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자는 그의 저작물의 내용 형식 및 제호의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를 가지는데(저작권법 제13조 제1항), 저작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동의한 범위 내에서 저작물을 변경한 경우에는 저작자의 위와 같은 동일성유지권 침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그리고 저작물에 대한 출판계약을 체결한 저작자가 저작물의 변경에 대하여 동의하였는지 여부 및 동의의 범위는 출판계약의 성질 체결경위 내용, 계약 당사자들의 지위와 상호관계, 출판의 목적, 출판물의 이용실태, 저작물의 성격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행정처분이 아무리 위법하다고 하여도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 무효라고 보아야 할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 하자를 이유로 무단히 그 효과를 부정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저작자가 출판계약에서 행정처분을 따르는 범위 내에서의 저작물 변경에 동의한 경우에는, 설사 행정처분이 위법하더라도 당연 무효라고 보아야 할 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는 이상 그 행정처분에 따른 계약 상대방의 저작물 변경은 저작자의 동일성유지권 침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 고등학교 한국 근 현대사 교과서(이하 ‘이 사건 교과서’)를 발행한 피고 출판사가 교육과학기술부장관으로부터 교과서 일부 내용 수정권고를 받자 이에 따라 이 사건 교과서를 수정하여 발행 배포한 사안에서, 출판계약의 성질과 내용, 저작자인 원고들이 피고 출판사에 제출한 동의서의 내용과 그 제출경위, 원고들과 피고 출판사의 지위와 상호관계, 출판의 목적, 이 사건 교과서의 성격, 그리고 그 당시 시행되고 있던 구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에 의하면 원고들이 이러한 수정명령에 응하지 아니하면 검정합격의 취소나 발행 정지로 인해 이 사건 교과서의 발행이 무산될 수도 있었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원고들은 출판계약의 체결 및 위 동의서의 제출 당시 피고 출판사에 대하여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의 수정지시를 이행하는 범위 내에서는 이 사건 교과서를 변경하는 데 동의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행정처분에 해당하는 위 수정지시가 당연 무효라고 보아야 할 사유를 찾아볼 수 없는 이상, 이를 이행하기 위하여 이 사건 교과서를 수정한 것은 원고들이 동의한 범위 내로서 이 사건 교과서에 대한 원고들의 동일성유지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