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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법창

    월요법창 리스트

    신속한 재판의 원칙

    신속한 재판의 원칙

    최근 장기간 법원에 불출석하여 구속영장이 발부된 피고인에 대하여 구속영장을 집행한 적이 있다. 공판검사는 피고인의 거처와 사용하는 연락처를 확인하고, 재판부에 구속영장 집행을 위한 실시간 위치 추적용 '통신사실자료제공요청'을 사실조회 형식으로 신청하였으나, 재판부가 사실조회 촉탁을 검토하는 사이 피고인이 기존 장소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있어 어쩔 수 없이 먼저 검찰수사관들을 현장으로 보냈고, 다행히도 그곳에 머물던 피고인에 대하여 구속영장을 집행할 수 있었다.   몇 년 전부터 피의자, 피고인들에 대한 인권보호 조치로 불구속 재판이 확대되었고 실형 선고 때에도 법정구속을 자제하라는 취지로 대법원 인신구속사무처리 예규가 개정되어, 재판 진행 중 피고인의 잠적이 예전에 비해 빈번해지면서 재판의 신

    한진희 부장검사 (고양지청)
    폭풍의 언덕

    폭풍의 언덕

    어린 시절 읽은 책은 30년이 넘게 지났지만 제목만 들어도 떨리는 마음이 여전하다. 그 시절의 감동이 지금과 같을 수 없음은 물론이나, 그토록 새파랗게 예민하고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사춘기를 추억하는 매개체이기 때문일까.   하루에도 몇 권씩, 온갖 책들을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무턱대고 읽던 시절이다. 세상의 책들은 모조리 읽겠다는 얼토당토 않는 생각을 가졌던 것 같다. 생물학적으로 여자로 태어났기에 자연스럽게 근대 여성 작가에 관심이 갔다. 19세기 보수적 영국 사회에서 작가로 활동하기 위해 남성 필명을 사용한 조지 엘리엇, 20세기 잉글랜드 모더니즘을 이끈 버지니아 울프 등을 차례로 알게 되었다.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은 막 사춘기가 시작된

    이의영 고법판사 (서울고법)
    로펌의 경쟁력: Gender Diversity

    로펌의 경쟁력: Gender Diversity

    최근 몇 년간 해외 로펌들이 글로벌 경쟁력 향상을 위해 공통적으로 신경을 쓰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조직 내 남녀 다양성 증진이다. 그 이유는 비즈니스적 측면에서 볼 때 남녀의 다양성 증진과 여성 재능 장려가 조직의 재무지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입증되었고, 재능 있는 인재를 확보하는 좋은 방법이며, 무엇보다 이러한 다양성을 요구하는 글로벌 고객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2019년에는 미국의 170개 대기업과 영국, 유럽의 65개 대기업의 법무팀장이 로펌의 조직내 다양성 증진을 촉구하는 성명서에 공동 서명하였는데, 그 내용에는 자사가 선임하는 로펌도 이러한 다양성 정책을 반영하기를 기대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실제로 여러 글로벌 기업의 경우 자사의

    김다나 외국법자문사 (허버트 스미스 프리힐즈)
    검찰과 소용돌이

    검찰과 소용돌이

    수사권 조정, 공수처 합헌 결정만 해도 검찰이 쇼크를 받은 상태인데, 앞으로 탈출 러시가 거세질 전망이다. 수사사건 상당수가 경찰로 넘어간 상태에서, 공수처를 넘어서는 큰 수사기구가 추가로 발족될 것이기 때문이다.   거대 여당이 발의할 법안으로 입법 가능성이 높고, 헌법재판소가 공수처를 바라본 시각을 고려하면 합헌 결정이 또 나오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   경찰에 넘기고 남은, 검찰 직수사 영역 전부를 새 수사기구인 중대범죄수사청이 맡게 된다. 법안명은 중대범죄수사청설치법이고, 이는 있는 법을 개정하는 것이 아니라 제정법안이다.   이 법에 따르면, 검찰은 6대 범죄에 대한 직접수사권까지 잃게 되어, 앞으로 경찰의 수사를 지휘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의 수사도 지휘

    천주현 변호사 (대구회)
    가장 존경하고 본받고 싶은 사람

    가장 존경하고 본받고 싶은 사람

    대학 1학년 때 들었던 '교양국어' 수업 중 '가장 존경하고 본받고 싶은 사람'이라는 주제로 리포트를 제출한 적이 있다. 고교시절까지 수많은 사람의 위인전을 읽었었음에도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겨우겨우 한국 근대사 속 인물을 선택하여 리포트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다.   담당강사는 과제에 대한 강평을 하면서 선정된 인물의 유형을 분류해보니 많은 학생들이 역사적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사람들이 아니라 부모 등 가족이거나 선생님 등 지인을 가장 존경하고 본받고 싶은 사람으로 선택하여 무척 의외라고 설명하였다. '가장'이라는 글자를 중시하다보니 그 대상 또한 위대하다고 평가받은 사람들 중에서 선정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다른 기준을 택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부연했다.   사회생

    한진희 부장검사 (고양지청)
    변화

    변화

    작년 가을, 뒤늦게 꽃꽂이 동호회에 가입하였다. 아름다운 꽃을 사무실에 두면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고 꽃향기에 마음 정화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다. 사실 오래 전부터 관심이 있었지만 워낙 둔한 감각이라 언감생심 시도조차 못하였는데, 어느 날 친구가 권유하여 용기를 내었다.   겨우 격주로 꽃을 받아오고 최근에서야 가위를 쥐어보는 정도에 불과했지만, 생각 이상의 즐거운 변화가 있었다. 선배 법관이 주신 잔잔한 무늬의 탁보 위 꽃병은 기록과 판결서로 씨름하는 사무실을 오가는 나의 걸음을 가볍게 한다. 집 현관에 둔 꽃바구니는 신발을 신고 벗을 때마다 작은 기쁨을 준다. 일부 화분은 물주기에 실패하여 말라버렸지만 그것도 적당한 곳에 옮기니 운치가 있다.   "변화의 두려움을

    이의영 고법판사 (서울고법)
    국제투자분쟁(ISDS)의 미래

    국제투자분쟁(ISDS)의 미래

    필자가 근무하는 해외 로펌은 2019년 국내 법무법인과 공동으로 대한민국을 대리하여, 한-미 FTA에 따라 제기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을 승소로 이끈 적이 있다.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된 ISDS 사건 중 대한민국이 최초로 승소한 사건이었다.   청구인의 투자는 한-미 FTA상의 투자에 해당할 수 없다는 항변이 받아들여져서 분쟁 초기 단계에서 사건이 각하되었던 바, 절차상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대한민국을 대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보람된 경험이었다.   이러한 외국인 투자자의 중재 신청이 전세계적으로 매년 수십 건 제기되면서, 대한민국을 포함한 100여개 국가가 투자 분쟁을 직면하게 되었다. 사건의

    김다나 외국법자문사 (허버트 스미스 프리힐즈)
    골칫거리 해소

    골칫거리 해소

    이례적 경우를 제외하면 구속은 수사시, 판결선고시, 이렇게 두 차례 가능하다.   수사 필요성에 따라 구속하는 경우가 많은데, 필자는 이에 반대해 왔다. 형사소송법이 요구하는 구속사유가 우선이지, 수사필요성, 수사편의 목적으로 사전형벌인 인신구속을 고려하는 것은 제도 남용이다. 이를 통제하는 것이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재판이다. 일단 구속되면, 적부심, 취소, 집행정지, 보석이 아니고서는 구속을 벗을 수 없다.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되면, 구속은 상급심에서도 유지된다.   그런데 수사 때 불구속 상태였던 사람은 이와 같은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는 대신, 판결선고시 황당한 순간을 맞을 수 있다. 자신의 기대와는 달리, 실형이 선고되며 갑자기 구속될 때다. 이러한 법정구속은

    천주현 변호사 (대구회)
    새것

    새것

    난 새것이 좋다. 새것이 내 것이 될 거라는 설렘, 새것을 가졌을 때의 기쁨, 새것이 주는 낯섦과 불편함, 그럼에도 조만간 익숙해질 거라는 기대감. 그 일련의 느낌들이 좋아 새것을 갖는 빈번함을 자제하기도 한다.   최근 난 새것을 경험했다. 새것의 낯섦과 불편함, 조만간 익숙해질 거라는 기대감은 같았지만 새것을 맞이하는 과정은 내가 좋아하던 새것에 대한 느낌과는 좀처럼 같을 수가 없었다. 그것을 경험하기 전 내 것이 될 거라는 설렘이 있었던가. 그 새것이 내 것이 되었을 때 기뻐했던가.   그 새것은 나에게 기존의 익숙함과 헤어질 것, 다른 이와의 관계를 재정립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 새것은 시간을 정해놓고 내게 올 것임을 예고하였다. 그렇게 내 것이 될 것임을 알

    한진희 부장검사 (고양지청)
    공부의 즐거움

    공부의 즐거움

    공부는 즐겁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책을 읽고 배우며 조금씩 세상을 이해하는 기쁨을 느낀다. 삼각형과 사각형, 동물과 식물, 태양과 별, 지리와 역사, 언어와 예술. 막막해 보이는 수학 문제도 차분히 개념과 조건에 따라 '생각의 계단'을 한 걸음씩 오르면 해답에 이르게 되고, 그 즐거움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다.   하지만 세상에 지식과 정보가 쌓이는 속도는 엄청나고 부족한 능력에 아무리 노력해도 다 배울 길이 없다. 인공지능(AI)라면 모를까, 21세기에 인간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없을 것이다. 법학만 하더라도 곳곳에서 쏟아지는 법률 이론과 문헌, 판례를 다 따라잡는 일은 불가능하다. 경험이 다소 축적된 전문 분야에 대한 정보를 업데이트하기도 벅차다.   

    이의영 고법판사 (서울고법)
    커피 룰렛

    커피 룰렛

    "김 변호사님, 저는 지금 커피 데이트 중입니다. 잠시 후 도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필자가 근무하는 로펌의 직원들은 커피 룰렛(coffee roulette) 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다른 국가에서 근무하는 직원과 화상으로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 프로그램의 흥미로운 점은, 전세계1800명의 직원 중 누가 커피 데이트 상대가 될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무작위로 매칭이 된 상대와 30분가량 취미, 업무, 커리어 고민, 재택근무 경험 등 자유로운 주제로 5~6차례에 걸쳐 대화를 하는 방식이었다.   커피 화상 데이트 상대로는 주로 팀장급 파트너들이 정해졌다. 서울 사무소의 한 직원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홍콩에 있는 글로벌 CEO와 화상으로

    김다나 외국법자문사 (허버트 스미스 프리힐즈)
    메마르지 않은 공정성

    메마르지 않은 공정성

    이젠 시험 꿈을 그만 꾸면 좋으련만.   필자는 2001년부터 수년에 걸쳐 인생의 중대시험을 해결해야 했고, 목표를 이루고도 적지 않은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도 매년 수십 차례 초라한 자신을 꿈속에서 발견하고 소스라친다. 특히 1차 시험을 다시 쳐야 한다는 공포는 앞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난제다.   2차 시험에 떨어지면, 1차 시험까지 남은 기간은 짧고, 헌법 부속법령은 다채롭게 개정돼 있다. 중고책방에서 근간(近刊)을 발견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걱정까지 고려하면, 그 꿈은 악몽이요 난공불락이 틀림없다.   인생은 후퇴하고 원점에서, 실패사례를 되풀이할지 모른다는 강력한 스트레스는 장애를 남기고 말았다. 사법시험은 공정하고도 인성을 메마르게 한 대표적 시험이었다.

    천주현 변호사 (대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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