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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변호사 시대Ⅱ - 법률보호의 모세관, 법률홈닥터

    새로운 변호사 시대Ⅱ - 법률보호의 모세관, 법률홈닥터

    필자는 지난 호에 동네 놀이터에서 노숙생활을 하게 된 20대 장애인 신혼부부에 대한 얘기를 하였다. 법률문외한인 이들 부부가 사망한 남편 부친의 빚으로 인해 장애연금을 압류 당하고, 사글셋방에서 쫓겨난 후 남편은 절도범으로 벌금까지 내야 하는 처지에 있을 때 정말 필요했던 것은 법률보호였다. 당시 실제 이러한 도움의 손길을 내민 건 서울에서 시범사업 중이던 법률홈닥터였다. 구청 사회복지사의 연결로 법률홈닥터가 이들 부부를 찾아가 바로 법원에 연금 압류명령 취소신청을 해주고, 한정승인으로 빚 상속을 면하게 도와주며, 벌금도 분납할 수 있게 검찰청에 동행해준 것이다. 경제적·신체적 장애로, 때로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하여 취약계층의 서민들은 변호사의 이러한 기본적 법률서비스도 쉽게 받기 어렵다. 그러나 기존

    김윤섭 부장검사 (법무부 법무과장)
    얼어버린 어깨

    얼어버린 어깨

    몇 해 전부터 좌우 어깨가 돌아가며 말썽을 부리기 시작했다. 병원마다 진단이 제각각이다. 이런저런 치료를 받았지만 차도가 없어 그냥 내버려두었다. 당시 한 병원의 진단서에 ‘Frozen Shoulder(오십견)'라고 적혀 있었다. 오십은 어깨도 얼어 굳을 나이이다. 넉넉한 뱃살과 어깨 탓이겠지만, 해가 갈수록 일상이 점점 더 아크로바틱해진다. 고개를 돌려 거울을 보거나 등을 긁거나, 발톱을 깎는 일 따위가 이젠 곡예에 가깝다. 모험은커녕 일상마저 버겁다. 나이를 먹어간다. 숱한 가치와 입장들이 첨예하게 부딪치며 강렬한 파열음을 내는 현장에 있은 지도 제법 되었다. 나름대로 혜안이 생길 법도 하지만 아직도 ‘나’라는 ‘노(爐)’는 이를 녹여내기 역부족이다. 녹지 않은 쇳조각들이 사정없이 찔러댄다. 나이

    박주영 부장판사 (대전지법)
    구술변론주의

    구술변론주의

    구술변론주의 정착을 위한 노력이 시작된 지가 어느덧 10년이 넘게 흘렀다. 오래전 법과대학 재학 시절 법정방청을 하면서 강의실에서 배운 민사소송의 모습과 실제 재판 모습이 너무나 달라 깜짝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동안의 노력으로 과거의 형식적인 절차 위주의 실무관행은 많이 개선되었지만, 아직 구술변론주의가 완전하게 정착되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법원이나 재판부별로 구술변론의 방식이나 정도에서 상당한 편차가 존재하는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2년째 민사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필자는 변론기일에서 주장의 요지, 쟁점, 증거 등에 대하여 당사자들에게 확인하는 질문을 하고 당사자가 이에 대하여 보충 내지 이의하는 방식으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에 대응하는 변호사의 변론 방식이 다양하다

    배용준 부장판사 (울산지방법원)
    동행

    동행

    오늘, 80대 후반의 의뢰인이 사무실에 찾아왔다. 5년 전쯤 남편이 사망했을 때 필자가 상속등기를 해줬다고 하면서 남편에게 상속 받은 집을 이제 자신을 잘 돌봐준 아들 부부에게 증여해주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먼저 자녀가 몇 명인지 묻자, "아들 1명에 딸이 3명"이라고 했다. 상담을 모두 마친 후 노인에게 조심스럽게 조언했다. "지금 아드님께 증여를 하시면 증여세도 꽤 나올 뿐만 아니라, 어머니 재산을 스스로 정리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자녀들의 우애를 끊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데 꼭 증여를 하셔야 겠습니까?" 남편에게 받은 유산은 어쩌면 함께 인생을 동행해 온 가족공동체의 것이기에 그 소유를 어머니 혼자 결정하기보다 어머니 사후에 자식들이 의논해서 결정하는 것도 의미 있지 않겠냐는 말씀드

    정정훈 법무사 (경기중앙 안양지부 부지부장)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선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 긴 추석 연휴, 오랜만에 혼자만의 시간을 누리며 텔레비전 채널을 이리 저리 돌리던 중 몇 해 전 직장생활을 정말 현실적으로 잘 녹여냈다고 생각되어 푹 빠져보던 드라마 ‘미생(未生)’에서 회사 선배가 후배에게 던진 말 한마디가 가슴에 콕 박혀 쉽사리 떠나지 않았다. 몇 해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말인데 처음에는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몇 해가 지난 지금, 그 말의 의미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거 같다. 혼자서 하는 것에 익숙했고, 그래서 혼자 고민하고 결과도 책임도 홀로 져왔었기에,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법을 몰랐고 함께 하는 법에 익숙할 기회도 없었다. 하지만 어느덧 서서히 연차가 쌓이면서 회사라는 곳이 혼자 하

    백광현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새로운 변호사시대Ⅰ-‘어느 장애인 신혼부부의 노숙’

    새로운 변호사시대Ⅰ-‘어느 장애인 신혼부부의 노숙’

    20대 신혼부부가 동네 놀이터에서 노숙을 하고 있었다. 부부 모두 지적장애인 3급에 아내는 임신 5개월인데 공중화장실에서 몸을 씻고, 벤치에서 잠을 자야만 했다. 남편은 경제적 곤궁을 견디지 못한 나머지 결국 남의 물건을 훔치다가 걸려 벌금 350만 원을 납부해야 했다. 벌금 낼 엄두조차 내지 못했지만 벌금미납자로 노역장에 유치된다면 임신한 아내 혼자 남아 노숙생활을 해야 하는 딱한 처지였다. 구청에서 그 사정을 알고 주거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었다. 아내의 아버지가 사망 후 남겨놓은 빚 때문에 이들의 장애연금 계좌는 압류 당하고, 살고 있던 사글셋방에서도 쫓겨난 것이다. 만일 이들 곁에 언제든 찾아와 도움을 줄 수 있는 변호사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간단한 불복절차

    김윤섭 부장검사 (법무부 법무과장)
    소년범 처벌 강화 논란

    소년범 처벌 강화 논란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으로 소년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뜨겁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청소년 처벌 강화 청원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람들은 '피해학생은 심각한 고통을 겪고 심지어 평생 씻지 못할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데, 어떻게 가해학생이 제대로 된 형사처벌도 받지 않고 정상적인 삶을 살도록 하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나 필자가 2년간 소년범에 대한 형사재판을 담당하면서 느낀 것은, 대부분의 소년범들은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성장하여 부모의 사랑과 보살핌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했고, 우리 학교나 사회로부터도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제대로 인도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법정에서 만난 청소년들은 아직 인격 형성 과정에 있는 미숙한 존재였고,

    배용준 부장판사 (울산지방법원)
    법률시장의 초당두부

    법률시장의 초당두부

    필자가 어렸을 때를 떠올려보면 가내수공업 형태로 두부를 만들어 파는 가게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당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모두부를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켜, 아이들이 이웃에 있는 가게에 가서 따끈따끈한 모두부를 식기 전에 사오면, 살짝 데쳐서 양념장에 찍어 먹기만 해도 한 끼 식사로는 손색이 없었다. 그러나 이 같은 문화는 개발과 산업화라는 미명 아래 1980년대를 기로로 거의 사라지게 된다.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식품위생상의 각종 규제와 단속으로 허가를 받지 않고서는 더 이상 가정에서 두부를 만들어서 팔 수 없게 된 것이다. 국민위생이라는 거창한 이유를 들었지만 규제의 편의성을 이유로 다양성을 포기한 것이다. 그 이후 우리국민은 ○○두부와 ○○○두부라는 거의 두 종류의 두부를

    정정훈 법무사 (경기중앙 안양지부 부지부장)
    로케터, 선택이 아닌 필수

    로케터, 선택이 아닌 필수

    ‘로케터(Lawketer)’. 변호사(lawyer)와 상인(markter)을 합성한 신조어로, 사건 수임을 위해 직접 마케팅까지 나서는 변호사를 말한다. 최근 법조계의 불황이 깊어지는 가운데 법률시장 개방과 변호사 수의 급증으로 수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변호사 업계에도 마케팅 바람이 불고 있다.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 고객을 기다리기만 해도 되는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변호사 2만명 시대, 변호사들 스스로도 적극적인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급기야 업계 최초로 변호사 TV광고까지 등장했다. 법률 소비자에 대한 적절한 정보제공이라는 긍정적 기대와 법조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리라는 우려가 병존하지만, 그만큼 이전과 상당히

    백광현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안보의 뚫린 구멍을 막는‘국고손실 환수’

    안보의 뚫린 구멍을 막는‘국고손실 환수’

    최근 한반도 안보 상황은 우리가 체감하는 것 이상으로 어느 때보다 어렵다. 북한은 핵·미사일 고도화를 위한 행보를 멈추지 않고 있고, 국제사회는 이를 저지하기 위하여 제재와 압박 수위를 더욱 올리고 있다. 전쟁을 막으려면 우리의 안보 기반이 튼튼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끊이지 않는 방위사업 비리는 안보의 뿌리를 흔들어놓아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방산비리를 어떻게 발본색원(拔本塞源)할 것인가는 지금처럼 엄중한 상황에서 커다란 숙제가 아닐 수 없다. 미국 남북전쟁 때 A. 링컨 대통령이 이끄는 북군은 결국 R. 리 장군의 남군에 승리했다. 대개는 북군이 우월한 공업 생산력으로 남군을 압도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북군은 당시 불량 총기, 탄약, 군마 등 불량 군수물자

    김윤섭 부장검사 (법무부 법무과장)
    외국인 재판 통역

    외국인 재판 통역

    필자는 2년 동안 외국인 범죄 재판을 전담하는 재판부를 맡은 적이 있다. 당시 외국인 피고인들을 재판하면서, 피고인들마다 출신 국가의 사법적 수준, 문화적 토양 등에 따라 재판에 임하는 태도에 상당한 차이를 보여 재판 진행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언어 문제였다. 각급 법원별로 통역인 명부를 작성하여 통역인을 교육·관리하고 있고, 실무상 국어에 능통하지 못한 외국인 피고인에게는 국가의 부담으로 통역인을 붙여주고 있다. 그러나 통역인력풀의 한계, 예산상의 제약 등으로 유창한 외국어능력과 기본적 법률지식을 겸비한 통역인을 지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피고인이 사용하는 언어가 소수언어인 경우에는 더욱 그러했는데, 때로는 재판장과 피고인 사이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배용준 부장판사 (울산지방법원)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가수 조영남의 ‘그림 대작(代作)’ 사건을 보면서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만약 화가에게도 국가가 엄격한 요건 하에 시험을 치러서 자격증을 부여했다면 이 사건이 어떤 법적 평가를 받을 것인가'였다. 아마 미술품 전체의 가치가 하락했을지언정 법적으로는 별 문제가 없었을 것으로 보여진다. 법조시장만 봐도 이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변호사나 법무사는 직원이 본직의 이름으로 상담, 서류작성, 제출을 모두 한다고 하더라도, 본직의 통제·감독 하에만 있었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변호사는 법정에 직접 출석해야하는 제한이 따를 뿐이다. ‘그림 대작’ 사건을 여기에 대입시켜보면 ‘아이디어만 제공’ 했다하더라도 전문자격사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고 평가 받았을

    정정훈 법무사 (경기중앙 안양지부 부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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