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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법창

    월요법창 리스트

    사소한 것이 가장 귀중한 것

    사소한 것이 가장 귀중한 것

    최근 임명되신 모 대법관님의 사법연수원 시절 검찰교수와의 에피소드로 인해 검사 임관 신청 시절이 떠올랐다.    나는 면접을 준비하면서 비로소 검사는 실제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를 알고자 책을 찾아보았고 그때 찾아 읽었던 책이 '안검사의 일기', '검사는 무엇으로 사는가'였다.    '안검사의 일기'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관련된 글로, '정의롭고 용기있는 검사'로서의 자세를 정립하는데 하나의 기준을 제공하는데 유용하였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천 기준은 '검사는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그 책에서 깊은 인상을 준 글귀는 '검찰은 사회의 이목을 끄는 큰 사건만을 처

    한진희 부장검사 (고양지청)
    베토벤 합창

    베토벤 합창

    베토벤 9번 교향곡 합창, 한 해를 마감하는 시기에 어울리는 음악이다. '고뇌를 통하여 환희를 차지'한다는 것, 그 의미를 온전히 깨닫기에 내 삶은 아직 한참 부족하지만, 연말에 들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눈가가 촉촉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진지한 것이 놀림감이 되기도 하는 요즘 세상에서, 음악회 무대는 진지함이 열성적으로 표현되고 관객은 감탄과 인내 속에서 역시 진지하게 이를 마주한다. 연주자들과 지휘자의 표정과 몸짓, 손놀림은 동시에 귀로 들어오는 음악과 합쳐져 특유의 긴장을 낳고 이해와 감동을 이끈다. 마음껏 진지할 수 있어서 좋다.   올해 베토벤 합창 음악회는 결국 취소되었다. 아쉬운 마음에 대안을 찾다가 2015년 5월 7일(베토벤 생일)

    이의영 고법판사 (서울고법)
    뉴노멀 시대와 스마트 중재

    뉴노멀 시대와 스마트 중재

    언제부터 중재가 시작되었는지는 불분명하다. 인류의 상업 활동이 시작되던 때부터 분쟁 해결의 형태로 시작되었다고도 한다. 분명한 것은 중재는 오늘날 국제 분쟁 해결의 효과적인 수단이 되기까지 거듭하여 진화해왔다는 것이다.   COVID-19 팬데믹은 국제중재의 형태에 또 한 번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국제중재의 특성상 중재인, 중재대리인, 증인 등이 모두 각기 다른 국가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고, 대면 심리를 위해서 비행기를 타고 모두 중재지로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해외 여행의 제한으로 인해 각자의 사무실에서 원격으로 중재에 참여하는 화상중재가 국제 중재의 뉴노멀로 자리잡았다.   업계는 이런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 필자

    김다나 외국법자문사 (허버트 스미스 프리힐즈)
    가치투자(價値投資)

    가치투자(價値投資)

    똘똘한 집 한 채, 지속·성장가능한 가치주에 투자해 자본을 불려 노후를 대비한다는 최근의 투자심리를 가치투자라고 한다. 근로소득 대신 자본소득에 관심을 기울여 개인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를 이겨내자는 콘텐츠는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투자심리가 투자광풍으로 이어지면서, 직장인들은 주식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수단으로 직업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는 옳은 것이며 우리 법조인들은 이에 편승해야 하는가.   직업은 본래 고귀한 것으로, 하늘의 부름과 관련한 vocation이다. 단순한 직업이 아닌 소명·천직으로 보는 것이 옳다. 특히나 법조인은 전문직이며, 공공재가 아닌가.    변호사들의 자조 섞인 한탄과 저주가 SNS에서 발견된다. 벼넥시트(변호사ex

    천주현 변호사 (대구회)
    장기미제

    장기미제

    10여년 전 '소원을 말해봐'라는 제목의 노래가 유행한 적이 있다. 그 무렵 "내 소원은?"이라는 물음을 나에게 던졌다. 보통 어릴 적 소원은 '무엇이 되자'였고, 그 노래를 들었을 때 머리 속에 스쳐간 소원의 형태도 그러하였다. 그 물음을 계속하던 중 내가 다니던 불교선원에서 모임 시작 전후 외쳤던 구호가 떠올랐다. '다 잘 알자! 다 잘 돕자! 다 잘 살자!'라는 문구였다. 다 잘 알아야 주위를 잘 도울 수 있고 결국 다 같이 잘 살아갈 수 있다는 의미로 내게 다가왔다. 곧바로 이 문구대로 살아보는 것을 소원으로 삼아보자 마음먹었다. 둘째 아이 태교에도 안성맞춤 같았다. 내심 내 소원의 모습이 '무엇을 하자'로 바뀌자 마치 제대로 된 어른이 된 양 뿌듯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진희 부장검사 (고양지청)
    어느 소포

    어느 소포

    지난 9월말, 영국 맨체스터의 판사로부터 "작은 소포를 보내려고 하니 주소를 알려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궁금한 마음이 들었지만 더 묻지 않고 알려주었다.    10월에 정말 작은 소포가 배달되었다. 놀랍게도 얇은 시집 한 권과 엽서가 들어있었다. '록다운 변호사들'이라는 제목의 시집은 팬데믹 상황에서 국선변호 등 공익활동 변호사들이 느낀 재판시스템 붕괴의 두려움, 노력과 애환을 담은 60여 편의 시를 담고 있었다. 판매수익은 취약계층을 위한 변호활동에 쓰인다니, 여러 권 구입하여 지인들에게 보낸 것 같다. 우울한 회색빛 맨체스터 그림엽서에 영국 판사는 휘날린 글씨로 "내년에는 대면으로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한다"고 썼다.    팬데믹의 공포 속에 법

    이의영 고법판사 (서울고법)
    금발의 사수(射手)

    금발의 사수(射手)

    아시아 금융위기가 세계를 뒤흔들고 있을 무렵, 홍콩 소재 영국계 로펌에서 변호사 업무를 처음 시작하였다. 그런데 첫 날 배정된 사무실은 상상하던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부담스럽게도 영국인 파트너의 방에서 책상을 마주하고 함께 근무하라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   드라마 슈츠에 나오는 하비 스펙터의 사무실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조용히 업무를 볼 수 있는 독방을 꿈꾸었던 나로서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영국계 로펌에서 이렇게 시니어와 주니어 변호사가 같은 방을 쓰는 것은 매우 흔한 풍경이다. 1700년대 Articled Clerkship(수습변호사 과정)을 원류로 하는 법률 교육 시스템인 Traineeship(예비 변호사 과정)은 정식

    김다나 외국법자문사 (허버트 스미스 프리힐즈)
    아버지, 그리고 저 무죄 맞습니다!

    아버지, 그리고 저 무죄 맞습니다!

    변호사 사무실에는 억울하다는 주장, 즉 무죄 주장을 하는 분들이 주를 이룬다. 경한 벌을 희망하는 이들은 변호사 선임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억울하다고 하면서도 무죄 증거를 지참한 사람은 적다. 빈약한 주장을 경찰, 검찰, 법원에서 연거푸 해야 할 처지를 생각하면 진술인이 애처롭다.   객관적 증거와 확실한 목격자가 있는 사건은 수사기관과 법원의 합리적 채증에 의해 사실이 규명된다. 그 속에 포함될 수 없는 사건이 많다는 것이 문제이고, 이로 인해 변호사가 필요하다. 변호사는 사건을 청취하고 정리함에 있어 고객이 놓친 부분이나 애써 숨기려는 부분을 파고들어야 한다. 나중에 그러한 것이 문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사실확정의 1차적 의무주체는 하급심 법관이나 검사라기

    천주현 변호사 (대구회)
    미움을 갈다. 미움을 날리다

    미움을 갈다. 미움을 날리다

    출근하자마자 커피를 내린다. 커피를 내리기 위해서는 먼저 커피빈을 갈아야 한다. 그라인더라는 수동 기계에 커피빈을 넣고 한 손으로는 그라인더 몸통 부위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손잡이를 돌린다. 손잡이를 돌리면 "드르르륵, 드르르륵" 소리를 내며 커피빈이 갈리고 몸통 부위에 가루로 모아진다.   커피빈을 갈 때는 미운 대상을 생각한다. 직장 구성원일 때도, 가족 구성원일 때도, 신문 한 켠에서 본 기사 속 인물일 때도, 안 풀리는 사건이나 파렴치한 사건관계인일 때도 있다. 미운 마음을 담아 힘차게 돌린다. 그렇게 갈린 가루는 뜨거운 물을 만나 어느 날은 쓴 맛을, 어느 날은 고소한 맛을, 또 어느 날은 시큼한 맛을 내놓는다. 그 맛을 보며 커피향에 한 번 더 미움을 날려 보낸다

    한진희 부장검사 (고양지청)
    통치구조 2.0

    통치구조 2.0

    2016년 상반기 동안 독일에 안식년을 갔었다. 그 때 독일 교수들, 정확히는 연구환경을 보고, '대학교수란 이런 것이었군!' 하고 느꼈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연구환경은 건물로 치면 기둥도 벽도 없이 지붕만 만든 정도라고나 할까. 대학만 그런 것은 아니고, 아직은 우리나라 곳곳이 미완성 건물 같은 느낌을 준다. 통치구조도 그 하나이다.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은 무엇일까요?" 법관 장기해외연수로 미국에 있던 2000년 초 헌법과목 첫 수업이 시작되자마자 교수가 학생들에게 물었다. 그는 잠시 뜸을 들인 뒤 "바로 통치구조입니다"라고 자답하였다.   미국연방헌법의 기초자들이 쓴 페더럴리스트 페이퍼(The Federalist Papers)를

    박재완 교수 (한양대 로스쿨)
    개발자와 변호사, 원래 같은 민족이었어?

    개발자와 변호사, 원래 같은 민족이었어?

    잠시 개발자가 되어 컴퓨터 프로그램을 코딩해 본 적이 있다. 어떤 기능에 대한 경우의 수를 빠뜨리지 않고 정리해서 논리적 구조에 따라 목차를 만들고, 문서와 첨부 문서를 작성하고, 형식을 다듬고 문서끼리 잘 연결되어 있는지 상호참조는 잘 되어 있는지 점검한다. 그런데 왠지 익숙한 일이다. 생각해 보니 변호사가 계약서를 작성할 때와 너무도 닮아 있다.   개발자가 변수를 정의하고 함수로 결과를 리턴한다면, 변호사도 계약서를 쓸 때 먼저 용어를 정의하고 요건과 효과를 이어 놓은 조항을 이어서 작성한다. 변수와 정의는 중요하다. 만약 계약의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기능을 넣은 조항에 이용할 '천재지변'이라는 변수를 정의하면서 '홍수'를 포함시키지 않았다면 '홍수'라는 이벤트가 발생해도 효과는 그

    천준범 변호사 (법무법인 세움)
    사과의 계절

    사과의 계절

    주말 내내 사과 밭에 있었다. "사과가 다 익었는데 딸 일손이 없다"는 부모님의 요청이 있기도 했지만, 시끄럽고 복잡한 머릿속을 비워낼 공간이 필요하기도 한 터였다. 3시간을 달려 도착한 부모님의 사과밭에는 그야말로 빨갛게 익은 사과가 한창이었다.    이곳의 사과는 유난히 맛이 달고 과질이 단단하다. 한 입 베어 물면 온통 새콤하고 달콤한 과즙이 우주를 다 채울 기세다. 이 한 알의 과일을 만들어 낸 것은 고랭지의 찬 아침이다. 높은 산자락에서 태어난 바람은 한여름에도 작은 과일의 이마를 차게 식혔다. '여긴 왜 늘 이렇게 추워' 힘겹게 어깨를 펴는 아침들이 어린 것의 과육을 단단하게 뭉쳤다. 그 위로 맹렬히 쏟아지던 한낮의 햇볕이 새콤하고 달콤한 과즙으로 차올랐다. 저마다 붉게

    정명원 검사 (서울북부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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