, 1983년8면참조)便宜置籍은 로마時代에도 있었던 것으로서 政治的, 軍事的, 經濟的 여러목적을 위하여 세계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制度이지만, 經濟的 側面에서 flag of convenience라는 用語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第1次世界大戰末境이라고 한다(Ebere Osieke「Flag of Convenience Vessels:Recent Developments」73, A·T·J·L604(1979) 便宜置籍은 ①航海의 融通性②船員供給源 選擇上의 自由裁量權③租稅回避④海運育成政策에 따른 金融上의 便宜⑤엄격한 運航 및 安全上의 規制回避⑥政治的 不安으로부터의 資本逃避⑦利潤擴大의 再投資의 容易 등의 利點이 있다.
1984년7월현재 美國을 비롯한 홍콩, 그리이스, 日本 順으로, 주로 海運先進國이 이 制度를 活用하고 있으며, 自國船舶과의 구성비율로 볼 때 우리나라도 열한번째의 便宜置籍制度 利用國이다. 한편 便宜置籍의 대상이 되는 나라는 리베리아, 파나마, 혼듀라스, 코스타리카 등이다.(UNCTAD, TD/B/C.4/290. 韓國海運技術員, 海運情報 제351호 1985년 7월15일 참조)또한 Lloyd's Register의 Statistical Tables(1985)에 의하면 1985년 현재 便宜置籍船隊는 世界商船隊의 29.5%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集計되었다.
便宜置籍은 이와같이 많은 利點이 있어 널리 利用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문제점 역시 적지아니한 것이니 便宜置籍制度는 ①開發途上國의 海運發達阻害②先進國 船員의 就業機會 減少. 開發途上國船員의 權益無視, 多人種의 混乘에 따른 船內生活問題등 船員에 관한 문제발생③船舶의 安全確保困難 및 海洋汚染行爲에 대한 規制困難④實船主 파악곤란⑤長期的 海運政策立案 및 施行困難⑥國庫財源 감소⑦海運業界의 競爭激化⑧船舶에 대한 外交上의 保護困難⑨刑事管轄權 및 步外私法上 準據法 決定困難⑩實船主의 私法上의 責任回避 등의 問題點이 있다. 便宜置籍船은 이와같이 많은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1950년대부터 특히 便宜置籍船을 이용한 과도한 海運業界의 競爭을 견디지 못하게 된 유럽의 主要海運國과 劣惡한 勤勞條件에 항의하는 國際運輸勞動者連盟(Interanational Transport Worker's Federation)등을 중심으로 便宜置籍船 排斥運動이 일어났다. 그리하여 1958년의 「公海에 관한 協約」(the Geneva Convention on the High Seas)(제5조) 및 1982년의 「海洋法協約」(the Montego Convention)(제91조,제94조)은 船舶의 登錄에 관한 條件을 定함에 있어 登錄國과 船舶간에 「眞正한 關聯」(genuinelink)이 存在하여야 하고, 각국은 自國을 旗國으로 하는 船舶에 대하여 行政, 技術·社會的 여러사항에 관하여 유효한 管轄權을 行使하고 規制를 할 것을 定하였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眞正한 關聯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또 船舶과 그 國籍國간에 진정한 關聯이 없는 경우 그 效果는 어떠한지에 관하여는 아무런 정함이 없었다.
한편 1974년 國際聯合貿易開發會議(UNCTAD)제6차 海運委員會에서는 船舶과 旗國과의 眞正한 關聯이 缺如될 경우 그것이 國際海運에 미칠 경제적 영향에 대하여 검토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1977년 제8차 UNCTAD 海運委員會, 1979년의 제5차 UNCTAD 總會, 1990년의 제9차 海運委員會, 1978년과 1980년 두차례의 政府間特別企業府會, 그리고 수차례의 國際聯合會議를 거쳐 1986년 船舶登錄要件에 관한 제4차 國際聯合會義에서 「船舶登錄要件에 관한 國際聯合協約」(the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Condition for Registration of Ships)이 채택되었다. 이 協約에서 眞正한 關聯」의 내용이 어느정도 명료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眞正한 關聯을 확립, 강화하기 위한 4要素, 즉①自國民船員의 配乘②船舶의 運航管理體制의 自國과의 관련③持分에의 自國民의 資本參加④登錄國에 의한 船舶所有者. 運航者의 識別과 責任體制의 確保등에 관하여 開發途上國과 先進國그룹 그리고 동구권간에 완전한 合意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 協約은 이와같이 各利益그룹간의 合意의 産物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便宜置籍船의 存在를 容認내지 正當化한 꼴이 되었다. 그러나 便宜置籍船의 폐해로서 국제的으로 빈번히 지적되었던 所有關係 및 責任關係에 있어서의 불명료성을 제거하기 위하여 識別 및 責任(indentification and accountability)에 관한 條項(제6조)을 마련한 것은 큰 수확이라 하겠다. 協約 제6조에 의하면 登錄國은 船舶所有者 및 運航者의 責任履行에 필요한 識別可能한 情報體制를 정비하기 위하여 일정한 記載事項을 기록한 船舶登錄簿등을 유지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이것은 海運企業을 사회적으로 건전하게 운영하여야 한다는 全參加國의 공통된 인식을 반영한 것이라 하겠다. 이와같이 便宜置籍은 그 현실적 필요성 때문에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선진해운국간에 널리 이용되는 제도이지만 법률의 회피에 따르는 責任回避 때문에 국제적으로도 지탄의 대상이 되어왔고, 이를 제거하기 위한 勞力이 계속되고 있는점을 간과할 수 없다.
또한 여기서 注目하고자 하는 것은 英美法에서는 海事國際私法의 경우에도 法人格否認理論이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便宜置籍船이 그 所有者의 本國(또는 住所地國)에서 私法上 問題가 된 경우(특히 船員에 대한 賃金支給遲延이 旗國法에 의하면 合法化되는 경우)여기에 法人格否認理論을 적용하여 旗國法을 무시하고 本國法을 準據法으로 채택할 수 있다고 한다.(Barthobmew V.Universe Tankships, 263 F.2d 437: Cert.den, 359 US 1000(1959)) 이때 기준이 되는 것은 누가 船舶을 所有하는가가 아니라 누가 管理(Control)하는가이다(Rodriguez V.Solar Shipping Co.169 F.Supp.79(1958)) (D·P·O Conell The International Law of the Sea, 1984. p.761, 863).
물론 이번에 문제된 事件은 涉外私法上의 準據法 決定問題는 아니다. 그러나 便宜置籍에 대하여도 어떤 形式이든 法格人否認理論이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은 이 事件의 해결에 있어서도 중요한 실마리가 된다고 본다. 이번 事件에서 法院이 인정한 事實에 대하여는 法院의 判斷이 정당하다고 전제한다면, 便宜置籍制度를 이용한 債務免脫行爲에 대하여도 당연히 法人格否認理論이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의 大法院判例에 대하여 筆者로서는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자 한다.
4. 結 言
法人格否認理論은 國內會社法上의 문제뿐만 아니라 便宜置籍制度의 이용과 관련하여 海事涉外私法의 영역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나아가 최근에 많이 생겨난 多國籍企業의 責任回避에 대하여 支配企業의 實體를 밝혀서 그 責任을 지우는데 活用될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法人格否認理論은 現代會社法上 그 發展의 영역이 무한한 理論이라 하겠다.
그러나 이 理論의 適用要件인 支配, 財産混融, 資本의 不充分등에 관한 판단은 法院의 자의에 맡겨져있는 형편이고, 便宜置籍船의 경우에도 旗國法을 신뢰하고 去來한 제3자의 保護問題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理論의 補充性을 충분히 고려함은 물론, 각 事案에 따라 이 理論의 適用結果에 대한 利害關係를 較量하여 그 適用與否가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이번 判例는 ①大法院이 최초로 法人格否認理論을 受容한 점②이 理論의 根據를 明白히 제시한 점③이 理論의 適用範圍를 外國企業에까지 확대시킨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判例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