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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법창

    월요법창 리스트

    의사의 역할, 법관의 역할

    의사의 역할, 법관의 역할

    가벼운 교통사고를 당하여 병원을 찾은 적이 있다. 다행히 친절한 의사를 만났다. 그 분은 사고 경위에 관한 두서 없는 나의 설명을 인내심을 가지고 들어주었고 가벼운 엄살에도 잘 호응해주었음은 물론 생활 속 유의점에 대한 환자의 호기심도 꼼꼼히 해결해주었다. 치료 경과가 좋기도 했고, 과정에 대한 좋은 기억 덕분에 사고 후 얼어붙었던 마음이 점차 누그러질 수 있었다. 조금 성격은 다르지만, 법원도 당사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기 위해 찾는 곳이다. 전체 민사사건의 70% 이상이 나홀로 소송이라서, 법관의 얼굴을 직접 마주하고 분쟁을 해결하려는 당사자의 숫자는 꽤 많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장애인이나 외국인 등 특별한 배려가 필요한 대상이 아닌 이상, 법관이 적극적 진료행위를 하는 친절한 의사처럼 행동하는

    김지향 지원장 (공주지원)
    "누구나 힘든 시기가 있지."

    "누구나 힘든 시기가 있지."

    우연한 기회에 평소 존경하던 범죄예방위원님과 통화를 했다. 이런 저런 대화 중 "예전에 취업시켜 준 사람이 성실해서 복덩이가 들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얼마 전 자식 사업을 도우려 퇴사했다. 10년 넘게 아주 열심히 일했다. 퇴사해서 아쉽지만 가족들이 멋진 가게를 하며 잘 살고 있어 기쁘다"고 하셨다. 어느 추운 겨울이었다. 4명의 자녀를 둔 엄마가 집에서 혼자 출산하고, 시설 앞에 아이를 두고 간 사건이다. 왜 집에서 출산했지? 자식들을 잘 키우는 사람이 무슨 이유로?남편 사업 실패로 시골 빈집으로 이사했고 건강이 좋지 않은데 치료받을 여유가 없어 일을 할 수 없고 남편 혼자 낮에는 일용직, 밤에는 대리운전을 해 보지만 추운 겨울에 난방 없이 살아야 하고 보험료도 내지 못해 감기에 걸린 아이들을 병원에도

    권현유 부부장검사 (청주지검)
    촉과 뇌피셜 사이

    촉과 뇌피셜 사이

    기업자문변호사들이 하는 일은 다양하지만, 업무방법론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고객이 질문을 하면, (1) 질문의 취지, 사실관계와 당사자의 의도를 조사하고, 마치 셜록 홈즈가 증거를 조사하듯 자료와 숨은 배경을 파악한다. (2) 그리고 법령, 판례, 행정해석과 실무, 나아가 최근의 동향과 정무적인 참고사항까지 철저하게 조사하여 취합한 후, (3) 답변의 방향성을 정하고 (4) 이에 따라 논리를 세워 답변을 완성한다. 이렇게 구성된 답변은 마치 '마스터셰프'에 나간 주방장의 레서피처럼, 수많은 챌린지에 대응할 수 있는 탄탄한 논리로 구성되어야 한다. 맛도 좋아야 하는 건 기본이다. (2)단계를 철저히 준비해도 (3)을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 특히 새로 전개되는 신산업 분야가 그렇다. 그 경우 (3)을 판

    이준희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빨간 약, 파란 약

    빨간 약, 파란 약

    4.3광년. 우리의 이웃 태양인 '프록시마 센타우리'까지의 거리다. 달까지 1.3초만에 가는 빛의 속도로 4년 110일을 달려야 한다. 옆집까지가 이렇게 머니 그야말로 우리는 광활한 우주에 덩그러니 혼자 던져져 있다. 그런데 이 우주적 현실은 밤에만 보이고 낮에는 안 보인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주인공들처럼 낮에는 우리 모두 햇빛이라는 VR(가상현실)헬멧을 쓰고 살기 때문에 헬멧 밖을 볼 수가 없다. 밤이 되어 헬멧이 벗겨지면 비로소 캄캄한 우주가 보이고, 진짜 현실이 보인다. 환한 낮은 그렇게 우리의 우주적 현실을 감추지만 어두운 밤은 그 고독한 현실을 밝게 드러낸다. 그래서인지 인도의 고전 '마하바라타'의 핵심인 '바가바드기타'는 이렇게 말한다. "뭇사람들의 밤은 지혜로운 사람

    이재홍 선임헌법연구관(헌법재판소)
    무거운 마음

    무거운 마음

    편안한 광복절 연휴에 갑작스럽게 영화 속 이야기같은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함락 소식이 들려왔다. 이어지는 현지 뉴스를 조금씩 살펴보니 여성들이 직면한 억압과 위협, 탈출을 시도하는 시민들의 불안감을 생생히 느낄 수 있어 놀라움과 안타까움이 교차하게 된다. 치안이 무너져 시민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을 보노라니 그와 유사한 어려움을 들은 적 있는 머나먼 아프리카 대륙의 콩고민주공화국 법관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국제사법교류 관련 단체의 지원을 받아 한국의 사법제도와 법원의 문화를 익히기 위해 2017년 사법연수원을 방문하였는데, 필자가 그 방문프로그램 일부를 진행하게 되면서 인사를 나누었다. 콩고민주공화국은 1960년 식민지 체제에서 독립하여 국가를 수립하기는 했지만 부족 간의 갈등과 끊임없

    김지향 지원장 (공주지원)
    중2 딸 - 부모의 완벽함에 대한 착각

    중2 딸 - 부모의 완벽함에 대한 착각

    어느 주말 집에서 밥 먹기가 싫어 외식을 하기로 하고, 친구들과 학교 과제를 하러 나간 중2 딸을 만나러 갔다. 딸은 집에 가겠다고 했지만 집에 가면 밥도 없으니 그냥 대충 먹자고 했다. 딸은 유쾌하지 않게 따라갔다. 딸이 고기를 좋아하니 수육을 시켰다. 딸은 계속 기분 나쁜 표정을 지으며 불만이 가득했다. 순간 화가 났다. 좀 싫어도 그냥 적당히 한 끼 먹고 넘어가면 될 것을 싫은 내색을 해야 하는지, 식사 내내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집에 와서 딸의 그런 태도에 대해 몇 마디 했다. 그러자 내가 원래 가기 싫다고 했는데 하면서 중2의 '이렇고, 저렇고…' 따지는 말투가 시작되었다. 그 말을 듣고 있자니 버릇이 없다는 생각에 "엄마가 힘들어서 나가서 먹은 것인데 그냥 좀 좋게 넘어가면 안

    권현유 부부장검사 (청주지검)
    고문, 자문 그리고 지원

    고문, 자문 그리고 지원

    보통 기업법무를 하는 변호사의 업무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한다. 하나는 비즈니스의 과정에서 법률적 전문성을 기반으로 법적 이슈에 대한 조언이고, 또 하나는 법적 분쟁과 관련하여 의뢰인을 대리하는 업무이다. 전자를 자문업무, 후자를 송무업무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반화는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일본계 기업과 일을 할 때에는 '자문'보다는 '고문(顧問)'이라는 용어를 더 많이 쓴다. 자문이라는 용어보다는 좀 더 시니어 레벨의 경험을 갖춘 사람이 거시적인 관점의 조언을 하는 듯한 뉘앙스가 있지만, 실제 반드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변호사를 선생(先生)이라고 호칭하기는 하지만 꼭 사회적 지위에 기반하여 경의를 표시하는 의미는 아닌 것과 비슷하다.여하튼, '자문'이라는 용어는 애당초 자문하는 사람이 상

    이준희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여름, 세월 저어가는 즐거움

    여름, 세월 저어가는 즐거움

    꽃 사진은 중년 남자들이 우정을 확인하는 은밀한 방법이다. 친구들끼리 밥을 먹다보면 누군가 수줍게 핸드폰을 꺼낸다. "내가 말이야, 요즘 등산 가서 사실 이런 사진 찍어." 친구가 건네준 핸드폰 속에는 이름 모를 꽃이 순도 100%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내 소중한 친구가 같은 꽃을 가까이에서도 찍어보고 멀리서도 찍어본 그 사진들은, '그 날 그 산속에서 인간의 정신이 한껏 고양되어 100%의 미(美)와 하나 된 순간이 있었다'는 기초사실을 증명력 넘치게 입증한다(갑 제1호증). 20대 때였다면,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는 게 좋겠다"는 둥 엄청 놀려댔겠지만, 중년이 된 우리들은 갑 제1호증을 소중하게 돌려보며 각자 깊은 감동의 시간을 가진다. 어디 꽃 사진뿐이랴. 언젠가 친구들과 간 식당에 고흐의

    이재홍 선임헌법연구관(헌법재판소)
    잠시 멈춰야 할 때

    잠시 멈춰야 할 때

    2021년에도 여름은 어김없이 찾아왔지만 마스크를 벗을 수 없는 무더운 날들이 당분간 더 이어질 전망이다. 바이러스의 급속한 확산으로 조금 일찍 휴정을 결정한 수도권 법원도 있지만, 대부분의 법원은 7월 마지막 주로 다가온 휴정기를 앞두고 현재 각종 사건들 마무리로 분주하다. 바깥세상의 상황이 이러하니 이번 휴정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차분하게 안에서 보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나는 사건메모지를 내내 쌓아두었다가 한꺼번에 정리하는 편에 속하는데, 휴정기가 바로 그 적기라 할 수 있다. 올해는 여름날의 들뜬 분위기를 한껏 느끼지는 못하겠지만, 잠시 멈추어 청소도 하고 지난 일들을 반추하며 보내는 것도 썩 나쁘지는 않을 듯하다. 시시한 사건과 이를 바라보는 재판관의 눈에 대한 이야기가 문득 떠오른다.

    김지향 지원장 (공주지원)
    또 다른 피해자 "내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아느냐?"

    또 다른 피해자 "내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아느냐?"

    공사현장에서 2명의 인부가 질식사한 산업재해 사건 항소심 공판을 담당했다. 1심에서는 예정된 작업이 아니라 기업주에게 책임이 없다며 무죄가 선고되었다. 유족과는 이미 합의된 상태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없었다. 2명이나 사망했는데 정말 아무도 책임이 없는 것일까? 예정된 작업도 아닌데 인부들이 안전 규정을 어기고 작업 현장으로 들어가 질식사한 것인지? 안전장치를 하지 않고 들어간 이유는 무엇일까? 죽음이 작업자들의 책임이라는 것인가? 입증이 부족했던 것은 아닌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산업재해 사고가 작업자의 실수로 발생하는 경우는 많다. 안전장치가 없는 높은 난간에서 떨어지는 것도 작업자가 발을 헛딛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작업자의 탓일 수는 없다. 누구나 작업을 하다보면 통상적인 실수를 할 수

    권현유 부장검사 (대전지검)
    경험과 경륜 그리고 Play New!

    경험과 경륜 그리고 Play New!

    최근 "경험과 경륜"이라는 말이 화제였다. 30대 당대표를 배출한 제1야당의 선거에서, 여러 유력 중진 후보자들이 경험과 경륜을 내세웠지만, 세칭 MZ세대의 지지를 기반으로 한 혁신의 흐름에 손쓰지 못하고 무너졌다. 21세기 법률시장의 현실을 지켜보는 일원의 입장에서는 경험과 경륜이 내세울 수 있는 가치에 대하여 다른 측면에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필자가 청년세대로 경험한 20세기의 법조계에서 경험과 경륜은 손댈 수 없는 절대적인 가치였다. 일제시대 시스템을 계수한 도제식 법률가 양성시스템, 판례공보와 주석서로 대표되는 제한된 아날로그 정보에 기반한 지적재산과 노하우는 절대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구글로 대표되는 오픈된 정보의 바다, 그리고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과 비즈니스

    이준희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1000등과 1001등의 차이

    1000등과 1001등의 차이

    밤은 단숨에 오지 않는다. 해가 져도 밖은 여전히 환하고, 하늘은 노을과 어스름을 지나 은은하게 짙어져 간다. 밤을 향해 가는 그 긴 스펙트럼 위에서 낮과 밤의 정확한 경계는 어디일까? 문지방 위에 올라선 아이가 "아빠, 여기가 실내야? 실외야?"라고 웃으며 물어보면, 이 역시 답하기 곤란하다. 잘 살펴보면, 시간도 공간도 그 경계는 불분명하다. 인식과 판단의 경계는 더 하다. 사건이 어려울수록 승소와 패소, 기소와 불기소, 유죄와 무죄, 합헌과 위헌 사이의 경계가 뿌옇게 흐려지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이처럼 '경계'란 본래 불확실하지만, 우리는 확실한 것인 양 경계를 나누고 경계선 양 편을 아주 다르게 대접한다. '합격'과 '불합격'의 경계도 그렇다. 필자는 사법연수생 1000명 세대

    이재홍 선임헌법연구관(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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