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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인이 되는 길

    법조인이 되는 길

    1960년생 甲은 법조인이 되겠다는 청운의 꿈을 품고 사법시험 준비에 매진했다. 수많은 지원자 중 극히 일부만 통과하는 시험이었고 모두가 학교, 학원, 산속 암자 등지에서 수년간 시험에만 매달려야 했다. 甲은 노력 끝에 결국 시험을 통과하여 법조인이 될 수 있었다. 약 15년간 유지되던 고등고시 사법과 시험의 뒤를 이어 도입된 사법시험은 1963년부터 2017년까지 55년간 법조인 선발 제도로서 국민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받았다. 항간에서는 고등고시 사법과와 혼동하여 ‘사법고시’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59회의 사법시험에 70만8290명이 출사표를 던져 2만766명의 법조인이 배출되었다. 되짚어 보면, 법조인 양성 제도는 교육의 비중이 점차 확대되는 방향으로 변모되어 왔다. 고등고시 사법과 초기에

    이영남 과장 (법무부 법조인력과)
    함께 걷는 길, 헛되지 않도록

    함께 걷는 길, 헛되지 않도록

    섣부르게 희망을 이야기하기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사법부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저마다 무거운 과제를 붙들고 불투명한 미래를 전망한다. 그 어느 때보다도 풍요로운 시대이나 또 어느 때보다 단절되고 분열되고 갈등하는 시대라고도 한다. 편견과 증오로 가득 찬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우리는 일상에서도 수시로 대립하고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고받는다. 타인과의 관계는 그 자체로 지옥이 되어 가는지도 모르겠다.  빈민구호 공동체 ‘엠마우스’를 창시한 아베 피에르 신부(L'abbe Pierre, 1912~2007)는 프랑스인들이 꼽는 금세기 최고의 휴머니스트라고 한다. 샤르트르에게 타인이 지옥이라면 피에르 신부에게는 ‘타인 없는 나’의 존재가 지옥이다. 그는 자서전적인

    김윤종 재판연구관 (대법원)
    20만원짜리 가방

    20만원짜리 가방

    얼마 전 한눈에 봐도 약해 보이고 키 작은 아주머니가 상담을 하러 왔다. 선천적 척추장애를 가지고 태어나셨고 그 탓에 지금까지 결혼도 하지 못하고 혼자서 살아 오셨다고 한다. 화장품 외판일로 지금까지 간신히 먹고 살게 되었다고 한다. 늘 생활비 부족으로 시달리니 카드도 쓰고 대출을 받아서 간신히 생활을 하면서 근근이 채무를 갚아 오다 약한 몸에 장애도 있고 이제 60이 다 되어 가는 나이에 약해진 체력에 오래 일을 하지 못하니 대출금 및 카드 이자가 불어나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 한다. 필자는 몇 가지 질문 뒤 해결방법을 안내하면서 한 동안은 카드나 대출은 힘들다는 안내를 하던 중 아주머니는 어렵게 이야기 하기를 "법무사님 저 백화점에서 가방 하나 사고 싶어요…"라고 했다. '명품

    오종규 법무사 (서울중앙회)
    이 시대에 변호사로 살아가기

    이 시대에 변호사로 살아가기

    사회에 좀 보탬이 되는 일을 할 수 있을까 싶어 창업을 한 지 이제 1년 8개월이 지나간다. 경쟁적인 시장 상황, 절실함, 혁신의 의미를 담고 싶어 ‘창업’ 했다고 한다. 개업이라고 하면 뭔가 하던 일을 그대로 자리만 옮겨서 하는 느낌이랄까? 그러면서 변호사로 산다는 게 무엇인지 다시금 치열하게 고민하게 됐다. ‘시대정신’과 ‘생존’ 사이에서. 종종 그 넓은 간극 사이를 하루에도 몇 번씩 왔다 갔다 한다. 그렇게 몇 바퀴 뛰고 나면 그야말로 탈진이다. 뭐 하나도 전부를 걸지 않으면 하기 어려운 건데 왜 분에 넘치는 목표를 세우느냐는 핀잔이 늘 주위에 있다. 그러다 보니 무엇을 위해 살며, 왜 변호사를 하고 있는지를 자문하게 된다. 섣부른 과욕은 아닌지. 변호사는 내 적성에는 잘 안 맞는 것 같다는

    조원희 변호사 (법무법인 디라이트)
    몽룡이 한양으로 간 까닭은?

    몽룡이 한양으로 간 까닭은?

    몽룡은 춘향을 만난 뒤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결국 장원급제의 꿈을 품고 춘향을 떠나 한양까지 가야만 했다. 과거시험을 보기 위해 한양까지 갈 필요만 없었다면 몽룡과 춘향이 생이별을 할 일도, 춘향이 변사또의 횡포로 고생할 일도 없지 않았을까. 그런데 시험 때문에 생이별을 하는 것이 머나먼 과거의 일만은 아니다. 변호사시험은 매년 1월 초 엄동설한에 5일이라는 긴 기간에 걸쳐 공법, 형사법, 민사법, 선택과목 영역에서 변호사로서의 능력을 검정 받는 험준한 여정이다. 선택형, 사례형, 기록형 시험을 매일매일 치르는 통에 유형별 수험서를 여행용 가방에 나누어 싸 들고, 낯선 시험장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시험일 2주 전부터 상경하여 별도의 숙소에 묵으며 적응기간을 가지는 경우도 있다. 수험생의 입장에서

    이영남 과장 (법무부 법조인력과)
    나는 분별 있는 관찰자인가

    나는 분별 있는 관찰자인가

    "재판을 하면서 우리가 볼 수 있는 진실은 일부분에 불과하니 일말의 진실로 사건을 속단해서 안 된다." 존경하는 법조 선배님이 늘 강조하셨던 말씀이다. 마치 재판부가 사건을 판단하는 주체 같지만 실제로는 재판하는 모든 과정이 그 사건을 가장 잘 아는 당사자들로부터 평가받는 순간이라는 말씀이었다.  초임 때 들은 말씀을 지금도 명심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의미가 다르게 읽힌다. 처음에는 당사자들이 하는 수많은 주장 중에 허구와 실제가 무엇인지를 가려내고자 애썼고, 주장하는 모든 내용을 의심하고 재고하였던 듯하다. 그러다 문득 '나는 당사자들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듣고 있는가' 되묻게 되었다. 사건은 기록으로 접하는 것일 때에도 살아있다. 매 사건마다 당사자들의 삶이

    김윤종 재판연구관 (대법원)
    본직제출주의

    본직제출주의

    필자가 법무사시험에 합격하고 연수를 받던 때였다. 전화 한통을 받았는데 사무소를 열어주고 매월 500만원을 통장에 꼽아 주는 조건을 제시해왔다. 개업할 사무소 위치를 물었더니 청주라고 했다. 그래서 울산에서 청주까지 출퇴근이 힘들다고 했더니 출근은 면제해 주겠다고 했다. 개업한 이후에는 사무장들이 거래처를 들고 들어오겠다고 제안해왔다. 비율제로 수익을 나누는 방식도 있고, 고정급을 받고 일에 관여치 않는 조건도 있었다. 지금은 직접 업무를 보고 있지만 동료들은 나이가 들면 세가지 옵션 중 하나는 택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보낸다. 지난 9월, 울산경찰청은 710여 차례에 걸쳐 대리수술 등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간호조무사와 이를 방조한 의사를 보건범죄단속법위반 및 사기 등의 혐의를

    이성진 법무사(울산회)
    천만다행

    천만다행

    요즘 TV를 보다보면 잘생긴 대세 배우가 컵을 이용한 퍼포먼스를 하고 중독성 있는 '천만다행’이라는 노랫말이 흘러나오는 보험회사 광고가 나오곤 한다. ‘천만다행’이라는 노랫말을 계속 듣다보니, 사용 의도는 좀 다른 것 같지만 문득 20년 전 사법연수원 시절 교수님이 약간의 우스갯소리를 겸해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법률 지식의 깊이와 성품을 기준으로, 이를 모두 갖춘 금상첨화(錦上添花)인 사람, 법률 지식은 있으나 성품이 떨어지는 유명무실(有名無實)한 사람, 법률 지식이 다소 떨어지지만 성품이 좋아 천만다행(千萬多幸)인 사람, 어느 쪽도 모두 떨어지는 설상가상(雪上加霜)의 사람이 있는데, 잘 살펴 채우라는 취지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돌이켜 보면 그동안 설상가상의 형국이 아닌지 걱정스럽지만, 당시엔 그래도

    권성수 교수 (사법연수원)
    관계

    관계

    “이번 A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추가 공사 및 민원 문제와 관련하여 기존에 쌓아 둔 긴밀한 우호관계를 바탕으로 협력업체 측에서 추가 공사비 및 인허가 비용 일체를 부담하기로 하였습니다. 이에 당사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리스크는 없습니다”라는 보고가 올라온다면, 이 직원에게 상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하도급법이 적용되고 있는 공사현장이라고 한다면, 이 직원의 행동은 2013년 신설된 하도급법 제3조의4에 규정된 ‘부당특약 금지’ 규정에 반하는 행동이 될 수 있습니다. 직원이 고려 때의 서희와 같은 신출귀몰한 협상력을 발휘하여 회사의 리스크는 최대한 줄이고 비용을 절감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거래 현실에서는 당사자들이 처해 있는 상황, 당사자들이 보유한 전체적인 역량의 차이,

    석근배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생활 속의 예방적 사법

    생활 속의 예방적 사법

    신혼 초에 음쓰(‘음식쓰레기’의 준말) 때문에 고초를 겪은 일이 있다. 결혼 전에는 항상 어머니께서 다 처리해주셨기 때문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막상 해 보니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었다. 그 맛있었던 음식이 며칠 지난 후에는 정말로 악취 가득한 흉물의 쓰레기로 변해버린 것을 보는 것도 고역인데, 그것을 직접 손으로 만지면서 통에 떨어내는 과정에서 제법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숨을 참을 수 없었던, 그때의 상황을 회상하면 아찔하다. 그러나 나름의 요령을 터득하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음식물에 대하여 생화학적 반응이 일어나기 전에 처리하는 것이다. 화학 반응이 일어나기 전에 남은 음식물을 잘 정리하여 한 번에 쏟아 부으면 시각적·후각적 고통을 겪지 않고 버릴 수 있음을 깨닫게 된

    박하영 부장검사 (법무부 법무과장)
    안보이는 손

    안보이는 손

    예전에는 변호사나 법무사가 고소득 자영업자라는데 이의를 달 사람이 없었다. 변호사는 부와 명예의 상징이었고, 법무사도 안정된 노후를 보장 받았다. 자본주의에서 가장 빛을 발하는 덕목인 희소성 때문이었다. 공급이 터무니없이 적은데다 경제발전이 가속화되면서 사법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던 게 원인이 되었다. 그러나 그 독과점시장에 변호사 수의 증가와 전자환경 조성이라는 정부개입이 작용하면서 ‘보이지 않는 손’의 시장왜곡에 제동이 걸렸다. 그로인해 베일에 가린 법조시장이 개방되고 정보의 부재와 권위에 편승한 과도한 이득을 나누고자 하는 요구들이 각계에서 생겨났다. 법조시장에도 물화(物化)된 현대인이 겪어야할 예외 없는 경박의 고통은 비켜가지 않았다. 그러나 그만큼 국민의 의식수준과 법적소양이

    이성진 법무사 (울산회)
    어느 성폭력사건 기사를 보면서

    어느 성폭력사건 기사를 보면서

    최근 부산 지역에서 선고된 두 건의 성폭력사건이 필자의 눈길을 끌었다. 하나는 고등학교 제자들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국민참여재판을 받은 피고인에게 배심원들의 무죄평결에도 불구하고 1심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한 사안이다. 배심원 평결에 기속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통상 객관적 증거가 많지 않은 성폭력사건에서, 배심원들의 만장일치 무죄평결에 따르지 않고 유죄의 확신을 가진 재판부가 다른 결론을 낸 것이다. 또 하나는, 식당에서 피해자 옆을 지나가면서 손으로 피해자 엉덩이 부위를 움켜잡아 강제추행하였다는 사실로 불구속 기소된 피고인에게 1심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하면서 법정구속한 사안이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 된 피고인의 부인이 남편의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청와대 게시판에 국민청원글을 올리고 이를 본 많은 사람

    권성수 교수(사법연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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