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조에선 경일금속과 마이클 코어스 사이의 국제 특허 소송이 최근 달라진 경향성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IT에 집중되던 특허 소송 분야는 디자인, 영업 금지 등으로 다변화됐다. 주로 소송을 당하는 쪽이었던 우리 기업들이 이제 적극적으로 소송을 제기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예전과의 차이다.
디자인 특허 침해 소송 늘어
이번 특허 소송은 '디자인 침해'에 대해 이뤄진 점이 특징이다. 기존의 국제 특허 소송은 IT 분야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2011년 삼성전자와 애플 사이 진행됐던 소송전이 한 사례다.
이번 소송에서 문제 된 제품은 경일금속만의 독특한 아일렛(eyelet)이다. 아일렛은 도넛 모양의 작은 금속 부품이다. 가방 표면에 구멍을 내고 줄이나 끈 등을 끼울 때, 그 접합 부분에 아일렛이 사용된다. 크기는 작지만 가방의 디자인과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
경일금속의 아일렛은 2013년 소속 디자이너가 직접 발명했다. 당시 패션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아일렛의 디자인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리벳(rivet)' 디자인이다. 이 방식의 아일렛은 설치가 어려워 제작 비용을 증가시키고, 가장자리가 거칠어서 완제품에 흠집을 내기도 했다. 두 번째는 '스크루(screw)' 디자인인데, 설치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일렛에 들어가는 나사가 느슨해지기도 했다. 반면 경일금속의 아일렛은 외부가 매끄러워 미적으로 뛰어나고 제품에 흠집을 낼 여지가 적으며, 설치도 비교적 쉬웠다. 한국과 미국 등에서 15개 이상의 특허를 취득했다.
마이클 코어스는 전 세계에 의류 및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명품 패션 브랜드다. 가방이 주력 상품이라고 평가받는다. 법원에 제출된 소장에 따르면 2015년부터 경일금속의 아일렛을 구매하던 마이클 코어스는 2017년 말 구매를 중단했다. 대신 가방에는 중국 업체를 통해 공급된 유사한 디자인의 아일렛이 사용됐다. 경일금속은 마이클 코어스가 위조품을 사용하며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고, 결국 지난해 4월 사건은 국제 특허 소송으로 번졌다. 올 1월 4일 경일금속은 양측이 합의에 이르렀다고 법원에 통지했고, 법원은 소송을 기각했다.
특허 및 국제 분쟁 분야의 전문가인 권창로 인텔렉추얼스톤 소속 외국변호사(미국 워싱턴 D.C.)는 "예전에는 국제 특허 소송은 IT 분야에 집중돼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디자인, 영업 비밀 등 다양한 분야로 다변화되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 특허 분야 전문가는 "최근 디자인 특허 소송이 많아지는 추세이며, 절반 이상이 합의로 종결된다"라며 "비용도 많이 들고, 승소보다는 합의를 통해 로열티를 받는 것이 당사자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들, 방어에서 공격으로
국제 특허 소송에서 한국 기업들은 주로 글로벌 기업 혹은 특허 괴물(patent troll)로 불리는 'NPE(Non Practicing Entity·특허관리금융회사)'로부터 제소되는 쪽에 속했다. 특허청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 7월까지 NPE가 한국 기업을 상대로 미국 법원에 제기한 특허소송 건수는 모두 543건에 이른다. 한 달에 10건꼴이다.
그러나 법조에선 최근 우리 기업들이 특허 침해 공격을 방어하는 데 집중하던 시기를 벗어나 적극적으로 권리 주장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창로 외국변호사(미국 워싱턴 D.C.)는 "이 사건은 중소기업, 그리고 디자이너 개인이 세계적인 패션 기업을 상대로 제기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특허 소송 분야에서 나오는 변화를 보여준다는 취지다.
한 대형로펌 외국변호사는 "한국 기업은 여전히 특허 소송을 당하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보유 기술과 특허가 많아지며 점차 적극적으로 권리 보호에 나서고 있다"며 "국제 특허 소송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대기업이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앞으로는 수출 비중이 높고 매출이 큰 중소기업도 특허 침해를 염두에 두고 국제 소송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권창로 객원기자는… ]
법률신문 객원기자로 합류한 권창로 외국변호사(미국 워싱턴 D.C.)는 특허와 국제 중재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해 왔다.
그는 미국 워싱턴 D.C.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기업 컨설팅팀 팀장 및 법무팀을 거쳤다.
현재는 인텔렉추얼스톤에서 특허분쟁담당 이사로 있다.
△특허 분쟁 해결 △특허 수익화 △글로벌 M&A 진행 △국제 분쟁 자문 △인공지능 특허 등록 등 업무를 한다. 지난해에는 미국의 특허 괴물 NPE(특허관리금융회사)가 국내 중견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국제 특허 침해 소송에서 국내 기업을 대리해 기각 판결을 이끌기도 했다. 변호사가 되기 전 한 지역 신문사에서 사회부 인턴 생활을 하기도 했다.
홍수정 기자·권창로 로이터
soojung@law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