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A 대기업은 최근 국내 로펌보다 해외 로펌에 더 많은 자문을 의뢰한다. 해외에서 진행하는 인수합병(M&A), 투자 관련 자문의 대부분을 해외 로펌에 의뢰하기 때문이다. A 기업의 법무실장은 “한국 로펌은 국내 법률 이슈만을 자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 분야의 B 기업은 해외 사업 분야에 관한 송무와 자문을 모두 해외 로펌에 의뢰한다. B 기업의 임원을 맡고 있는 변호사는 “아웃바운드 사건은 외국의 법률, 비즈니스 관행에 정통해야 하므로 외국 로펌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C 대기업의 법무책임자는 “대기업은 더이상 국내에 머물지 않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회사에서 발생하는 법률 비용도 80%가 해외 법률 비용이고 국내 비용은 20%수준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의 법조 산업이 내수 시장에 갇혀있다. 순수한 외국사건(외국기업의 외국사건)은 말할 것도 없고 국내 기업의 해외업무(아웃바운드) 사건도 수임하지 못하고, 기업의 해외 진출에 파트너로 동행하지 못하는 등 세계 시장에 나아갈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이 성장하며 해외 진출과 수출이 늘었지만 그에 따른 법률 사건은 외국 로펌 차지다.
이완근(48·사법연수원 33기) 오에스비씨 상무는 “구체적 통계가 나온 적은 없지만 (기업들이 지불하는 법률 비용 중에서) 해외 로펌에 들어가는 비용이 상당하다”며 “비즈니스 구조가 수출 위주인 대기업들은 해외 법무의 비중이 훨씬 높다. 해외 시장에 투자하는 회사일수록 해외 로펌에 지불하는 비용도 크다”라고 말했다. 정영균(44·40기) 한국조선해양 수석변호사는 “외국에서의 분쟁을 대응하는 과정에서 해외 로펌에 비용을 지출하게 된다”며 “예컨대 미국 정부의 반덤핑 규제에 대응하는 경우에 미국 시장에서 해당 업무의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미국 현지 로펌을 써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반면 일본 기업은 해외 비즈니스를 할 때 자국 로펌을 통해 해외 로펌과 소통하는 문화로 유명하다.
신년기획 특별취재팀=홍수정·이용경·홍윤지·박선정·임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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